다크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제목: 잿더미 속에서**

**[내레이션]**
거대한 제국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심연과 같았다.
하늘을 찌르는 수도의 첨탑 아래, 백성은 그림자처럼 웅크려 살았다.
자유는 허상이었고, 정의는 권력자들의 입맛에 따라 변하는 거짓말이었다.
우리는 그저, 제국의 살을 찌우는 가축에 불과했다.
그리고 오늘, 그들은 우리의 마지막 숨통까지 조여 왔다.

**[장면 #1] 어둠이 드리운 초현 마을**

**[장소]** 변경의 작은 농업 마을, ‘초현’ – 허름한 초가집들이 즐비하며, 마을 중앙에는 낡고 거대한 제국군 감시탑이 솟아있다. 하늘은 잿빛이고, 들판은 추수 후에도 앙상하다.
**[시간]** 해 질 녘

**[지문]**
메마른 바람이 흙먼지를 날리는 황량한 들판.
농부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밭에서 돌아온다. 그들의 등은 굽었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과 절망이 새겨져 있다.
감시탑 꼭대기에서는 제국군 병사 둘이 무료한 듯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들의 갑옷은 번쩍이고, 창은 날카롭다.

**[내레이션]**
제국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생명은 시들었다.
우리의 땀과 피로 이룩한 모든 수확은, 결국 저들의 것이 되었다.

**[컷]**
한 병사의 발이 보리를 밟고 지나가는 클로즈업. 보리는 이미 꺾여 말라있다.

**[지문]**
마을 어귀, 낡은 수레에 갓 수확한 소량의 곡식 자루가 실려 있다.
수레를 끄는 건 마른 체구의 노인과 청년들이다. 그들의 표정은 공포와 체념으로 얼룩져 있다.
제국군 병사 서넛이 이들을 막아선다. 그중 한 명, 턱수염이 덥수룩하고 인상이 험악한 하사관이 손짓한다.

**[하사관 율릭]**
멈춰라! 오늘 수확분이 이것뿐이냐? 감히 제국을 기만하려 드는가!

**[노인]**
(떨리는 목소리로) 율릭 하사님… 이게 다입니다요. 가뭄에 병충해까지 겹쳐서… 올해는 정말 작황이 말이 아닙니다. 애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문]**
율릭 하사관이 노인의 마른 뺨을 거칠게 후려친다.
노인의 몸이 휘청이며 바닥에 쓰러진다. 뺨에는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다.

**[하사관 율릭]**
(경멸적인 웃음을 지으며) 굶어 죽든 말든! 그건 제국이 알 바 아니다! 너희 천한 것들의 목숨이 제국의 양식보다 귀하다고 생각하느냐?

**[컷]**
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한 젊은 여인이 주먹을 꽉 쥐는 클로즈업.
그녀의 이름은 ‘령’이다. 스무 살 남짓의 나이. 낡았지만 단정한 옷차림, 차분하지만 강단 있는 눈빛.

**[령]**
(이를 악물며) …!

**[지문]**
다른 병사들이 수레 위의 곡식 자루를 발로 차 열어보고는 코웃음을 친다.

**[병사 1]**
하, 보리 쥐꼬리만큼 가져왔구만. 이건 닭 모이로도 부족하겠는데?

**[하사관 율릭]**
(냉정하게) 내일 해 뜨기 전까지, 오늘 가져온 양의 두 배를 더 바쳐라. 그렇지 않으면… (노인의 목에 발을 올리며) …이 늙은이부터 본보기를 보여주겠다.

**[노인]**
(숨 막히는 소리를 내며) 컥… 하사님… 제발…

**[지문]**
주변의 마을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웅성거린다.
령은 고개를 떨구지만,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하사관 율릭을 노려보고 있다.

**[내레이션 – 령]**
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만 하는가.
언제까지 저들의 발밑에서 짐승처럼 살아야 하는가.
아버지, 어머니, 동생… 모두 제국의 탐욕 때문에 스러져 갔다.
이제 더는 잃을 것이 없었다.

**[장면 #2] 숲속의 오두막, 결심의 밤**

**[장소]** 초현 마을 외곽의 숲속. 인적 드문 오솔길.
**[시간]** 한밤중

**[지문]**
밤이 깊고, 달빛이 숲을 가로질러 희미하게 떨어진다.
령이 어둠 속을 조심스럽게 헤치며 걸어간다. 그녀의 손에는 낡은 자루가 들려 있다.
주변에는 짐승의 울음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가득하다.

**[내레이션 – 령]**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이 마을에, 제국이 두려워하는 유일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컷]**
숲 깊은 곳, 넝쿨로 뒤덮인 작은 오두막의 문이 보인다.
낡았지만 견고해 보이는 오두막이다.

**[령]**
(오두막 문 앞에서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한 듯 문을 두드린다)
계십니까… 백 사부님…?

**[지문]**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안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백 사부]**
(안에서) 이 야밤에 무슨 일인가. 발소리만 들어도 초조함이 묻어나는구나.

**[지문]**
문이 삐걱거리며 열린다.
안에서 나온 남자는 덥수룩한 백발에 긴 수염을 가진 노인이다.
흐트러진 옷차림이지만,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깊다. ‘백 사부’다.

**[백 사부]**
…령이로구나. 여기까지 웬일이냐.

**[령]**
(고개를 숙이며) 사부님… 죄송합니다. 늦은 시간에… 하지만,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요.

**[지문]**
령이 들고 온 자루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자루 안에는 얼마 되지 않는 말린 약초와, 겨우 모은 보리 몇 줌이 들어있다.

**[령]**
이건… 사부님께 드릴 것은 아니지만… 저희 마을 사람들이 사부님께 작게나마 보답하고자…

**[백 사부]**
(무심히 쳐다보며) …무엇을 바라고 왔느냐.

**[령]**
(고개를 들고 백 사부를 똑바로 바라보며)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
제국에 맞서 싸울 방법을, 사부님께 배우고 싶습니다.
저희는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지문]**
백 사부가 령의 얼굴을 한참 동안 응시한다. 그의 눈빛은 령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백 사부]**
(낮은 한숨을 쉬며) 싸움이란, 칼을 들고 피를 흘리는 것만이 아니다.
네가 원하는 것이 복수라면, 이 늙은이에게서 얻을 것은 없을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것이 피바람이라면, 난 그 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령]**
(단호하게) 저는 복수가 아닌, 자유를 원합니다.
저의 피로, 저희 마을 사람들의 미래를 살 수 있다면, 기꺼이 피를 흘리겠습니다.
하지만 헛된 희생은 원치 않습니다.
사부님께서는… 현명한 분이시지 않습니까. 제국의 잔인함 속에서도, 저희가 살 수 있는 길을… 보여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지문]**
령의 눈빛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백 사부는 말없이 령을 오두막 안으로 들인다.

**[장면 #3] 사부의 가르침, 숨겨진 칼날**

**[장소]** 백 사부의 오두막 내부.
**[시간]** 새벽녘

**[지문]**
오두막 안은 좁지만 정돈되어 있다. 벽에는 낡은 두루마리와 책들이 가득하다.
작은 불씨가 타오르는 화로 옆에 령과 백 사부가 마주 앉아있다.
차 한 잔이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다.

**[백 사부]**
제국은 거대한 산과 같다. 무모하게 달려들면 바위에 부딪혀 부서질 뿐이다.
하지만 산에도 틈은 있다. 작은 개미 한 마리도, 거대한 바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령]**
(눈을 빛내며)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백 사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제국은 오만하다. 자신들의 힘에 도취되어, 약한 자들을 돌보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약점이다.
그들은 너희가 뭉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다.
너희를 벌레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내레이션 – 령]**
사부님의 말은 가슴속 깊이 박혔다.
제국은 우리의 절규를 듣지 않았다. 듣는다고 해도 비웃을 뿐이었다.

**[백 사부]**
네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이라는 작은 불씨를 던져주어야 한다.
그 불씨가 모여, 작은 불꽃이 되고, 그 불꽃이 거대한 불길이 될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

**[령]**
(고개를 끄덕이며) 네, 사부님.

**[백 사부]**
그리고…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약한 자들의 연약한 손으로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승리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컷]**
백 사부가 낡은 나무 상자에서 작은 칼집에 든 단검을 꺼내 령에게 건넨다.
단검의 날은 무디지만, 손잡이는 닳아있다.

**[백 사부]**
이것은 내 과거의 흔적이다.
쓸모없는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제 네 손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지.
오늘 밤, 율릭 하사관이 약속한 보리를 받으러 온다면…
그의 말을 따르는 척하며, 그의 약점을 찾아라.
군량미 보관 창고든, 무기고든, 통신 수단이든… 무엇이든 좋다.
그들의 가장 보잘것없는 부분을 노려라.

**[령]**
(단검을 받아 들고 굳게 잡으며) 알겠습니다. 사부님.

**[장면 #4] 첫 번째 반격, 눈에 보이지 않는 칼날**

**[장소]** 초현 마을 – 제국군 감시탑 앞.
**[시간]** 다음 날 아침

**[지문]**
어제보다 더 많은 마을 사람들이 감시탑 앞에 모여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서려 있지만, 어제의 완전한 절망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몇몇 사람들의 눈빛에는, 령이 전날 밤 퍼뜨린 희망의 작은 조각이 배어 있다.
율릭 하사관과 병사들이 거만한 태도로 기다리고 있다.

**[하사관 율릭]**
(비웃듯이) 흠, 기특하게도 모였군. 어제보다 두 배는 더 준비했겠지?

**[지문]**
령이 앞으로 나선다. 그녀의 표정은 차분하다.
그녀의 뒤를 이어 노인과 몇몇 젊은이들이 곡식 자루를 들고 나온다.
어제보다 양이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하사관 율릭]**
(얼굴을 찡그리며) 이게 뭔가! 감히 나를 우롱하느냐! 어제의 절반도 안 되는 양이 아닌가!

**[령]**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하사님. 저희는 어제도, 오늘도, 가진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이 이상은 저희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직 죽고 싶지 않습니다.

**[지문]**
율릭 하사관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그가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간다.

**[하사관 율릭]**
이 건방진 계집이! 네가 죽고 싶지 않다고? 그럼 내 손에 죽어봐라!

**[컷]**
율릭 하사관이 검을 뽑아 령에게 겨눈다.
마을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친다.

**[하사관 율릭]**
오늘 여기서 본보기를 보일 것이다! 누구든 제국에 반항하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해라!

**[지문]**
그때, 령이 놀랍도록 침착하게 한 손을 들어 올린다.
다른 손에는 백 사부에게 받은 단검이 보이지 않게 들려 있다.

**[령]**
잠깐! 하사님,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저희가 목숨을 바쳐야 한다면, 적어도…
저희가 가져온 양식을, 하사님의 병사들이 직접 창고로 옮겨가는 것을 보게 해주십시오.
저희의 땀이 어디로 가는지, 적어도 눈으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지문]**
율릭 하사관은 령의 예상치 못한 제안에 잠시 멈칫한다.
그의 오만함이 발동한다.

**[하사관 율릭]**
(비웃으며) 흥, 그래. 그래봐야 죽을 목숨들인데, 구경이라도 실컷 해라.
내 너희의 절망 어린 눈빛을 즐겨주마.
병사들! 저것들을 끌고 가서 군량미 창고로 옮겨라!

**[병사들]**
넷!

**[내레이션 – 령]**
그래, 바로 이것이다.
그들의 오만함.
그들의 방심.
우리가 노릴 수 있는 유일한 틈.

**[지문]**
병사들이 령과 마을 사람들을 감시하며 군량미 창고로 향하게 한다.
창고는 감시탑 뒤편,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컷]**
령의 손이 단검의 손잡이를 꽉 쥐는 클로즈업. 그녀의 눈빛에 결의가 번뜩인다.
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창고의 구조와 경계를 파악한다.

**[내레이션 – 령]**
사부님, 당신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이 작은 칼날로, 거대한 제국에 첫 번째 상처를 내겠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잠들어 있지 않을 것입니다.

**[장면 #5] 잿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장소]** 제국군 군량미 창고.
**[시간]** 같은 시간

**[지문]**
군량미 창고는 목조 건물로, 거대한 자물쇠가 걸려 있다.
병사 하나가 열쇠로 자물쇠를 연다.
안에는 수많은 곡식 자루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곡식을 옮겨오는 척하며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
령은 가장 안쪽에 있는 곡식 자루들을 옮기는 척하며, 창고의 기둥과 구조를 자세히 살핀다.

**[하사관 율릭]**
(창고 입구에서 팔짱을 끼고 서서) 허튼짓 할 생각 말고, 빨리빨리 움직여!

**[지문]**
병사들은 마을 사람들을 감시하지만, 워낙 많은 양의 곡식 때문에 주의가 분산되어 있다.
령이 조용히 손에 든 단검을 꺼내든다.
그녀는 가장 오래되고 썩어 보이는 기둥을 향해 몸을 돌린다.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재빠르고 은밀하게 단검으로 기둥의 약한 부분을 긁어내기 시작한다.
작은 나무 부스러기들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내레이션 – 령]**
이것은 시작일 뿐.
아주 작고, 미미한 상처.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 작은 틈이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다.

**[컷]**
령의 단검이 기둥을 긁어내는 소리. (효과음: 슥삭, 슥삭)
그녀의 얼굴에는 고통과 희망이 교차한다.

**[지문]**
몇 분 후, 령은 곡식 자루를 옮기는 척하며 기둥에서 떨어져 나온다.
그녀가 긁어낸 흔적은 곡식 더미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내레이션 – 령]**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반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칼날로, 제국의 심장을 노리는.

**[하사관 율릭]**
(창고 안을 둘러보다가) 뭐 하는 거야! 아직도 멀었나! 해 뜨기 전까지 끝내라고 했잖아!

**[지문]**
마을 사람들이 율릭의 고함에 놀라 서둘러 움직인다.
령은 마지막으로 기둥을 돌아본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는 듯하다.

**[컷]**
창고의 낡은 나무 기둥 클로즈업. 령이 긁어낸 작은 상처가 어둠 속에 숨겨져 있다.
그 상처가 마치 제국이라는 거대한 나무에 박힌 첫 번째 못처럼 보인다.

**[내레이션]**
그날, 초현 마을의 사람들은 처음으로 스스로의 손으로 저항의 씨앗을 심었다.
작고 보잘것없는 시작이었으나,
그것은 잿더미 속에서 싹을 틔운, 새로운 희망의 맹아였다.
제국은 아직 알지 못했다.
그들의 오만함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지를.

**[컷]**
달빛 아래, 백 사부의 오두막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그는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백 사부]**
(혼잣말처럼) …피어나는구나.

**[내레이션]**
어둠 속에서, 반란의 서막이 올랐다.

**[에피소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