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연의 유산: 잊힌 신의 장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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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새까만 우주, 무수한 별들이 점으로 박힌 검은 비단 같은 공간. 아득한 침묵 속에서 하나의 푸른빛 점이 아련하게 멀어진다. 그 점은 바로 인류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탐사선, ‘아레스호’다.)
**[장면 #1] 망각의 경계**
**[시간/장소]** 아레스호, 함교 / 심우주, 알려지지 않은 성운 근처
(아레스호의 함교는 푸른빛 홀로그램 스크린과 복잡한 제어판으로 가득하다. 기계적인 낮은 웅웅거림이 고요함을 채운다. 유리창 너머로는 무한한 어둠과 별빛이 펼쳐져 있다. 캡틴 이지안은 함장석에 앉아 미간을 찌푸린 채 주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그녀의 단정하게 묶은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빛은 오랜 탐사 경험에서 오는 노련함을 보여준다.)
**이지안:** (나지막이) 박 박사, 아직도 반응이 없습니까? 이 광활한 공백 속에서 예상치 못한 신호라니… 좀 전까지도 노이즈라고 생각했는데.
(이지안의 옆자리, 보조 모니터 앞에서 몇 개의 홀로그램 데이터를 띄워놓고 골몰하던 박준호 박사가 안경을 고쳐 쓰며 고개를 든다. 그의 얼굴에는 학자 특유의 호기심과 피로가 섞여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그의 열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박준호:** 아뇨, 캡틴. 오히려 더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미약한 에너지 파동으로 감지되었는데, 지금은… (그의 눈이 모니터 속 데이터 그래프에서 흥분으로 번뜩인다) … 마치,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처럼 명확해지고 있어요. 비표준 중력파, 그리고 지금까지 기록된 적 없는 형태의 전자기장. 이건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닙니다.
(그들의 대화에 뒤이어, 조종석에 앉아 함선 상태를 체크하던 엔지니어 김미나가 옆 모니터의 경고등을 주시한다. 그녀는 짧은 머리에 늘 실용적인 작업복 차림이지만, 그 아래 숨겨진 강단 있는 눈빛은 아레스호만큼이나 단단해 보인다.)
**김미나:** 캡틴, 에너지 방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함선 센서에 과부하가 걸리기 직전이에요. 이대로라면 장거리 스캔 모듈이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이지안은 턱을 쓸어내리며 상황을 판단한다. 그녀의 눈은 망원경처럼 멀리, 모니터 너머의 미지의 공간을 응시하는 듯했다.)
**이지안:** 최우진 대원, 전술 스캔 및 방어막 준비는?
(함교 구석, 자신의 자리를 지키던 최우진이 미동도 없이 답한다. 그는 언제나처럼 과묵하고, 그의 시선은 언제나 주변을 스캔하듯 날카롭다. 그의 손은 이미 무심하게 제어판 위에 놓여 있다.)
**최우진:** 완료되었습니다. 언제든 전투 배치가 가능합니다. 다만, 이 에너지 파동은… 지금까지 감지된 어떤 인공 구조물의 패턴과도 다릅니다. 경계 수준을 최대로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캡틴.
**박준호:** (흥분한 목소리로) 바로 그거예요! 미지의 것! 이 넓은 우주 어딘가에 분명 우리를 뛰어넘는 문명이 존재할 거라고 믿어왔습니다! 이건 그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고대 문명의 유적, 혹은…
**이지안:**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으며) 박 박사, 너무 앞서가지 마십시오. 미지의 것은 때로 재앙을 동반합니다. 미나 대원, 신호원의 예상 위치까지 아레스호 경로 최적화. 우진 대원, 전술 모드 활성화. 비상 탈출 로드맵 항시 유지. 박 박사는 계속해서 데이터 분석에 집중해 주십시오.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하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아레스호의 엔진이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방향을 틀기 시작한다. 함교의 모든 대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각자의 임무에 몰두한다. 미지의 존재를 향한 아레스호의 여정이 시작된다.)
**[장면 #2] 거대한 그림자**
**[시간/장소]** 아레스호, 함교 / 미지의 성운 깊은 곳
(아레스호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멀리 보이는 희미한 성운의 가스가 푸른빛과 보라색으로 일렁인다. 그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처럼 서서히 드러나는 실루엣이 승무원들의 시야에 잡힌다.)
**김미나:** 캡틴, 전방 0-2-0 방향에서 대형 물체 감지! 크기는… (그녀의 목소리에 놀라움이 섞인다) … 측정 불가! 너무 거대해서 센서 범위 밖입니다!
(주 모니터에 희미한 형체가 윤곽을 드러낸다. 그것은 자연적인 행성이나 소행성이 아니었다. 거대하고 불규칙한 형태, 하지만 분명히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구조물이었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간 우주를 떠돌며 풍화된 듯한 기묘한 외형.)
**박준호:** (입을 다물지 못하며) 오, 세상에… 이럴 수가…! 이건… 유적입니다. 인공 구조물입니다. 행성급의 크기를 가진… 거대 유물!
**이지안:** (숨을 들이킨다) 미나 대원, 속도 50% 감속. 중거리 스캔 활성화. 우진 대원,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선체 방어막 최대치로 올리십시오.
(모니터 속 구조물은 점점 더 명확해진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금속 해골 같기도 하고, 혹은 우주를 떠도는 고대 신의 난파선 같기도 했다. 표면에는 기하학적인 문양과 부식된 흔적, 그리고 알 수 없는 언어의 각인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일부는 심각하게 파손되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놀랍도록 보존되어 있었다.)
**최우진:** (모니터를 주시하며) 캡틴, 스캔 결과, 내부에 기형적인 중력장이 감지됩니다. 그리고… 어떤 생체 신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암석 잔해가 아닙니다. 견고한 외벽, 그리고 내부에는 복잡한 구조물이 확인됩니다.
**김미나:** 외벽 재질은 우리가 아는 어떤 금속과도 다릅니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도와 밀도를 가지고 있어요. 일부 파손된 지점에서는… 캡틴, 이럴 수가. 내부에서 에너지 파동이 감지됩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박준호:** (기쁨에 차서) 제가 옳았어요! 이건 죽은 유물이 아닙니다! 살아있는 유적이에요! 신호의 근원지는 바로 저 안이었던 겁니다! 캡틴, 진입해야 합니다! 반드시 들어가서 확인해야 해요!
**이지안:** (단호하게) 진입은 위험합니다. 미나 대원, 현재 구조물의 동적 안정성 분석. 우진 대원, 외부 스캔으로 진입 가능한 지점과 잠재적 위험 요소 파악. 박 박사는 분석 데이터를 계속해서 제공해주십시오.
(이지안은 긴장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본다. 그들의 앞에 펼쳐진 것은 인류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미지의 존재였다. 그것은 인류의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운 동시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장면 #3] 침묵의 문**
**[시간/장소]** 아레스호 셔틀, 미지의 구조물 외부 / 심우주
(작고 날렵한 아레스호의 셔틀 ‘헤르메스’가 거대한 구조물의 표면을 조심스럽게 스쳐 지나간다. 구조물은 가까이서 보니 더욱 압도적이었다. 마치 도시 하나를 통째로 삼킬 것 같은 거대한 크기, 수억 년의 시간을 품고 침묵하고 있는 듯했다.)
**이지안:** (셔틀 조종석에서 전방을 응시하며) 미나 대원, 대기권 분석은 어떻습니까?
(아레스호 본선과 연결된 통신에서 김미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미나:** (통신) 캡틴, 내부 대기권은 지구 표준과 80% 일치합니다. 호흡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다만, 일부 구역에서 미세한 독성 물질이 감지되니 주의하십시오.
**박준호:** (이지안 옆 좌석에서 외부 모니터를 통해 구조물을 탐색하며) 제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저 거대한 골격의 일부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항로’ 혹은 ‘문’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캡틴! 저 균열!
(박준호가 가리킨 곳은 구조물의 거대한 몸체에 난 깊은 균열이었다. 단순한 파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규칙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균열의 가장자리에는 흐릿하게 빛나는 푸른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마치 잃어버린 문명의 비문처럼.)
**최우진:** (뒤쪽 전술 좌석에서 센서 화면을 주시하며) 진입 지점으로 판단됩니다. 내부 스캔 결과, 이 지점을 통해 주요 구조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지점들은 너무 불안정하거나 막혀 있습니다.
**이지안:** (결연한 표정으로) 좋습니다. 미나 대원, 헤르메스호의 정밀 조종을 부탁합니다. 우진 대원, 외부 센서 이상 유무 재확인. 박 박사, 고대 문명 해독에 집중하십시오.
**김미나:** (통신) 알겠습니다, 캡틴. 헤르메스호가 진입 경로를 확보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이 거대 구조물의 중력장이 셔틀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헤르메스호가 거대한 균열 속으로 천천히 진입한다. 균열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길었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외부 우주의 빛은 사라지고, 셔틀의 전조등만이 길고 어두운 통로를 비춘다. 기분 나쁜 침묵이 셔틀 안을 감돈다.)
**박준호:** (모니터를 가리키며) 이 문양들… 전에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배열 방식은… 마치 거대한 퍼즐 조각들을 맞춰놓은 것 같습니다. 이 구조물은 단순한 우주선이 아닙니다. 일종의 ‘장치’입니다.
**최우진:** (무심하게) 어떤 장치든, 작동하는 방식이 있다면 언제든 오작동할 수 있습니다. 경계하십시오.
(셔틀이 좁은 통로를 벗어나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사방이 깎아지른 듯한 암벽과 기계적인 구조물이 뒤섞여 있었다. 수직으로 끝없이 뻗어 있는 통로들, 알 수 없는 에너지가 흐르는 듯한 희미한 푸른빛 선들이 공간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흡사 거대한 동굴 안에 도시를 만들어놓은 듯했다.)
**이지안:** (숨을 삼키며) 착륙 지점을 찾습니다. 조심하십시오.
(헤르메스호는 거대한 공간의 중앙, 비교적 평탄해 보이는 넓은 플랫폼에 사뿐히 착륙한다. 착륙하자마자 엔진 소리가 멈추고, 셔틀 안은 완전한 침묵에 잠긴다.)
**[장면 #4] 어둠 속으로**
**[시간/장소]** 미지의 구조물 내부, 거대 플랫폼
(헤르메스호의 해치가 ‘쉬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고, 이지안, 박준호, 최우진이 탐사용 특수복을 입고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플랫폼은 거대하고 차가운 금속으로 되어 있었고, 그 위에 쌓인 수억 년의 먼지가 발걸음마다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주변은 어둡고, 셔틀의 헤드라이트와 대원들의 헬멧 라이트만이 주변을 비춘다.)
**박준호:** (떨리는 목소리로) 이 감각… 마치 시간이 멈춘 공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이 먼지… 수억 년의 시간 속에서 아무도 이곳을 밟지 않았다는 증거겠죠.
**이지안:** (주변을 경계하며) 하지만 완전히 죽은 공간은 아닙니다. 미약하지만 에너지 파동이 계속해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우진 대원, 전방 정찰. 박 박사, 스캔 장비 활성화. 미나 대원, 본선과의 통신 상태 점검.
**최우진:**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선다. 그의 소총이 어둠 속에서 번뜩인다.) 알겠습니다, 캡틴. 위험 요소는 아직 감지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침묵 자체가 가장 큰 위협일 수 있습니다.
(최우진이 먼저 헬멧 라이트를 비추며 전방으로 나선다. 길고 어두운 통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통로의 벽면에는 복잡한 회로 같은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지만, 에너지가 끊겼는지 빛을 발하지는 않았다.)
**박준호:** (손목에 부착된 스캐너를 작동시키며) 대기 성분 이상 없음. 중력 수치는 지구와 거의 동일. 하지만… (그의 스캐너에서 ‘삐비빅’ 하는 경고음이 울린다) …전방 50미터 지점에서 비정상적인 에너지 밀도가 감지됩니다. 이전에 셔틀 센서로 감지했던 그 강력한 파동의 근원지와 일치합니다!
**이지안:** (최우진에게 손짓하며 멈추게 한다) 우진 대원, 대기. 박 박사, 상세 스캔. 어떤 종류의 에너지입니까?
**박준호:** 파장 분석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매우… 강력하고 안정적입니다. 그리고, 제게 느껴지는 건… (그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스캐너 화면에 집중한다)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은 파동입니다. 지적인 존재의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전방으로 나아간다. 통로의 끝에는 거대한 원형의 문이 나타났다. 문은 녹슬거나 부서진 흔적 없이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빛을 발하지 않아 검은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최우진:** (문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캡틴, 이 문은… 개방되어 있습니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과연, 문틈 사이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문 너머의 세계가 그들을 유혹하는 듯했다. 이지안은 잠시 망설였다. 본능적인 경고가 그녀의 뇌리를 스쳤지만, 박준호의 불타는 눈빛과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류의 오랜 갈망이 그녀를 재촉했다.)
**이지안:** (무전을 통해 본선의 김미나에게) 미나 대원, 이 문에 대한 반응은?
**김미나:** (통신) 캡틴, 해당 지점에서 에너지 파동이 최고치에 달하고 있습니다! 위험 수치입니다! 접근을…
(김미나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박준호는 이미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문틈 사이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박준호:** 저 안에… 저 안에 분명 뭔가 있습니다!
**이지안:** (심호흡을 하고는 최우진에게 명령한다) 우진 대원, 선두. 박 박사, 제 뒤를 따르십시오. 조심스럽게 진입한다.
(세 사람은 긴장된 침묵 속에서 천천히 문틈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문 너머의 세계는 그 어떤 상상도 뛰어넘는 광경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장면 #5] 유물의 속삭임**
**[시간/장소]** 미지의 구조물 내부, 중앙 동력실/신전
(문틈을 통과하자마자, 대원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그곳은 거대한 동굴이 아니었다. 거대한 돔형 공간, 마치 고대 신의 신전과도 같은 곳이었다. 공간의 중앙에는 거대한 원기둥 모양의 구조물이 서 있었고, 그 표면에는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신비로운 푸른빛과 보라색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빛은 공간 전체를 환하게 비추며, 마치 살아 숨 쉬는 유기체처럼 펄럭였다.)
**박준호:** (넋을 잃은 듯) 아름다워… 경이로워… 저건… 저건 유물입니다! 이 구조물 전체의 심장이에요!
(그것은 마치 거대한 수정 기둥 같기도 하고, 혹은 거대한 생명체의 척추 같기도 했다. 기둥의 표면을 흐르는 문양들은 마치 고대 문명의 문자인 동시에 복잡한 회로도를 연상시켰다. 빛은 따뜻하고 부드러웠지만, 동시에 심연의 무게를 품고 있는 듯했다.)
**이지안:** (주변을 경계하며) 스캔 결과는 어떻습니까, 박 박사? 이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입니까?
**박준호:** (손목의 스캐너를 기둥을 향해 뻗는다. 스캐너는 미친 듯이 경고음을 내며 알 수 없는 데이터를 쏟아낸다.) 이럴 수가… 감지 불가… 아니, 스캐너가 분석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 에너지는… 지금까지 인류가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입니다!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그때,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일순간 강렬하게 섬광을 터뜨렸다. ‘지이잉…!’ 하는 낮은 진동음이 공간 전체를 뒤흔들었다. 대원들의 헬멧에 노이즈가 발생하고, 일시적으로 시야가 왜곡된다.)
**최우진:** (소총을 단단히 잡고 자세를 낮춘다) 캡틴, 이상 현상 감지! 이 에너지 파동은 단순한 빛이 아닙니다!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섬광이 걷히자, 기둥의 빛은 더욱 강렬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지안의 뇌리에 낯선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우주선들이 별들을 가로지르고,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서로 교감하는 장면들이 파편처럼 스쳤다. 마치 오래된 기억이 재생되는 것 같았다.)
**이지안:** (머리를 움켜쥔다) 젠장… 이건 뭐지?
**박준호:** (눈을 감은 채 중얼거린다) 들려… 들려와… 잃어버린 문명의 속삭임이… 그들의 지식이… 그들의 역사가…
(박준호의 스캐너가 ‘콰아앙!’ 하는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스캐너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그의 손목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기둥의 빛이 더욱 격렬하게 펄럭이기 시작했다. 공간 전체가 맥동하는 심장처럼 울린다.)
**최우진:** (소총을 기둥으로 겨누며) 위험합니다, 캡틴! 즉시 철수해야 합니다! 이 유물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기둥의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하자, 돔형 공간의 벽면이 ‘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벽면에 새겨져 있던 문양들이 마치 살아있는 혈관처럼 푸른빛과 붉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은 거대한 공간의 바닥을 침식하며, 알 수 없는 형상의 균열들을 만들어냈다.)
**김미나:** (통신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캡틴! 비상! 구조물 전체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헤르메스호의 센서가 과부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희를 덮치려 합니다! 통신도 불안정합니다!
(바닥의 균열에서 섬뜩한 기계음과 함께 거대한 금속 문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문들은 마치 던전의 입구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어둠 속으로 통하고 있었다. 기둥의 에너지는 이지안의 정신을 끊임없이 침범했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잃어버린 고대 문명의 경고가 울려 퍼지는 듯했다.)
**이지안:** (이를 악물고 소리친다) 박 박사! 정신 차려! 우진 대원! 즉시 철수한다!
(하지만 철수는 불가능했다. 거대한 금속 문들이 ‘쾅! 콰앙!’ 하는 굉음을 내며 공간의 모든 퇴로를 막아버렸다. 사방에서 기분 나쁜 기계음이 울려 퍼지고, 돔의 천장에서 알 수 없는 기계 장치들이 스르륵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마치 거대한 감시자의 눈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최우진:** (주변을 스캔하며) 캡틴! 상황 종료입니다! 퇴로가 막혔습니다! 이 유물은 우리를 붙잡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때, 기둥에서 가장 가까운 바닥의 균열에서 ‘크으으응…’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금속 촉수 하나가 솟아올랐다. 촉수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대원들을 향해 빠르게 뻗어왔다. 그 끝에는 날카로운 송곳니 같은 부분이 달려 있었다. 그것은 명백히 적의를 드러내는 공격이었다.)
**이지안:** (눈을 크게 뜨고 촉수를 바라본다) 젠장! 유물은… 살아있어! 그리고… 우리를 던전으로 끌어들이려는 거야!
(금속 촉수가 맹렬한 기세로 그들을 향해 돌진한다. 빛나는 유물 기둥은 마치 거대한 심장처럼 격렬하게 박동하며 공간 전체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심우주에서 발견된 미지의 유물은 탐사대를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던전이 되어 그들을 삼키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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