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각의 도서관 (Library of Oblivion)
**[에피소드 시작]**
**[장면 1: 폐허가 된 도시 외곽]**
**[패널 1]**
화면을 가득 채운 황량한 풍경. 무너진 고층 빌딩들이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낸 채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짙은 회색 먼지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멀리 보이는 태양은 희뿌옇게 가려져 있다. 부서진 도로 위를 걷는 한 남자의 뒷모습. 그의 어깨에는 낡고 묵직한 배낭이 메어져 있고, 한 손에는 총이 들려 있다.
**[내레이션_강하준]**: (씁쓸하게) 또 하루가 저문다. 해가 뜬 건지 진 건지 분간도 안 가는 세상에서… 그래도 움직여야 한다. 멈추면, 끝이니까.
**[패널 2]**
강하준의 클로즈업. 거친 수염이 자란 얼굴, 깊은 눈가의 주름, 하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고 경계심으로 가득하다. 낡은 고글을 살짝 들어 올려 주변을 살핀다. 그의 등 뒤로 보이는 건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검은 그림자 같은 ‘무언가’의 형상… 하지만 하준은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강하준]**: (혼잣말) 이놈의 먼지는 왜 끝도 없이 쌓이는 건지. 숨통이 막히는군.
**[패널 3]**
강하준의 시선으로 보이는 도시의 잔해들. 녹슨 자동차들이 널브러져 있고, 가로등은 기형적으로 휘어 있다. 간간이 들리는 것은 바람 소리와 멀리서 울리는 정체 모를 짐승의 울음소리뿐. 모든 것이 죽은 듯 고요하다.
**[강하준]**: (중얼거림) 밤이 오기 전에, 최소한 비를 피할 곳이라도. 이 망할 세계에서 가장 흔한 게 비와 먼지라니. 아이러니도 정도가 있지.
**[패널 4]**
강하준이 폐허 속에서 홀로 우뚝 서 있는, 그나마 온전해 보이는 거대한 건물을 발견한다. 겉모습은 오래된 도서관이나 자료 보관소처럼 보인다. 벽면에는 금이 가고 유리창은 대부분 깨져 있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유지하고 있다. 입구 위에는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새겨져 있다.
**[강하준]**: (눈을 가늘게 뜨며) 저기라면… 괜찮을지도. 꽤 큰데.
**[장면 2: 망각의 도서관 내부]**
**[패널 5]**
도서관 내부로 들어서는 강하준의 모습. 입구는 무너진 벽돌과 잔해로 반쯤 막혀 있지만, 그는 익숙하게 몸을 숙여 통과한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 그리고 발밑에 깔린 두터운 ‘재’의 느낌.
**[강하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디며) 크윽… 이놈의 재. 여기도 예외는 아니군.
**[패널 6]**
도서관 내부의 전경. 한때는 지식의 보고였을 공간은 이제 거대한 폐허가 되었다. 빽빽했던 책장들은 대부분 쓰러져 있고, 남은 책들은 습기와 먼지에 절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다. 천장에서는 빗물이 새어 들어와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회색 ‘재’들이 희미한 햇빛에 반사되어 춤을 춘다.
**[강하준]**: (생각) 이 모든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결국 이렇게 될 것을.
**[패널 7]**
강하준이 쓰러진 책장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그의 발걸음에 바닥의 ‘재’가 푹푹 파인다. 그때, 발밑에서 얇은 종이 조각 하나가 미끄러져 나온다. 그는 무심코 발로 툭 건드려본다. 종이 조각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더니, 흐릿한 글씨가 보였다가 사라진다.
**[효과음]**: 서걱… (재가 밟히는 소리)
**[강하준]**: (고개를 갸웃) 뭐지?
**[패널 8]**
그가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이 폐허가 된 도서관은 유난히 ‘고요’하다. 마치 세상의 모든 소리를 빨아들인 듯, 바람 소리마저 희미하다. 그 정적 속에서 강하준의 심장 소리만이 불규칙하게 울린다. 어딘가 모르게 소름 끼치는 분위기.
**[내레이션_강하준]**: 이 정적은… 익숙하지 않다. 바깥의 끊이지 않는 짐승 소리나 바람 소리보다 더 불길해.
**[패널 9]**
강하준이 무너진 책장 아래 깔려 있는 낡은 어린이 그림책을 발견한다. 표지는 너덜너덜하지만, 안쪽의 그림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어린아이의 손으로 그려진 그림은 활짝 웃는 가족들의 모습… 인 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가족들의 얼굴은 기형적으로 찢어져 있고, 눈은 텅 비어 있다. 그들을 둘러싼 배경에는 검은 그림자들이 춤을 추고 있다.
**[강하준]**: (움찔하며) 젠장… 이런 걸 누가 여기에 뒀지?
**[패널 10]**
그림책을 덮으려던 강하준의 손이 멈칫한다. 그림책 밑에 숨겨져 있던 종이 한 장. 그 위에는 피처럼 붉은 얼룩과 함께 기괴한 문양, 마치 사람의 팔다리를 엮어 만든 듯한 불쾌한 심벌이 그려져 있다. 그 문양을 보는 순간, 강하준의 머릿속에 날카로운 통증이 스쳐 지나간다.
**[효과음]**: 찌이잉- (두통)
**[강하준]**: 으윽…!
**[패널 11]**
강하준이 고통스럽게 이마를 짚는다. 그림책에서부터 미세한 ‘재’들이 솟아오르는 듯하더니, 그의 귓가에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마치 수많은 목소리가 한꺼번에 말을 거는 듯, 하지만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다. 그저 불쾌하고 신경을 긁는 소리.
**[효과음]**: 쉬이이… 사아아… (희미한 속삭임)
**[내레이션_강하준]**: 이놈의 먼지… 또 환청이 들리나. 피곤해서 그런가.
**[패널 12]**
강하준이 이를 악물고 통증을 억누른다. 그는 총을 단단히 고쳐 잡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이 도서관은 그저 폐허가 아니다. 무언가… ‘살아있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의 눈에 보이는 먼지는 이제 단순한 먼지가 아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재’들이 마치 눈처럼 작은 조각들로 보이기 시작한다.
**[강하준]**: (생각) 정신 똑바로 차려, 강하준. 여긴… 다른 곳들과 달라.
**[패널 13]**
그가 도서관 깊숙한 곳으로 들어선다.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있는 한쪽 구석. 거기는 한때 ‘열람실’이었던 듯하다. 낡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널브러져 있지만, 그 중 한 의자 옆에 꽤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이 보인다. 마치 누군가가 머물렀던 흔적처럼.
**[강하준]**: (눈을 가늘게 뜨며) 뭐야… 누가 있었나?
**[패널 14]**
강하준이 총구를 들고 천천히 그 공간으로 다가간다. 쌓인 ‘재’ 위에 찍힌 희미한 발자국. 크기가 작은 걸로 보아 아이나 젊은 여성의 것으로 추정된다. 발자국은 이 구석진 공간으로 이어진다.
**[내레이션_강하준]**: 설마…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이?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패널 15]**
그 공간에는 등받이가 높은 의자 몇 개가 나란히 놓여 있고, 그 뒤편으로는 작은 책장들이 아치형으로 연결되어 아늑한 ‘독서 공간’을 만들고 있다. 그 아치형 책장 아래, 깊은 그림자가 드리운 의자 하나에 누군가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효과음]**: … (극도의 정적)
**[패널 16]**
강하준이 한 발짝 더 다가간다. 웅크린 형체는 움직임이 없다. 가느다란 어깨와 마른 체구로 보아 젊은 여성이다. 그녀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채, 마치 잠든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다. 공기 중의 ‘재’들이 그녀의 주변을 맴돌다, 마치 그녀에게 흡수되는 것처럼 스며들어가는 듯 보인다.
**[강하준]**: (조심스럽게) 저기요…?
**[패널 17]**
강하준의 목소리에 주변의 ‘재’들이 일렁인다. 아까보다 훨씬 선명하고 또렷한 ‘속삭임’이 그의 귓가에 울려 퍼진다.
**[속삭임]**: _…잊지 마…_
**[속삭임]**: _…내 아이…_
**[속삭임]**: _…왜… 날 버렸어…?_
**[강하준]**: (머리를 움켜쥐며) 젠장! 닥쳐!
**[패널 18]**
강하준의 눈앞에서 ‘재’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휘몰아친다. 공기 중의 모든 ‘재’가 한곳으로 모이더니, 일그러진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려 한다. 그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죄책감과 슬픔을 형상화하는 듯, 끔찍하게 일그러진 가족의 얼굴을 비췄다가 사라진다.
**[효과음]**: 흐으으읍… (기이한 공기의 흐름)
**[강하준]**: (절규하듯) 비켜! 나한테서 떨어져!
**[패널 19]**
강하준이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웅크린 여성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가 소리친 순간, 여성의 몸이 아주 미세하게 움찔한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다.
**[내레이션_강하준]**: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 제발… 괜찮아야 하는데…
**[패널 20]**
여성의 얼굴 클로즈업. 찢어진 옷차림, 앙상한 볼살, 하지만 맑고 깊은 눈동자. 그녀의 얼굴은 ‘재’로 희미하게 덮여 있지만, 한때의 아름다움과 현재의 고통이 뒤섞여 있다. 그녀의 눈은 강하준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 주변의 ‘재’들이 미세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내레이션_강하준]**: (생각) 저 눈빛… 뭘 보고 있는 거지?
**[패널 21]**
여성의 입술이 느리게 움직인다.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메말랐지만, 또렷하게 강하준의 귓가를 파고든다.
**[유진]**: (아주 작게, 하지만 선명하게) …기억해…?
**[패널 22]**
강하준의 얼굴에 경악과 혼란이 뒤섞인다. ‘기억해…?’ 대체 뭘 기억하라는 걸까? 이 ‘재’의 속삭임처럼, 그녀의 말도 그의 내면을 파고든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마치 ‘재’로 만들어진 허상처럼 일그러져 보인다.
**[내레이션_강하준]**: (심장이 격렬하게 울린다) 이 소녀… 대체 정체가 뭐야? 나를 아는 건가? 아니면… 이 망할 도서관이 만들어낸 환영인가?!
**[패널 23]**
여성의 주변을 맴돌던 ‘재’들이 갑자기 휘몰아치며 거대한 회오리를 이룬다. 그 회오리 속에서, 아까 강하준에게 보였던 기괴한 그림책 속 문양과 같은 형상이 희미하게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여성의 눈빛은 더 깊은 혼돈과 절망을 담고 있다.
**[유진]**: (눈물을 흘리며,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모든… 것을… 잊지… 마…
**[패널 24]**
강하준은 본능적으로 총을 들어 올린다. 위험 신호가 온몸을 덮친다. 이 소녀는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다. 그녀는 이 ‘재’와, 이 도서관의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그녀의 절규는 단순한 절규가 아니라, 이 세계 자체의 비명처럼 들린다.
**[강하준]**: (이를 악물며) 너… 대체 누구야!
**[패널 25]**
여성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재’와 섞여 검은 띠를 이루며 흘러내린다. 그녀의 손이 마치 뼈만 남은 나뭇가지처럼 천천히 강하준을 향해 뻗어진다. 그녀의 뒤편, ‘재’의 회오리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 형상이 더욱 선명해지며, 웅크린 여성을 감싸 안으려는 듯 다가온다. 그 그림자의 형상은 마치… 도서관 그 자체처럼,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거대하다.
**[유진]**: (희미하게 웃으며, 하지만 그 미소는 섬뜩하다)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에피소드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