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잿빛 폐허, 붉은 씨앗
**[프롤로그]**
**배경:** 잿빛 하늘 아래, 한때 번화했던 도시의 잔해가 펼쳐져 있다. 앙상한 철골 구조물들이 흉물스럽게 솟아 있고, 길거리에는 뒤틀린 시체들과 부서진 차량들이 널려 있다. 멀리, 거대한 장벽으로 둘러싸인 황성(皇城)의 웅장한 실루엣이 보인다. 그 위로, 핏빛 석양이 드리워져 있다.
**내레이션 (강민):**
*세상은 끝났다. 제국이 ‘황금의 시대’라 불렀던 빛나는 거짓말은, 단 하루 만에 피와 살점의 지옥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지옥은, 우리 같은 평민들의 몫이었다.*
*황성은 감염체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거대한 장벽을 쌓았지. 하지만 그 장벽은 우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들만의 낙원을 보존하기 위한, 거대한 철창일 뿐.*
*그리고 그 철창 밖에서, 우리는 괴물과 제국, 두 가지의 적과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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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폐허 속의 그림자]**
**컷 1-1:** 강민 (30대 초반, 낡았지만 몸에 잘 맞는 가죽 방어구를 입고, 녹슨 낫 형태의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있다)이 허물어진 빌딩 사이를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그의 눈은 예리하고 지쳐 보인다. 콧잔등에는 먼지와 땀방울이 맺혀 있다. 주변은 적막하다 못해 으스스한 침묵에 잠겨 있다.
**강민:** (낮게 읊조리며) …이 근처일 텐데.
**컷 1-2:** 갑자기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감염자(좀비). 피부는 썩어 문드러졌고, 찢어진 옷 사이로 앙상한 뼈대가 드러나 있다. 공허한 눈은 굶주림으로 번들거리고, 끔찍한 울부짖음을 내지른다.
**감염자:** 끄어어어어어-!
**강민:** (미간을 찌푸리며) 젠장, 한 마리가 아니군.
**컷 1-3:** 강민이 날렵하게 움직여 감염자의 목을 단번에 베어낸다. 쇠붙이가 살과 뼈를 가르는 끔찍한 소리가 울린다. 피와 살점이 흩뿌려지고, 감염자는 바닥에 고꾸라진다. 그는 익숙한 듯 미간을 찌푸린다.
**컷 1-4:** 또 다른 감염자들이 폐허의 그림자 속에서 비틀거리며 나타난다. 서너 마리 정도. 그들은 쓰러진 동족의 피 냄새에 이끌린 듯 광포하게 달려든다.
**강민:** (독백) 이것들을 처리해야… 하지만 놈들의 숫자보다, 놈들의 냄새가 더 문제지. 황성 경비병들이 눈치챌 수도 있다.
**컷 1-5:** 강민이 민첩하게 움직여 감염자들을 하나씩 처리한다. 그의 움직임은 군더더기 없고 효율적이다. 마지막 감염자가 쓰러지자, 그는 재빨리 주변을 살핀다. 그의 눈은 감염자들 너머, 멀리 보이는 황성의 장벽을 향한다.
**내레이션 (강민):**
*그들은 우리가 죽든 살든 관심이 없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이 지옥 바깥의 우리가 자신들의 낙원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뿐.*
*피 냄새는 놈들을 끌어들인다. 감염자들도, 그리고… 제국의 개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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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지하 벙커의 그림자]**
**배경:** 낡은 지하 벙커. 천장의 간이 조명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사람들의 지친 얼굴들이 보인다. 아이들은 웅크린 채 불안하게 잠들어 있고, 어른들은 조용히 앉아 있거나 작은 일거리를 하고 있다. 벽에는 낡은 그림들이나 희망을 상징하는 낙서들이 그려져 있다.
**컷 2-1:** 강민이 벙커 입구를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선다. 그의 등 뒤로 차가운 외부 공기가 잠시 스며든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집중된다.
**지혜 (20대 후반, 지적이고 단호해 보이는 여성. 너덜너덜한 안경을 쓰고 있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민이 형, 무사했어? 이번에는 좀 오래 걸렸네.
**강민:** (무뚝뚝하게) 길을 좀 우회했어. 황성 경비병들의 순찰이 강화된 것 같더군. 시체 냄새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지. 뭘 좀 건져왔다.
**컷 2-2:** 강민이 낡은 배낭을 내려놓고 미리 준비해둔 통조림 몇 개와 약간의 약품, 그리고 찢어진 군복 조각들을 꺼낸다. 사람들이 희미하게 환호하며 작은 박수를 보낸다. 아이들의 눈빛에 잠시 활기가 돈다.
**늙은 노인:** (목이 메인 목소리로) 아이고, 강민이… 자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또 하루를 버티는구나. 황은(皇恩)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강민:** (피곤한 듯 손을 내저으며) 별거 아닙니다, 어르신. 그나저나… 최근에 또 무슨 일 없었습니까? 황성이 또 무슨 짓을…
**컷 2-3:** 지혜가 강민에게 다가와 작은 쪽지를 건넨다. 쪽지에는 황성 문양이 찍혀 있고, 복잡한 글씨들이 적혀 있다. 벙커 안의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진다.
**지혜:** 방금 전, ‘정화 작전’에 대한 황성 포고령이 내려왔어. 매주 ‘정해진 구역’에서 ‘감염 의심자’를 색출하여 황성으로 이송한다더군.
**강민:** (인상을 찌푸리며 쪽지를 훑어본다) ‘감염 의심자’라… 그거 그냥 ‘귀찮은 평민’들을 강제 노역장으로 끌고 가겠다는 소리지. 예전에도 그러더니, 이제는 대놓고 하는군.
**지혜:** 게다가… 이번 주 대상 구역에 우리 벙커가 속해 있는 빈민가 지구가 포함되어 있어.
**컷 2-4:** 강민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는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도 공포와 불안감이 스쳐 지나간다. 한 어린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더욱 품에 끌어안는다.
**청년 1:** (분노에 찬 목소리로) 미쳤군! 놈들은 우리가 살아남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아! 감염자들한테나 가서 그따위 포고령을 읊으라고 해!
**중년 여성:** (울먹이며) 우리 막내… 열이 좀 있는데… 저번에 끌려간 사람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잖아. 어떡하면 좋아…
**컷 2-5:** 강민이 꽉 쥔 주먹을 내려다본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와 함께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강민:** (나지막이, 하지만 단호하게) 지혜, ‘감염 의심자’라고 끌려가는 사람들 중에 혹시… 황실 실험실이나 군사 시설에 대해 뭔가 아는 사람이 있었나? 아주 사소한 정보라도.
**지혜:** (놀란 표정으로 강민을 보며) 그건 왜? 끌려간 사람들의 인적 사항은 모두 일반 평민들이었어. 하지만 과거에… 황실 직속 연구원에서 일하다가 쫓겨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어.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는… 아무도 몰라.
**강민:** (벽에 기대선 채, 생각에 잠긴 듯) 아니, 정확히는 끌려간 ‘이후’에… 뭔가 정보를 흘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나 해서. 아니면… 애초에 황성이 감염자 사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비약인가?
**컷 2-6:** 지혜가 강민의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든다. 그녀의 눈에도 강민과 비슷한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녀는 낡은 안경을 고쳐 쓴다.
**지혜:** 제국은 언제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켜왔어. 평민들의 목숨도, 진실도. 만약 감염 사태가 그들의 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우리의 이 모든 고통이…
**강민:**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지. 단순히 괴물과 싸우는 게 아니라, 괴물을 만든 놈들과 싸우게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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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3: 반란의 서곡]**
**배경:** 벙커 내부, 식사 시간. 사람들이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강민이 가져온 통조림과 비스킷을 나누어 먹고 있다. 분위기는 여전히 무겁지만, 강민의 말 한마디가 작은 불씨가 된 듯하다.
**컷 3-1:** 한 어린아이가 쭈뼛거리며 강민에게 다가와 작은 그림을 내민다. 그림에는 강민이 낫을 들고 감염자들을 물리치는 모습이 서툴지만 힘차게 그려져 있다.
**아이:** (수줍게) 형아, 이거… 고마워요.
**강민:**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 먹고 나면 힘내서 더 잘 싸울 수 있을 거야.
**컷 3-2:** 아이가 다시 엄마에게 돌아가는 것을 보며 강민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는 자신의 무기인 낫을 바라본다. 낡고 녹슬었지만, 그의 손에선 더없이 든든해 보인다.
**강민:** (독백) 나는 이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까? 이 무기 하나로, 제국의 폭정과 감염자의 굶주림으로부터…
**컷 3-3:** 지혜가 강민 곁에 조용히 앉는다. 그녀의 손에는 낡은 종이와 숯이 들려 있다. 그녀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그려왔던 듯하다.
**지혜:** 이번 ‘정화 작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황성 경비병들이 매번 오고 가는 길목을 다 아니까. 그리고 도망치려고 하면, ‘감염자 확산 방지’라는 명목으로 무차별 공격을 할 거야.
**강민:** (한숨을 쉬며) 그럼… 가만히 앉아서 끌려가라는 소리인가.
**지혜:** 방법은 있어. 다만… 너무 위험해서 지금까지는 말하지 못했어. 우리가 끌려가는 건 막을 수 없겠지만… 그 속에서 기회를 잡는 거지.
**컷 3-4:** 강민이 지혜를 쳐다본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 너머의 결의가 담겨 있다. 그녀는 낡은 종이 한 장을 강민에게 내민다. 어설프지만 황성 내부 구조가 그려져 있다.
**지혜:** 황성 내부에는… ‘망각의 감옥’이라 불리는 비밀 시설이 있어. 제국에 불순한 자들이나, 혹은 너무 많은 것을 아는 자들을 가두는 곳이지. 끌려간 평민들 중 일부는 그곳으로 보내질 가능성이 높아. 나도 겨우 단편적인 정보만 알고 있지만…
**강민:** (미간을 찌푸리며 그림을 들여다본다) 그곳에 우리 평민들의 정보가 있을 거라는 건가? 황실이 숨기고 있는 감염 사태의 진실 같은?
**지혜:**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황성 내부의 지도, 주요 인사들의 동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국의 약점. 그 모든 것이 ‘망각의 감옥’에 갇힌 자들의 머릿속이나, 혹은 그들이 남긴 기록 속에 있을지도 몰라. 이 황성 구조도도 겨우 그곳에 수감되었던 사람에게서 전해 들은 거야.
**컷 3-5:** 강민이 굳은 표정으로 지혜를 응시한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한다. 분노와 희망이 뒤섞인 감정이 그의 눈빛에 스친다.
**강민:** (나지막이, 하지만 결심에 찬 목소리로) 그래서… 그곳에 잠입하자는 건가?
**지혜:** 그래. 황성 경비병들이 우리를 끌고 갈 때… 그 혼란을 틈타 ‘망각의 감옥’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야 해.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이대로 끌려가 무의미하게 죽는 것보다는 나아. 황성의 깊은 곳에는 분명, 이 지옥을 끝낼 실마리가 있을 거야.
**컷 3-6:** 강민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의 그림자가 희미한 불빛에 길게 늘어진다. 그는 허리춤의 낫을 꽉 움켜쥔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지쳐 보이지 않는다.
**강민:** (얼굴에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좋아. 더 이상 끌려다닐 수는 없어. 이제… 우리가 직접 진실을 찾아야 할 때다. 제국이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면, 이제 우리가 제국에게서 모든 것을 되찾아올 차례다.
**내레이션 (강민):**
*우리는 더 이상 괴물에게 쫓기는 먹잇감이 아니다. 제국의 개들에게 짓밟히는 평민도 아니다.*
*우리의 피는 마르지 않았고, 우리의 분노는 불타오른다.*
*이것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반란의 시작이었다.*
*황금의 제국은 피로 물들 것이며, 우리는 그 피 속에서 새로운 새벽을 맞이할 것이다.*
**[에피소드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