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오딘 호 기록, 제 172일차. 미지의 접촉.**

광활한 우주, 그 끝을 알 수 없는 심연 속에서 오딘 호는 홀로 유영하고 있었다. 수많은 별들이 창백한 점으로만 존재하는 암흑 속에서, 함교의 희미한 불빛만이 삶의 징후를 알렸다. 함장 김민준은 메인 모니터에 펼쳐진 성간 지도를 말없이 응시했다. 몇 주째 특별한 이벤트 없는 항해는 고요함을 넘어 권태에 가까웠다.

“함장님, 소령 박서준입니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조타석에 앉아 있던 항해사 박서준 소령이 몸을 돌려 김민준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항해의 피로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지금은 그 위에 묘한 긴장감이 더해져 있었다.

“무슨 일인가, 박 소령.”

“탐색 센서에 특이 반응이 잡혔습니다. 너무 미약해서 초기에는 노이즈로 처리됐던 건데… 반복 패턴이 있습니다.”

김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치와 특이점 보고해.”

“현재 좌표에서 이탈하는 0-7-2- 감마 섹터, 약 3.2천만 킬로미터 지점입니다. 특이점은… 중력파와 에너지 파동이 동시에 감지되는데, 기존에 알려진 어떤 천체 현상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박서준의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섞였다. “자연 현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김민준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자연 현상이 아니다. 심우주에서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미지와의 조우.

“분석관 이지혜 중위.”

선미 쪽에 있는 분석실에서 이지혜 중위가 황급히 나왔다. 늘 차분하고 이성적인 그녀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역력했다.

“예, 함장님. 추가 분석 결과, 박 소령의 보고가 맞습니다. 파동의 패턴이 너무나도… 인위적입니다. 마치 수학적으로 정렬된 신호처럼 보입니다.”

“인위적이라… 규모는?”

“정확한 규모는 아직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 시공간을 미묘하게 왜곡시키는 듯한 특성 때문에… 하지만 일반적인 소행성이나 유성보다는 훨씬 큰 존재로 추정됩니다.”

함교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지의 존재. 그것은 인류가 늘 꿈꿔왔던 동시에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었다. 김민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보고된 미지의 존재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아니, 대부분의 미지는 위험했다. 하지만…

“경로를 수정한다. 0-7-2- 감마 섹터로 이동. 속도는 탐사 모드로 전환. 모든 대원들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리고, 외부 탐사용 장비들을 점검하도록 해.”

“함장님!” 박서준이 놀란 듯 외쳤다. “바로 접근하시겠다는 겁니까?”

“우리는 탐사선이다, 박 소령. 이곳까지 온 이유를 잊었나? 미지를 마주하고, 기록하고,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김민준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우리는 이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들이 아니다. 그걸 마침내 확인할 기회가 온 거야.”

며칠 후, 오딘 호는 미지의 존재에 궤도 진입했다. 광학 센서로 포착된 그것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

“저게… 대체 뭐지?”

이지혜 중위의 목소리가 떨렸다. 메인 모니터에 가득 찬 그것은 소행성만 한 크기였다. 완벽한 구형. 칠흑 같은 검은색이 주변의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듯했다. 표면은 거울처럼 매끄러웠으나,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모든 파장의 빛을 흡수하면서도, 동시에 그 자체로는 어떠한 광원도 발산하지 않았다. 존재 자체가 모순 덩어리였다.

“어떤 물질인지 분석 불가입니다. 스캔 파동이 모두 흡수되거나 왜곡됩니다.” 이지혜는 다급히 보고했다. “표면 온도는 절대 영도에 가깝습니다. 생체 반응은 물론, 어떤 에너지 반응도 없습니다.”

“죽어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건가?” 김민준이 중얼거렸다.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 중력 왜곡과 시공간 비틀림은 설명이 안 됩니다.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 우주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박서준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 아닙니다. 저런 완벽한 구형을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저렇게 빛을 흡수하는 물질이라니.”

“접근 각도를 좁힌다. 5킬로미터 거리까지.” 김민준이 명령했다.

“함장님! 너무 위험합니다!” 박서준이 반대했다.

“데이터가 필요해, 박 소령. 저것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더 파악해야 한다.”

오딘 호는 천천히, 마치 거대한 포식자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먹잇감처럼 미지의 구형에 다가갔다. 5킬로미터 지점.

그 순간, 함교 전체를 뒤흔드는 진동이 시작됐다.

“무슨 일이야?!”

“쉴드 출력 급감! 외부 충격 없습니다! 하지만…!” 이지혜의 목소리가 비명을 닮아갔다. “구형에서… 구형에서 뭔가 나오고 있습니다!”

메인 모니터 속 검은 구형의 표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흡수되던 빛들이 역류하는 것처럼, 어둠이 깨지면서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광채가 섬뜩하게 빛났다. 검은 구형의 중앙에서, 마치 거대한 눈꺼풀이 열리듯, 공간 자체가 찢어지는 균열이 번져 나갔다. 그 안쪽은 무한한 심연이 아닌, 알 수 없는 색과 형상으로 가득한 기괴한 풍경이었다.

“공간 왜곡이 극심합니다! 워프 필드 발생! 함선이… 함선이 빨려 들어갑니다!” 박서준이 비명을 질렀다.

오딘 호의 선체가 갈가리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선체는 거대한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제어 불능 상태로 균열 속으로 향했다. 김민준은 조타석을 부여잡고 몸을 지탱했다. 그의 눈은 모니터 속 열린 균열에 고정되었다. 그곳에서, 알 수 없는 힘이 그들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함장님! 저… 저것 좀 보십시오!” 이지혜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모니터 한쪽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박서준 소령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자신의 몸을 굳게 붙잡고 있었지만, 그의 주변 공간이 마치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의 육신이 빛나는 입자들로 분해되는 것처럼, 투명해지고 있었다. 그의 눈은 공포와 경악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이곳은 우리가 알던 우주가 아닙니다…!” 박서준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그의 육체가 완전히 투명해지며, 눈앞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박 소령! 박 소령!” 김민준이 외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찢어지는 선체 소음과 함께 무의미하게 흩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서준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그의 마지막 단어는 들리지 않았지만, 김민준은 읽을 수 있었다.

‘…차원문.’

이윽고, 엄청난 섬광과 함께 오딘 호 전체가 검은 구형의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들의 항로는 더 이상 별들의 바다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