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제12장: 피어나는 검은 그림자

빗줄기가 강철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격렬했다. 차가운 유리창 너머로 번화한 제국의 심장, 한성 시가지가 흐릿하게 번져 보였다. 도시의 밤은 수천 개의 영광등(榮光燈) 아래서도 본연의 어둠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그 어둠 속에서, 이정현은 차분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저 멀리, 한강변을 따라 웅장하게 솟아오른 ‘운명공방’의 첨탑에 고정되어 있었다. 거대한 증기기관이 뿜어내는 수증기가 밤하늘을 희뿌옇게 물들이고, 공장 굴뚝마다 붉은 섬광이 번뜩였다. 저곳이 바로 최윤혁, 그의 이름으로 제국 산업의 절반을 쥐락펴락하는 자의 심장이었다.

“시작되었습니까?”

어둠 속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편에 그림자처럼 서 있던 사내가 다가섰다. 그는 망토로 얼굴을 깊이 가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날카로운 눈빛만은 감출 수 없었다. 이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마치 잘 벼려진 칼날처럼 차갑고 무감했다.

“계획대로, ‘은하 제련소’의 신형 동력 장치에 이상이 생겼을 겁니다.”

사내가 나직이 물었다. “피해는 어느 정도일지…”

“제련소의 핵심 설비가 일시적으로 마비될 뿐입니다. 대규모 인명 피해나 붕괴 같은 일은 없을 겁니다.” 정현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무고한 희생은 내 복수의 대상이 아니니까.”

그 말에 사내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정현의 옆에 나란히 서서 운명공방을 응시했다.

“최윤혁은 분명히 당황할 겁니다. 은하 제련소는 그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였으니까요. 그곳에서 생산되는 특수 강철은 제국군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데, 한동안 공급이 끊기겠죠.”

“제국군의 불만은 최윤혁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일은 단순한 사고로 위장되었겠지만, 그는 의심할 겁니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세력이 움직이고 있다고.”

“그가 의심하면 할수록 좋지. 놈은 자신이 가장 믿었던 곳에서부터 무너질 테니.”

정현의 눈빛에 섬광이 스쳤다. 그는 과거를 떠올렸다. 삼 년 전, 자신과 최윤혁은 제국 기술원에서 함께 미래를 꿈꾸던 촉망받는 재사였다. 윤혁은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친구였고, 정현은 그런 윤혁을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공유했다. 하지만 그 믿음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정현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혁신적인 동력원 기술을 윤혁이 가로채고, 그를 역모죄로 몰아 지하 감옥에 가둬버렸던 것이다.

재능을 시기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한 발판이 필요했던 것일까. 윤혁은 정현의 기술을 발판 삼아 ‘운명공방’을 제국 최고의 기업으로 키워냈고, 자신은 그 정점에 섰다. 그리고 정현은 모든 것을 잃었다. 이름도, 명예도, 미래도,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마저도.

살아남은 것은 오직 복수심뿐이었다.

“각하.” 사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은하 제련소의 사고로 인해 최윤혁은 급히 주요 간부 회의를 소집할 것입니다. 그때를 노릴까요?”

정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은 아니다. 놈은 지금 물린 상처를 수습하느라 정신없을 거다. 오히려 더 경계가 삼엄할 때다. 놈이 조금 안심하게 둬야 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는 창문에서 몸을 돌려 탁자 위로 다가갔다. 탁자 위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한성 시가지의 축소 모형이 놓여 있었다. 주요 기관과 최윤혁의 사업장이 붉은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정현은 손가락으로 운명공방에서 뻗어 나가는 여러 선을 짚어갔다.

“이번 사건으로 은하 제련소의 생산 공정 일부가 재정비에 들어가겠지. 그렇다면, 최윤혁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계 궁인’ 프로젝트의 납기일도 연기될 수밖에 없을 거다.”

기계 궁인. 제국 황실에 바쳐질 예정인, 인간과 흡사한 감정을 가진 자동 인형. 최윤혁이 자신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황실의 신임을 얻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최신작이었다. 그 핵심 부품은 은하 제련소에서 생산되는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기계 궁인의 납기일 연기는 황제의 노여움을 살 수도 있습니다. 최윤혁에게는 막대한 손실이죠.”

“노여움 정도로는 부족해.” 정현의 입술이 비틀렸다. “놈의 심장을 도려내려면,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그는 모형 위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렸다. 그곳은 운명공방 본사와는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비교적 한적한 최윤혁의 별장이었다.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사적인 공간.

“다음 목표는 저곳이다.” 정현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놈은 늘 중요한 것을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숨기지.”

사내가 의아한 듯 물었다. “별장에 무엇이 있습니까?”

“정보.” 정현이 짧게 답했다. “놈이 나를 배신했을 때, 그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 그리고 놈이 은밀하게 추진해왔던 또 다른 계획이 무엇인지. 그 모든 것의 실마리가 저곳에 있을 것이다.”

그는 모형 위의 별장을 응시했다. 그곳은 겉으로는 평화로운 휴식처처럼 보였지만, 정현의 눈에는 끓어오르는 욕망과 숨겨진 음모로 가득 찬 미궁으로 보였다.

“놈이 나를 밟고 올라선 그 사다리를, 나는 놈의 목을 조르는 밧줄로 만들 것이다.”

정현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빛났다. 그것은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타오르는, 지독한 복수심의 불꽃이었다.

“제국을 뒤흔들 재앙은 이제 막 씨앗을 뿌렸을 뿐이다. 윤혁,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무너뜨릴 때까지, 나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다. 창밖으로는 운명공방의 불빛이 여전히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빛 아래,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최윤혁의 제국을 잠식할, 검은 그림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