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핏빛 우정 (血色友情)

**[장면 1] 고요한 아침 훈련장, 십 년 전**

**#1**
**배경:** 안개가 자욱한 새벽, 깊은 산 속 ‘청운문(靑雲門)’의 훈련장.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스름하다. 열 그루 남짓한 늙은 소나무들이 훈련장을 둘러싸고 있고, 바닥에는 밟아 다져진 흙이 단단하다. 한쪽에는 목인장과 각종 무기가 놓여 있다.
**인물:** 열다섯 살 남짓의 소년 둘. 한 명은 ‘혁(赫)’, 날카로우면서도 순수한 눈매, 다부진 체격. 다른 한 명은 ‘강무(鋼武)’, 혁보다 약간 체구가 크고 온화한 인상. 둘 다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혁 (독백, 어린 시절의 밝은 목소리):**
내 이름은 혁. 청운문의 삼대 제자 중 하나였지.
그때 우리는 꿈 많던 소년이었다.
아직 세상의 쓴맛을 모르던…

**#2**
**배경:** 혁과 강무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다. 둘은 숨을 고르며 서로를 바라본다. 강무의 얼굴에는 조금 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혁:** (상기된 얼굴로) 어떠냐, 강무야! 오늘 내 ‘벽력장(霹靂掌)’ 초식은 지난번보다 훨씬 나아지지 않았느냐? 팔괘장이 아직은 멀었지만!

**강무:** (미소 지으며) 하하, 혁아. 네 속도는 날마다 귀신 같구나. 어쩜 그렇게 번개처럼 움직이는지… 따라잡으려면 나는 밤샘 수련을 더 해야겠어.

**#3**
**배경:** 강무가 혁의 어깨를 툭 친다. 혁은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들의 뒤편으로 멀리서 사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부 (목소리만):** 이놈들! 수련이 끝났다고 잡담이냐! 어서 내공 심법에 집중하여 기를 고르고, 아침 식사 후에 탁자 위 경서를 필사하거라!

**혁 & 강무:** (동시에) 예이! 사부님!

**#4**
**배경:** 훈련장 한쪽 구석,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쉬고 있는 혁과 강무. 그들은 땀을 식히며 먼 산을 바라본다. 동이 터오며 붉은빛이 구름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강무:** (먼 산을 바라보며) 혁아, 우리 언젠가 함께 강호를 누비는 날이 오겠지? 청운문의 이름을 천하에 떨치고… 서로의 등 뒤를 맡기는 진정한 협객이 되는 날 말이다.

**혁:** (환하게 웃으며) 물론이지! 너와 나라면 못 할 게 무엇이겠느냐! 우리 둘이 함께라면… 그 어떤 강적도 두렵지 않아! 죽는 순간까지 서로를 지키는 의형제가 되자!

**강무:** (혁을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좋아, 혁아. 맹세하마.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너의 방패가 되고, 너의 검이 되리라.

**혁:** (활짝 웃으며) 나도 맹세한다!

**혁 (독백):**
그때, 나는 몰랐다.
그 맹세가 훗날 내 심장에 박힐 비수가 될 줄은.
그 미소가 내 삶을 뒤흔들 지옥의 전조일 줄은…

**[장면 2] 피로 물든 밤, 현재**

**#5**
**배경:** 폭우가 쏟아지는 밤, 벼락이 연이어 치며 산등성이를 환하게 비춘다. ‘칠성문(七星門)’의 본거지 앞. 불길이 치솟고, 흙탕물이 피와 섞여 붉게 흘러내린다. 사방에서 비명과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무한다.
**인물:** 이제는 스물이 훌쩍 넘은 혁. 온몸이 피투성이다. 그의 검은 쉬지 않고 움직이며 적들을 베어낸다. 그의 눈은 분노와 고통으로 이글거린다. 주변에는 칠성문의 제자들이 쓰러져 있다.

**혁 (독백):**
결국 이날이 오고야 말았군.
칠성문의 악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우리가 먼저 선수를 쳐야 한다고…
그렇게 네가 나를 설득했었지, 강무야.

**#6**
**배경:** 혁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시 멈춘다. 주변을 둘러본다. 청운문의 제자들이 하나둘 쓰러져 가는 것이 보인다. 혁의 얼굴에 절망감이 스친다.
**혁:** (이를 악물고)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많은 적들이…! 칠성문은 우리의 기습을 어떻게 안 거지?!

**#7**
**배경:** 바로 그때, 혁의 등 뒤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다. 혁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차가운 쇠붙이가 혁의 옆구리를 꿰뚫는다. 혁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뜨인다.
**인물:** 혁의 옆구리에 박힌 것은 강무의 검이었다. 강무는 표정 없는 얼굴로 혁을 꿰뚫어 보고 있다. 그의 검 끝에서는 혁의 피가 뚝뚝 떨어진다.

**혁:** (고통과 배신감에 찬 목소리로) 가… 강무… 네가… 어째서…!

**#8**
**배경:** 강무는 혁의 귓가에 차갑게 속삭인다. 그의 눈은 탐욕과 광기로 번들거린다. 빗물과 피가 섞여 그들의 얼굴을 타고 흐른다.
**강무:** (낮고 잔인한 목소리로) 혁아… 너는 너무 뛰어났어. 너무 순진했고. 사부님은 늘 너만을 편애하셨지. 너를 후계자로 삼겠다고… 네가 청운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거라고…!

**혁:** (숨을 헐떡이며) 그게… 무슨…!

**강무:** (혁에게 박힌 검을 비틀며) 청운문이 이 강호에서 사라져야, 내가 설 자리가 생긴다. 칠성문주와 이미 이야기가 끝났지. 너희 청운문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거야. 그리고 그 모든 건… 너의 경솔함 탓이 되겠지.

**#9**
**배경:** 강무가 검을 뽑아낸다. 혁은 무릎을 꿇으며 피를 토한다. 강무는 혁의 앞에 무심하게 서서 내려다본다. 혁의 시선이 흔들리며 주변의 싸움을 바라본다. 청운문의 마지막 저항이 무너지고 있다.
**혁:** (피를 토하며) 강무… 네가… 네가 어떻게… 우리 사부님과… 문파를…

**강무:** (냉정하게) 너희 사부님은 이미 내 손에 죽었다. 그 늙은이가 너를 편애하는 바람에… 내가 얼마나 참고 살았는지 아느냐? 이제… 그 모든 것이 내 것이 된다.

**#10**
**배경:** 혁은 경악과 고통으로 온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낀다. 그의 눈에 눈물이 아닌 핏물이 맺힌다. 강무는 혁의 발로 차서 깊은 낭떠러지 아래로 굴려버린다. 빗물이 씻어내듯 혁의 몸이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강무:** (차가운 목소리로) 그래, 편히 잠들어라, 혁아. 이제 네 이름은 강호에서 완전히 잊힐 것이다.

**혁 (독백):**
몸이 추락하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고통도, 분노도, 슬픔도…
그저… 비어버린 마음만이 차가운 공기처럼 스며들 뿐.
내가… 네게… 죽임을 당하다니…

**[장면 3] 지옥 같은 절벽 아래, 그리고 복수의 맹세**

**#11**
**배경:** 낭떠러지 아래, 물살이 거센 강물 옆 바위 틈. 혁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겨우 바위에 걸려 있다. 폭우는 여전히 쏟아지고, 혁의 시야는 점점 흐려진다. 부러진 팔과 다리, 온몸을 꿰뚫는 고통.

**혁:**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희미하게) 으읍… 컥… 흐읍…

**#12**
**배경:** 혁의 눈앞에 강무의 웃는 얼굴이 아른거린다. 예전의 순진했던 미소, 그리고 배신하던 순간의 차가운 눈빛이 교차한다. 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치솟는다. 그것은 분노였다. 살아남아 복수하겠다는 처절한 의지였다.

**혁 (내면의 목소리):**
죽지 않아… 절대로 죽지 않아…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강무… 강무…!
나는 너를 용서하지 않는다… 절대로…!

**#13**
**배경:** 혁의 의식이 꺼질 듯 말 듯 이어지는 순간, 그의 눈앞에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간다. 그것은 벼락이 치며 잠시 비춘 절벽 깊은 곳의 작은 동굴 입구였다. 동굴 입구에는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낡은 석판이 반쯤 묻혀 있다.

**혁:** (모든 기력을 쥐어짜 내) 끄으윽… 살아야… 한다… 살아서…

**#14**
**배경:** 혁은 피 묻은 손으로 바위를 기어, 필사적으로 동굴을 향해 움직인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지옥 같지만, 그의 눈은 오직 동굴 입구를 향한다. 복수심이 그의 몸을 움직이는 유일한 동력이다.

**혁 (독백):**
이 몸이 가루가 되는 한이 있어도…
나는 너를 찾아갈 것이다.
강무… 네가 손에 쥔 모든 것을 찢어발기고…
네 숨통을 끊어놓을 때까지…
나는 절대 죽지 않아…!

**#15**
**배경:** 혁이 마침내 동굴 입구에 다다른다. 쓰러지듯 동굴 안으로 몸을 던진다. 동굴 안은 어둡고 축축하다. 혁은 의식을 잃기 직전, 석판의 문양에서 희미한 빛이 나는 것을 본다. 그 빛은 그의 심장을 파고드는 듯하다.

**혁 (독백):**
이곳이… 내 생의 마지막인가…
아니… 이곳이…
내 복수의… 시작이다…

**[에피소드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