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은 끈적했고, 지하도시의 폐부를 꿰뚫는 녹슨 금속의 비린내가 코끝을 찔렀다. 머리 위로는 번화한 황제국의 수도, ‘아스타나’의 휘황찬란한 불빛이 흐릿한 진동과 함께 땅속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발밑, 이 썩어가는 하수도와 버려진 전력 터널 사이로 또 다른 생명들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태오의 숨결은 거칠었다. 손에 든 구식 전술 등불이 불안하게 깜빡이며 앞을 밝혔다. 빛이 닿는 곳마다 곰팡이와 이끼가 뒤덮인 콘크리트 벽이 기괴한 형상으로 일그러져 보였다. 톡, 톡. 등불에서 떨어지는 녹물 소리가 섬뜩할 정도로 크게 울렸다.

“젠장, 언제쯤 끝나는 길이야, 여기는?”

뒤따르던 민준이 굳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어깨에는 등신대 만한 배낭이 위태롭게 얹혀 있었다. 배낭 안에는 이번 작전의 핵심, ‘어둠의 파편’이 들어있었다. 황제국이 수십 년간 지하 깊숙이 숨겨두었던, 세계의 균형을 뒤흔들 힘을 가진 미지의 조각. 이것을 안전하게 아지트로 옮기는 것이 태오와 그 팀의 임무였다.

“닥쳐, 민준. 황제국의 귀는 이 벽에도 달려있어.”

선두에 서서 주위를 살피던 윤아가 날카롭게 속삭였다. 그녀의 눈은 어둠에 완전히 적응한 듯 예리하게 번뜩였다. 윤아는 팀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조용하게 움직이는 그림자였다. 등 뒤의 고성능 라이플은 그녀의 분신과도 같았다.

“그래도 너무 조용하잖아… 이대로 괜찮은 건가?”

건장한 체격의 형준이 굵은 팔로 벽을 짚으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묵직한 망치가 들려 있었다. 황제국의 감시망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특수 도구였다. 형준의 말대로, 이곳은 너무나 고요했다. 지하수로 깊숙한 곳, 잊힌 길이라고는 하나 황제국의 경비가 이토록 허술할 리 없었다. 오히려 그 침묵이 더 큰 불안감을 불러왔다.

태오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쿵, 쿵. 마치 망치질 소리처럼 그의 귓가에 울렸다. 그는 손목에 찬 구식 통신기를 확인했다. 미약한 신호가 잡히는가 싶더니 이내 지지직거리는 소리만 났다. 외부와의 연락은 완전히 두절된 상태였다.

“여기서부터 ‘망자의 골목’이다. 조심해. 황제국이 버린 구식 드론들이 아직 작동할 수도 있어.”

태오의 말에 모두의 발걸음이 더욱 신중해졌다. ‘망자의 골목’은 과거 황제국이 대규모 도시 개발을 위해 무리하게 강제 이주를 시키고, 저항하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던 곳이었다. 그들의 흔적이 이곳 지하에 유령처럼 남아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수십 미터를 더 나아갔을까. 윤아가 갑자기 손을 들어올렸다. 모두가 얼어붙듯 멈춰 섰다. 그녀의 눈빛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태오가 등불을 그쪽으로 비추자, 낡은 배관이 복잡하게 얽힌 천장 아래,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이 보였다.

“뭐야… 저거, 감시 드론인가?” 민준이 침 삼키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아니, 저건… 황제국 신형이야.” 윤아의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이전에 보고된 적 없는 모델이야. 소리도 없어. 우리가 들어왔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신형 드론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며 어둠 속을 헤치고 있었다. 기존 드론과는 달리 작고 날렵하며, 빛조차 거의 흡수하는 듯 검은 외피를 두르고 있었다. 황제국이 비밀리에 이 지하 통로에도 최신 감시 시스템을 깔았다는 뜻이었다.

“젠장, 매복이야! 빠르게 움직여야 해!”

태오가 소리치자마자, 드론의 센서가 그들을 향해 붉은빛을 번뜩였다. 날카로운 경고음이 지하수로에 울려 퍼졌다.

“쳇! 들켰어!” 형준이 망치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앞으로 나섰다. “태오, 윤아! 민준이 데리고 먼저 가! 내가 시간을 벌게!”

“안 돼! 같이 가야 해!” 태오가 외쳤지만, 이미 드론은 빠른 속도로 그들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윙-하는 낮은 비행음이 들려왔다.

윤아가 라이플을 들어 조준했다. “하나라도 더 부수면 돼! 민준, 내 등 뒤에 바짝 붙어!”

민준은 공포에 질린 채 배낭을 더 단단히 움켜쥐었다. ‘어둠의 파편’이 그의 등 뒤에서 차갑게 느껴졌다.

*탕! 타앙!* 윤아가 발사한 총알이 드론의 외피를 스치고 지나갔다. 드론은 흠집 하나 나지 않은 채 더욱 빠르게 다가왔다. 이어서 몇 대의 드론이 더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무려 다섯 대.

“이런 개 같은…!” 형준이 욕설을 내뱉으며 망치를 휘둘렀다. 낡은 배관이 그의 망치질에 부서져 떨어져 내렸다.

“저 드론들, 전력 공급 라인에 연결된 것 같아! 저 위에 주 제어반이 있을 거야!” 태오가 급히 외쳤다. 그의 시선은 천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희미한 패널을 향했다. “윤아, 형준! 드론 시선을 끌어! 민준, 나랑 같이 올라가서 저걸 부순다!”

민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제가요?! 저, 저는…!”

“망설일 시간 없어! 어둠의 파편을 지켜야 해!”

태오가 먼저 벽에 박힌 낡은 파이프들을 밟고 천장을 향해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드론들이 일제히 태오와 민준에게 센서를 고정했다.

“나를 따라와! 서둘러!”

뒤에서는 윤아의 총성이 쉴 새 없이 터지고, 형준의 망치가 낡은 철골 구조물과 부딪히며 섬뜩한 금속음을 냈다. 그들이 몸을 던져 시선을 끄는 사이, 태오는 민준을 끌어올리며 필사적으로 천장의 제어반을 향해 나아갔다. 드론 하나가 굉음을 내며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찰나의 순간, 민준의 발밑 파이프가 삐걱거렸다. 그의 손이 미끄러지며, 어둠의 파편이 든 배낭이 휘청였다.

“크아악!” 민준의 비명과 함께, 배낭이 등에서 벗겨져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태오의 눈앞에는 드론의 붉은 센서가 섬광처럼 번뜩이고, 발밑으로는 심연 같은 어둠이 아득하게 펼쳐졌다. 어둠의 파편이,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반란의 불씨가 사그라들었다.

*이대로… 끝인가.*

태오의 머릿속에 절망이 스쳐 지나가는 찰나, 그의 눈은 한 지점에 고정되었다. 낡은 철골 구조물에 반사된, 어둠의 파편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하고 푸른빛. 그것은 죽어가는 빛이 아니라, 오히려 무언가 깨어나려는 듯 꿈틀거리는 기운이었다.

동시에, 지상에서 들려오던 황제국 군용 차량의 굉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들은, 지하 통로의 입구를 이미 알아차린 듯했다. 곧, 이 지하 통로는 황제국 군인들로 가득 찰 것이었다. 시간은, 더 이상 태오의 편이 아니었다.

태오는 이를 악물고 몸을 던졌다. 잡을 수 있을까? 파편이 땅에 닿기 전에. 황제국의 군화 소리가 점점 더 명확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