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절벽 아래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이청명은 비명 한 번 지를 새 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내렸다. 몸이 수십 번은 곤두박질치고 부딪히는 동안, 뼈와 살이 분리되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찢어발겼다. 간신히 의식을 부여잡고 깨어났을 때,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푸른 하늘이 아니라, 축축한 바위 천장과 자신에게서 흘러나와 작은 웅덩이를 이루고 있는 붉은 피였다.

쿵.

심장이 무겁게 울렸다. 살아 있었다.
천만다행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아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단전은 부서졌고, 온몸의 영맥은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뼈마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고, 팔 한쪽은 기괴한 각도로 꺾여 늘어져 있었다. 내공은 흩어졌고, 영기는 사방으로 새어나갔다. 그는 더 이상 선문(仙門)의 제자도, 강호의 무인도 아니었다. 단지, 숨만 붙어 있는 한 조각의 고깃덩이일 뿐.

핏물로 흥건한 바위 바닥에 몸을 겨우 기댄 채, 이청명은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차가운 물방울이 이마에 떨어졌다. 마치 조롱하듯 그의 흐릿한 시야를 흔들었다.

“서은한….”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이름은 피 섞인 비명과도 같았다.
얼굴 근육이 경련하듯 일그러졌다.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액체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서은한.
그는 이청명에게 단순한 친구가 아니었다.
같은 스승 밑에서 자란 사형제이자, 피를 나눈 듯한 의형제였다.
수많은 위기를 함께 넘었고, 등 뒤를 서로에게 온전히 맡겼던 유일한 동반자.
언젠가 함께 신선(神仙)의 경지에 오르자고 맹세했던, 꿈을 공유하던 이였다.

단언컨대, 이청명은 그 누구보다 서은한을 믿었다.
아니, 믿었다고 생각했다.

사흘 전, 그들은 천공산(天空山) 깊은 곳에서 태고의 기운을 품은 현천보주(玄天寶珠)를 발견했다. 그 보주는 불멸의 경지에 이르는 열쇠이자, 만겁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신물이었다. 이청명과 서은한은 수천 년 만에 나타난 그 보주를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벌였고, 마침내 강대한 영수(靈獸)를 물리치고 보주를 손에 넣는 순간에 이르렀다.

바로 그때였다.

등 뒤에서 느껴진 섬뜩한 한기.
환희에 찬 서은한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지더니,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강기가 이청명의 단전을 정확히 꿰뚫었다.

“크윽…!”

이청명은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경악과 배신감에 물든 눈으로 돌아보자, 서은한은 싸늘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방금 전 함께 피땀 흘려 얻은 현천보주가 들려 있었다. 영롱한 빛을 내뿜는 보주가 서은한의 핏발 선 눈을 비추고 있었다.

“어째서… 은한아….”

이청명은 겨우 신음하듯 물었다.
단전이 파괴되는 고통보다, 그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이 더 끔찍한 절망으로 다가왔다.

서은한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째서라니. 네가 내 앞길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청명아.”

그는 한 발자국 이청명에게 다가섰다. 그의 그림자가 이청명의 시야를 뒤덮었다.
“우리는 한 뿌리에서 나왔지만, 가지는 결국 각자의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법. 너는 이미 나의 그림자에 불과했다. 너의 재능은 나의 앞길을 가리는 걸림돌일 뿐. 이 현천보주 역시, 나의 것이 되어야 마땅해.”

서은한의 눈동자는 탐욕과 광기로 번들거렸다. 그는 더 이상 이청명이 알던 순수한 벗이 아니었다.
“네가 살아 있으면, 분명 방해가 되겠지. 그러니… 사라져라.”

차갑고 잔혹한 한마디와 함께, 서은한은 이청명의 어깨를 발로 밟아 절벽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다.
그 순간, 현천보주에서 뿜어져 나오던 영롱한 빛이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번쩍이는 것을 이청명은 마지막으로 보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이 어둠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폐에서 피비린내가 올라왔다. 온몸의 신경이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고통을 비명을 질렀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수는 없다.
서은한, 그 배신자에게 복수하기 전에는!

이청명은 필사적으로 살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 순간, 그의 손가락 끝에 무언가 차갑고 단단한 것이 닿았다.
피범벅이 된 손으로 더듬거리자, 그것은 놀랍게도 작은 동굴의 벽면이었다.
그리고 그 벽면에 새겨진,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문양들.
그 문양들은 이청명의 피가 닿자마자 미세하게 떨리더니, 희미한 붉은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빛에 눈을 가늘게 뜨자, 벽면의 문양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핏방울이 하나씩 벽면에 스며들 때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의 단전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격렬하게 요동쳤다.
부서진 영맥들이 마치 재결합하려는 듯 타는 듯한 아픔을 주었고, 차가운 벽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기운이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영기가 아니었다.
피와 광기, 그리고 절망이 뒤섞인 듯한, 지독하게도 차갑고 어두운 기운이었다.
그 기운은 이청명의 파괴된 단전을 감싸고, 찢어진 영맥을 비틀어 다시 잇는 동시에, 그의 본래 기운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힘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 있던 거대한 존재가 그의 피를 마시고 깨어나는 것 같았다.
이청명의 귓가에 고대의 속삭임이 울려 퍼졌다.

*…너의 분노를 보았다. 너의 절망을 들었다.*
*…나의 힘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 복수를 이루어라.*
*…세상의 모든 빛을 저주하고, 모든 생명을 심연으로 끌어내릴 힘. 너의 원한이 깊을수록, 나의 힘은 더욱 강대해질 것이다.*

그것은 유혹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강력한 유혹.
이청명은 이미 모든 것을 잃었다. 자비와 정의, 빛과 희망… 그 모든 것이 서은한에게 짓밟혔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복수뿐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고통 속에서도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빛났다.
더 이상 선(善)을 택할 이유도, 자비를 베풀 이유도 없었다.

“좋다… 받아들이겠다.”

핏빛 서약처럼, 그의 목소리가 어둠 속을 울렸다.
“나를 버린 자들을 위해, 피의 강을 만들고. 나를 배신한 자의 심장을 찢어발길 것이다.”
“서은한… 네가 나에게 준 고통을, 천 배 만 배로 되갚아주겠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기운이 더욱 맹렬해졌다.
벽면의 고대 문양들은 이제 그의 피부 위로 옮겨붙은 듯 검붉은 빛을 내며 번져나갔다.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강력하고 사악한 힘이 그의 부서진 육신을 억지로 재구성하고,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구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부활이었다.
지옥에서 돌아온 악귀의 피맺힌 부활.

이청명은 눈을 감았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더 이상 이청명이 아닐 것이었다.
오직 복수를 위해 존재하는, 피와 어둠의 화신이 될 터였다.

절벽 아래의 심연은 그렇게, 새로운 복수의 서막을 열고 있었다.
세상은 아직 알지 못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자가, 어떤 지옥을 선사할지.
그리고 그 지옥의 문을 연 장본인이, 바로 그의 의형제 서은한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