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제 1화: 공명하는 그림자

**[장면 1] 고요 속의 불안**

**#1. 지후의 작업실 (밤)**
어둠이 짙게 깔린 도시. 고층 아파트 단지의 숲속, 23층 한 칸.
작은 원룸 오피스텔, 지후의 작업실.
두 개의 모니터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고, 멤브레인 키보드의 낡은 키캡들이 규칙적으로 삐걱이는 소리를 낸다.
**지후 (20대 후반,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는 잔뜩 피곤한 얼굴로 안경을 고쳐 쓰고 모니터에 코를 박고 있다. 책상 위엔 비어버린 커피 잔, 지우개 찌꺼기가 수북한 머그컵, 그리고 차게 식은 컵라면 용기가 놓여 있다.

**[클로즈업]** 모니터 화면. 복잡한 웹페이지 시안이 무한 스크롤 되며 펼쳐져 있다.

**지후 (내레이션):**
또 밤샘이네. 이 빌어먹을 마감은 왜 항상 내 목을 조르고 있는 걸까.
아파트 층간 소음마저 잠든 고요 속에서, 오직 나의 키보드 소리만이 이 세계에 존재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의* 키보드 소리 *뿐이라고 생각했다.*

**[효과음]** 끼이익- (아주 작게, 가구 긁는 듯한 섬뜩한 소리)

지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그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침실 방향으로 힐끗 시선을 던진다.
그의 오피스텔은 작업실과 침실이 분리된 작은 구조다. 침실 쪽에서 소리가 난 것 같다.

**지후:** (작게 혼잣말)
…고양이? 옆집인가?

지후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작업에 집중한다. 밤늦은 시간, 피곤해서 헛것을 들었을 수도 있다.

**[효과음]** 툭. (작고 날카로운 소리)

이번에는 확실히 들렸다. 지후는 고개를 돌려 작업실 책상 뒤편, 벽 선반을 본다.
그의 낡은 SF 고전 만화책 한 권이 선반에서 떨어져 바닥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지후:**
…뭐야.

지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선반을 쳐다본다. 책이 떨어질 만한 바람도,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마우스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킨다.
떨어진 책은 [별들의 노래]라는 제목의 낡은 만화책이다. 그는 한숨을 쉬며 책을 주워 선반에 다시 꽂는다.
책꽂이 사이, 먼지가 살짝 쌓인 곳에 손자국 같은 것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너무 희미해서 착각일 수도 있다.

**지후:** (중얼거림)
피곤한가 보네. 별게 다 신경 쓰이고.

지후는 다시 자리에 앉아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전처럼 집중하기 어렵다.
무언가 신경 쓰이는 듯, 주변을 자꾸 힐끗거린다.

**[장면 2] 일상의 균열**

**#2. 다음 날 아침, 지후의 부엌**
여전히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지후가 냉장고 문을 연다.
**[효과음]** 텅- (냉장고 문이 닫히는 소리)

그는 시리얼을 꺼내 그릇에 붓고, 우유를 따르려는데…
우유팩이 바닥에 놓여있다. 어제 분명 냉장고 문을 닫기 전까지 손에 들고 있었는데?

**지후:**
…내가 또 깜빡했나?

지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유팩을 주워 냉장고에 넣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시리얼을 먹기 시작한다.

**#3. 지후의 거실 (낮)**
지후는 소파에 앉아 태블릿으로 뉴스를 보고 있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소음이 희미하게 들린다. 평화로운 오후다.
**[효과음]** 짤그랑.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

지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주방 식탁으로 향한다.
어제 저녁 먹고 그대로 두었던 빈 컵라면 용기 옆에, 유리잔이 놓여 있었다.
그 유리잔이, 방금 제자리에서 약 1센티미터 정도 ‘미끄러진’ 것 같다.
지후는 눈을 비빈다.

**지후:** (혼잣말)
착각이겠지.

**[클로즈업]** 유리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얌전히 놓여있다.

지후는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불안한 시선은 이내 다시 유리잔으로 향한다.
태블릿을 내려놓고, 그는 천천히 주방으로 걸어간다.

유리잔을 집어 들어 확인한다.
바닥은 물기 없이 말라 있었다. 미끄러질 이유가 전혀 없다.

**지후:**
…환청인가. 아니, 환시인가?

그는 주변을 둘러본다. 공기는 평온하다.
아무것도 없다. 그는 자꾸만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섬뜩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장면 3] 비정상적인 침입자**

**#4. 지후의 작업실 (밤)**
다시 밤. 지후는 이번엔 작정하고 작업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작은 웹캠이 책상 구석에 놓여, 방 전체를 녹화하고 있다.
그는 초조한 얼굴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작업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후:**
아니, 누가 내 집에 몰래 들어오는 건가? 요즘 세상이 흉흉하긴 해도…
혹시 몰카 범죄인가?

온갖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만, 그 어느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집 문은 항상 잠겨 있고, 23층이라 창문으로 침입은 불가능하다.

**[효과음]** 팟- (작업실 조명이 깜빡이는 소리)

지후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든다. 낡은 형광등이 불안하게 깜빡인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지후:**
젠장! 또 시작이야?

그 순간, 책상 위 놓여 있던 커피 잔이 **스르륵** 밀리더니, 가장자리에 걸린다.
그리고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난다.

**지후:**
!!!!

지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눈앞에서, 아무도 만지지 않았는데, 컵이 스스로 움직여 떨어졌다.
그는 뒷걸음질 치며 벽에 등을 기댄다.
카메라가 녹화하고 있다!

그는 황급히 모니터 화면을 확인한다.
웹캠 영상에는… 컵이 **공중에 아주 잠깐 뜬 채**로,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밀려난 것처럼 떨어지는 모습이 찍혀있다.
그리고 컵이 떨어지기 직전, 화면 전체에 아주 미세하게, 노이즈가 끼인 것처럼 **공기가 일렁이는** 현상이 포착되었다.
마치 한여름 아지랑이처럼, 하지만 훨씬 더 선명하고 몽환적으로.

**지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 이건… 대체…

그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린다. 공포가 온몸을 짓누른다.
그때, 거실 쪽에서 **[효과음]** ‘웅–‘ 하는 낮은 진동음이 들려온다.
마치 수십 대의 스피커가 동시에 울리는 것처럼, 공기 자체가 진동하는 소리였다.

지후는 비틀거리며 거실로 향한다.
거실 한가운데, 그의 오래된 LP 플레이어가 놓여 있었다.
전원은 꺼져 있고, 플러그도 뽑혀 있는데, 그 위에서 LP판이 **천천히, 스스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LP판 위로, **푸른색의 미세한 빛 알갱이들**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작은 은하가 압축되어 그 안에서 춤추는 듯했다.
빛 알갱이들은 지후의 눈에는 너무나도 낯설고 이질적인, 비현실적인 색채를 띠고 있었다.
세상의 그 어떤 스펙트럼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색이었다.

**지후:** (동공이 확장되며)
…뭐야, 저건…

그 푸른 빛 안개는 서서히 뭉치더니, **아주 희미한 형태**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마치 흐릿한 유령처럼, 하지만 훨씬 더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문양의 잔상처럼.
그것은 마치 거대한 우주를 관장하는 어떤 초월적인 문명이 남긴 **미지의 에너지 잔여물** 같았다.

**[클로즈업]** 희미한 형태. 육안으로는 식별 불가능하지만, 지후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어떤 존재’임을 느낀다.
그 형태는 LP판 위에서 마치 춤을 추듯 일렁이다가, 이내 지후를 향해 천천히, **회전하듯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지후:** (비명에 가까운 외마디)
으아아아악!

지후는 공포에 질려 뒤로 나자빠진다.
그 형태는 지후의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 멈춰 섰다.
그리고 거기서, **[효과음]** ‘찌지직-‘ 하는 노이즈와 함께, 지후의 머릿속에 **수천 개의 이미지와 소리**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거대한 별들이 폭발하는 모습, 알 수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목소리, 광활한 우주선단의 그림자, 무수한 차원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섬광…

**지후:**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며)
아악! 그만! 멈춰!

그의 코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내린다.
눈앞의 푸른 빛 형태는 마치 지후의 고통을 즐기는 듯, 더욱 선명해지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필사적으로 자신을 ‘알리려는’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효과음]** 쾅! 쾅! 쾅! (옆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

**옆집 아주머니 (목소리, 다급하게):**
젊은이! 무슨 일이야! 괜찮아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자, 푸른 빛 형태는 순간 움찔하더니,
**[효과음]**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안개처럼 허공으로 흩어진다.
LP 플레이어의 LP판은 회전을 멈추고, 푸른 빛도 완전히 사라졌다.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원상복구되었다.

지후는 땀과 눈물, 피범벅이 된 채 바닥에 엎드려 숨을 헐떡인다.
방금 그의 머릿속에 쏟아져 들어왔던 광경들은 너무나도 생생하여, 꿈이라고 부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이 우주에 대한 지후의 모든 상식을 뒤엎는 **압도적인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 진실은, 그의 좁은 아파트 한구석에, 지금 이 순간까지도 도사리고 있었다.

**지후 (내레이션):**
그것은 ‘손님’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평범한 세계에 열린, **미지의 우주로 향하는 균열**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균열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무언가’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클로즈업]** 지후의 눈동자. 공포와 함께, 미약하지만 호기심과 강렬한 혼돈이 섞여 있다.
그의 눈동자 한구석에, 아주 짧은 섬광처럼, 푸른 빛 잔상이 스친다.

**[EPISODE END]**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