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첫 번째 챕터**

공허함이 뼈마디를 갉아먹는 듯했다. 뱃속뿐만 아니라 가슴팍에도, 심장이 이제는 둔한 통증 외에 다른 것을 울려 본 적 없는 그곳에도. 축축한 콘크리트와 곰팡이, 그리고 말라붙은 피 냄새를 닮은 금속성 비린내가 섞인 공기가 폐부를 짓눌렀다. 강진혁은 찢어진 단열재 더미 속에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 얇고 더러운 담요를 덮었지만 차가운 기운이 뼈 속까지 스며들었다.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가 욱신거렸다.

“선우…”

그 이름이 메마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간신히 쥐어짠 속삭임은 텅 빈 창고의 메아리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애원이 아니었다. 저주였다. 몸의 어떤 상처보다도 뜨겁고 고통스러운 낙인처럼 그의 존재에 깊이 새겨진 이름.

일주일 전이었다. 아니, 일주일 하고도 며칠 더 지났을 것이다. 시간의 감각은 이미 폐허 속에서 무의미해진 지 오래였다. 그날, 선우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진혁아, 여기만 버티면 돼. 물도 있고, 식량도 꽤 있어. 난 주위를 좀 더 살펴보고 올게. 같이 살아야지!”

밝고, 활기차고, 언제나 희망을 불어넣던 목소리. 그 목소리에 강진혁은 완전히 기만당했다. 스캐빈저에게 물린 다리 상처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던 그는 선우의 말을 맹신했다. ‘잠시만 버티면 돼. 선우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그렇게 되뇌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어둠이 창고를 삼키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동안, 선우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건 정찰이 아니었다. 버림이었다.

“크윽…”

강진혁은 신음하며 몸을 일으켰다.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다. 허벅지에 둘러맨 셔츠 조각으로 만든 엉성한 붕대는 이미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썩어 문드러지는 것 같은 통증이 다리 전체를 휘감았다. 일주일 전, 선우가 떠나기 직전 스쳐 지나간 변이체, 들개만 한 덩치에 털이 빠진 흉측한 스캐빈저의 이빨 자국이었다.

목마름이 혀를 마비시켰다. 뇌 속의 모든 세포가 물을 갈망했다. 그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창고 구석으로 향했다. 부서진 자동판매기. 어쩌면 그 안에 남아있는 탄산음료 캔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 때문이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만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끼이익.
녹슨 자동판매기의 문을 잡아당기자 끔찍한 쇳소리가 났다. 빈 공간. 텅 비어버린 세상처럼 아무것도 없었다. 털썩. 강진혁은 주저앉았다. 눈앞이 흐릿했다. 모든 것이 끝나는 걸까. 이렇게 허무하게, 녀석의 비웃음 속에서 사라지는 걸까. 그럴 수는 없었다.

선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본 그 비열한 미소.
“진혁아, 내가 없으면 네가 이 거친 세상에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그때는 걱정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조롱이었다. 그를 경멸하고, 비웃고, 가차 없이 내던지는 짐승의 표정. 반드시, 반드시 살아남아 그 녀석의 목을 쥐어뜯을 것이다.

강한 의지가 흐릿했던 정신을 번뜩 깨웠다. 다시 일어섰다.
그때였다.
스윽.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금속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

강진혁은 몸을 낮췄다. 주변을 살폈다. 폐허가 된 창고는 거대한 미로 같았다. 흩어진 잡동사니, 쓰러진 선반들. 어둠 속에 매복하기 좋은 장소는 많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파손된 나무 팔레트 뒤로 몸을 숨겼다.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굵은 쇠파이프를 움켜쥐었다. 차갑고 거친 감촉이 손바닥에 와 닿았다. 그의 유일한 무기였다.

“야, 여기 뭔가 있는 거 같은데? 냄새 나.”
“쥐 새끼냐? 쳇, 쥐라도 잡아먹어야 하나.”

두 명의 목소리. 건장한 남자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이 들고 있는 랜턴 불빛이 어둠을 가르고 강진혁이 숨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젠장.’

들키면 끝장이었다. 이 끔찍한 세상에서 타인은 곧 위협이었다. 특히 이렇게 약한 상태에서는 더욱. 그는 숨을 죽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쿵, 쿵, 쿵. 제발 들리지 마라.

“여기 빈 공간이 좀 넓네. 다른 놈들도 들락거렸나?”
“어차피 여기도 다 뒤진 곳이야. 쓸 만한 건 없어.”

랜턴 불빛이 팔레트 틈새로 비집고 들어왔다. 강진혁은 눈을 감았다. 몸을 더욱 웅크렸다.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대로 앉아서 죽을 수는 없었다. 그는 쇠파이프를 고쳐 잡았다.

‘선우.’
그 이름이 다시 머릿속을 스쳤다. 증오가 얼어붙었던 피를 다시 뜨겁게 끓게 만들었다. 그는 쇠파이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바로 그때, 발소리가 멈췄다. 랜턴 불빛이 강진혁의 숨통을 조였다.
“어라? 이거… 방금 움직인 것 같은데?”
“어디? 아무것도 없잖아. 네가 환영을 보는 거지.”
“아니, 분명…”

망설일 틈이 없었다. 강진혁은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팔레트 뒤에서 튀어나왔다. 쇠파이프를 휘둘러 가장 가까이 있던 남자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커헉!”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랜턴이 바닥에 떨어지며 불빛이 사방으로 흔들렸다.

“이런 개새끼가!”
다른 한 명이 욕설을 내뱉으며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번뜩였다. 강진혁은 몸을 피하며 쇠파이프를 다시 휘둘렀다. 챙! 쇠파이프와 칼날이 부딪히며 섬뜩한 소리가 났다.

강진혁은 다리의 통증을 무시했다. 오직 선우에 대한 증오만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적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상대방의 칼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쇠파이프를 낮춰 상대의 무릎을 찍었다.

“으악!”
다리가 꺾인 남자가 비틀거렸다. 강진혁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시 쇠파이프를 들어 올려 남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는 맥없이 쓰러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지탱하며 쓰러진 두 남자를 확인했다. 둘 다 축 늘어져 있었다.
그는 쓰러진 남자들의 주머니를 뒤졌다. 작은 나이프 한 자루, 성냥 몇 개비, 그리고… 마른 육포 조각 두 개. 지독한 냄새가 났지만, 그에게는 생명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한 남자의 목에 걸려 있던 낡은 군번줄. 희미하게 새겨진 이름, ‘이선우’.
강진혁은 얼어붙었다. 심장이 다시 한번 미친 듯이 날뛰었다. 쿵, 쿵, 쿵.
그럴 리가 없었다. 착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은 똑똑히 보았다.
‘이선우.’
아니, 동명이인일 것이다. 그 녀석은 살아있을 테니, 이렇게 허무하게 죽었을 리가 없었다.

손에 쥔 육포 조각을 뜯었다. 찢어지는 비닐 소리가 폐허에 울렸다.
증오의 불꽃이 다시 그의 눈 속에서 활활 타올랐다.
선우. 네가 나를 죽이려 했을 때, 너는 이미 나를 괴물로 만든 거야.
강진혁은 육포를 씹으며 낡은 군번줄을 부러뜨릴 듯이 쥐었다.

“반드시 찾아낼 거야, 이선우. 반드시.”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속삭임이 아니었다. 차가운 맹세였다.
이 폐허 속에서 살아남아, 너에게 내가 받은 고통을, 그 배신의 대가를 정확히 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