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창문 없는 밀실의 공기는 끈적했다. 지독한 곰팡이와 희미한 피 냄새, 그리고 무언가 타들어 가는 듯한 역겨운 향이 뒤섞여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현우는 마른기침을 터뜨리며 바닥에 웅크렸다. 낡은 장판 위로,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검붉은 액체가 기이한 문양을 그리고 있었다. 촛불 세 개가 희미하게 흔들리며 벽에 그의 앙상한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가 어둠 속을 울렸다. 손끝은 이미 감각이 없었다. 손톱 밑에 박힌 검은 때와 피딱지는 더 이상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는 이 모든 고통이, 이 모든 추악함이 지훈, 그 녀석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었다.

문득, 오래된 기억의 파편이 솟구쳐 올랐다.

* * *

“현우야, 이거 보여? ‘어둠의 서’라고 해. 저번에 말했던 그 힘을 얻는 방법이 여기 적혀 있대.”

지훈은 낄낄거리며 낡고 해진 양피지 묶음을 내밀었다. 눈을 가늘게 뜬 그 녀석의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장난기와 함께 미묘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평생을 함께한 친구였다. 그 녀석이 말하는 ‘힘’이란 그저 어릴 적부터 탐독했던 오컬트 소설 속의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라고,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미쳤냐? 그런 거 진짜 믿어? 야, 기말고사나 준비해, 임마.”

그의 핀잔에도 지훈은 빙긋 웃을 뿐이었다.

“너도 알잖아,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거. 그 신비롭고 거대한 힘에 비하면 인간의 지식 따위… 풋.”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지훈의 그 미소가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녀석이 그 거대한 힘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내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얻고 싶어 했던 존재라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리고, 그날 밤.

“…단 한 번의 제물. 가장 소중한 것을 바쳐야 해, 현우야. 너를 가장 강하게 만드는 건, 너의 사랑이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이, 그 문을 열 거야.”

지훈의 눈은 촛불에 일렁이는 불꽃처럼 흔들렸다.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그 말 한마디 한마디는 칼날처럼 내 심장을 파고들었다. 나는 그저 어둠 속에서 흐느끼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뿐이었다. 필사적으로, 절규하듯이. 하지만 지훈은 이미 늦었다는 듯 차갑게 웃고 있었다. 내 손을 붙잡고, 끔찍한 제단 위로 그녀를 밀어 넣은 것은… 다름 아닌 지훈이었다. 내 눈앞에서, 내 손에 묻은 그녀의 피가 식어갔다.

‘…날 위한 거라고 했지, 지훈아? 내가 가장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 네가 강해지고 싶었던 거였잖아. 네가, 그녀의 심장을 찢어 발겨 그 어둠의 힘을 탐했던 거였잖아!’

* * *

현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핏물이 흥건한 손으로 턱을 짚자, 손바닥에 느껴지는 뺨의 뼈마디가 더욱 도드라졌다. 거울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예전의 그와는 완전히 다른, 죽은 사람과 다름없는 형상일 것이라는 것을.

바닥에 그려진 문양은 이제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선들은 사람의 장기와 뼈를 연상케 하는 끔찍한 형상을 띠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지훈의 이름이 피로 새겨져 있었다. 현우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몸의 모든 관절이 삐걱거리는 듯한 통증을 호소했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이 순간을 위해, 그는 자신을 지옥불에 던졌다.

그는 문양의 가장자리에 놓인 작은 뼛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불에 그을려 새까맣게 변한, 작고 앙증맞은 뼛조각이었다. 그녀의… 손가락뼈였다.

“보고 있지? 지훈아. 네가 앗아간 모든 것들을, 이제 되갚아줄 차례야.”

현우는 뼛조각을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손가락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가 그의 귓가에 섬뜩하게 울렸다. 이어서 그는 문양 중앙에 놓인, 그저 ‘눈’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검은 돌을 향해 뼛조각을 던졌다.

짤그랑.

뼛조각은 검은 돌의 표면에 부딪히자마자 그대로 돌 안에 스며들었다. 마치 물과 기름이 섞이듯, 뼈의 일부가 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섬뜩한 광경이었다. 동시에, 방 안의 촛불들이 일제히 푸른빛으로 변하며 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익-

어디선가 스며들어온 듯한 차가운 바람이 방 안을 휩쓸었다. 바람은 기이한 소리를 내며 촛불의 푸른 불꽃을 흔들었다. 현우의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는 두렵지 않았다. 두려움은 이미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의 일부가 된 지 오래였다.

검은 돌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희미하게 고동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돌 표면에 새겨진 눈의 형상이 서서히 벌어지더니, 그 안에서 검붉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액체는 바닥의 문양을 따라 흐르며, 문양 속 피와 섞여들었다.

“젠장… 역겨워…”

현우는 신음했다. 그 액체는 단순한 피가 아니었다. 썩어 문드러진 살점의 조각들과, 털처럼 보이는 섬유질이 뒤섞여 마치 살아있는 듯이 꿈틀거렸다. 그것이 바닥의 피와 섞이자, 문양 전체가 스멀스멀 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검은 돌 속에서 ‘그것’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는가… 네가 원하는… 복수의… 그릇을…]

목소리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수천 개의 가느다란 실이 엉켜 흐느적거리는 듯한 기괴한 울림이었다. 현우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그는 무릎을 꿇고 검은 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저의 친구… 지훈. 가장 큰 기만을 저에게 안겨준… 저의 오랜 친구입니다. 당신의 굶주림을 채워줄 최고의 제물이 될 것입니다.”

그의 말에 돌 속에서 흐르는 검붉은 액체의 양이 더 많아졌다. 문양은 더욱 짙은 색으로 물들었고, 바닥에 희미하게 그려진 지훈의 이름 위로 꿈틀거리는 액체가 고였다.

[…좋다… 굶주린… 이가… 너의… 복수를… 도우리라…]

목소리는 점차 또렷해지고 강렬해졌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정점에 달했을 때, 방 안의 푸른 촛불들이 일제히 꺼졌다.

암흑.

현우는 눈을 감았다.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코를 찌르는 피 냄새, 귀를 울리는 희미한 속삭임, 그리고 피부에 와닿는 얼음장 같은 냉기… 그 모든 것이 지훈을 향한 복수의 칼날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어둠 속에서, 현우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심연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이제 시작이야, 지훈아. 네가 내게 선물했던 그 어둠을, 온전히 돌려줄 차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쉰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차가운 광기가 서려 있었다.

바깥세상 어딘가, 도시의 가장 화려한 중심가에 위치한 초고층 빌딩의 펜트하우스. 호화로운 서재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노트북을 들여다보던 지훈의 손에서 찻잔이 미끄러졌다.

쨍그랑!

뜨거운 차가 손등에 쏟아졌지만, 지훈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심장이 갑자기, 찢어질 듯한 고통과 함께 차갑게 얼어붙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등줄기를 타고 기어오르는 섬뜩한 한기.

문득, 창밖으로 보이던 휘황찬란한 도시의 불빛들이 한순간 일렁이며… 마치 수천 개의 눈동자처럼 그를 응시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지훈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무언가, 아주 거대하고 끔찍한 것이 자신을 찾아오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서.

창백하게 질린 지훈의 얼굴에, 공포가 드리워졌다.

“…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