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연호의 망각 – 제1화: 심연의 울림
**시작하며:**
어둠은 비단 단순한 빛의 부재가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의 근원적인 결핍이며, 이해의 경계를 허무는 침묵의 장막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별들의 바다는 그 어둠 속에 얼마나 많은 미지의 비밀을 품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인지가 감당할 수 없는 진실들이 어둠 속에 잠들어, 단지 우연한 접촉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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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심연호 조종실 – 깊은 우주**
**[장면 설명]**
무한한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는 우주선, ‘심연호’가 보인다. 함선은 거대한 고래처럼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항성간 공간을 조용히 항해하고 있다. 주황빛과 보랏빛이 섞인 거대한 성운이 배경을 장식하며, 수많은 별들이 차갑게 빛난다.
함선 내부의 조종실. 은은한 푸른빛 조명이 흐르고, 각종 디스플레이들이 점멸하며 규칙적인 기계음이 들린다. 사방의 창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암흑 우주가 보인다. 승무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다. 피로와 지루함이 섞인 표정들이지만, 숙련된 움직임에서는 오랜 항해의 관록이 느껴진다.
**[등장인물]**
* **김서준 (함장):** 40대 중반, 냉철하고 침착한 판단력의 소유자. 다부진 인상에 깊이 있는 눈빛.
* **이지아 (부함장/탐사 책임자):** 30대 후반, 날카로운 지성과 예리한 통찰력을 지닌 과학자. 단정하게 묶은 머리.
* **박진호 (기관장):** 50대 초반, 거친 인상과 투박한 말투지만, 누구보다 함선에 대한 애정이 깊다. 늘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
* **최유리 (의무관):** 30대 초반, 차분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성격. 섬세한 관찰력으로 승무원들의 정신 건강까지 살핀다.
* **정민우 (항해사/통신병):** 20대 후반, 팀의 막내. 명랑하고 활기차지만, 때때로 과도한 긴장감을 보이기도 한다.
**[대사]**
(정민우, 조타석에 앉아 졸음을 쫓으려는 듯 연신 하품을 참는다. 그의 손끝이 가볍게 패드를 두드린다.)
**정민우:** (나지막이 혼잣말) 아아, 끝없는 우주 유영이라… 다음 정비 지점까지 3개월이라니, 누가 먼저 미쳐버릴지 내기라도 해야 하나.
(그때, 조타석의 메인 디스플레이가 갑작스럽게 붉은색 경고등을 깜빡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삐빅- 삐빅-‘하는 날카로운 알람음이 조종실을 가득 채운다.)
**정민우:** (눈을 휘둥그레 뜨며) 헉, 뭐야?!
(경고음에 놀란 김서준 함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이지아 부함장과 박진호 기관장, 최유리 의무관의 시선도 일제히 민우에게로 향한다.)
**김서준:** 민우, 무슨 일인가?!
**정민우:** (당황한 목소리) 함장님! 미확인 물체 접근! 일반적인 소행성이나 파편과는 다른 패턴입니다!
(민우의 손이 빠르게 제어판 위를 스쳐 지나간다. 디스플레이에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기묘한 형태의 에너지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무언가가 심연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지아:** (한 걸음 다가와 디스플레이를 유심히 살핀다) 에너지 반응은 미미한데… 저 형태는 또 뭐죠? 자연적인 현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축적된 모든 성간 데이터에서 벗어난 패턴이에요.
**박진호:** (이마를 찌푸리며) 뭔가 고철 덩어리인가? 망가진 위성 조각이라도 되는 거면 골치 아픈데. 충돌 회피 기동 준비해라, 민우!
**정민우:** (다급하게) 충돌 예상 경로는 아닙니다! 궤도를 이탈해 우리를 향해 오고 있어요! 속도는… 거의 정지 상태에 가까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향하고 있습니다!
**김서준:**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한다) 정지 상태에서 우리를 향한다? 말이 안 되는군. 스캐너 범위 최대로 확장하고, 모든 센서 동원해서 분석해! 지아 박사, 의견은?
**이지아:** (안경을 고쳐 쓰며) 중력 렌즈 효과나, 아니면…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물리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패턴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보이다가도, 순간적으로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를 띠고 있어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디스플레이의 물체가 점점 더 선명해진다. 그 ‘물체’는 단순한 점이 아니라, 복잡하게 뒤틀린 그림자처럼 보였다. 마치 빛을 삼키는 듯한 기묘한 존재감이 화면 너머로 전해진다.)
**정민우:** (숨을 헐떡이며) 함장님, 물체가… 물체가 우리 함선 코앞에 나타났습니다!
(승무원들이 일제히 조종실 정면의 대형 창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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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미지의 유물 – 첫 대면**
**[장면 설명]**
심연호의 거대한 창문 너머로,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거대한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단순히 거대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거대한 고래와 같던 심연호가 그 앞에선 한 마리 새우처럼 작아 보였다. 구조물의 형태는 그 어떤 인공적인 건축물과도, 자연적인 암석층과도 달랐다.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색조를 띠고 있었으나, 빛을 흡수하는 방식이 특이했다.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존재하는 블랙홀의 가장자리처럼, 윤곽선이 모호하면서도 기묘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표면은 매끄러운 듯하면서도, 동시에 비늘 같은 무늬와 알아볼 수 없는 문양들로 뒤덮여 있었다. 어떤 부분은 마치 살아있는 근육처럼 꿈틀거리는 착시를 일으키는 듯했고, 또 어떤 부분은 완벽한 비정형의 다각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 무엇보다 기이한 것은, 그 구조물 전체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오래됨’이었다. 수억 년, 아니 수십억 년의 시간을 홀로 견뎌낸 듯한, 태초의 침묵이 깃든 존재감이었다.
**[대사]**
(모든 승무원들이 경외감과 공포가 뒤섞인 표정으로 창밖의 구조물을 응시한다. 정적만이 흐른다.)
**정민우:** (떨리는 목소리) 저… 저게… 뭡니까…?
**김서준:**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본다) …우리가… 우리가 이걸 발견했단 말인가?
**이지아:** (숨을 헐떡이며) 불가능해… 저런 것이 존재할 리가…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형태예요. 우리가 아는 어떤 물질로도 저런 구조는… 저 표면의 문양들은… 어느 문명의 것도 아닙니다. 아니, 어쩌면 문명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기 전에 만들어진 것일 수도…
**박진호:** (침을 꿀꺽 삼키며) 제기랄, 망할. 뭔진 몰라도 기분 나쁜 덩어리로군. 괜히 건드렸다간…
**최유리:** (얼굴이 창백해져서) 저기… 저것을 보고 있으니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것 같아요. 마치 제 안의 모든 논리가 충돌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유리의 말에 몇몇 승무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민우는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심박수를 확인한다. 평소보다 확연히 높다.)
**김서준:**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흔든다) 모두, 진정해. 일단 함선 모든 시스템 가동 중지. 스텔스 모드 전환. 저것이 우리를 인지했는지 여부부터 확인한다. 지아 박사, 저것에 대한 심층 분석을 시작해.
**이지아:** (이미 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스캐너 총동원 중입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에너지 반응도, 물질 구성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요. 그런데 눈앞에 있습니다.
**김서준:** (창밖의 구조물을 응시하며) 역설적이군.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구조물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는 듯하다. 진동은 소리 없는 공명처럼 심연호의 선체를 타고 승무원들의 몸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다.)
**정민우:** (이를 악물고) 함장님, 이상합니다! 함선 시스템에 미약한 간섭이 느껴집니다! 네트워크 오류는 아닌데… 마치 어떤 파동이 함선 내 전자기장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박진호:** (급히 제어판을 살핀다) 빌어먹을! 전력 계통도 불안정해지고 있어! 뭔 짓을 하는 거야, 저 덩어리가!
**김서준:** (단호하게) 지아 박사, 현장 조사 팀을 꾸려. 최대한의 안전 프로토콜을 준수하며 저 유물에 접근한다.
**이지아:** (놀란 듯) 함장님, 너무 위험합니다! 저것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김서준:** (창밖의 유물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지아 박사, 인류가 저런 존재를 눈앞에 두고 물러서는 일은 있을 수 없어. 저것은… 인류의 모든 지식을 뒤엎을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우리는 저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아니, 이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준의 눈빛에서 강한 호기심과 동시에 깊은 불안감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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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유물 탐사 – 미지의 표면**
**[장면 설명]**
심연호의 격납고에서 소형 탐사선 ‘스피어헤드’가 분리되어 유물을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스피어헤드 안에는 이지아, 최유리, 정민우가 탑승해 있다. 그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유물의 압도적인 크기와 기묘한 형태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표면의 문양들이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스피어헤드가 유물 표면의 한 지점에 착륙한다. 착륙 지점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평평해 보이지만, 여전히 기괴한 곡선과 알 수 없는 패턴으로 가득하다. 승무원들은 완전 밀폐형 우주복을 착용하고 탐사선 밖으로 나선다. 발밑의 유물 표면은 단단하면서도 차갑고, 동시에 어떤 미지스러운 에너지를 내뿜는 듯하다.
**[대사]**
**정민우:** (탐사선 조종석에서 유물 표면을 스캔한다) 대기 없음. 자기장 미약. 복사선 수치도 정상입니다. 생명 반응은… 없습니다.
**이지아:** (우주복 헬멧 너머로 주변을 살핀다) 그래, 살아있는 존재는 아니겠지. 하지만… 이 표면의 질감은 정말이지 기묘해. 금속도 아니고, 암석도 아니야. 마치 고밀도로 압축된 어둠 같아.
(최유리가 유물 표면에 손을 얹는다. 차가우면서도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최유리:** (혼잣말처럼) 이런 질감은 처음 느껴봐요. 마치… 심장이 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고요?
**이지아:** (손에 든 휴대용 스캐너를 작동시킨다) 내 스캐너에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이 유물을 구성하고 있지. 우리가 아는 물질의 정의로는 파악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존재일지도 몰라.
(그 순간, 유물의 한 부분에서 미세한 균열이 생겨나는 듯하더니, 그 틈새로 칠흑 같은 어둠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어둠은 마치 연기처럼 피어오르다가, 이내 다시 유물 표면으로 흡수되는 것을 반복한다.)
**정민우:** (움찔하며) 저게… 뭡니까?!
**이지아:** (흥분한 목소리로) 진화하는 건가? 아니면… 반응하는 건가? 저 형태, 저 미세한 균열… 이건 단순한 풍화가 아니야. 마치 유기체가 숨 쉬는 것 같아!
(유리는 그 균열 근처로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그녀의 우주복 센서가 미세한 변화를 감지한다.)
**최유리:** (나지막이) 헬멧 안으로… 뭔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아주 미세한… 속삭임 같은.
**이지아:** (뒤를 돌아보며) 유리 박사, 무슨 소리예요? 주변 소음은 전혀 없는데?
**최유리:** (눈을 감고 귀 기울인다) 마치… 수억 개의 작은 벌레들이 한꺼번에 울부짖는 소리 같기도 하고… 아니, 어쩌면… 오래된 기억 속의 나직한 노래 같기도 하고… (그녀의 눈이 갑자기 커진다) 아니, 잠깐… 이게 내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인가?
(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우주복 헬멧 내부 디스플레이에 경고등이 깜빡이기 시작한다. 그녀의 생체 신호가 급격히 불안정해진다. 심박수가 치솟고, 뇌파가 불규칙하게 요동친다.)
**정민우:** (겁에 질려 소리친다) 유리 박사님! 생체 신호 이상입니다! 빨리 탐사선으로 복귀하세요!
**이지아:** (유리에게 다가가며) 유리 박사! 괜찮아요?!
(최유리는 고통스러운 듯 헬멧을 잡고 비틀거린다. 그녀의 눈빛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한 공허한 시선을 던진다.)
**최유리:** (헬멧 너머로 떨리는 목소리) 아니… 나는… 나는 아무것도 괜찮지 않아. 나는… 나는… 이 모든 것을… **본 것 같아.**
(유리의 몸이 굳어버린다. 그녀의 시선은 유물 표면의 어둠이 피어오르던 균열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균열 속에서, 마치 심연의 눈동자처럼 칠흑 같은 빛 한 줄기가 유리를 응시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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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심연의 그림자 – 첫 징후**
**[장면 설명]**
최유리는 거의 실신 상태로 스피어헤드에 실려 심연호 의무실로 후송된다. 의무실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는 안정을 취하고 있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공허한 초점을 잃은 채 천장을 응시하고 있다. 김서준 함장과 이지아 부함장, 박진호 기관장이 그녀의 침대 곁을 지키고 있다. 정민우는 초조한 표정으로 의무실 문밖을 서성인다.
**[대사]**
**김서준:** (최유리의 침대 곁에 앉아 그녀의 얼굴을 살핀다) 유리 박사, 몸은 좀 어떤가?
**최유리:** (희미하게 눈을 깜빡인다) 함장님… 저는… 괜찮습니다. 다만… 머릿속이… 너무나… 혼란스러워요.
**이지아:** (안색이 어두워져서) 스캐너에는 아무런 이상도 잡히지 않아요, 함장님. 신체적으로는 완벽하게 건강합니다. 하지만 뇌파는… 마치 깊은 수면 상태와 극심한 공황 상태를 오가는 것 같아요.
**박진호:**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귀신이라도 씌인 거 아니야? 저 빌어먹을 덩어리 때문이 분명해!
**최유리:** (갑자기 희미하게 웃는다) 귀신이라니요, 기관장님.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에요. 그것은… 어떠한 이름도 붙일 수 없는 존재입니다. 마치…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인 것처럼.
(그녀의 웃음소리가 듣는 이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평소의 차분하고 온화한 최유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김서준:** (미간을 찌푸리며) 본 것을 말해보게, 유리 박사.
**최유리:** (공허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저는… 보았습니다. 무한한 어둠 속에서… 모든 별들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태초부터 존재했던 거대한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그 그림자는… 우리를 알고 있었습니다. 인류의 시작과 끝을 알고 있었어요. 우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의무실에 싸늘한 공기가 감돈다. 최유리의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차분하고, 그녀의 눈빛에는 광기 어린 지식이 서려 있었다.)
**이지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최유리의 손목을 잡는다) 유리 박사, 그만해요! 더 이상 말하지 마!
**최유리:** (미소 지으며) 왜요, 지아 박사? 두려우신가요? 진실이? 우리는 이제 막 그 존재의 가장자리를 스쳤을 뿐인데. 그것은 심연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들어 있었지만… 이제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깨운 거죠.**
(그녀의 마지막 말은 의무실을 싸늘한 침묵으로 가득 채웠다. 승무원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혼란이 뒤섞인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정민우:** (의무실 문턱에 기대어 서 있다가, 갑자기 비틀거린다) 으윽… 머리가…
(민우가 헬멧을 벗어던진 채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고, 식은땀이 흐른다.)
**김서준:** (놀라서 민우에게 다가간다) 민우! 무슨 일인가?!
**정민우:**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부여잡는다) 귓가에… 귓가에 자꾸 속삭여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인데… 너무나… 너무나 생생하게 들려요! 마치… 내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처럼!
(그때, 심연호의 모든 전등이 갑자기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함선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하며,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기계음이 들려온다.)
**박진호:** (급히 조종실로 달려가며) 제기랄! 함선 시스템에 또 이상이 생겼다! 저 빌어먹을 유물이 우리를 조롱하는 것 같군!
**이지아:** (최유리를 바라본다) 우리가… 정말로 무언가를 깨운 걸까…?
(최유리는 여전히 공허한 눈으로 천장을 응시하며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아주 작게, 알아들을 수 없는 고대의 언어가 흐르는 듯했다. 심연호는 미지의 유물 앞에서 거대한 어둠 속에 잠식되어 가는 작은 점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장면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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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엔딩]**
화면은 진동하는 심연호의 외부 모습을 클로즈업한다. 그 옆에는 여전히 거대하고 침묵하는 미지의 유물이 떠 있다. 유물의 표면에서 어둠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어둠은 마치 거대한 숨결처럼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고, 심연호는 그 어둠 속에서 점점 더 작고 무력한 존재가 되어간다. 카메라가 서서히 유물을 확대하며, 그 기괴하고 비정형적인 형태와 알 수 없는 문양들을 담아낸다. 마지막으로, 유물의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섬광처럼 번뜩이는 무언가가 포착된다. 그것은 마치… 눈동자 같았다.
**<제1화 끝>**
**<다음 화 예고>**
“우리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단순히 외계 문명의 흔적일까, 아니면… 태초부터 우리를 지켜보던 심연의 눈빛일까? 꿈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현실을 잠식하는 환각. 심연호의 승무원들은 점점 더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그들은 과연 미지의 존재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심연의 일부가 될까?”
(화면이 암전되고, 섬뜩한 정적만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