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가 아우성쳤다. 왼쪽 다리에서는 썩은 내음이 비릿하게 올라오는 것 같았다. 지훈은 이를 악물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 틈새로 몸을 구겨 넣었다. 희미한 달빛조차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는 그저 눈을 감고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만을 되뇌었다. 아니, ‘살아있다’고 말하기 민망한 상태였다. 그저 숨통이 붙어 있을 뿐, 매 순간이 고통과 허기로 점철된 지옥이었다.

벌써 며칠째인지 알 수 없었다. 낮에는 살이 타들어갈 듯한 맹렬한 햇볕이, 밤에는 살을 에는 듯한 칼날 같은 추위가 온몸을 덮쳤다. 물 한 모금, 부스러기 하나 없이 버틴 시간은 길고도 아득했다. 텅 빈 위장에서는 쓰린 신물이 역류했고, 극심한 탈수증으로 혀는 모래처럼 바싹 말라붙어 있었다.

지훈은 천천히 한쪽 팔을 들어 올려 손목에 감긴 낡은 끈을 만져보았다. 닳고 닳은 가죽 끈 끝에는 녹슨 개 목걸이가 매달려 있었다. 한때 이 도시를 활보하며, 자신을 무한히 믿고 따랐던 녀석의 유일한 흔적. ‘바우’였다. 바우는 며칠 전, 굶주린 괴물들의 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다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 그날 지훈은 무력하게 바우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총알도, 칼도, 심지어 작은 돌멩이조차 없었다. 그저 망연히, 자신이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감에 휩싸인 채.

그때, 또 다른 이름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태우.

태우였다. 그 빌어먹을 새끼.

지훈의 핏발 선 눈동자에 섬뜩한 살기가 번뜩였다. 갈비뼈를 찌르는 통증, 터질 듯한 목마름, 바우를 잃은 슬픔, 이 모든 것이 태우라는 이름 앞에선 한낱 먼지에 불과했다.

‘넌 내 전부였어…!’

태우는 지훈의 유일한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세상이 무너진 그날 이후, 둘은 서로의 등과 어깨를 내어주며 버텼다. 텅 빈 도시를 헤매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밤을 함께 지새고, 때로는 괴물들의 아가리에서 서로를 구해냈다. 살벌한 세상 속에서 태우의 존재는 지훈에게 희망 그 자체였다. 서로의 목숨을 믿고 의지하며, 언젠가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벗어나 따뜻한 햇볕 아래 쉴 수 있으리라 꿈꿨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그랬다.

“지훈아, 이쪽이야! 여기 먹을 게 있을 것 같아!”

태우의 목소리는 언제나 활기찼다. 무너진 백화점 잔해 속에서 겨우 찾아낸 통조림 하나에 서로 웃음을 터뜨리던 순간들. 낡은 지도에 의지해 안전지대를 찾아 헤매던 시간들. 지훈은 태우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우리, 꼭 살아남자. 태우야.”

“당연하지, 인마! 누가 보면 내가 너 버리고 도망이라도 갈 줄 알겠네?”

그때 태우가 씨익 웃으며 어깨동무를 해왔다. 그 웃음이 지훈의 심장에 칼날처럼 박혔다.

그 ‘백화점’에서였다. 간신히 한 층 한 층 올라가며 귀한 식량과 물품을 찾아 헤맬 때였다. 지훈은 앞장서서 위험한 통로를 헤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느껴진 강한 충격. 그리고 이어지는 싸늘한 말.

“미안하다, 지훈아. 우리 둘 다 살 수는 없어.”

지훈은 균형을 잃고 아래층으로 추락했다. 부서진 철근과 콘크리트 조각들이 그의 몸을 찢었다. 다리가 꺾이고, 갈비뼈가 부러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태우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었다. 지훈이 어렵사리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곳에는, 난간 위에서 내려다보는 태우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의 손에는 방금 전까지 지훈과 함께 찾아냈던 얼마 안 되는 귀한 식량과 지도가 들려 있었다.

“너… 이 개자식…!”

피거품을 토하며 외쳤지만, 태우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그저 차갑고 공허한 눈으로 지훈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마치 낯선 이를 보듯. 아니, 마치 쓸모 없어진 짐승을 보듯.

그리고 그는 지훈의 눈앞에서, 느긋하게 등을 돌려 사라졌다.

그것이 끝이었다. 지훈은 죽음을 직감했다. 부서진 몸으로, 어떻게든 기어 올라가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주변에는 괴물들이 득실거렸다. 이빨을 드러낸 그림자들이 아래층 어둠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지훈은 정신을 놓기 직전 희미한 빛을 발견했다. 간신히 몸을 던져 쓰러진 건물 잔해 틈새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이어진 며칠 밤낮의 사투. 부러진 다리로 기어다니고, 떨어지는 빗물로 목을 축이며, 썩은 쥐라도 찾아 먹을 생각으로 몸부림쳤다. 살아남아야 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복수. 그 단어만이 지훈을 지탱하는 유일한 끈이었다.

몸속 모든 세포가 ‘태우’라는 이름만을 외쳤다. 심장이 태우를 향한 증오로 뜨겁게 타올랐다. 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오직 그 빌어먹을 친구의 배신감뿐이었다.

‘태우… 네놈이 나를 버린 그 대가를, 피눈물로 갚아주겠다.’

지훈은 이를 갈았다. 턱관절이 부서질 듯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폐허 속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절망에 젖어 있지 않았다. 그 안에는 지옥불보다 더 뜨거운, 꺼지지 않는 증오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사냥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비틀린 몸을 이끌고, 그는 무너진 건물 틈새로 기어 나왔다. 어둠 속에서 그의 그림자는 길고 끔찍하게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낮게 읊조렸다.

“기다려라. 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