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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별의 그림자**
카시아 행성, 붉은 황무지 깊숙한 곳에 숨겨진 녹슨 강철 동굴은 언제나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냄새를 풍겼다. 먼지 섞인 금속과 오래된 연료의 비릿한 향, 그리고 희미하게 풍기는 땀내음이 카인의 코끝을 스쳤다. 그는 차가운 금속 테이블 위에 펼쳐진 낡은 홀로그램 지도를 응시했다. 제이콥스 제국의 엄격한 감시 아래 놓인 오메가-7 연료 저장소의 3D 모형이 불안하게 깜빡였다.
“젠장, 제국 놈들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까지 세금으로 매길 기세로군.” 제이가 거친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다. 며칠 밤낮으로 ‘밤의 망토’를 수리하느라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한 모양이었다.
세라가 홀로그램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자, 오메가-7 저장소 주변의 감시망이 붉은색으로 번쩍였다. “이전보다 감시 범위가 두 배로 늘었어. 드론이 십 초 간격으로 순찰하고, 내부 병력도 증강된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에는 특유의 냉철함이 배어 있었지만, 불안한 기색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우리가 아는 정보는 죄다 한물간 것들뿐이야, 카인.”
카인은 한숨을 쉬었다. 세라의 말은 정확했다. 제국은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자신들의 촉수를 뻗었고, 반란군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언제나 한 발짝 늦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들의 유일한 수송선 ‘밤의 망토’는 핵심 동력인 블루 코어 연료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연료 없이는 이 동굴에 갇혀 제국의 발굽 아래 짓밟힐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리안이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육중한 팔뚝은 광산에서 수십 년간 쇠붙이를 들며 다져진 근육으로 울퉁불퉁했다. “이 연료 없이는… 다른 기회도 없어.”
그들의 눈이 일제히 카인에게로 향했다. 카인은 이 잊힌 별 카시아에서 반란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작은 불꽃 중 하나였다. 한때는 그저 광부였던 그였지만, 제국의 억압과 동료들의 희생은 그를 전사로 만들었다.
“알아.” 카인은 조용히 답했다. 그의 손이 허리에 찬 오래된 블래스터 권총의 손잡이를 더듬었다. “계획대로다. 제이, 넌 밤의 망토로 오메가-7의 사각지대에 최대한 접근해. 세라, 넌 침투 직후 내부 시스템을 마비시켜야 해. 그리고 리안, 네가 문을 열어.”
“무슨 문 말이냐, 카인?” 리안이 눈썹을 찡그렸다.
“이거 말이다.” 카인은 홀로그램 지도를 확대했다. 오메가-7 저장소의 가장 깊숙한 곳, 블루 코어 연료 핵심 저장고로 통하는 마지막 방호벽이 나타났다. “세라의 해킹으로도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제국 놈들이 냄새를 맡기 전에 우리가 직접 열어야 해.”
리안은 그 방호벽의 두께를 가늠하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눈에는 망설임이 비쳤지만, 곧 결연한 의지로 바뀌었다. “알았다. 놈들의 문짝이 내 주먹보다 강한지 한번 보자고.”
카인은 홀로그램을 끄고 어둠 속에서 팀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다. 모두 지쳐 있었지만, 그들의 눈 속에는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제국이 아무리 강대하다 한들, 이 불꽃을 끌 수는 없을 터였다.
“좋아, 출동이다. 오늘 밤, 제국 놈들에게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똑똑히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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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카시아 행성을 삼키고, 붉은 대지는 차갑게 식어갔다. 희뿌연 성운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광활한 우주 속에서, 낡고 투박한 수송선 ‘밤의 망토’는 조용히 비행하고 있었다. 찌그러진 외벽과 여기저기 덧댄 철판은 제국의 웅장한 순양함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지만, 이 작고 검은 그림자는 반란군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조종석에서 제이가 능숙하게 스틱을 움직였다. 그의 손놀림은 거칠었지만 정확했다. “카인, 제국 감시망에 딱 붙어서 가는 중이야. 조금이라도 궤도에서 벗어나면 바로 걸릴 거야.”
“최대한 조용히.” 카인은 심박 수가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오메가-7 저장소는 점점 더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짙은 어둠 속에 잠긴 채, 수많은 점멸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 빛들은 마치 감시하는 눈동자 같았다.
“접근 중… 500미터… 300미터… 100미터.” 세라의 목소리가 침착하게 울렸다. “사각지대 진입. 이제부터는 육안 감시와 저주파 스캔에 의존할 거야. 우리 저주파 차폐막이 얼마나 버틸지는 장담 못 해.”
카인은 리안과 함께 후방 화물칸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자기 흡착식 그래플링 건 세 개가 놓여 있었다. 낡고 거칠었지만, 그들의 생명줄이었다.
“출발 신호 떨어지면 바로 뛰어.” 카인이 리안에게 말했다. 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플링 건의 상태를 점검했다.
“3, 2, 1, 지금!” 제이의 외침과 함께 ‘밤의 망토’가 덜컹거렸다. 카인은 망설일 틈도 없이 기체 외부로 몸을 던졌다. 맹렬한 우주 공간의 냉기가 보호복을 뚫고 피부를 스치는 듯했지만, 그의 의지는 흔들림 없었다. 리안과 세라도 그의 뒤를 따랐다.
세 사람은 거대한 오메가-7 저장소의 철제 외벽에 착 달라붙었다. 카인은 미리 파악해 둔 가장자리 환기구를 향해 조심스럽게 기어갔다. 환기구는 부식되어 있었고, 그 틈으로 희미한 내부 불빛이 새어 나왔다.
“세라, 환기구 잠금장치 해제 가능해?”
“잠깐만… 젠장, 이건 구형 모델이잖아. 내 해킹 툴로는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세라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답했다. 그녀의 눈은 쉴 새 없이 코드와 회로를 훑었다.
그때, 오메가-7 외벽을 따라 저주파 스캔이 지나갔다. 윙- 하는 낮은 진동이 온몸을 울렸다.
“걸릴 뻔했어!” 세라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젠장, 제국 놈들이 스캔 주기를 불규칙적으로 바꿨어! 이러면 안 되는데!”
카인은 주위를 살폈다. 드론 순찰 시간이 임박했다. “리안, 저 환기구 철창을 열 수 있겠어?”
리안은 환기구를 한참 노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보죠. 대신 좀 시끄러울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 카인이 외쳤다.
리안은 거대한 손으로 철창을 잡고 힘을 주었다. 낑낑거리는 금속음이 정적을 깼다. 제국 드론이 접근하고 있었다. 멀리서 희미한 엔진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리안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핏줄이 불거져 나왔다. 마침내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철창이 뜯겨 나갔다.
“들어간다!” 카인이 먼저 몸을 던졌다. 세라와 리안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내부 통로에 착지하자마자, 밖에서는 제국 드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내부는 예상보다 훨씬 조용하고 어두웠다.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를 따라 걸으며, 세라는 빠르게 내부 시스템에 접속했다. “젠장, 여기 감지 센서가 너무 많아! 최소한 절반은 꺼야 해.”
카인은 앞장서며 주변을 경계했다. 낡고 부식된 파이프들 사이로 습한 공기가 흘렀다. 멀리서 들려오는 기계음만이 그들의 존재를 압도했다.
“됐다!” 세라가 외쳤다. “이제부터 10분간은 이 구역 센서가 전부 마비될 거야. 그 안에 핵심 저장고로 가야 해!”
그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통로를 거의 질주하다시피 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제국군과 마주칠까 봐 긴장이 온몸을 옥죄었다. 다행히 인적이 드문 구역이었는지, 순찰하는 제국군은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의 앞에는 거대한 금속 방호벽이 나타났다. 육중한 강철문에는 제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문양이 음각되어 있었다. 문 옆의 제어 패널은 붉은색으로 잠금 상태를 표시하고 있었다.
“세라?” 카인이 물었다.
세라가 패널 앞에 서서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이건… 제국 핵심 보안망에 연결되어 있어. 여기를 뚫으면 우리 흔적이 노출될 거야.”
“노출되더라도 블루 코어 연료는 확보해야 해.” 카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잠깐만.” 세라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이 문, 내가 알던 구조가 아니야. 뭔가… 더 복잡해. 마치 제국이 최근에 추가 보안을 설치한 것 같아. 이건 단순한 연료 저장소가 아니야.”
“뭐라고?” 카인이 다가섰다.
세라는 몇 번의 시도 끝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젠장, 이 문은 단순한 블루 코어 저장고가 아니야. 무언가를 감추고 있어. 그리고 내 해킹 능력으로는 적어도 한 시간이 걸려. 그 사이에 제국이 우릴 찾을 거야.”
리안이 앞으로 나섰다. “그럼 내가 열지. 이딴 문짝이 대수라고.”
“안 돼, 리안.” 카인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단순한 강철 문이 아니야. 충격 감지 센서가 설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네가 주먹으로 부수려다간 경보가 울리고, 우린 꼼짝없이 갇힐 거야.”
그때, 세라의 통신기가 삐빅거렸다. 제이였다.
“카인! 제국 순찰선이 오메가-7으로 접근 중이야! 세 척이나 돼! 우리한테 반응한 것 같진 않지만, 곧 여기에 도킹할 거라고!”
“젠장!” 카인은 주먹으로 강철벽을 내리쳤다.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이 문을 열지 못하면…” 리안이 씁쓸하게 말했다. “우린 여기서 죽는 건가.”
카인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블루 코어는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이 문을 억지로 열었다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터였다. 그들은 겨우 작은 반란의 불씨를 지폈을 뿐이었다. 여기서 좌초될 수는 없었다.
그의 눈이 다시 제어 패널을 향했다. 세라가 포기한 듯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패널 옆에는 비상용 수동 개방 레버가 있었지만, 그 위에는 ‘인증된 지휘관만 사용 가능’이라는 경고 문구가 선명했다.
‘인증된 지휘관.’ 카인은 자신의 블래스터 권총을 빼 들었다. “세라, 리안. 물러서.”
“카인? 뭐 할 생각이야?” 세라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카인은 제어 패널 중앙에 블래스터 권총의 총구를 겨누었다. “인증 시스템을 통째로 날려버릴 거야. 도박이지만, 다른 방법은 없어.”
“미쳤어! 그러면 경보가 울릴 거야!” 세라가 소리쳤다.
“어차피 곧 제국 순찰선이 올 거야. 경보가 울리든 말든, 연료를 얻지 못하면 끝이야. 차라리 해보고 죽는 게 낫다.” 카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쾅!**
블래스터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에너지 볼트가 제어 패널을 강타했다.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고, 찌그러진 금속 조각들이 흩날렸다. 동시에 요란한 경보음이 저장소 전체에 울려 퍼졌다. 붉은 비상등이 깜빡이며 복도를 섬광처럼 비췄다.
“제길, 경보 울렸어!” 제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기를 찢고 들어왔다. “카인! 순찰선들이 저장소에 도킹하기 시작했어! 빨리 빠져나와야 해!”
카인은 경보음 속에서 손상된 패널을 움켜쥐고 수동 레버를 잡아당겼다. 육중한 강철문이 굉음과 함께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으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블루 코어 연료 저장고였다.
“서둘러! 리안, 연료 튜브를 연결해!” 카인이 외쳤다.
리안은 재빨리 비상용 연료 튜브를 저장고의 주입구에 연결했다. 세라가 급하게 잔여 시스템에 접속해 연료를 ‘밤의 망토’로 전송하기 시작했다.
그때, 복도 끝에서 제국군 스톰트루퍼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흰색 갑옷은 붉은 비상등 아래 섬뜩하게 빛났다. 블래스터 소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엄호 사격!” 카인이 소리치며 자신의 블래스터를 겨눴다. 그의 블래스터 볼트가 스톰트루퍼 한 명의 가슴을 명중시켰다. 병사가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리안은 빈 연료 튜브를 방패 삼아 엄폐하며 소총을 난사했다.
“젠장, 끝이 없어!” 세라가 소리쳤다. 그녀는 여전히 연료 전송에 매달려 있었다.
“얼마나 남았어?” 카인이 물었다.
“절반! 반밖에 안 됐어!”
밖에서는 제국 순찰선 엔진 소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이제는 저장소 전체가 흔들리는 듯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제이, 준비해! 전송 완료되는 대로 바로 이륙한다!” 카인이 통신기를 통해 외쳤다.
“카인, 여기 숨겨진 데이터가 있어! 방금 이 저장소의 핵심 시스템을 통째로 날려버리면서 뭔가 흘러나왔어! 이건… 제국이 곧 외곽 식민 행성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정화 작전’을 시작한다는 정보야!” 세라의 목소리에 경악이 가득했다. “우리가 아는 모든 반란군 기지가 대상이야!”
카인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들의 작은 불꽃은 제국의 어둠 속에서 겨우 숨통을 틔우고 있었는데, 제국은 이미 그들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은 연료 저장고는 단순한 보급 기지가 아니었던 셈이었다.
“전송 완료!” 세라가 외쳤다.
“튀어!” 카인이 소리쳤다.
그들은 미친 듯이 복도를 달려 나갔다. 스톰트루퍼들의 블래스터 볼트가 그들의 발밑과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간신히 환기구를 통해 밖으로 몸을 던졌다. ‘밤의 망토’가 대기하고 있었다. 제이가 능숙하게 착륙 위치를 맞춰두었다.
“빨리 타!” 제이가 소리쳤다.
카인, 세라, 리안은 간신히 밤의 망토에 몸을 실었다. 제이가 엑셀을 밟자마자, 낡은 엔진이 포효하며 기체가 맹렬하게 솟아올랐다. 오메가-7 저장소에 도킹한 제국 순찰선들이 블래스터 포화를 퍼붓기 시작했다. 밤의 망토는 간발의 차이로 포격을 피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밤의 망토가 성운 속으로 녹아들자, 기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숨을 고르며 방금 겪은 지옥 같은 순간들을 되새겼다.
카인은 땀으로 축축한 얼굴을 닦아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블루 코어 연료는 희미하게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작은 승리였다. 하지만 그 승리는 더욱 거대한 절망을 동반하고 있었다.
“정화 작전이라니….” 리안이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세라는 무언가에 홀린 듯 데이터 패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건… 전멸 작전이야. 제국이 우리 모두를 쓸어버리려고 해. 계획보다 훨씬 빠르고, 훨씬 거대하게.”
카인은 조종석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저 멀리, 수많은 별들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 별들 중 어딘가에 자신들의 동료들이 있었고, 제국의 칼날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연료는 얻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전면전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국은 거대하고, 그들은 작디작은 반란의 불꽃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꽃은 바람 속에서 더 거세게 타오르는 법이다.
카인의 눈빛이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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