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새벽 세 시. 도시의 증기기관들이 내뿜는 희미한 웅웅거림만이 십오 층 창밖에서 들려올 뿐이었다. 지훈의 작은 아파트 안은 고요했다. 오래된 태엽시계가 벽에서 규칙적인 똑딱거림을 쏟아냈지만, 그것조차 이 공간의 침묵을 깨기보다 더 깊게 파고드는 듯했다.

지훈은 돋보기 안경을 코끝에 걸친 채, 황동과 강철로 이루어진 복잡한 부품들을 앞에 두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핀셋은 좁쌀만 한 나사를 조심스럽게 집어 올려, 정교한 시계 태엽 기어의 틈새에 끼워 넣었다. 책상 위에는 증기압 게이지와 알 수 없는 용도의 도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낡은 가죽 필통에는 몽당연필과 만년필이 가득했다. 그의 아파트는 비록 현대식 고층 건물 안에 있었지만, 그만의 공간만큼은 마치 20세기 초의 공방을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거, 이대로라면 내일 오전까지는 무리겠군.”

그는 작은 한숨을 쉬며 허리를 곧게 폈다. 의자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시선을 돌려 컵에 담긴 차가운 홍차를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이었다.

*딸깍.*

책상 한쪽 구석, 사용하지 않는 낡은 태엽 부품들을 모아 놓은 유리병 안에서 아주 작고 명확한 소리가 들려왔다. 지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유리병을 바라봤다. 병 안에 굴러다니던 작은 황동 톱니바퀴 하나가 미세하게 움직인 것 같았다.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작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손끝이 닿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과는 달리,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했다. 새벽의 정적은 종종 사람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곤 했다.

십여 분이 더 흘렀을까. 이번에는 좀 더 분명한 소리였다. 작업 중인 기어 박스에서 떨어진 부품 몇 개를 모아놓은 작은 나무 상자. 그 안에서 무언가가 긁히는 듯한 소리, 마치 작은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스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훈은 핀셋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상자는 뚜껑이 열린 채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상자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안에는 황동 너트와 볼트, 그리고 아직 용도를 찾지 못한 작은 부품들이 가득했다. 흔들어도 소리는 나지 않았다.

“뭐야, 쥐라도 들어왔나?”

아파트는 십오 층이었다. 게다가 쥐가 이런 금속 부품을 긁을 리 만무했다. 그는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며 상자를 다시 내려놓았다. 도시의 웅웅거림이 갑자기 더 크게 들리는 듯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귀가 그 소리에 더욱 집중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눈을 사로잡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책상 한쪽에는 그가 얼마 전 완성을 코앞에 두고 멈춰둔 장식용 증기 새가 놓여 있었다. 정교하게 가공된 황동 날개와 작은 증기 배출구가 달린, 손바닥만 한 크기의 새였다. 태엽을 감아야만 작동하는 이 작은 기계 새는 아직 태엽이 감기지 않은 상태였다. 작동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증기 새의 황동 날개가 *파닥이기 시작했다.*

미세하게, 그리고 아주 느리게. 처음에는 한두 번 파닥이는가 싶더니, 이내 규칙적인 움직임으로 변해갔다. 작은 기계음이 ‘끼이익, 끽-‘ 하고 울렸다. 흡사 실제 새가 날갯짓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지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말도 안 돼…”

그는 작업 중이던 부품들을 흩트릴 새도 없이, 거의 책상을 넘어뜨릴 듯이 증기 새에게 다가갔다. 새의 날개는 계속해서 파닥이고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새를 잡아 들었다. 그의 손아귀에 닿은 황동 몸체에서는 미세한 진동과 함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마치 생명체처럼.

태엽은 감겨 있지 않았다. 스프링은 느슨한 채였다. 도대체 어떻게?

지훈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한 그에게, 이 현상은 어떤 식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했다. 그는 새를 든 채로 방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낡은 벽지, 삐걱거리는 마루, 그리고 황동 부품들로 가득 찬 그의 책상.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없었다.

“누가 장난치는 건가? 아니, 어떻게…”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파트에는 혼자였다. 방문은 잠겨 있었고,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어떤 외부의 침입자도, 장난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갑자기, 그의 등 뒤에서 ‘우웅-‘ 하는 낮은 기계음이 들려왔다.

지훈은 심장이 떨어질 듯이 놀라 몸을 휙 돌렸다. 소리는 벽에 걸린 그의 자랑스러운 작품, 거대한 증기압 시계에서 나는 것이었다. 시계의 유리 덮개 안에서 수많은 황동 기어들이 마치 생명이라도 얻은 듯 맹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평소에는 정해진 시간에만 묵직하게 움직이던 그 기어들이, 마치 폭풍 속에 휘말린 나뭇잎처럼 미친 듯이 회전했다. 증기 게이지의 바늘은 위험 수위를 넘어 시뻘건 경고 영역을 뚫고 치솟아 있었다. 시계의 가장자리에서는 약한 수증기가 ‘쉬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분출되고 있었다.

시계는 폭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계는 전원 스위치도, 태엽을 감는 장치도 없었다. 순전히 압력과 정밀한 기계장치로만 작동하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제멋대로 움직일 리가 없었다.

“이건… 이건 아니야.”

그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차갑게 식어가는 이성적인 판단력과, 눈앞에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광경이 충돌하며 끔찍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그는 증기 새를 든 채로 뒷걸음질 쳤다. 벽시계의 기어들이 마치 그의 불안한 심장 박동처럼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 순간, 그의 발밑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덜컹! 덜그럭!*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책상 아래에 놓여 있던 그의 공구 상자가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었다. 낡은 철제 상자 안에서 렌치와 드라이버, 망치 같은 공구들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상자 뚜껑이 ‘덜컥’ 하고 열리더니, 가장 위에 놓여 있던 묵직한 쇠망치가 천천히 위로 떠올랐다.

정확히 그의 시선이 닿는 높이까지.

쇠망치는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들린 것처럼 공중에 정지해 있었다. 묵직한 철의 재질이 섬뜩할 정도로 선명하게 빛났다. 지훈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얼어붙은 듯한 공기 속에서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쇠망치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의 얼굴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훈의 입에서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는 공포에 질려 눈을 감았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증기 새가 마지막으로 한 번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날개를 격렬하게 파닥이다가,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져 바닥에 부딪혔다. 날개가 부러지는 ‘쨍그랑’ 하는 소리가 끔찍한 침묵을 찢었다.

그리고 지훈은 눈을 감은 채 느꼈다.

차가운 쇠망치의 끝부분이, 그의 이마에 닿는 듯한 섬뜩한 감촉을.

*털컥.*

동시에 모든 소리가 멎었다. 시계의 기어는 멈췄고, 증기 분출도 사라졌다. 공구 상자 안의 공구들도 잠잠해졌다.

지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쇠망치는 그의 이마 바로 앞에 멈춰 있었다.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흉측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그리고 망치 손잡이 끝에 매달려 있던 낡은 가죽끈이, 마치 누군가의 숨결처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존재가 막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처럼.

지훈의 시선은 망치를 넘어, 텅 빈 그의 방 한가운데를 향했다.

그는 분명히 느꼈다. 이 공간에,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의 정교한 기계 부품들을 가지고, 끔찍한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막 시작된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