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은 끈질기게 매달려 있었다. 인류가 명명한 적 없는 미지의 성단, O-52 섹터의 짙은 암흑 속에서 ‘아르고스’ 호는 유일한 빛의 점이었다. 하지만 그 빛조차 불안하게 흔들렸다.

“캡틴, 감마선 스펙트럼이… 또 변합니다. 이런 패턴은 블랙홀 근처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메인 콘솔 앞의 수석 과학자 강민아 박사가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어두운 함교 안, 전면 스크린에는 별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심우주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중심에, 불길한 예감처럼 검은 그림자 하나가 도사리고 있었다.

“변칙 신호의 근원이 확실합니까, 박사?” 이진우 캡틴의 목소리는 미세한 떨림조차 없이 차분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스크린에 고정된 채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수십 년간 우주를 누볐던 베테랑의 본능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예, 캡틴. 0-52 섹터 외곽, 미개척 영역 한복판입니다. 이전에 감지된 적 없는 에너지 파형… 정확히는 ‘존재하지 않아야 할’ 파형입니다. 중력 왜곡도 심상치 않고요.”

함교의 조명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아르고스’ 호는 인류가 탐사한 가장 깊은 곳, 모든 지도와 항로의 끝 너머에 와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신의 영역에 대한 침범일 수도, 인류의 운명을 바꿀 대발견일 수도 있었다.

“거리 5천 킬로미터, 속도 마이너스 0.001 광속. 접근 중입니다.” 인공지능 ‘시그마’의 무미건조한 음성이 정적을 깼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스크린 속 그림자의 윤곽이 선명해졌다. 그것은 거대한 직육면체였다. 매끄럽고, 완벽하게 검으며,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았다. 마치 우주의 어둠을 그대로 잘라내어 빚어놓은 조형물 같았다. 그 압도적인 규모는 인류의 모든 건축물을 초라하게 만들 만큼 거대했다.

“맙소사… 이건 대체…” 강민아 박사가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과학적 이성이 이 광경을 이해하려 발버둥 쳤지만, 실패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저렇게 매끄러운 표면은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없어요.” 조종석의 탐사 대원 김지윤이 굳은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녀는 첫 접촉 전문 요원이었다. 항상 냉철했지만, 지금 그녀의 얼굴에는 경외심과 함께 미묘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이진우 캡틴은 잠시 스크린을 노려보았다. “스캔 결과는?”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밀도는 측정 불가. 구성 물질도 알 수 없습니다. 표면 온도는 절대 영도에 가까운데, 내부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어요. 역설적입니다, 캡틴.” 강민아 박사의 목소리는 이제 흥분과 함께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손은 초조하게 콘솔 위를 헤매고 있었다.

“탐사선 출격 준비. 김지윤 대원, 현장 접근 허가한다.” 이진우 캡틴의 명령에 모두가 침을 삼켰다.

“캡틴! 아직 물질 분석도 제대로 안 됐습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강민아가 반대했다.

“알아. 하지만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있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 김 대원.” 이진우는 단호했다. 위험을 알면서도 나아가야 하는 것이 탐사의 본질이었다.

“알겠습니다, 캡틴.” 김지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격납고로 향했다. 그녀의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장함이 함교를 가득 채웠다.

몇 분 후, 소형 탐사선 ‘스카우터’가 아르고스 호의 격납고에서 분리되어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메인 스크린에는 스카우터의 전방 카메라 영상이 송출되었다. 거대한 검은 구조물은 이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카우터는 그 앞에서 한 점 먼지 같았다.

“지윤, 상태 보고.” 이진우가 무전으로 말했다.

“시야 확보… 표면은… 검은 거울 같습니다. 제 눈에 보이는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동시에… 뭔가 내부에서 빛나는 느낌도 듭니다. 아주 희미하게, 마치 심장에서 뛰는 혈관처럼…” 김지윤의 목소리는 떨렸다.

“접촉하지 마. 절대 접촉하지 마.” 강민아가 다급하게 경고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헤드셋에서… 낮은 진동음이 느껴져요. 공명하는 것 같습니다.”

“진동음? 스카우터 센서에는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는데?” 박선호 엔지니어가 조종석에서 말했다. 그는 탐사선 내부의 환경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었다.

“제 귀에는… 아니, 제 몸에 느껴집니다. 심장이… 울리는 것 같아요.” 김지윤의 목소리가 점점 불안해졌다. 화면 속 탐사선은 검은 거대 구조물의 불과 수십 미터 앞까지 다가서 있었다.

그때였다.

정확히 구조물의 중앙부에서, 검은 표면 아래 어딘가에서 붉은 빛이 맥박 치기 시작했다. 아주 희미하게, 그리고 서서히, 맥박은 강해졌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깨어나는 것처럼. 그것은 살아있는 무언가처럼 불규칙하게, 하지만 명확하게 깜빡였다.

“캡틴! 중력 파형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동시에 알 수 없는 에너지 서지가 관측됩니다!” 강민아가 소리쳤다. 그녀의 눈이 스캔 데이터 그래프 위에서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지윤, 즉시 후퇴해!” 이진우 캡틴이 격앙된 목소리로 명령했다.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캡틴!” 김지윤의 목소리가 비명을 닮아가고 있었다.

붉은 맥동은 이제 표면을 뚫고 솟아오르는 듯했다. 빛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그와 동시에 스카우터의 통신이 지직거렸다. 함교 안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깜빡였다.

“스카우터 통신 불안정! 데이터 손실 발생!” 박선호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화면 속에서, 거대한 검은 구조물의 표면에 알 수 없는 문양들이 붉은빛으로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기하학적이면서도 유기적인, 동시에 무시무시할 정도로 아름다운 형태를 띠었다. 마치 피로 쓴 고대의 언어 같았다.

“지윤! 들립니까?! 응답하라!” 이진우 캡틴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캡틴… 보여요… 뭔가… 제 머릿속에… 들어와요…” 김지윤의 음성이 비명처럼 찢어졌다. “아니… 이건… 아니…”

그 순간, 거대한 검은 구조물 전체가 번개처럼 붉게 섬광을 터뜨렸다. 그 빛은 아르고스 호의 함교 안까지 스며들어, 모두의 얼굴을 섬뜩하게 물들였다. 스카우터의 영상은 지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완전히 끊겼다. 스크린은 다시 암흑으로 변했다.

이진우 캡틴은 주먹으로 콘솔을 내리쳤다. “지윤!”

메인 스크린은 다시 암흑으로 변했다. 하지만 모두의 눈에는 방금 전의 붉은 섬광이 잔상처럼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아르고스 호 전체를 뒤흔드는 낮은 공명음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김지윤이 느꼈던 바로 그 진동음이었다.

함교의 유리창 너머, 칠흑 같은 우주 속에서 거대한 검은 구조물이, 이제는 전신에 붉은 문양을 새긴 채, 서서히… 아주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