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1화. 밤의 방문객]**

**#1. 12층의 잔상**

**[장면 1]**

**[장소: 서연의 12층 아파트 거실 – 밤, 자정 무렵]**

어둠이 짙게 깔린 도시. 아파트 창문 너머로 삐죽삐죽 솟아오른 빌딩들의 불빛이 얼음처럼 차갑게 반짝인다. 12층의 작은 아파트, 서연의 보금자리.
자정. 서연은 쭈그려 앉아 노트북 화면에 코를 박고 있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숙명. 마감은 언제나 내일 모레인데 할 일은 산더미다. 반쯤 식은 배달 피자 조각이 놓인 책상 위, 커피 잔에는 얼음이 다 녹아 물이 되어 있었다.

**서연 (내레이션):**
또 밤을 새겠네. 내 청춘 돌려도…

나른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어폰에서는 잔잔한 인디 음악이 흐르고 있었지만, 서연의 신경은 온통 모니터 속 이미지에 집중되어 있었다. 벌써 며칠째 이 생활의 반복이었다. 등 뒤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텅 빈 공간의 고요함만이 존재했다.

**[효과음: 달그락! (주방 쪽에서 아주 작게, 컵이 흔들리는 듯한 소리)]**

서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이어폰을 빼지 않은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창문을 열어둔 것도 아닌데. 바람? 설마.

**서연:**
뭐지? 헛것이 들리나.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피곤함 때문일 거라고, 착각일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잠시 후, 잊어버린 듯 다시 작업에 몰두하는 서연의 뒷모습. 거실 한쪽 벽에 걸린 낡은 벽시계는 묵묵히 째깍거리고 있었다.

**[장면 2]**

**[장소: 서연의 침실 – 새벽 2시경]**

작업을 끝내고 겨우 잠자리에 든 서연. 스마트폰 액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이불 속 그녀의 얼굴을 창백하게 비췄다. 늦게까지 폰을 만지작거리다 겨우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효과음: 깜빡… 깜빡… (침대 옆 스탠드 불빛이 불안정하게 깜빡거린다)]**

서연의 눈이 다시 떠졌다. 그녀의 시선은 침대 협탁 위 작은 스탠드에 고정되었다. 낡았지만 여태껏 이런 적은 없었는데.
손을 뻗어 스탠드 갓을 툭툭 쳐봤다. 언제 그랬냐는 듯 불빛은 다시 안정적으로 돌아왔다.

**서연:**
고장났나? 아, 진짜 피곤한데…

몸을 뒤척여 베개에 얼굴을 묻으려는데, 문득 눈앞에 잔상이 스쳤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방문이… 닫혀 있던 방문이 아주 살짝, 새끼손가락만큼 열려 있었다.

**서연 (내레이션):**
분명히 닫았는데…

기분 탓이겠지. 요즘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보다. 서연은 애써 외면하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장면 3]**

**[장소: 서연의 아파트 전체 – 새벽 3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서연의 눈이 번쩍 뜨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뭔가… 뭔가 이상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죽은 듯한 침묵이 아파트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 침묵은 오히려 모든 소리를 집어삼키는 듯했다.
공기마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마치 한겨울 밤처럼.

벌떡 일어난 서연은 주위를 둘러봤다.
침대 옆 스탠드는 꺼져 있었고, 방 안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방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아까는 살짝 열려 있었을 뿐인데.

**서연:**
(속삭이듯) 누구 있어…?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방문 너머 어두컴컴한 복도에서, 분명히 ‘무언가’가 그녀를 응시하고 있다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
그때였다.

**[효과음: 찌이이이이익… 팟! (거실 TV가 갑자기 켜지며 노이즈 화면이 가득 찬다. 엄청난 소음.)]**

심장이 발밑으로 쿵 떨어지는 듯한 충격.
서연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구멍에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온몸이 돌처럼 굳었다.
TV 화면은 희뿌연 노이즈로 가득했고, 그 속에서 희미하게 사람 형상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이내 노이즈가 사라지고, 화면에는 한 아파트의 내부가 비쳤다. 바로 서연의 아파트였다. 아니, 정확히는 서연의 아파트 거실. 텅 비어 있는 거실.
하지만 화면은 서서히, 아주 천천히 거실을 훑어나갔다. 마치 누군가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는 것처럼.
그리고 카메라가 멈춘 곳은… 바로 서연의 침실 문 앞.
화면 속에서 문이 서서히 열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문틈 사이로, 시커먼 그림자가 스며들고 있었다.
서연은 눈을 감았다. 제발 꿈이길. 제발.

**#2. 깨진 유리조각**

**[장면 4]**

**[장소: 서연의 아파트 거실 – 낮]**

해는 떴지만, 서연의 얼굴에는 여전히 어제의 공포가 가득했다. 그녀는 거실 바닥에 흩어져 있는 깨진 유리조각들을 보고 있었다. 어젯밤 TV가 켜지기 직전, 주방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은 서연이 아끼던 머그컵이었다.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서연은 친구 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서연:**
야… 지혜야… 나 어제… 어제 진짜 이상했어.

**지혜 (수화기 너머):**
어? 뭔데?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또 밤새 작업했냐?

**서연:**
아니… 그게 아니고… 어젯밤에… 갑자기 TV가 저절로 켜지고… 문도… 문도 혼자 열리고 닫히고… 냉장고 문도…

말문이 막혔다. 믿지 않을 게 뻔했다.

**지혜:**
뭐? 야, 너 잠을 너무 못 자서 헛것 보는 거 아니야? 아니면 피곤해서 잠꼬대라도 했든가. 낡은 아파트라 그래. 바람이라도 불면 그런 일도 있지.

지혜의 목소리는 여전히 태평했다. 서연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서연:**
아니라니까! TV가… TV에… 우리 집 거실이 나왔어… 내가 자는 방 문이… 열리는 게 보였고…

**지혜:**
(웃음) 야, 너 공포 영화 너무 많이 봤다. TV가 갑자기 켜지는 건 오래된 아파트에서 종종 있는 일이야. 정전되거나 접촉 불량이면 그럴 수 있지.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니야?

지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효과음: 와르르! (책상 위 펜꽂이가 저절로 쓰러지며 펜들이 바닥에 흩어진다)]**

**서연:**
꺄아아아아아악!!

서연은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전화기 너머 지혜도 놀란 목소리였다.

**지혜:**
야! 서연아! 무슨 일이야?! 너 괜찮아?!

**서연:**
(울먹이며) 지혜야… 지혜야… 나 진짜 미치겠어… 펜꽂이가… 펜꽂이가 방금 저절로 쓰러졌어…

**지혜:**
…뭐? 야…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지? 내가 지금 갈까?

**서연:**
응… 와줘… 제발 와줘… 나 혼자 못 있겠어… 나 진짜 무서워…

전화를 끊은 서연은 바닥에 흩어진 펜들을 보며 몸을 떨었다. 더 이상 ‘착각’이라고 부정할 수 없었다.
이 아파트에는, 이 집에, 자신 혼자가 아니었다.

**[장면 5]**

**[장소: 서연의 아파트 거실 – 밤]**

지혜가 오기로 한 시간은 저녁 8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밤 10시. 지혜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내일 아침에나 올 수 있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서연은 혼자였다.
집 안의 모든 불을 켜두었다. 거실등, 스탠드, 주방등, 심지어 화장실 불까지. 환하게 밝은 집 안은 오히려 그 밝음 때문에 그림자가 더 선명하게 드리워지는 듯한 착시를 일으켰다.
차라리 어두운 편이 나았을까.

**서연 (내레이션):**
지혜야… 빨리 와줘…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너무 무서웠지만, 차마 집을 비울 수도 없었다. 무언가에 붙잡혀 있는 듯한 기분.
창밖에서는 찬 바람이 불어와 창문을 흔들고 있었다. 밖의 풍경은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나 이 집 안의 고요함은 달랐다.
숨 막히는, 누군가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침묵.

화장실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 한쪽에 놓인 전신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거울 속 서연의 얼굴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그때였다.
거울 속 서연의 등 뒤로, 아주 희미한 검은 그림자가 ‘휙’ 하고 빠르게 지나갔다.
숨이 멎는 듯한 착각.
서연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벽만이 서연을 응시하고 있었다.

**서연:**
(중얼거림) 내가… 내가 뭘 본 거지…?

다시 거울을 봤다.
거울 속 서연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의 모습 뒤로, 검은 그림자가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거울 속 거실 바닥에…
물 자국 같은 것이 보였다. 축축하게 젖은, 발자국 모양의 자국이.
서연은 얼른 거울에서 눈을 돌려 실제 바닥을 내려다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마른 바닥뿐이었다.

**서연 (내레이션):**
거울… 거울이…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데, 순간 발이 무언가에 미끄러졌다.
아주 미세한 물기였다.
놀라 바닥을 내려다보니, 발밑에 방금 전 거울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축축한 발자국 모양의 물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바로 서연의 발치에.
그것은 방금 서연이 서 있던 곳에서부터, 천천히, 서연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장면 6]**

**[장소: 서연의 아파트 거실 – 밤, 절정]**

발자국은 서연의 발끝에서 멈춰 있었다. 차가운 물기.
공포에 질린 서연은 휴대폰을 꺼내 지혜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서연:**
(흐느끼며) 지… 지혜야… 지혜야…

그때였다.

**[효과음: 팟! (거실 불이 갑자기 꺼진다. 완전한 어둠.)]**

모든 불빛이 사라졌다. 눈앞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서연의 거친 숨소리와 심장 박동만이 들려왔다.

**[효과음: 쉬이이이익… (아주 차가운 숨결이 귓가를 스치는 소리)]**

**??? (속삭임):**
크흐흐흐…

바로 귀 옆에서, 싸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서연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차갑고 축축한 손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 (목소리):**
혼자 아니야…

TV 화면이 다시 켜졌다. 노이즈 가득한 화면에 희미하게 글씨가 떠올랐다.
**[텍스트 효과: <혼 자 아 니 야>]**

그 글씨를 마지막으로, 서연의 의식은 암흑 속으로 가라앉았다.

**— 1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