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벽의 환상
수사관 김태우는 땀으로 축축한 손을 허리춤에 짚었다. 희미한 등불 아래, 노대감 저택의 서재는 비현실적인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짙은 묵향과 피비린내가 뒤섞여 코끝을 아리게 했다. 시신은 낡은 서안 위로 엎어져 있었고, 등 뒤에는 단 한 번의 깊은 자상이 선명했다. 그의 옆에는 엎어진 차잔이 뒹굴었고, 찻물은 고서와 함께 스며들어 얼룩을 만들었다.
“이곳입니다, 도윤님.”
김태우의 목소리는 평소의 굳건함을 잃고 미세하게 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서재는 완벽한 밀실이었다. 육중한 나무문은 안쪽에서 빗장이 걸려 있었고, 쇠락한 세월을 견딘 창문에는 굵은 쇠붙이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어느 곳에도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유일한 출입구인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그 문 앞을 지키던 하인들은 노대감이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며, 한밤중에 아무도 드나들지 않았음을 맹세했다.
이도윤은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발걸음은 고요했고,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차분하면서도 예리한 눈빛이 방 구석구석을 훑었다. 닳아 해진 페르시아 양탄자, 벽을 가득 채운 서가, 높다란 천장에 매달린 정교한 금속 공예등.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놓인, 싸늘한 주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그의 목소리는 새벽 서리처럼 차분했다.
김태우는 심호흡을 했다. “밤 열시경, 노대감이 서재에 들어가셨습니다. 평소처럼 밤늦게까지 책을 읽으셨던 모양입니다. 새벽 다섯 시경, 아침 문안을 드리러 온 별감 김형수가 인기척이 없어 이상하게 여겼답니다. 문이 잠겨 있어 부르지도 못하고, 하는 수 없이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그는 목이 메는 듯 잠시 말을 멈췄다. “노대감께서 쓰러져 계셨답니다. 급히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이미 숨을 거두신 후였습니다. 흉기는… 보시다시피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이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문에서 시작해 벽을 타고 창문으로, 다시 천장으로 향했다. 마치 방의 모든 면이 그의 눈빛에 의해 해부되는 듯했다. 그는 창가로 다가가 낡은 쇠붙이를 손으로 만져보았다. 굳게 잠긴 채 미동도 없었다. 이어서 두꺼운 장막을 걷어내 안쪽 창틀을 살폈지만, 역시 특별한 점은 없었다.
“창문은 닫혀 있고, 안에서 걸쇠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바깥쪽에서도 흔들림이나 외부 침입의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김태우가 덧붙였다.
이도윤은 아무 말 없이 다시 문으로 돌아왔다. 그는 육중한 나무문에 손을 얹었다. 차갑고 단단한 감촉. 빗장은 안쪽에서 걸려 있었고, 닳아 해진 놋쇠 자물쇠는 제자리에 꽂혀 있었다.
“열쇠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문이 부서지기 전에는 안쪽에 꽂혀 있었습니다. 저희가 부득이하게 문을 부순 후, 문 옆에 떨어진 것을 발견해 보존했습니다.” 김태우가 조심스럽게 꺼낸 낡은 놋쇠 열쇠를 이도윤에게 건넸다. 이도윤은 열쇠를 받아 들고 잠시 응시했다.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한 미세한 눈썹의 움직임.
“완벽한 밀실이군요.” 이도윤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웃음도, 좌절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사실을 읊는 듯했다. “그렇다면 살인자는 어떻게 들어와 살인을 저지르고, 어떻게 나갔을까요?”
김태우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것이 저희를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입니다. 내부 소행이라고 하기에는 모두 알리바이가 분명하고, 외부에서 침입했다고 보기에는… 도무지 방법이 없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원한을 살 만한 분이 아니셨고, 금품을 노린 강도 사건이라고 보기에도 너무 깨끗합니다.”
이도윤은 열쇠를 돌려주며 시신 쪽으로 향했다. 그는 시신을 직접 만지지 않고, 허리를 숙여 노대감의 옷매무새와 손가락, 그리고 주변의 엎어진 차잔과 고서들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의 시선은 다시 한번 방 안을 느리게 훑었다. 서안 위에 놓인 붓통, 낡은 벼루, 그리고 한쪽 구석에 놓인 거대한 자명종 시계.
그의 시선이 문 쪽으로 다시 돌아왔다. 정확히는 문 위, 천장과 문틀 사이의 좁은 틈에 자리 잡은 작은 장식용 환풍구. 정교한 금속 세공으로 만들어진 그 환풍구는 오랜 세월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법한, 단순한 장식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수사관님.” 이도윤이 김태우를 불렀다. “저 환풍구, 가까이서 살펴본 적 있으십니까?”
김태우는 고개를 들었다. “저곳 말씀이십니까? 단순한 장식용이겠지요. 이 저택은 수십 년 전, 서구의 기술을 받아들여 건축된 일부 구역이 있습니다만, 서재는 아닙니다. 그저 미관을 위한 것일 뿐, 공기가 통하는 기능은 없을 겁니다.”
이도윤은 말없이 작은 의자를 끌어와 환풍구 아래에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서서 손을 뻗었다. 낡고 거미줄이 쳐진 환풍구의 격자무늬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자,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렸다. *철컥.*
김태우는 깜짝 놀랐다. “도윤님, 설마…”
이도윤은 환풍구를 옆으로 밀어 열었다. 안쪽에는 좁고 길쭉한 공간이 드러났다. 어두컴컴한 구멍은 천장 위 공간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수사관님, 혹시 노대감께서 즐겨 사용하시던 낚시 도구 중, 길고 가느다란 낚싯대나 낚싯줄이 있었는지 확인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김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낚시요? 노대감께서는 서책을 탐독하시는 것을 즐기셨지, 낚시 같은 야외 활동에는 전혀 흥미가 없으셨던 것으로 압니다만…”
“아니요.” 이도윤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낚시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낚시와 유사한 도구가 필요했을 겁니다.”
이도윤은 의자에서 내려와 다시 문으로 향했다. 그는 문 앞의 빗장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폈다. 빗장은 놋쇠로 만들어져 있었고, 옆으로 길게 미는 방식이었다.
“이 빗장 말입니다.” 이도윤이 빗장을 가리켰다. “안에서 걸려 있었습니다. 살인자가 이 방에서 나간 뒤, 바깥에서 이 빗장을 건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을 겁니다.”
김태우는 눈을 크게 떴다. “말도 안 됩니다! 빗장은 안쪽에 달려있고, 틈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늘고 긴 도구라도 안쪽 빗장을 바깥에서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 겁니다.” 이도윤은 침묵했다. 그의 눈은 다시 한번 환풍구와 문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듯 움직였다. “이 방을 만든 자만이 알고 있었을 비밀스러운 통로. 아니, 통로라고 하기보다는… 조작할 수 있는 길.”
그는 주머니에서 얇고 유연한 은색 실타래를 꺼냈다. 마치 강철을 얇게 벼린 듯한 가는 금속 줄이었다. 이도윤은 줄의 끝부분에 작은 갈고리를 엮었다. 김태우는 숨을 죽였다.
이도윤은 다시 의자에 올라 환풍구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갈고리가 달린 금속 줄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줄은 환풍구의 좁은 공간을 따라 아래로, 문 쪽으로 향했다. 김태우의 눈은 줄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렸다. 그 가는 줄이 문 위에 다다랐을 때, 이도윤은 줄을 능숙하게 조작하기 시작했다.
“이 빗장은 말입니다.” 이도윤이 설명했다. “평범한 빗장처럼 보이지만, 미세하게 위쪽으로 틈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사용되면서 나무가 수축하고 뒤틀린 결과였겠죠. 살인자는 이 틈을 노린 겁니다.”
이도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그는 갈고리가 달린 금속 줄을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다. 김태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딸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안쪽에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태우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비틀거렸다. “이… 이런! 정말로… 바깥에서 빗장을 조작했단 말입니까? 하지만 어떻게…?”
이도윤은 금속 줄을 거두어들이며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그는 손에 든 줄을 김태우에게 내밀었다.
“살인자는 이 금속 줄을, 혹은 이와 유사한 형태의 도구를 사용했을 겁니다. 환풍구를 통해 줄을 삽입하고, 문틀의 미세한 틈새로 갈고리를 넣어 빗장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 뒤, 다시 그 줄을 이용해 빗장을 걸어 밀실을 만들었겠지요. 아마 노대감께서는 살인자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도, 그가 이렇게 완벽한 밀실을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하지만 누가 이런 정교한 방법을 알고 있었으며, 또 이런 도구를 가지고 있었단 말입니까? 이 낡은 저택에 이런 꼼수가 있다는 것을 아는 자는…” 김태우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그의 얼굴에 충격과 동시에 섬뜩한 깨달음이 스쳐 지나갔다.
이도윤은 냉정한 눈빛으로 방 안을 다시 한번 훑었다. 그의 시선은 노대감의 시신 위에 잠시 머물렀다.
“그 답은 이제 방 밖에서 찾아야 할 때입니다, 수사관님. 이 트릭은 그저 살인자가 얼마나 치밀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 진짜 이유는… 아직 이 방의 유리벽 너머에 숨겨져 있으니까요.”
밀실의 환상은 깨졌다. 이제 남은 것은, 그 환상을 설계한 자의 정체를 밝히는 것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