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금속성 경보음이 아크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생존자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를 살폈다. 이 경보는 단순한 외부 위협 신호가 아니었다. 내부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을 때 울리는 재앙의 전조였다.

“무슨 일입니까?” 사령관 강의 굳건한 목소리가 통제실을 울렸다. 그의 앞에는 패닉에 질린 경비대장 김이 서 있었다.

“사령관님… 박 기술자가… 발견되었습니다.” 김 대장은 숨을 고르며 겨우 말을 이었다. “그의 개인 연구실 안에서… 사망 상태로 말입니다.”

강 사령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박 기술자. 아크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에너지 시스템을 관리하는 유일한 인물. 그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었다.

“상황은? 침입의 흔적은 없었나?”

“그게 문제입니다. 사령관님.” 김 대장은 고개를 숙였다. “연구실은 완벽하게 밀폐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출입구는 내부에서 잠겨 있었고, 강철 격벽은 흠집 하나 없었습니다. 외부 침입은 불가능합니다. 마치… 유령이 들어와서 살인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사령관 강은 잠시 침묵했다. ‘밀실 살인’. 이 고립된 공간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은 다름 아닌 불신이었다. “서진을 불러와. 당장.”

김 대장의 눈이 커졌다. “서진이라니요? 그… 괴팍한 기록 보관자를요? 이런 중요한 사건에?”

“그가 아니면 누가 풀겠나? 자네가 밀실에서 유령을 잡을 수 있다면 기꺼이 맡기지. 아니면, 서진을 부르는 게 나을 걸세.” 강 사령관의 눈빛은 단호했다.

***

서진은 중앙 도서관의 낡은 책상에 앉아, 홀로그램 프로젝터가 띄운 멸망 이전의 고대 도시 지도를 탐독하고 있었다. 전쟁과 재해로 사라진 과거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때, 무뚝뚝한 경비대원 두 명이 그를 찾아왔다.

“따라오십시오. 사령관님의 명령입니다.”

서진은 안경을 고쳐 쓰고, 얇은 손가락으로 지도 한 곳을 가리켰다. “여기는 원래 병원 자리였군. 하지만 이쪽 기록에는 지하 비밀 연구소가 있었다고 되어 있어. 무엇이 진실이지?” 경비대원은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팔을 잡아끌었다. 서진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화로운 연구는 끝이었다.

박 기술자의 연구실은 아크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두꺼운 강철 문 앞에는 경비대원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문은 외부 충격에도 끄떡없을 두께였고, 그 위에는 여러 겹의 잠금장치가 겹겹이 설치되어 있었다. 잠금장치의 상태는 완벽했다.

“여기가 현장입니다, 서진 씨.” 김 대장은 서진을 비꼬는 어조로 불렀다. “박 기술자의 심장이 멎은 지 대략 두 시간 정도 됐다고 의무관 윤이 판단했습니다. 사망 원인은 단검에 의한 심장 관통입니다.”

서진은 말없이 강철 문을 응시했다. 그는 허락도 없이 경비대원 한 명을 밀치고 문에 귀를 대었다. 이어서 손바닥으로 문 표면을 훑었다.

“이 문은 지문 인식, 홍채 인식, 그리고 음성 인식으로만 열립니다. 박 기술자 본인만이 접근할 수 있었죠. 외부에서 강제로 열려고 시도하면 비상 경보가 울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김 대장이 설명했다. “사망 당시, 이 모든 보안 시스템은 완벽하게 작동 중이었습니다. 문은 내부에서 잠겨 있었고요.”

서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문을 열어주십시오.”

김 대장은 망설였다. “하지만… 현장을 보존해야 합니다.”

“현장 보존이란 곧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겁니다. 이 문이 닫혀있는 채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서진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문을 열어주십시오. 아니면 저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령관 강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 대장은 마지못해 문을 열었다. 굳게 닫혔던 문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

내부는 차분했다. 기계음만이 낮게 깔려 있었다. 방 중앙에는 박 기술자가 낡은 작업용 의자에 기댄 채 죽어 있었다. 그의 가슴팍에는 아크에서 보기 드문, 날카로운 금속 단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피는 이미 굳어 있었지만, 끔찍한 광경이었다. 주변에는 부서진 물건도, 흐트러진 서류도 없었다. 마치 그가 평화롭게 앉아 있다가 갑자기 습격을 당한 것처럼 보였다.

의무관 윤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시신을 살폈다. “외상 흔적이 없습니다. 저항의 흔적도 없고요. 급작스럽게 당한 것 같습니다.”

서진은 방을 가로질러 창문으로 향했다. 두꺼운 방탄 유리 너머로 아크 외부의 황량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창문은 내부에서 잠겨 있었고, 외부에서 열 수 없는 구조였다.

“환기구는요?” 서진이 물었다.

“환기구는 성인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정도지만, 강철 격자로 막혀 있습니다. 외부에서 뚫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김 대장은 설명했다. “아크의 모든 환기구는 외부 침입을 대비해 설계되었으니까요.”

서진은 방 전체를 천천히 스캔하듯 훑었다. 그의 시선은 바닥의 미세한 먼지 입자, 벽에 걸린 도구들의 정렬 상태, 그리고 작업대 위의 흐트러지지 않은 보고서에까지 미쳤다. 그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갑자기 몸을 숙여 작업대 아래를 살폈다.

“이건 뭔가요?” 서진이 가리킨 곳에는 아주 작은, 눈에 띄지 않는 금속 조각이 떨어져 있었다. 마치 톱니바퀴의 파편 같기도 했다. 김 대장은 코웃음을 쳤다.

“그냥 부품 조각이겠죠. 박 기술자는 항상 무언가를 만들거나 고치고 있었으니까요.”

서진은 대꾸 없이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시신의 팔목에 채워진 낡은 손목시계를 유심히 바라봤다. 시계는 멈춰 있었다. 죽음과 함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이 방에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 그가 자살을 한 걸까요?” 의무관 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살? 타살 흔적이 명백한데, 왜 자살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서진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하지만… 밀실입니다. 다른 방법은….”

“이 단검은 누구의 것입니까?” 서진은 단검을 가리켰다.

“박 기술자의 개인 소유물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단검을 아크 내부에서 보급하지 않습니다.” 김 대장이 딱딱하게 대답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물건이거나, 아니면… 박 기술자가 몰래 어딘가에서 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서진은 다시 시체와 방 전체를 번갈아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문에서 시작하여 방 전체를 나선형으로 훑고, 다시 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이 방에 들어온 외부인은 없었습니다.” 서진이 말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살아있는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었겠죠.”

모두의 시선이 서진에게 꽂혔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겁니까?” 강 사령관이 물었다.

서진은 희미하게 웃었다. 마치 오랜 퍼즐 조각을 맞춰낸 사람처럼.

“트릭은… 바로 박 기술자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의 손가락은 멈춰버린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 방의 완벽한 밀폐성이, 역설적으로 살인자를 도왔습니다.”

김 대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박 기술자 본인이라고요? 그럼 그가 자살했다는 말입니까?”

“아니요.” 서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살해당했습니다. 다만, 그를 죽인 자는… 물리적으로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지금’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모두의 얼굴에 혼란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밀실 살인. 그리고 물리적으로 들어오지 않은 살인자. 그 모든 것이 모순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김 대장이 흥분했다.

“아니요.” 서진은 차분하게 반박했다. “이 방은 처음부터 살인자를 위한 무대였습니다. 범인은 이미 오래 전에 모든 것을 준비해 두었으니까요.”

그의 시선은 다시 천장의 작은 환기구 격자를 향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미세한 흠집, 마치 아주 작은 무언가가 겨우 비집고 들어갔다 나온 듯한 흔적.

“이 밀실은… 덫이었습니다. 희생자 본인을 위한 완벽한 덫.” 서진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리고 저는 이제, 그 덫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의 침묵은 더욱 깊어졌다. 강철 밀실의 속삭임은 이제 살인자의 잔혹한 계획을 드러내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