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우리 집 귀신은 썸 타는 중?

**[장면 #1]**

**[배경]** 해 질 녘, 고층 아파트의 작은 원룸. 창밖으로는 석양이 드리우고, 방안은 어지럽지만 아늑한 수아의 작업 공간이다. 노트북 화면에는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 스토리 구상 (제목 미정)’이라는 글자가 깜빡이고, 그 아래로 몇 줄의 글이 쓰여 있다. ‘현대 도시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 로맨틱 코미디로 승화시키려면…?’

**[인물]** 김수아 (20대 후반). 캡 모자를 눌러쓰고 무릎 담요를 덮은 채 키보드를 두드리다 말고 한숨을 푹 쉬고 있다. 머리카락은 산발이고, 눈가에는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지만, 그 너머로 번뜩이는 생기가 느껴진다.

**[대사]**
수아: (내레이션) 아… 이번엔 진짜 대박을 쳐야 하는데. 로코에 폴터가이스트라니, 신박하긴 한데… 이걸 어떻게 맛깔나게 풀어내지? 혼자 사는 여주인공에게 귀신이 달라붙는 건 너무 흔하고… 썸을 타는 귀신이라도 붙어야 하나?

**[인물]** 수아가 턱을 괴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그 순간, 책상 위 굴러다니던 얇은 볼펜 한 자루가 ‘딸깍’ 소리와 함께 제자리에서 스르륵 굴러 떨어져 바닥에 나뒹군다.

**[대사]**
수아: 엥? 아, 또 잠결에 건드렸나. 요즘 너무 피곤한가 봐. 헛것이 보이고… 연필이 날아다니고… (피식) 이러다 진짜 내 옆에 귀신이라도 생기겠네.

**[인물]**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연필을 다시 주워 올린다. 하지만 수아는 몰랐다. 그게 시작이었다는 것을. 아주 오래전부터, 그리고 아주 가깝게 말이다.

**[장면 #2]**

**[배경]** 다음 날 아침, 수아의 부엌. 쨍한 햇살이 드는 아늑한 공간. 그녀는 어제 쓰다 만 컵라면 봉지를 뜯어 찬장에 둔다. 물을 끓이려 인덕션 위에 주전자를 올리고 전원을 켠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인덕션이 작동한다. 하지만 채 5초도 되지 않아 인덕션 불이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꺼진다.

**[인물]** 수아가 멍하니 주전자를 바라본다.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눈빛이 약간 풀려있다.

**[대사]**
수아: …또? 어제는 불 켜자마자 꺼지더니, 오늘은 물 끓이다 꺼지네. 전기세 아껴주는 착한 귀신인가? 아, 아니면… 내가 어제 과자를 안 줬다고 심술 부리는 건가?

**[인물]** 그녀가 인덕션 전원 버튼을 몇 번이고 눌러보지만 묵묵부답. 결국 짜증 섞인 표정으로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레인지로 향한다.

**[내레이션]** 이런 기묘한 일들은 지난 한 달간 수아의 아파트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었다. 처음엔 ‘고장’이라고 생각했다. 새로 이사 온 아파트라 새 물건들이 말썽을 부리는 거겠지, 하고. 하지만 고장이라기엔 너무나도 ‘의도적’이고 ‘패턴’이 있었다. 게다가… 자꾸 먹을 게 사라졌다.

**[장면 #3]**

**[배경]** 밤늦게,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넷플릭스를 보던 수아. 노트북 화면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한창이다. 옆 테이블에는 방금 뜯은 커다란 새우깡 봉지가 놓여있다. 드라마의 절정에 다다르자, 과자 봉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온다.

**[인물]** 수아가 드라마에 집중하다 말고 팝콘을 한 움큼 집어 입에 넣으려다 말고 고개를 돌린다. 과자 봉지가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 방금까지 테이블에 가만히 있던 봉투가, 마치 누군가 안에서 뒤적이는 것처럼 꿈틀거린다.

**[대사]**
수아: 야, 너 나랑 같이 보냐? 나 지금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란 말이야. 키스신이란 말이야! 지금 방해하지 마!

**[내레이션]** 그녀가 장난스레 말을 건네자, 과자 봉지 안에서 ‘삭삭’ 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마치 과자를 씹는 듯이. ‘움냠냠’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다.

**[대사]**
수아: (움찔) …설마, 과자를 먹는 거야? 내 새우깡…? 아껴 먹고 있었는데…!

**[인물]** 수아가 조심스럽게 봉투를 들여다본다. 분명히 방금 뜯은, 가득 차 있던 새우깡이 절반쯤 비어있다. 바닥에는 과자 부스러기가 조금 떨어져 있다.

**[대사]**
수아: 이… 이놈의 귀신… 과자까지 축내네! 나 지금 다이어트 중이란 말이야! (버럭) 야! 양심이 있으면 팝콘이라도 좀 남겨라! 새우깡은 바삭함이 생명인데!

**[내레이션]** 그날 밤, 수아는 난생 처음으로 ‘귀신과 싸우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귀신은 팝콘 봉투를 들고 ‘냠냠’ 소리를 내며 도망치고 있었다. 수아는 팝콘을 빼앗으려 필사적으로 쫓아갔지만, 귀신은 얄밉게도 계속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장면 #4]**

**[배경]** 다음 날 오후, 수아의 침실. 커튼이 걷히지 않은 어두컴컴한 방안, 침대에 널브러진 수아의 모습. 노트북은 침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고, 화면에는 역시나 로맨틱 코미디 웹소설 창이 열려 있다. ‘젠장, 로맨틱 코미디 작가가 썸도 못 타서야 원…’이라는 글이 쓰여 있다. 낮잠을 자고 있던 수아의 머리맡 책꽂이에서 꽂혀 있던 두꺼운 책 한 권이 ‘쿵!’ 하고 떨어져 수아의 머리를 강타한다.

**[인물]** 수아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난다. 베개가 미묘하게 비틀어져 있고, 떨어진 책은 표지에 ‘로맨스 소설 작법 가이드: 독자를 유혹하는 101가지 방법’이라고 쓰여 있다.

**[대사]**
수아: 으아아아악! 야! 이 개… 아니, 이 요망한 귀신아! 살살 좀 해! 작법 가이드를 왜 던져! 나보고 망하라는 거냐?! 설마… 날 유혹하겠다는 거야?!

**[내레이션]** 수아의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고요한 아파트 복도에 울려 퍼진다. 층간 소음 주의 문구 따위는 이미 수아의 머릿속에 없어진 지 오래다.

**[배경]** 복도. 수아의 문 바로 옆집 문이 스르륵 열리고, 이현우 (20대 후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내민다. 그는 단정한 회색 니트에 청바지 차림. 막 배달된 택배 상자를 뜯기 위해 손에는 망치가 아닌, 흔히 쓰는 ‘커터칼’이 들려있다. 하지만 어두운 복도에 비친 그의 모습은 마치 망치를 든 것처럼 보였다.

**[인물]** 이현우. 깔끔한 인상에 안경을 살짝 치켜 올린 채, 그의 눈은 수아의 문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고정되어 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작게 중얼거린다.

**[대사]**
현우: …저 집, 또 시작이네. 무슨 일이라도 난 건가?

**[장면 #5]**

**[배경]** 수아의 아파트 현관. 이현우가 수아의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 안에서는 ‘흐으읍… 하아… 죽는 줄 알았네…’ 같은 수아의 신음 섞인 한숨이 들려온다.

**[인물]** 현우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 맑고 청량한 소리가 수아의 현관에 울려 퍼진다.

**[인물]** 수아.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수아가 ‘딩동’ 소리에 퍼뜩 놀라 몸을 움츠린다. 잔뜩 긴장한 얼굴.

**[대사]**
수아: (속삭임) 설마, 귀신이 문까지 열어달라고 하는 건가? 어차피 없는 살림인데… 뭘 가져가려고! 설마… 내 로맨스 소설 작법 가이드…?

**[인물]** 수아가 조심스럽게 문 쪽으로 다가간다. 잔뜩 굳은 얼굴로 현관문을 살짝 열자, 단정하고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그의 손에는 방금 전, 멀리서 볼 땐 망치 같았던 ‘커터칼’이 들려있다.

**[대사]**
수아: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목소리를 깔고) 누구…세요? 혹시… 퇴마사…? 아니면… 무당…?

**[인물]** 현우는 수아의 산발적인 머리와 잔뜩 겁먹은 얼굴,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린 커터칼을 보고 ‘퇴마사’라고 오해하는 수아의 반응에 당황한다.

**[대사]**
현우: 아… 저, 저는 옆집 이현우입니다. 방금 혹시 무슨 일 있으셨어요? 비명 소리가… 좀 크게 들려서요. 괜찮으신가 해서…

**[인물]** 수아가 그의 손에 들린 커터칼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뜬다. 어두운 복도에선 여전히 칼날이 반짝인다.

**[대사]**
수아: (눈을 가늘게 뜨고, 현우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퇴마사가 아니면… 뭐예요? (잠시 뜸을 들이더니) 혹시… 옆집 귀신이세요?! 귀신 주제에 이렇게 잘생기기 있기 없기?! 이러면 내가 유혹할 수밖에 없잖아!

**[내레이션]** 현우는 벙찐 얼굴로 자신을 ‘옆집 귀신’으로 오해하는 수아를 바라본다. ‘유혹’이라는 단어에 귓가까지 빨개지는 것을 겨우 참는다. 그리고 그 순간, 수아의 머리 위, 거실 천장의 조명등이 ‘팟!’ 하고 깜빡이기 시작했다. 마치 현우를 향해 ‘맞아, 이 여자 네 거야!’라고 말하는 듯이.

**[인물]** 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깜빡이는 조명등을 본다. 다시 수아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당혹감과 함께 묘한 호기심이 스친다.

**[대사]**
현우: (중얼거림) …조명이… 원래 저랬나요? 오늘 이사 온 첫날이라… (고개를 저으며) 아니, 그보다… 제가 귀신이라뇨. 저는 사람입니다. 아주 평범한.

**[내레이션]**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수아는 현우의 눈을 지긋이 바라본다. 잘생겼다. 귀신 치고는 꽤 괜찮은데…? 아니, 사람이었다니! 사람인데 저렇게 당황하는 게 귀여워 보인다. 수아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인물]** 수아가 살짝 웃으며 현우에게 손을 내민다. 그녀의 눈은 반짝인다.

**[대사]**
수아: (생글생글) 아, 사람이셨구나! 미안해요, 제가 요즘 너무 외로워서… (손을 흔들며)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혹시 저랑 같이 살래요? 우리 집 귀신, 혼자 심심한가 봐요. 같이 놀아주면 덜 난리 칠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찡긋) 잘생긴 귀신이든 사람이든, 옆에 있으면 좋으니까.

**[인물]** 현우는 수아의 황당한 제안과 그녀의 해맑은 미소, 그리고 여전히 깜빡이는 조명등을 보며 할 말을 잃는다. 그의 얼굴은 조금씩 붉어지고 있었다.

**[내레이션]** 이현우는 그날 알게 되었다. 자신이 ‘평범한 이웃’을 만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의 새 아파트 생활이, 결코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모든 것은, 그날 밤, 조명등의 깜빡임과 함께 시작되었다. 귀신과, 그리고 옆집 여자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