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제목: 잊혀진 지하]**
**[1. 뤼미에르 마법 아카데미, 중앙 도서관]**
**[배경]** 고풍스러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오후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웅장한 도서관 내부. 빼곡한 책장 사이로 먼지가 춤추고, 여기저기 흩어져 앉은 학생들이 마법 서적을 읽고 있다. 공기 중에는 낡은 종이와 마법 잉크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 있다.
**[컷 1]** 아린이 두꺼운 ‘고대 마법학 개론서’를 턱을 괴고 쳐다보고 있다. 눈은 책에 있지만, 시선은 허공을 향해 멍하니 떠다닌다. 그녀의 표정은 지루함과 약간의 불만으로 가득하다.
**[컷 2]** 옆자리에 앉은 지아가 아린을 툭 친다. 지아는 반쯤 펼쳐진 마법 서적들 사이에 파묻혀 펜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필기하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간의 주름과 함께 학구열이 느껴진다.
**지아:** (작게 속삭이며) 야, 아린. 또 딴생각해? 벌써 중간고사 코앞이야. 이번에 낙제하면… 으으, 생각하기도 싫어. ‘추방의 마법’이라도 걸릴지 몰라!
**아린:** (한숨 쉬며) 지루해 죽겠어. 고대 마법 이론은 매번 읽어도 머리에 안 들어와. 다 외워야 하는 게 진짜 짜증 나. 내가 이러려고 마법 학교 온 줄 알아?
**지아:** (풋, 하고 웃으며) 그럼 네가 좋아하는 전설이나 괴담이나 읽지 그래? 아니면 교수님들 몰래 ‘금지된 서가’라도 뒤져보던가.
**아린:** (눈을 반짝이며) 금지된 서가? 설마 그 이야기? 교장 선생님이 특별히 봉인해 뒀다는 그곳? 거기 진짜 있는 거야?
**지아:** (책상 아래로 발로 아린을 툭 찬다) 쉿!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냥 농담이야. 거긴 우리 같은 평범한 학생들은 꿈도 못 꿀 곳이야. 감히 발 한 번 잘못 들이면 퇴학이라고. ‘재앙의 마법’이라도 걸려 있을지 모른다고!
**아린:** (고개를 갸웃) 근데 왜 봉인했을까? 그냥 낡고 위험한 마법 서적들 때문일까? 아니면… 뭔가 숨겨진 게 있는 걸까? 지하라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도 있잖아. 으스스한 소리가 들린다는 얘기도 들었고.
**지아:** (눈을 굴리며) 아아, 또 그 망상병 도졌네. 지하는 그냥 낡은 창고잖아. 잡동사니들이나 쌓여있는 곳. 도서관 사서들도 접근 꺼려 하는 그냥 칙칙하고 습한 곳이라고. 내가 거기 청소하는 거 본 적 있는데, 진짜 벌레도 많고…
**아린:** 그래도 뭔가 이상해. 왜 굳이 ‘출입 금지’ 표시까지 해놨을까? 단순히 낡은 창고라면 그럴 필요가 없잖아. 뭔가…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해.
**[컷 3]** 아린이 고개를 돌려 책장 너머, 도서관 한쪽 구석에 있는 굳게 닫힌 낡은 철문을 응시한다. 문에는 닳아버린 붉은 글씨로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쓰여 있고, 그 위로는 희미한 마법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지아:** (다시 책에 집중하며) 몰라, 몰라! 그냥 우리 할 일이나 하자. 얼른 이거 외우고 실습 준비해야지. 어차피 우린 3학년 될 때까지 지하 탐험 같은 건 꿈도 못 꿔.
**아린:** (중얼거린다) 3학년이 되어야만 지하에 내려갈 수 있다… 도대체 그 지하에 뭐가 있길래?
**[2. 심야의 도서관, 그리고 우연한 발견]**
**[배경]** 자정이 넘은 시간. 뤼미에르 마법 아카데미의 중앙 도서관은 어둠에 깊이 잠겨 있고, 달빛만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어온다.
**[컷 4]** 아린이 손전등을 켜고 조심스럽게 책장 사이를 걷고 있다. 그녀의 발걸음은 망설이는 듯하지만, 결국 ‘금지된 서가’와 철문이 있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그녀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난다.
**[아린의 독백]** (작게) 지아는 맨날 겁만 많아서… 직접 확인해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단 말이지. 그 낡은 지하 문이 계속 신경 쓰여. 그냥 잊어버리려고 해도, 자꾸 머릿속을 맴돌아…
**[컷 5]** 아린이 낡은 철문 앞에 섰다. 문은 굳게 닫혀있고, 덧대어진 자물쇠에는 오래된 마법 봉인이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봉인에서는 희미하게 푸른빛이 감돌며, 강력한 마력이 느껴진다.
**아린:** (한숨) 역시 쉽게 열릴 리가 없지. 이렇게 강력한 봉인 마법이라니… 이거 보통 일이 아니잖아. 내가 배운 초급 봉인 해제 마법으로는 꿈도 못 꿀 수준이야.
**[컷 6]** 아린이 손전등을 들어 철문 주변의 벽을 비춘다. 무심코 벽을 쓸던 그녀의 손에 다른 벽돌들과는 달리 살짝 튀어나온 낡은 벽돌 하나가 느껴진다. 벽돌의 표면은 마모되어 있었지만, 미세한 균열 사이로 희미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듯하다.
**아린:** (눈을 가늘게 뜨며) 이건… 뭐야? 다른 벽돌이랑 다르잖아.
**[컷 7]** 아린이 그 벽돌을 잡아당기자, ‘슥-‘ 하는 소리와 함께 벽돌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다. 그리고 동시에, 닫혀있던 철문 옆의 벽에 작게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다른 벽돌 하나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면서 작게 공간이 생겨난다. 아주 작은, 손가락이 겨우 들어갈 만한 구멍. 마치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장치처럼 보인다.
**아린:** (놀라 눈이 커진다. 흥분으로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낀다.) 이런 게 있었다고?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
**[컷 8]** 아린이 손전등을 구멍 안으로 비추자, 안쪽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이는 것을 본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복잡하게 얽힌 마법 회로의 일부였다. 고대 마법의 잔재가 느껴진다.
**아린:** (숨을 들이켠다) 봉인 마법이 걸린 게 문이 아니라… 이 장치였어? 그럼 저 철문은 단순한 장식이었단 말인가? 이걸 풀면… 지하로 가는 문이 열리는 거야?
**[컷 9]** 아린이 벽돌을 만지작거린다. 문득, 그녀의 손에 쥐고 있던 ‘고대 마법학 개론서’가 손전등 불빛에 비친다. 그녀는 책 표지에 그려진 마모된 문양을 보다가, 벽에 새겨진 희미한 문양과 묘하게 닮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섬뜩한 전율이 그녀의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아린:** (중얼거린다) 이건… 고대 학파의 문양? 설마… ‘마인드리스 콜렉터’에 나왔던 그 금지된 문양…
**[3. 카이와의 만남]**
**[배경]** 다음 날 아침, 뤼미에르 마법 아카데미 복도. 등교하는 학생들로 북적이는 시간. 활기찬 마법의 기운이 복도를 채운다.
**[컷 10]** 아린이 전날 밤 발견한 벽돌과 문양에 대한 생각을 골똘히 하며 걷고 있다. 그녀의 표정에는 어젯밤의 미스터리가 아직 가득하다.
**아린의 독백:** 그 문양… 분명히 고대 학파에서 금기시했던 마법과 관련된 거였는데. ‘봉인’과 ‘희생’을 뜻하는… 어렴풋이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컷 11]** 복도 모퉁이를 돌던 아린이 누군가와 ‘쿵!’ 소리와 함께 부딪힌다. 그녀의 ‘고대 마법학 개론서’가 바닥에 떨어지고, 페이지가 우수수 펼쳐진다.
**아린:** 앗! 죄송합니…
**[컷 12]** 고개를 들자, 눈앞에 선배 카이가 서 있다. 그는 항상 무표정하고 차가운 인상으로 유명하며, 아카데미 내에서도 수석 마법사로 인정받는 엘리트다. 아린은 그를 어려워한다.
**카이:** (차가운 시선으로 아린을 내려다본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얼음장 같다.) 조심하지.
**[컷 13]** 카이가 바닥에 떨어진 아린의 책을 주워준다. 그의 시선이 책 표지의 문양에 잠시, 아주 찰나의 순간 동안 머문다. 아린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서 미세한 동요가 스쳐 지나간 것을 보았다.
**아린:** (재빨리 책을 받아들며) 감사합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카이:** (아무 말 없이 돌아서려는 순간, 다시 아린에게 시선을 던지며) 그 책… 흥미롭군. 요즘 학생들은 그런 고리타분한 것에 관심이 없던데.
**아린:** (당황하며) 아… 그냥… 어제 도서관에서요… 우연히…
**카이:** (아린에게 다시 시선을 던지며,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경고의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너무 깊이 파고들진 마.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으니까. 특히… ‘그곳’에 대해서라면.
**[컷 14]** 카이는 말을 마치고 아린을 지나쳐 유유히 복도를 걸어간다. 그의 뒷모습이 뭔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아린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린:** (카이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린다) ‘그곳’이라니… 선배는 대체 뭘 알고 있는 거지? 설마… 그 지하를 말하는 건가? 내가 어젯밤 봤던 그 문양과 관련이 있는 거야…?
**[4. 지하로 향하는 길]**
**[배경]** 그날 밤, 다시 심야의 도서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아린과 지아의 숨소리만이 들린다.
**[컷 15]** 아린이 조심스럽게 철문 앞에 서 있다. 옆에는 잔뜩 겁먹은 지아가 서 있다. 지아의 얼굴은 창백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지아:** (떨리는 목소리로) 아린아, 정말 괜찮겠어? 괜히 호기심 때문에… 퇴학당하면 어떡하려고! 교장 선생님한테 들키면 진짜 큰일이야! 거기엔 저주라도 걸려 있을지 몰라!
**아린:** (단호하게) 괜찮아. 난 저 봉인이 문이 아니라 장치에 걸려 있다는 걸 알아냈어. 그리고 이 책… 어제 카이 선배도 뭔가 아는 눈치였고. 난 반드시 확인해야겠어. 대체 뭐가 숨겨져 있는지. 학교의 이 모든 위대함 뒤에… 무슨 비밀이 있는지!
**지아:** (한숨 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래도 난 도저히 못 들어가겠어. 무슨 일 생기면… 도망칠 수도 없고! 나 정말 무섭단 말이야!
**아린:** (미소 지으며) 괜찮아. 넌 밖에서 망만 봐줘. 만약 누가 오면 바로 신호 줘. 절대 문 안으로 들어오지 마. 내가 혼자 갈게.
**[컷 16]** 아린이 어제 발견한 벽돌을 다시 당긴다. ‘딸깍’ 소리와 함께 벽의 구멍이 다시 나타난다. 그녀는 ‘고대 마법학 개론서’에 그려진 문양의 순서대로 손가락으로 벽돌들을 조심스럽게 누른다. 그녀의 손가락은 긴장으로 미세하게 떨린다.
**[컷 17]** ‘위이잉-!’ 하는 낮은 기계음과 함께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문틈 사이로 퀘퀘한 먼지 냄새와 함께 차갑고 음산한 기운이 새어 나온다. 마치 오랜 시간 갇혀 있던 악취가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지아:** (작게 비명을 지르며) 꺄악! 열렸어! 아린아, 돌아가자! 왠지 섬뜩해! 뭔가 나쁜 기운이 느껴져!
**아린:** (문이 완전히 열린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녀의 눈은 호기심과 긴장, 그리고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컷 18]** 철문 너머, 어둠 속에 잠긴 좁고 가파른 계단이 보인다. 계단은 시야에서 사라질 만큼 깊숙이 지하로 뻗어 있었다. 바닥에는 정체 모를 검붉은 액체가 흥건하고, 벽에는 기이하고 섬뜩한 문양들이 잔뜩 새겨져 있다. 문양들은 마치 고통받는 존재의 형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컷 19]** 아린이 주저 없이 계단으로 발을 내딛는다. 그녀의 손전등 불빛이 어두운 계단을 흔들리며 비춘다. 지아는 뒤에서 겁에 질려 “아린아! 안 돼!”라고 그녀를 부르지만, 아린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하다. 그녀는 마치 어떤 힘에 이끌리는 것처럼 보인다.
**아린의 독백:**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 아래… 대체 뭐가 있는 거지? 학교의 가장 깊은 곳에…
**[컷 20]** 아린의 손전등 불빛이 어두운 지하 공간을 비춘다.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펼쳐진 것은 낡은 창고가 아니었다. 거대한 원형 공간. 한가운데에는 섬뜩한 붉은색의 마법진이 거대하게 그려져 있고, 마법진 중앙에는 봉인된 듯한 거대한 검은색 수정이 박혀 있다. 수정에서는 희미한 맥동이 느껴지는 듯하며, 주변의 공기마저 무겁게 짓누른다.
**[컷 21]** 아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공포와 경악이 뒤섞인 표정이다. 마법진 주변의 벽에는 수많은 사슬 자국과 함께, 마치 무언가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몸부림친 듯한 긁힌 형체들이 얼핏 보인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아주 미약하게, 낮은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는 듯하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신음처럼, 혹은 오래된 원한처럼 들린다.
**아린:**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이건… 도대체… 뭐야…?
**[컷 22]** 아린이 수정에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거대한 검은 수정이 ‘팟!’ 하고 강렬한 붉은빛을 내뿜는다. 동시에 지하 공간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진동과 함께, 억눌려왔던 듯한 거대한 비명 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강타한다. 그 비명은 인간의 것이 아닌, 태고적 존재의 절규처럼 들렸다.
**[최종 컷]** 공포에 질려 눈을 크게 뜬 아린의 얼굴 클로즈업. 그녀의 눈동자에는 충격과 함께 끔찍한 진실이 비친다. 비명 소리가 지하를 가득 채우고, 그녀의 뒤로 열려있던 철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힌다. 아린은 완전히 갇혔다.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