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지옥 끝에서 온 회귀자**

**1장. 사형선고와 시간의 역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뺨을 대고 눈을 떴다. 귓가를 맴도는 건 축축하고 비릿한 흙냄새,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개 짖는 소리였다. 이 지독한 어둠 속에서 시간조차 의미를 잃은 지 오래였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버려진 폐가 안의 차가운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김지원… 네년은 여기서 죽어도 아무도 모를 거야.”

이희진. 내 심장을 갈가리 찢어놓은 그 이름이 다시금 뇌리를 스쳤다. 희미해진 시야에 마지막으로 담았던 건, 제 손으로 키워낸 회사를 송두리째 삼키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던 그녀의 잔인한 얼굴이었다.

나는, 죽었다. 아니, 죽어가고 있었다. 목마름과 배고픔, 그리고 온몸을 덮친 끔찍한 고통 속에서 내 의식은 이미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있었다. 살고자 하는 본능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희진아….’

친구가 아니었다.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녀가 배고프다고 하면 마지막 남은 빵을 반쪽 더 내어줬고, 그녀가 힘들다고 울면 밤새도록 곁을 지켰다. 꿈에 그리던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나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내 모든 것을 그녀에게 바쳤다. 내 열정, 내 재산, 내 미래까지도.

그 대가는… 완벽한 파멸이었다.

내 이름으로 투자금을 횡령하고, 회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역모를 꾸몄다. 그리고 그 모든 죄를 내게 뒤집어씌운 채, 나는 순식간에 추악한 배신자이자 사기꾼이 되었다. 징역 10년, 추징금 200억. 평생을 갚아도 모자랄 빚더미와 사회의 낙인이 내게 남았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웃으면서 해치웠다.

“지원아, 미안해. 하지만 어쩌겠어? 나는 더 높이 올라가고 싶었어. 네가 없었다면 난 절대로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야. 고마워.”

그 가증스러운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에 울렸다. 고맙다고? 고마워? 내 인생을 짓밟고,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은 채, 감히 고맙다는 말을 내뱉다니. 내 안의 마지막 남은 이성이 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증오가, 이 세상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듯한 끔찍한 증오가 뼈 속까지 스며들었다.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이대로 희진을 용서할 수는 없었다. 내 영혼이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이 악몽 같은 현실 속에서 한 줌의 희망조차 찾을 수 없을지라도… 나는 그녀에게 복수해야만 했다. 반드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다. 단 한 번만, 단 한 번만 되돌아갈 수 있다면, 내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그녀를 파멸시킬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안겨준 고통보다 수백 배, 수천 배 더 잔인하고 비참한 방식으로.

눈앞이 깜깜해졌다.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마지막 숨을 겨우 내쉬는 순간, 끔찍한 갈증과 고통 속에서, 내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섬뜩한 감각이 전신을 휩쓸었다. 모든 감각이 사라지고, 마치 우주 공간에 홀로 떠 있는 것처럼 무중력 상태가 되었다. 차가웠던 몸이 타오르는 듯 뜨거워졌다가, 다시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리고, 어둠.

***

“으읍…!”

나는 몸을 일으켰다. 숨을 크게 들이쉬자 폐부 가득 신선한 공기가 차올랐다. 온몸을 짓누르던 고통은 사라지고, 깨끗한 이불의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낯선 천장… 아니, 익숙한 천장. 내가 열여덟 살 때부터 서른 살까지 살았던 내 자취방 천장이었다. 희미하게 맡아지는 라벤더 향은 분명히 내가 즐겨 사용하던 섬유유연제 냄새였다.

몸을 일으켰다. 햇살이 쏟아지는 창밖 풍경은 거짓말처럼 평화로웠다. 나는 아직도 폐가의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야 할 몸이 아닌가? 끔찍한 착각인가?

침대 옆 협탁에 놓인 거울을 집어 들었다. 거울 속에는… 낯선, 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 담겨 있었다. 깨끗한 피부, 생기 넘치는 눈, 옅은 화장기 없는 순수한 모습. 잔인한 시간과 고통이 할퀴고 간 흔적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파릇파릇한 스무 살의 내 모습이었다.

손을 들어 얼굴을 만졌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피부. 거울 속의 내가 그대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꿈이 아니었다. 환상이 아니었다.

‘도대체….’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거울 옆에 놓인 달력을 보았다.

**2013년 5월 12일.**

내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2013년? 맙소사, 이건… 이건 말도 안 된다. 나는 분명 2023년에 파멸을 맞이했다. 열 년 전으로 돌아왔다고?

순간, 폐가에서 죽어가던 마지막 순간, 온몸을 휩쓸던 기이한 감각이 떠올랐다. 피가 역류하고, 우주에 홀로 떠다니는 듯했던 그 감각.

나는 돌아왔다. 시간여행? 회귀?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내가 돌아왔다는 사실이었다. 가장 찬란했던 시절,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으로.

아직 희진과 내가 ‘그 사업’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나는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어 대학 생활에 들떠있었고, 희진은 조금 더 일찍 사업에 뛰어들어 경험을 쌓고 있던 시점이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가장 순수하게 기대를 걸고, 미래를 꿈꾸던 때였다.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쩌면 희진은 그때부터 이미 나를 이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내 손이 덜덜 떨렸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심장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 자리에 끔찍하고 거대한 증오가 자리 잡았다.

‘이희진.’

입술 사이로 그 이름이 새어 나왔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제 더 이상 친구도, 가족도 아니었다. 그녀는 내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지옥을 선물했다. 그리고 나는 그 지옥에서 간신히 기어 나온 복수자였다.

다시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그녀의 손목을 잡고, 가장 깊은 지옥으로 끌고 들어갈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주었던 고통보다 더 크고, 더 잔인한 고통을 선사할 것이다.

내 심장이 차갑게 요동쳤다. 열 살 어린 몸으로 돌아왔지만, 내 영혼은 이미 지옥을 한 바퀴 돌고 온 망자나 다름없었다.

나는 이제 과거의 김지원이 아니었다.
나는 복수를 위해 돌아온 회귀자였다.
이희진, 네년은 이제부터 지옥을 맛보게 될 거야.
정말로, 환영해 마지않는 지옥을.

침대에서 내려와 맨발로 차가운 바닥을 딛었다. 발끝에서부터 전해지는 감각이 선명하게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나의 복수극이, 바로 지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