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잿빛 도시의 첫 번째 균열

잿빛 하늘은 언제나 그랬듯 납빛 구름을 두르고 있었다. 도시의 스모그는 지상 300미터 아래의 모든 것을 눅눅하고 축축하게 만들었다. 거대한 강철 뼈대들이 앙상하게 드러난 하층 지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무덤 같았다. 삐걱이는 금속음, 끊임없이 낮은 진동을 뿜어내는 제국 감시 시스템의 웅웅거리는 소리, 그리고 수백만 명의 희미한 한숨이 뒤섞여 메마른 공기를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강이는 녹슨 강철 파편이 굴러다니는 좁은 골목을 헤치며 걸었다. 한때 번성했을 거대한 공장 구역이었지만, 지금은 제국의 버림받은 쓰레기장이자 하층민들의 마지막 희망이 되었다. 그의 어깨에는 낡은 자루가 걸려 있었다. 안에는 오늘 하루 종일 찾아낸 쓸 만한 부품들이 몇 개 들어 있었다. 부식된 배선 조각, 기능이 절반쯤 나간 에너지 코어, 그리고 작은 마이크로 칩 하나. 이 정도면 오늘 저녁은 굶지 않을 수 있을 터였다.

골목 끝에서 불쑥 튀어나온 아이들이 강이를 향해 소리쳤다. “형! 오늘도 뭐 건졌어?”
강이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운이 좋았지.”
아이들은 환호하며 강이의 자루를 올려다봤지만, 강이는 익숙하게 그들을 지나쳐 자신의 보금자리를 향했다. 이곳에서 아무것도 지키지 않는 것은 곧 빼앗기는 것을 의미했다.

강이의 보금자리는 수십 층짜리 낡은 아파트 단지, 일명 ‘벌집’이라 불리는 곳의 7층에 있었다. 좁고 습한 통로를 지날 때마다 시큼한 곰팡이 냄새와 알 수 없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와 함께 희미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미나?”

작은 방 침상 위에서 동생 미나가 웅크리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가느다란 숨소리에는 고통이 배어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낡은 생명 유지 장치가 위태롭게 깜빡거리고 있었다. 이 장치는 제국이 하사한 ‘최소한의 자비’였지만, 유지 보수와 필터 교체는 온전히 하층민의 몫이었다. 필터는 이미 시커멓게 오염되어 있었다.

“오빠… 나 너무 추워…”

미나는 겨우 몸을 일으켜 강이에게 손을 뻗었다. 강이는 서둘러 자루를 내려놓고 미나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뜨거웠다.

“젠장… 열이 또 올랐잖아.”

강이는 급하게 작은 냉각 패드를 찾아 이마에 대어주었다. 이런 일이 벌써 몇 번째인지 알 수 없었다. 미나의 희귀병은 대기의 오염과 열악한 생활 환경으로 인해 언제든 악화될 수 있었다. 제국은 상층 지구의 깨끗한 공기를 하층 지구로 내뿜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폐기물과 함께였다. 미나의 병은 그 폐기물의 대가였다.

“오늘은 의료 배급 날인데… 다녀왔어?” 강이가 물었다.
미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안 된대… 필수품목 아니면 안 준다고… 대기자 명단에 올리긴 했는데…”

필수품목. 제국이 정한 ‘필수품목’은 하층민이 겨우 숨만 붙어 있을 정도의 최소한이었다. 미나의 병에 필요한 특수 항생제는 이미 사치품의 영역에 들어선 지 오래였다. 그나마 구할 수 있었던 필터도 지난달부터는 품귀현상을 겪고 있었다.

“걱정 마, 내가 어떻게든 구해올게.” 강이는 미나의 손을 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불안이 섞여 있었다.

강이는 다시 낡은 자켓을 걸치고 벌집을 나섰다. 이번에는 평소의 폐품 거래소 대신, 불법적인 암거래 시장으로 향했다. 하층 지구의 그림자 속에 숨겨진 그곳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다만,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오직 돈에 달려 있었다.

어두운 뒷골목에는 불법 전당포와 밀수업자들이 즐비했다. 희미한 홀로그램 간판 아래, 온갖 인간 군상들이 모여들었다. 강이는 낡은 에너지 코어를 내밀며 필터를 찾았다.
“미나의 생명 유지 장치 필터… 특수 항생제도. 구할 수 있겠습니까?”
뚱뚱한 암거래상은 코웃음을 쳤다. “필터? 하하! 그거 요즘 금값이야. 제국 놈들이 물량을 싹 다 잠가버렸거든. 상층 지구에만 공급한다고. 넌 하층민 쿼터도 못 받을 주제에 뭘 기대해?”

강이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제발… 동생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죽어가든 말든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너한테 뭐가 있는데? 저 낡은 코어? 그거 한 푼도 안 돼.”
강이는 무력감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가진 것이 없었다.

그때, 저 멀리서 섬광과 함께 굉음이 울렸다. “제국 순찰대다! 모두 흩어져!”
암거래 시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강이는 본능적으로 몸을 숨겼다. 푸른색 제복을 입은 순찰대원들이 호버 바이크를 타고 나타나 광선을 쏘아댔다.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쓰러졌다. 순찰대원들은 쓰러진 사람들의 품속을 뒤져 빼앗을 만한 것을 찾았다. 그들의 눈에는 일말의 연민도 없었다. 하층민은 그저 관리해야 할, 필요하다면 제거해도 좋을 쓰레기에 불과했다.

“꼼짝 마! 불법 밀거래 현장 적발!” 한 순찰대원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던 젊은 여자를 붙잡았다. 여자의 품에서 약초 뭉치가 떨어져 나왔다. “이런 잡초 따위로 뭘 하려고 했지? 제국 의료 배급 시스템을 무시하는 건 중죄다!”
여자는 흐느꼈다. “아이가 아파요… 제발…”
순찰대원은 가차 없이 여자의 목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갔다. 여자의 비명은 순찰대의 호버 바이크 엔진 소리에 묻혔다.

강이는 숨죽여 그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 분노가 가슴속에서 들끓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미나를 위해서라도 이곳에서 죽을 수는 없었다. 그들이 사라지자 강이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강이는 벌집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작은 골목 안쪽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불빛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이끌려 다가가자, 낡은 벽에 새겨진 알아볼 수 없는 문양과 함께 조그마한 문이 보였다. 그 문틈으로 낮은 목소리들이 새어 나왔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 제국 놈들은 우리를 가축처럼 부려먹고 있어.”
“…맞아. 미나의 필터도 이제 더는 구할 수 없어. 우리 아이들도 똑같은 운명을 맞을 거야.”
그것은 강이가 오늘 들었던 이야기와 정확히 일치했다. 강이는 조심스럽게 문틈으로 안을 엿보았다. 낡은 작업등 아래, 몇몇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그들 중에는 평소 강이가 알고 지내던 늙은 부품상 할배도 보였다. 할배는 눈빛에 불꽃을 담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강이, 네 동생도 위험하다고 들었다. 미나가 없으면 너도 살 의미가 없을 테지.” 할배가 강이를 발견하고는 조용히 문을 열며 속삭였다. “들어와라. 너도 이제 알아야 할 때다.”

강이는 주저했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제국이 금지한 영역으로 발을 들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나의 창백한 얼굴과 그녀의 고통스러운 숨소리가 그의 뇌리를 스쳤다. 미나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강이는 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퀴퀴한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결의가 가득 찬 공기가 그를 감쌌다. 낡은 테이블 위에는 제국 상층 지구의 정교한 데이터 패드가 분해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조악하게 만들어진 통신 장치와 함께, 몇 장의 오래된 지도들이 펼쳐져 있었다. 지도 위에는 붉은색 펜으로 알 수 없는 표시들이 가득했다.

“어서 와라, 강이.” 할배가 조용히 말했다. 그의 눈빛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날카로운 빛을 띠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제국 놈들의 개가 될 수 없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제 싸워야 할 때다.”

강이는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모두의 눈빛에는 절망과 분노, 그리고 희미한 희망이 공존하고 있었다. 잿빛 도시의 첫 번째 균열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에 쥔 주먹에는 굳건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