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돌계단은 끝없이 아래로 이어졌다. 축축한 공기는 콧속을 찌르는 곰팡이 냄새와 함께 묵직하게 폐부를 압박했다. 이지훈은 손에 든 마력등의 빛을 한껏 끌어올려 어둠을 밀어냈다. 빛이 닿는 곳마다 벽에는 고대 문자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아르카디아 마법 학원 지하,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는 금기의 구역. 그곳에 자신과 김세라가 있었다.

“이게… 맞아?” 세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마력으로 작동하는 휴대용 스캐너를 든 채 주위를 훑었다. 기계는 불안정한 파동을 계속해서 표시하고 있었다. “이 구역은 지도에도 없어. 그냥 ‘존재하지 않는 공간’으로 표시되어 있었다고.”

지훈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학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기록, 그리고 그 기록이 가리키는 방향. 모든 것이 이곳을 지목하고 있었다.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존재해서는 안 되는 공간이겠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낡은 돌들이 마찰하며 끔찍한 소리를 냈다. 끝없이 내려온 계단은 마침내 거대한 원형 홀로 이어졌다. 홀의 중앙에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입처럼 벌어진, 검은 마력으로 뒤덮인 거대한 문이 위압적으로 서 있었다. 문에는 학원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지만, 그 위로 알 수 없는 기이한 문양들이 뒤얽혀 있었다.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일렁였다.

“이건…” 세라가 숨을 삼켰다. 그녀의 스캐너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 문에서… 엄청난 양의 시간 마력이 감지돼. 뒤틀리고, 억눌려 있어. 마치… 시간이 갇혀 있는 것 같아.”

지훈은 문에 손을 뻗었다. 차가운 금속 너머로 묘한 진동이 느껴졌다. 단순히 닫힌 문이 아니었다. 강력한 봉인, 혹은 무언가를 가두기 위한 장치 같았다.

“이게 금기였다면… 왜 봉인만 했을까?” 지훈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 그저 가둬두기만 했다는 건… 언젠가 다시 사용하려 했다는 뜻 아닐까?”

“말도 안 돼.” 세라가 질색하며 말했다. “이 정도의 불안정한 시간 마력이라면 학원 전체가 위험해져. 아니, 도시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위험을 감수한다는 거야?”

지훈은 문양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특정 문양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마력등의 빛이 닿자 희미하게 빛나는 그것은, 과거에도 본 적 없는 고대 학원의 봉인 문양이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력을 집중해 문양에 불어넣었다.

*웅-!*

문 전체가 거대한 진동과 함께 울렸다. 봉인 마법이 서서히 풀리는 소리, 마치 거대한 유적 전체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돌멩이들이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고, 벽에 새겨진 문자들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세라가 비명을 질렀다. “지훈! 무슨 짓이야! 이걸 열면 안 돼!”

“늦었어.” 지훈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문양에 주입된 마력이 폭주하기 시작했고, 거대한 문은 육중한 굉음을 내며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순식간에 홀을 가득 채웠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나타난 것은 예상치 못한 풍경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명확하고 현실적인 ‘공간’이었다.

복도였다. 낡고 오래되었지만, 분명히 학원의 지하 복도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모든 것이 왜곡되어 있었다. 벽의 그림자가 춤을 추듯 일렁이고, 바닥의 돌들은 흐느적거리는 물처럼 보였다. 공기 중에는 묘한 비린내와 함께 끈적한 침묵이 감돌았다.

“여긴… 도대체 어디야?” 세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복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등 뒤의 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애초부터 그곳에 없었던 것처럼.

“시간 마력… 이 모든 공간이 시간 마력으로 뒤틀려 있어.” 세라가 속삭였다. 그녀의 스캐너는 미친 듯이 경고음을 토해냈다. “정확히 말하면, 과거의 잔상들이… 현재와 뒤섞여 있어.”

그때, 복도 끝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였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누군가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저건…?” 지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 빛이 가까워지자 흐느낌은 점차 절규로 변했다.

“안 돼! 제발! 멈춰요!”

소년의 목소리였다.

빛이 더욱 선명해지자, 흐릿했던 형태가 점차 윤곽을 드러냈다. 낡은 학원 제복을 입은 소년이 복도 중앙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소년의 얼굴은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그의 손은 무언가를 향해 애원하듯 뻗어져 있었다.

“시간의 잔상인가?” 지훈이 중얼거렸다.

세라가 다급하게 지훈의 팔을 잡았다. “아니야, 지훈! 저건 단순한 잔상이 아니야! 저 소년에게서… 살아있는 마력이 느껴져! 하지만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시간대에서 왔어!”

소년의 시선이 지훈과 세라가 있는 곳을 향했다. 소년의 눈은 공포와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그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당신들은… 누굽니까? 여긴… 올 수 없는 곳인데…” 소년의 목소리가 귀를 찢을 듯 날카롭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의 뒤편, 복도 안쪽 깊은 곳에서 거대한 문이 또 다시 열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으으으으으으으으-!*

그 문 너머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빛도, 어둠도 아닌, 형용할 수 없는 ‘시간의 파동’이었다. 파동은 소년의 몸을 덮쳤고,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산산조각 났다. 그의 몸이 사라지는 순간, 지훈의 눈에는 섬뜩한 장면이 스쳤다. 파동에 휩쓸려 사라지는 소년의 얼굴이, 마치 지금의 자신처럼 겁에 질려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동시에, 지훈의 귓가에 끔찍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결국… 여기까지 오는구나, 우리의 새로운 제물이여…”

지훈의 시야가 흔들렸다. 복도 전체가 춤을 추듯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의 발밑의 바닥이 액체처럼 변하며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세라의 비명도 멀어졌다. 몸이 산산조각 나는 고통과 함께, 그는 보았다. 왜곡된 시공간 너머에서, 무수히 많은 눈들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그 눈들은, 모두 같은 절망과 기괴한 환희를 담고 있었다.

“안 돼…” 지훈의 의식이 흐려졌다. “이건… 단순한 학원이 아니었어…”

그의 의식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 그는 거대한 시간의 파도 속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하나의 장면을 보았다. 수많은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이 복도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모습. 그리고 그들의 뒤를 따르는, 섬뜩하게 웃는 교수들의 모습.

아르카디아 마법 학원 지하에 숨겨진 금기는, 과거를 연구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과거를 ‘만들고’, ‘변형하며’, 그리고 ‘소비하는’ 끔찍한 연옥이었던 것이다.

지훈의 시야는 암전되었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이름 모를 시간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