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아크론 마법학원. 이름만 들어도 학구열 높은 이들이 경외심을 표하는, 마법 문명의 정점에 서 있는 곳이었다. 으리으리한 대리석 복도, 천장을 뚫을 듯 솟아오른 첨탑, 밤에도 은은한 마법광으로 빛나는 도서관은 이곳이 얼마나 위대한지 매 순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밤늦게 도서관의 묵직한 마법 서적에 코를 박고 있을 때면, 강민준은 벽 저 너머, 지하 깊숙한 곳에서 풍겨오는 듯한 희미한 냉기를 느끼곤 했다. 그건 마법으로도 데울 수 없는 종류의, 근원적인 서늘함이었다.

그날 밤도 다르지 않았다. 민준은 고대 룬 문자에 대한 보고서를 마무리하느라 눈 밑이 거뭇했다. 창밖은 이미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기숙사로 돌아간 다른 학우들 대신 오직 그와, 가끔 마법 빗자루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이 고요를 맴돌았다. 그때였다. 도서관의 묵직한 문이 삐걱이며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 허둥지둥 뛰어들어왔다.

“민준아! 강민준!”

달려온 건 같은 학년의 이현우였다. 늘 말끔하던 교복은 잔뜩 구겨져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가 헐떡이며 민준의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귀신이라도 봤냐?” 민준이 농담처럼 말했다. 하지만 현우의 얼굴은 농담을 받아줄 상태가 아니었다.

“귀신… 아니, 그보다 더 급해! 내… 내 조부님 유품이 사라졌어!”

현우는 숨을 고르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알잖아, 내가 얼마나 아끼는지. 졸업 작품 구상에 꼭 필요한 자료라서 어제도 도서관에서 계속 봤거든. 근데 잠깐 잠들었다 깼더니 사라졌어. 아무리 찾아도 없어! 내 생각엔… 실수로 ‘구 자료실’에 넣어 버린 것 같아.”

민준의 미간이 좁아졌다. 구 자료실. 아크론 마법학원 지하에 위치한, 거대한 미궁과도 같은 그곳은 학생들에게 반쯤 금지된 구역이었다. 너무 오래되고 방대한 자료들로 가득 차 있어 관리 인원도 거의 없고, 보안 마법도 허술한 탓에 귀중한 자료보다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뒤섞여 있다고들 했다. 게다가…

“거기, 일반 학생은 출입 금지인 거 알잖아.” 민준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특히 지하 3층부터는 ‘구역 외 관리 불가’라고 표시되어 있어. 들어갔다가 정학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현우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어떡해, 민준아! 그건 내게 단순한 유품이 아니야. 마법적으로도 중요한 계승물이라고! 조부님의 마지막 마력이 담겨 있는 유일한 물건인데… 사라지면 안 돼!” 그의 목소리가 절박하게 떨렸다. “게다가 내 졸업 작품 주제가 ‘고대 의식 마법 복원’인데, 그게 없으면 시작도 못 해! 제발, 한 번만 도와줘. 딱 한 시간만이라도.”

민준은 현우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공포와 절망이 뒤섞인 눈빛. 평소에는 장난기 넘치던 현우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모습을 보니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민준 역시, 그 금단의 장소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늘 마음 한구석을 맴돌고 있었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 스며 나오던 그 서늘함의 근원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충동이.

“좋아.” 결국 민준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딱 한 시간이다. 걸리면 네가 나 끌고 갔다고 해.”

현우의 얼굴에 희미한 희망이 떠올랐다. “고마워, 민준아! 정말 고마워!”

둘은 도서관의 경비 마법이 가장 약해지는 자정을 틈타 움직였다. 현우가 미리 알아둔 도서관 뒤편의 비상 계단을 이용했다. 철제 계단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지하로 이어졌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는 점점 차가워지고 습해졌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지하 1층, 2층… 계단 벽면에 그려진 낡은 룬 문자들은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빛나다가 이내 완전히 빛을 잃었다. 휴대용 마법등을 켜자 희미한 푸른빛이 주변을 밝혔다. 지하 3층에 도착했을 때, 민준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벽은 매끄러운 대리석 대신 거칠게 깎인 돌로 변해 있었고, 천장은 훨씬 낮아져 압박감을 주었다. 주변의 룬 문자들도 여태껏 보던 것과는 달랐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정형화된 마법 문자라기보다는, 뭔가 기괴하고 뒤틀린 상징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촉수처럼 꿈틀거리는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여기 좀 봐.” 민준이 손가락으로 벽을 가리켰다. “이 문양들… 이건 마법진도 아니야. 뭔가… 억누르거나, 가두는 데 쓰인 것 같아.”

현우는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게… 으스스하네. 괜히 금지 구역이 아닌가 봐.”

그들이 발을 들인 곳은 거대한 지하 통로였다. 천장은 중간중간 거대한 지지대들이 받치고 있었고, 통로 양옆으로는 끝없이 늘어선 철제 선반들이 어둠 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선반 위에는 먼지 쌓인 상자들과 낡은 서류뭉치, 깨진 마법 도구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이곳의 공기는 다른 지하층과는 차원이 다르게 차갑고 무거웠다. 그 서늘함은 단순히 온도가 낮은 것만이 아니라, 어떤 섬뜩한 존재가 내뿜는 듯한 위압감마저 느끼게 했다.

“구 자료실은 지하 3층의 서쪽 끝에 있다고 했어.” 현우가 지도를 꺼내 들고 중얼거렸다. “여기서부터는 공식 지도에도 제대로 표시가 안 돼 있어.”

그들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발소리가 고요한 통로에 메아리쳤다. 저 멀리, 어둠 속에서 희미한 녹색 빛이 깜빡거렸다.

“저건 뭐지?” 민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마도… 오래된 경고 마법일 거야.” 현우가 더듬거렸다. “이쪽으로 오지 말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그 빛은 묘하게 그들을 끌어당기는 듯했다. 마치 길 잃은 영혼을 유혹하는 등대처럼.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그 빛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현우가 그의 팔을 잡았다.

“민준아, 이쪽이 아니야. 구 자료실은 반대쪽이야.”

“아니, 잠시만.” 민준은 직감적으로 말했다. “저 빛… 뭔가 이상해. 단순히 경고 마법 같지 않아. 저 안쪽에 뭔가 있어.”

그들은 결국 녹색 빛이 깜빡이는 방향으로 향했다. 통로는 점점 좁아졌고, 선반들은 더욱 무질서하게 쓰러져 있었다. 공기 중에는 곰팡이 냄새와 먼지 외에, 묘하게 달콤하면서도 역겨운, 비릿한 향이 섞이기 시작했다. 마치 피 냄새 같기도 하고, 썩은 살 냄새 같기도 했다. 민준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빛의 근원에 다다르자, 그들은 예상치 못한 풍경과 마주했다. 거대한 철문이었다. 다른 문들과는 달리, 이 문은 두꺼운 마법사슬로 여러 겹 칭칭 감겨 있었고, 사슬마다 복잡한 봉인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문 중앙에는 깨진 룬 문자가 희미한 녹색 빛을 내뿜고 있었다. 문 위에는 낡은 현판이 걸려 있었다.

**『제1봉인구역 – 금기. 접근 엄금.』**

“봉인구역이라고…?” 현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런 곳이 있었어?”

민준은 현판 아래의 깨진 룬 문자를 유심히 살폈다. 이 문자는 학원에서는 한 번도 가르치지 않는, 고대의 봉인 마법에 사용되던 문자였다. 그것도 일반적인 봉인이 아니라, 어떤 존재를 완전히 격리시키기 위한 극단적인 봉인. 그리고 지금, 그 봉인 마법진의 일부가 균열을 일으켜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이 문… 뭔가 잘못됐어.” 민준이 말했다. “봉인이 깨지기 시작하고 있어.”

그 순간, 철문 너머에서 아주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걱… 스걱…* 마치 날카로운 발톱이 돌벽을 긁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가 육중한 몸을 질질 끄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소리 사이사이에, 불규칙적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낮고 축축한 *움직임*의 기척이 느껴졌다.

현우가 민준의 팔을 움켜쥐었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민준아… 저 안에 뭐가 있는 거야?”

민준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을 뿐이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섬뜩한 기운은 그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였던 그 서늘함의 근원이 바로 저 문 너머에 있음을 직감하게 했다. 그때였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쉬이이익…*

마치 수천 마리의 뱀이 동시에 혀를 내미는 듯한, 축축하고 끈적이는 소리. 그것은 바람 소리도 아니고, 기계음도 아니었다. 살아있는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숨을 들이쉬는 듯한, 불쾌하고 음산한 소리였다.

그 소리는 뇌리를 파고들어 가장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원초적인 공포를 건드렸다.

민준은 본능적으로 현우의 손목을 잡아채고 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튀어! 현우야, 도망쳐!”

뒤도 돌아볼 틈도 없이 달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들의 등 뒤에서, 아까보다 훨씬 더 크고 분명하게, 마치 그들을 쫓아오는 듯한 축축한 *스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모든 소리를 뚫고, 차가운 공기마저 얼어붙게 할 듯한, 으르렁거리는 듯한, 그러나 목구멍 속에서 억눌린 듯한, 기이한 **낮은 울음소리**가 지하 통로를 뒤흔들었다.

아크론 마법학원 지하, 금단의 구역에서, 끔찍한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막,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의 심연을 엿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