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챕터 1. 심연의 메아리
고요가 지배하는 우주에서, 오디세이 호는 마치 고래처럼 유영하고 있었다. 무한한 어둠 속을 헤치며 나아가는 함선의 유일한 소음은 내부에서 들려오는 저주파 진동뿐이었다. 함교의 주 조종석, 파일럿 카일은 투명한 아크릴 패널 너머로 펼쳐진 미증유의 암흑을 응시했다. 무수한 별들이 점을 찍듯 박혀 있었지만, 그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빛 한 조각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광년 단위의 고독. 그것이 심우주 탐사의 본질이었다.
“캡틴, 이상 없습니다. 제 2외곽 센서 네트워크 정상, 항성 지도 동기화 완료.”
카일의 보고에 함장 아멜리아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은 고된 탐사 임무의 흔적인지, 아니면 이 우주 자체의 냉혹함 때문인지 모르게 굳어 있었다. 아멜리아는 이 임무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거대 복합기업 ‘코스모스 리치’가 투자한 마지막 프로젝트. 여기서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면, 그녀의 경력뿐 아니라 오디세이 호의 운명까지도 암흑으로 치닫게 될 터였다.
그때, 함교 한켠에 자리한 연구실에서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과학 담당관 엘라가 뛰쳐나왔다. 평소 차분하고 냉정하던 그녀의 얼굴에 당혹감과 흥분이 뒤섞인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캡틴! 이, 이건… 말도 안 돼요.”
그녀의 손에는 데이터 패드가 들려 있었다. 홀로그램으로 떠오른 그래프는 정신없이 춤을 추고 있었다.
“엘라, 진정하고 설명해.”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새로운 에너지 서명입니다. 이온화되지 않은, 극저주파의 비물질 파동…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이런 건 없어요. 측정치가 자꾸 변합니다. 마치… 뭔가가 우리를 향해 움직이는 것처럼.”
카일은 조종간을 고쳐 잡았다. “움직인다고요? 하지만 이 구역은 미탐사 성간 공간입니다. 주변에 인공 구조물이나 행성체가 있을 리 없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엘라는 다급하게 말했다. “하지만 센서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아. 뭔가… 있어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아니, *존재해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아멜리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뇌리에는 오랜 탐사 경험에서 우러나온 직감이 스쳤다. 이건 단순한 오작동이 아니었다.
“모든 부서에 비상 대기령 내려. 주엔진 출력 20%로 낮춰. 카일, 저 신호의 진원지를 추적해. 최대한 조용히 접근한다.”
“하지만 캡틴, 정체불명의 존재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건…”
“엘라,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잊었나? 이 우주에서 살아남으려면 답을 찾아야 해. 그게 무엇이든.”
오디세이 호는 속도를 줄이고 어둠 속으로 더욱 깊이 스며들었다. 함선 전체의 모든 불필요한 전력이 차단되었다. 오직 필수적인 시스템만이 희미한 불빛을 내며 작동했다. 침묵이 함선을 지배했다. 카일은 숨소리마저 죽인 채 센서 화면에 집중했다. 엘라의 데이터 패드에서 울리던 경고음은 이제 희미한 심장박동처럼 규칙적인 리듬으로 바뀌어 있었다.
몇 시간의 길고 긴 정적 끝에, 카일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찾았습니다… 캡틴. 저기에… 뭔가 있습니다.”
그가 지목한 센서 화면에는 먼지보다도 작은 점 하나가 찍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주변의 배경과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주변 별들의 빛을 흡수하는 듯한, 완벽한 어둠.
아멜리아는 화면을 확대시켰다. 확대된 화면 속 점은 이내 구체적인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길고 뾰족한, 하지만 유기적인 곡선으로 이루어진 금속 구조물이었다. 인간의 기술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완벽한 대칭성과 신비로운 문양들이 검은 표면 위에서 흐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어둠 그 자체를 깎아 만든 조각품 같았다.
“이건… 자연 현상이 아니야.” 엘라가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공포와 경이로움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오래됐어. 아주, 아주 오래된 흔적이야. 최소 수만 년 이상… 아니, 수십만 년일 수도 있어.”
오디세이 호는 정체불명의 구조물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지점에 멈춰 섰다. 이제 육안으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거대한 검은 거울. 표면은 매끄러웠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듯했다. 주변 공간의 빛을 모두 삼키고 있는 듯한 기묘한 존재감.
“접근 지시. 근접 분석 시스템 가동.” 아멜리아는 침을 삼키며 명령했다. 그녀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오랜 염원이, 혹은 끔찍한 악몽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캡틴, 함선 시스템이 이상합니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요. 보조 장치들이… 먹통입니다!” 카일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엘라가 비명을 질렀다. “전자기 간섭! 우리가 이걸 발견한 게 아니에요! *이것이 우리를 끌어들인 겁니다!*”
바로 그 순간, 정체불명의 구조물 표면에 새겨져 있던 문양들이 섬뜩할 정도로 밝은 푸른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빛은 우주선 오디세이 호의 선체를 꿰뚫고 들어오는 듯했다. 함교 내부의 모든 패널에 오류 메시지가 폭주했고, 경고음이 찢어지는 듯 울렸다.
카일은 간신히 조종간을 붙잡고 외쳤다. “충돌합니다! 캡틴, 충돌해요!”
오디세이 호는 빛을 뿜어내는 구조물에 의해 마치 거대한 손에 이끌린 것처럼 맹렬한 속도로 빨려 들어갔다. 함교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마지막 순간, 아멜리아는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는 푸른빛 속에서 섬뜩한 환상을 보았다. 수천, 수만 개의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는 듯한 기괴한 느낌.
그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 순간, 오디세이 호의 모든 시스템이 완전히 정지했다. 심연의 메아리 속에, 모든 것이 잠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