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제12화: 보이지 않는 손**

자정.
민준은 침대 위에서 뒤척였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겼지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은 멈출 줄 몰랐다. 며칠째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아니, 잠을 잘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고요한 아파트 안에서, 심장이 불규칙하게 쿵쾅거리는 소리만이 귓속을 채웠다. 벽에 걸린 디지털 시계가 붉은 숫자를 깜빡이며 00:01을 알렸다. 그 순간, 거실에서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민준은 순간 숨을 멈췄다. 망할. 또 시작인가.
처음엔 옆집 소음인 줄 알았다. 아니, 착각이겠거니 애써 외면했다. 주방에서 컵이 제멋대로 떨어져 깨지고, 잠든 사이에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을 때도, 그저 오래된 건물의 노후화나 제멋대로 작동하는 시스템 오류라고 치부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맨발이 차가운 마루에 닿자 소름이 돋았다. 거실 쪽에서 느껴지는 묘한 냉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방금 들린 소리는 분명 가구와 같은 무거운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누구 없어요?”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가 지나치게 떨렸다. 자신이 내뱉은 물음에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아파트엔 민준 혼자였다.

복도를 지나 거실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달빛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거실 한가운데를 비추고 있었다. 민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쓰러져 있는 소파 테이블이었다. 방금 들린 소리의 근원이 분명했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잡지들과 리모컨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이게… 대체…”

민준은 테이블을 일으켜 세우려 다가갔다. 그 순간, 테이블 바로 옆에 놓여 있던 플로어 스탠드의 전구가 갑자기 ‘팟’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버렸다. 짧은 섬광과 함께 거실은 다시 암흑에 잠겼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민준은 뒷걸음질 쳤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전구가 터진 건가? 아니, 저렇게 갑작스럽게 터질 리가. 이건 분명…

등 뒤에서 차가운 기운이 확 밀려들었다. 마치 얼음장 같은 손이 목덜미를 스치는 듯한 섬뜩한 감각에 민준은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아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공간, 칠흑 같은 어둠. 하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누군가가, 아니, *무언가*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그 불쾌한 시선이.

그때였다. 주방 쪽에서 ‘달그락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가 칼을 갈고 있는 듯한 끔찍한 마찰음이었다. 민준은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주방과 거실을 잇는 통로 저편, 냉장고 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익-‘ 하는 소리가 뼈 속까지 파고들었다.

이어 냉장고 문이 활짝 열리더니, 안에 있던 유리병들이 하나둘씩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쨍그랑! 쨍그랑!’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만해! 대체 뭘 원하는 거야!”

민준은 절규하듯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갈라져 있었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대신, 주방에서 떨어지는 물건들의 소리는 더욱 격렬해졌다. 접시들이 선반에서 쏟아지고, 식기들이 서랍 밖으로 튀어나와 바닥을 굴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폭주하듯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민준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는 현관문으로 향해 달려갔다. 이 아파트를 벗어나야 했다. 당장.

현관문에 다다라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에 닿았다. 비틀어 열려는 순간, 손잡이가 제멋대로 덜컹거렸다. 잠금장치가 여러 번 풀렸다 잠기는 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철컥! 철컥! 철컥!’

문이 열리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문을 안에서 굳게 잠가버린 것처럼. 민준은 필사적으로 손잡이를 돌리고 밀쳤지만, 문은 굳건했다.

“안 돼! 열어! 열어란 말이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문을 발로 걷어찼다. 쾅! 쾅!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등 뒤, 거실 중앙에서 갑자기 TV가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켜졌다. 화면에는 아무런 방송도 나오지 않고, 오직 섬뜩한 노이즈만이 가득했다. 백색 소음이 커다란 볼륨으로 거실을 채웠다.

그 노이즈 속에서, 희미하게 무언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아들을 수 없는, 기괴한 음성.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민준은 고개를 돌렸다. 노이즈로 가득 찬 TV 화면이 자신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TV 화면의 노이즈가 일렁이더니, 희미하게 형체가 잡히기 시작했다.

검은 그림자.
사람의 형상이었다. 비틀리고 뭉개진, 거무스름한 잔상. 그 형상이 민준을 향해 천천히 팔을 뻗는 듯했다.

민준의 심장이 발끝까지 곤두박질쳤다. 더 이상 이성적인 판단은 불가능했다. 그는 오직 본능적인 공포에 사로잡혔다.

“으아아악!”

그의 비명 소리가 아파트의 모든 적막을 깨트렸다. 그러나 그 비명은, 노이즈와 함께 들려오는 기괴한 속삭임에 의해 서서히 잠식되어 갔다. 어둠 속, 보이지 않는 손은 더욱 강하게 민준의 발목을 옥죄기 시작했다.

이 지옥 같은 밤은, 과연 끝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