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회색빛 도시의 뒷골목은 언제나 역한 냄새를 풍겼다. 썩은 음식물 찌꺼기, 눅눅한 흙먼지, 그리고 사람들의 절망이 뒤섞인 비릿한 땀 냄새. 아린은 익숙하게 그 냄새를 헤치며 낡은 수레를 끌고 있었다. 제국의 병사들이 지나갈 때마다 어깨에 진 짐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흑룡 제국. 그 거대한 이름은 이제 모든 평민의 목을 조르는 밧줄이나 다름없었다.

“비켜라! 이 빌어먹을 평민 놈들!”

정수리 위로 내리꽂히는 고함에 아린은 움찔하며 벽 쪽으로 바싹 붙었다. 황금색 용 문양이 새겨진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길을 막고 섰다. 그들의 앞에는 깡마른 노인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굶주림에 지친 얼굴은 이미 창백했고,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낡은 궤짝을 감싸 안고 있었다.

“세금, 내놓으라 했다! 네놈 같은 좀벌레가 감히 제국의 법을 어길 셈이냐?”

병사 한 명이 노인의 궤짝을 발로 걷어찼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궤짝이 열리고 그 안에 담겨 있던 낡은 도구 몇 점과 말린 약초가 쏟아져 나왔다. 노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 궤짝 위로 엎어졌다. 흙먼지가 그의 주름진 얼굴을 더럽혔다.

아린은 이를 악물었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풍경이었다. 제국은 끝없는 전쟁과 사치를 위해 평민들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긁어모았다. 먹을 것이 없어 가족을 잃는 일도 흔했고, 사소한 불평조차 반역으로 몰려 처형당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제발… 제발 좀 봐주십시오. 가진 것이 정말 이것밖에 없습니다…”

노인의 애원에도 병사들은 냉혹했다. 몽둥이가 번쩍 들어 올려졌다. 아린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앞으로 내딛으려 했다. 그 순간, 옆에서 팔을 잡아채는 손길이 느껴졌다.

“아린! 제정신이냐? 죽으려고 환장했어?”

작은 체구의 소녀, 미리였다. 아린과 함께 시장에서 작은 채소를 팔며 근근이 살아가던 아린의 동생 같은 아이였다. 미리는 필사적으로 아린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공포와 함께 체념이 서려 있었다.

아린은 미리의 눈을 보며 간신히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노인이 쓰러지고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의 심장은 분노로 쿵쾅거렸다. 이대로는 안 돼. 언젠가는…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을 끝내야만 해.

***

밤이 깊었다. 초라한 오두막의 낡은 나무 탁자 위에는 촛불 하나가 겨우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아린은 식어버린 죽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숟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미리는 이미 잠이 들었는지,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아린은 작게 중얼거렸다. 낮에 본 노인의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녀의 가슴속에서는 알 수 없는 뜨거운 무언가가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선, 희미하지만 강렬한 열망이었다.

문득, 오두막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럽지만, 멈칫거림 없는 소리였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있을 리 없는데. 아린은 긴장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낡은 문틈으로 보이는 희미한 그림자는 한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 세요?”

아린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문밖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불이 타오를 때가 왔다. 새벽의 별이여, 깨어나라.”

그 말에 아린은 흠칫 놀랐다. ‘들불’. 그것은 최근 몇 달 사이, 제국의 폭정에 항거하는 평민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퍼지던 작은 희망의 불씨를 뜻하는 암호였다. 그리고 ‘새벽의 별’은…

아린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명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은 키가 크고 묵직한 인상의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얼굴을 가린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였다.

“어르신…?”

아린은 키 큰 남자를 알아봤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약재상 주인이자, 가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곤 했던 노인이었다. 그는 아린의 어머니가 살아계실 적부터 가족처럼 지내던 사람이었다.

“아린, 때가 되었구나.” 약재상 노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너의 어머니가 너에게 남긴 유산이 깨어날 때가.”

아린은 혼란스러웠다. 어머니의 유산이라니? 어머니는 평범한 주부였고, 일찍 병으로 돌아가셨을 뿐이었다.

“어머니께서… 제게 뭘 남기셨다는 거죠?”

노인은 말없이 후드를 쓴 그림자를 가리켰다. 그 그림자가 천천히 후드를 벗었다. 달빛조차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여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의 눈은 기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투명하게 반짝이는 수정 구슬이었다. 구슬 안에는 작은 별들이 박힌 듯 빛나고 있었다.

“어머니는 ‘별의 소녀’였다.” 여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제국이 아직 이 정도로 타락하기 전, 사람들의 희망을 지키던 존재.”

“말도 안 돼… 어머니가… 마법소녀였다고요?” 아린은 믿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그저 따뜻한 미소를 가진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 힘은 너에게도 흐르고 있다, 아린.” 노인이 말했다. “네가 이 모든 불의에 분노하고, 세상이 달라지기를 간절히 바랄 때, 그 힘은 깨어날 것이다.”

그 순간, 멀리서 둔탁한 북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지는 병사들의 고함소리.

“반란군을 찾아라! 이 구역을 모두 뒤져라!”

제국 병사들이 마을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노인은 급히 아린의 손에 수정 구슬을 쥐여주었다. 차갑고 단단한 감촉이 손안에 느껴졌다.

“이제부터 넌 더 이상 평범한 아린이 아니다. 너는… 새벽을 여는 별이다. 사람들의 희망을 지키는 존재.”

“하지만… 제가 뭘 할 수 있다고…”

그때였다. 밖에서 미리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언니! 언니!”

병사들이 아린의 오두막 문을 부수고 들어오고 있었다. 수정 구슬을 쥔 아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가슴속에서 낮에 느꼈던 그 뜨거운 분노가 다시금 불타올랐다. 아니, 이제는 단순히 분노만이 아니었다. 미리를 지키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이 무력한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격렬한 열망.

‘내가… 내가 정말 뭘 할 수 있을까?’

그녀의 손에 쥐인 수정 구슬이 갑자기 따뜻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구슬 안의 별들이 격렬하게 빛났다. 빛은 아린의 손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윽…!”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한 기묘한 감각. 흐르는 피가 끓어오르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차가운 골목의 공기가 갑자기 별빛으로 가득 찬 듯한 착각에 빠졌다.

“저것들을 막아라!”

병사들의 우악스러운 손이 미리의 여린 어깨를 잡으려 했다. 그들의 눈에는 노인의 집을 약탈할 때와 똑같은 잔인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 순간, 아린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자신도 모르게 주문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별이여, 나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이 어둠을 걷어내고, 희망을 밝히소서!”

콰앙!

아린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눈부신 별빛이 오두막 문을 박살 내고 들어오던 병사들을 강타했다. 병사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날아갔다. 그들의 갑옷은 별빛 속에서 녹아내리는 듯했다.

아린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손끝에서는 여전히 은은한 별빛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몸을 감싸고 있던 낡은 옷은 사라지고, 순백의 드레스와 함께 별이 수놓인 망토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머리에는 작은 별 모양의 티아라가 빛나고 있었다.

이게… 이게 나라고?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미리의 얼굴, 그리고 약재상 노인과 의문의 여인의 경외 어린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아린… 아니, 새벽별의 마법소녀여…” 약재상 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별빛이 가득한 오두막 안에서, 아린은 처음으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마주했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더 이상 무력하지 않았다.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밖에서는 여전히 병사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짓이냐! 감히 제국의 병사를 공격해?!”

아린은 오두막 문밖을 바라봤다. 수십 명의 제국 병사들이 횃불을 들고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그들 뒤로는 온 마을 사람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린은 굳게 다문 입술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단단하고 맑은 울림이 있었다.

“더 이상… 너희의 폭정을 두고 보지 않을 거야.”

그녀는 한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별빛이 밤하늘을 수놓으며 솟아올랐다. 어둠에 잠겨 있던 회색빛 도시의 하늘에, 별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이곳은… 너희가 더럽힐 수 없는 우리의 땅이니까.”

병사들의 얼굴에 당혹감과 공포가 스쳤다. 평생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눈에는, 경외와 함께 희미한 희망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린은 그들을 향해 걸어 나갔다. 순백의 드레스 자락이 별빛처럼 흩날렸다. 그녀의 뒤로는 약재상 노인과 의문의 여인이 미소를 지었다. 미리는 아직 놀란 얼굴로 언니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국에 맞서는, 새벽의 별이 드디어 눈을 떴다.
그리고 그것은, 들불처럼 번져나갈 거대한 반란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