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잿빛 도시의 불씨]
**#1. 철광마을, 어느 새벽**
**[1컷]**
어둠이 짙게 깔린 거대한 도시의 한 구석.
빌딩들은 거대한 기계 장치처럼 솟아 있고, 그 사이로 복잡하게 얽힌 파이프와 굴뚝들이 하늘을 찌른다.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희뿌옇게 공기를 채우고, 쇠를 두들기는 둔탁한 망치 소리와 톱니바퀴 갈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 모든 소음 위로, 공중을 가로지르는 제국 경비정의 둔탁한 프로펠러 소리가 낮게 깔린다.
> **내레이션:** 잿빛 도시, ‘아르카디아’. 이곳의 밤은 언제나 제국 군의 감시와 노동의 땀으로 축축했다. 특히, 최하층민이 모여 사는 ‘철광마을’은 더욱.
**[2컷]**
철광마을의 좁고 음침한 골목길. 낡은 벽돌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바닥에는 기름때와 쓰레기가 엉겨 붙어 있다.
그 틈새에 자리 잡은 작은 노점들이 간신히 불을 밝히고 있다. 지친 얼굴의 상인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3컷]**
골목 한 귀퉁이, 가스등 불빛 아래 웅크리고 앉아 있는 엘라(20대 초반).
그녀의 손은 기름때와 쇳가루로 검게 물들어 있다. 낡은 작업복 차림에 머리에는 닳은 가죽 고글을 쓰고 있다.
그녀의 앞에는 복잡한 톱니바퀴와 증기 파이프가 얽힌 기계 장치가 분해되어 있다. 정밀한 도구로 뭔가를 조립하는 그녀의 손길은 능숙하다.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는 고단함보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4컷]**
갑작스럽게 골목 안으로 들이닥치는 제국 병사들.
매끈하고 광택 나는 검은색과 금색의 제복을 입고, 어깨에는 기계식 라이플을 멘 모습이 이 어두운 골목과는 대조적이다.
그들의 발소리는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골목에 울려 퍼진다.
주변의 상인들은 일제히 몸을 움츠린다.
**[5컷]**
병사 하나가 한 노점상 앞에 멈춰 선다. 그의 손에는 낡은 PDA 같은 단말기가 들려 있다.
단말기를 훑어보던 병사가 노점상이 내놓은 식량 배급품 일부를 거칠게 밀쳐낸다.
> **제국 병사 1 (차갑게):** 배급량 초과. 제국 징수법 17조 3항 위반이다. 나머지는 압류한다.
**[6컷]**
초라한 노점상이 거칠게 항의한다. 그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가득하다.
> **노점상:** 그게 다 내 식구들 먹일 거라고! 이번 달 배급이 얼마나 줄었는데, 이젠 이것마저… 흐읍…
> **제국 병사 2:** 감히 제국법에 불복하는 것이냐? 입 다물어라!
병사 2가 노점상의 멱살을 잡아채고 벽으로 거칠게 밀친다. 노점상의 물건들이 바닥에 흩뿌려진다.
**[7컷]**
엘라의 얼굴 클로즈업.
그녀의 눈은 차갑게 빛나고, 꽉 다문 입술은 분노를 삭이는 듯하다.
그녀의 손에 들린 스패너가 무언가를 부술 듯이 꽉 쥐어져 있다.
**[8컷]**
엘라가 거친 숨을 내쉬며 조립하던 장치의 마지막 부품을 ‘딸깍’ 하고 끼워 넣는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복잡한 시계 장치처럼 보이는 기계다.
완성된 장치에서 희미한 푸른색 빛이 깜빡인다.
**[9컷]**
엘라가 재빨리 장치를 낡은 가방에 집어넣고, 고글을 이마 위로 올린 채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녀는 노점상 쪽을 한 번 노려본 후, 골목 안쪽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2. 카인의 작업실**
**[10컷]**
철광마을 깊숙한 곳, 겉보기엔 허물어져 가는 폐공장처럼 보이는 건물.
그 안으로 들어서면 예상과는 달리 수많은 기계 부품과 공구들이 질서 없이 쌓여 있는 작업실이 나타난다.
증기 파이프가 천장을 따라 얽혀 있고, 가스등 불빛 아래 낡은 도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작업실 한편에는 낡은 망원경이 창밖을 향해 세워져 있다.
**[11컷]**
작업실 중앙에서 낡은 기계 부품을 닦고 있는 카인(50대 후반).
그는 한쪽 다리를 약간 절고 있으며, 얼굴에는 깊은 주름과 함께 세상의 풍파를 겪은 듯한 지혜로운 눈빛이 깃들어 있다.
그의 손은 오래된 기계공처럼 두껍고 투박하지만, 움직임은 섬세하다.
**[12컷]**
작업실 문이 ‘끼익’ 하고 열리며 엘라가 들어선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 골목에서 본 광경의 잔상이 남아있는 듯, 어둡고 침울한 기색이 역력하다.
> **엘라:** 또 그 빌어먹을 배급 검열이에요. 이번엔 절반이나 떼어가더군요. 감히 입도 뻥긋 못 하게 만들고.
**[13컷]**
카인이 고개를 들고 엘라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은 안타까움과 체념이 섞여 있다.
> **카인:** 갈수록 심해져. 황제가 지상낙원을 약속했던 건 이제 먼 옛날이야기지. 그저… 잿빛 꿈이었을 뿐이야.
**[14컷]**
엘라가 카인 앞으로 걸어와 가방에서 아까 조립했던 시계 장치 모양의 기계를 꺼내 놓는다.
완성된 기계에서 여전히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이고 있다.
> **엘라:** 이건 어때요? 경비정의 통신망을 잠시 마비시킬 수 있을 거예요. 고작 몇 분이지만, 그 몇 분이…
**[15컷]**
카인이 장치를 들어 올리며 유심히 살펴본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 **카인:** 제국 기술을 역설계한 건가? 이젠 이런 것까지 만드는군. 위험하다, 엘라. 제국 놈들의 눈은 사방에 박혀있어. 작은 실수라도 하면…
**[16컷]**
엘라가 카인의 말을 자른다. 그녀의 눈은 단호하다.
> **엘라:** 우리가 보여줘야 해요. 이대로 밟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작은 불씨라도 던져야죠. 숨어만 있다간, 영원히 잿더미가 될 거예요.
**[17컷]**
카인이 엘라의 눈을 응시한다. 한숨을 쉬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그녀의 말을 부정할 수 없는 미묘한 동조가 읽힌다.
> **카인:** 불꽃은 때론 모든 걸 태워버리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 **엘라:** 그럼 다시 지으면 돼요. 우리 손으로. 그들이 부순 만큼, 그들이 짓밟은 만큼, 더 단단하게.
**[18컷]**
카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실 한편에 걸려 있는 낡은 철광마을 지도를 가리킨다.
지도는 수많은 표시와 기호로 복잡하게 그려져 있다.
> **카인:** 철광마을 외곽에 제국군 보급소가 있어. 오늘 밤, 새로운 증기 엔진이 도착할 거다. 제국군 최신형 비행선에 들어갈 거라더군. 감시가 소홀할 틈이 없어.
**[19컷]**
엘라의 눈이 빛난다.
> **엘라:** 그 엔진… 우리가 가져갈 수 있어요? 그걸로 우리 비행선을…
> **카인:** 아니. 우리가 원하는 건… 그 안에 있는 ‘정보’다.
**[20컷]**
엘라의 얼굴에 의문이 서린다.
> **엘라:** 정보요?
**[21컷]**
카인이 지도 위에 손가락을 짚는다. 그가 가리키는 곳은 보급소를 지나 제국 수도 ‘알파’로 이어지는 복잡한 운송로다.
> **카인:** 그 엔진은 단순한 엔진이 아니야. 제국의 심장부에 연결되는 중요한 운송 계획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증기 엔진은 출하 시에 운송 기록을 내부에 저장하거든.
**[22컷]**
엘라가 카인이 건네준 낡은 망원경을 받아들고 창밖을 내다본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스카이라인 위로 거대한 제국군의 비행선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을 가르는 강철 고래 같다.
**[23컷]**
엘라의 얼굴 클로즈업.
그녀의 눈빛은 비행선에 대한 경외감보다는, 그것을 넘어설 단호한 의지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시계 장치에서 푸른빛이 더욱 선명하게 깜빡인다.
> **엘라 (작은 목소리로):** 그 정보가… 우리의 불꽃이 될 수 있다는 거죠?
**[24컷]**
창밖으로 보이는 잿빛 도시의 밤 풍경.
수많은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공장에서는 멈추지 않는 기계음이 울려 퍼진다.
그 위로 제국 경비정의 탐조등이 끊임없이 도시를 훑는다.
> **내레이션:** 작은 불씨가 거대한 어둠을 집어삼키는 순간까지. 그들의 반란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