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심연의 메아리

**[장면 #1] 어둠 속의 항해**

**[장면 설명]**
광활하고 차가운 우주의 심연. 별조차 드문드문 박힌 칠흑 같은 공간을 홀로 유영하는 거대한 우주선, ‘아틀라스 호’의 모습이 보인다. 아틀라스 호의 선체는 은은한 푸른빛을 띠며 고독하게 나아간다. 내부는 복잡한 기계음과 전자기음으로 가득하지만, 승무원들의 일상적인 대화는 그마저도 고요하게 느껴질 정도다.

**[패널 #1]**
우주선 ‘아틀라스 호’의 거대한 외형이 텅 빈 우주를 배경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수많은 안테나와 센서들이 뻗어 나와 주변을 탐색하는 듯하다. 빛나는 엔진의 후광이 먼지처럼 흩뿌려진 별빛을 가로지른다.

**[내레이션]**
인류는 망각했다. 광대한 우주에서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아니, 애써 외면했다. 멸망 직전의 행성에서 마지막 희망을 걸고, 이 끝없는 미지의 바다로 뛰어들었을 때부터… 우리는 우리 자신마저 잊으려 했다.

**[패널 #2]**
아틀라스 호의 메인 브릿지. 거대한 전면 창 너머로 별들이 점점이 박힌 심해 같은 우주가 펼쳐져 있다. 몇몇 대형 모니터들이 반짝이고, 캡틴 김시우는 중앙 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그의 표정은 고독하고 어딘가 지쳐 보인다.

**[김시우]:** (독백, 나지막이) 끝없이 이어지는 어둠이군.

**[패널 #3]**
조종석에 앉아 홀로그래픽 항해 지도를 응시하는 항해사 박준영. 그는 큼직한 헤드셋을 쓰고 손가락으로 허공을 휘젓는다. 지도에는 예측 경로가 푸른색 선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그 너머는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그의 옆으로는 에너지 효율과 선체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박준영]:** (무미건조하게) 특별한 이상 없음, 캡틴. 현 행성간 섹터는 48시간 내에 통과할 예정입니다. 소행성대도 없고, 퀘이사 잔해도 없어요. 그냥, 말 그대로 ‘텅 빈’ 공간입니다.

**[패널 #4]**
브릿지 한쪽에서 복잡한 과학 장비들을 조작하며 데이터 패드를 뚫어져라 보는 과학 장교 이지민. 그녀는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흥미로운 정보를 찾는 듯한 표정이다. 주변 모니터에는 알 수 없는 그래프와 수치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이지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게 문제죠. 너무 텅 비어서 재미가 없잖아요. 새로운 시공간 변칙이라도 발견돼야 하는데…. 어차피 이렇게 먼 곳까지 왔는데, 좀 더 신비로운 게 튀어나와 줘야죠.

**[패널 #5]**
메인 브릿지 입구 근처, 무장한 보안 팀장 강하준이 팔짱을 낀 채 서 있다. 그의 표정은 항상 경계심으로 가득 차 있다. 이지민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쉰다.

**[강하준]:** 신비로운 거라…. 이지민 장교, 미지의 것은 보통 재앙으로 이어집니다. 탐험도 좋지만,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지민]:** (싱긋 웃으며) 아이, 팀장님은 너무 비관적이라니까요. 이 넓은 우주에 위험만 가득할 리 없잖아요? 어쩌면 인류의 다음 진화를 이끌어낼 경이로운 무언가가 있을지도요.

**[김시우]:** (창밖에서 시선을 돌려) 둘 다 그만. 박 항해사, 에너지 절약 모드 계속 유지해. 이지민 장교는 장거리 스캔 계속 돌리고. 강 팀장은 순찰 강화하고. 알다시피 여긴 인류의 발길이 닿은 적 없는 곳이야.

**[모두]:** 네, 캡틴!

**[패널 #6]**
김시우가 다시 창밖을 바라본다. 무수한 별들이 마치 그림처럼 정지해 있는 어둠 속에서, 아틀라스 호는 작은 먼지처럼 홀로 나아가고 있다.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깊은 고독이 느껴진다.

**[내레이션]**
수천 광년 떨어진 미지의 성운. 인류의 어떤 기록에도 없는 이 공간은, 그저 어둠과 침묵으로 가득할 뿐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장면 #2] 미지의 신호**

**[장면 설명]**
정적인 브릿지의 분위기가 갑작스러운 경보음으로 깨진다. 모든 승무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향하고,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패널 #1]**
갑작스럽게 울리는 경고음과 함께 이지민의 콘솔 화면이 붉은색으로 번쩍인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스크린에 표시된 데이터를 재확인한다.

**[삐익- 삐빅-!]** (경고음)

**[이지민]:** (당황하며) 캡틴! 장거리 스캔에… 뭔가 잡혔습니다!

**[김시우]:** (즉시 일어서며) 뭐라고? 상세 보고해.

**[패널 #2]**
이지민이 빠르게 콘솔을 조작하며 주요 데이터를 브릿지 중앙의 대형 홀로그램 화면에 띄운다. 홀로그램에는 지금까지의 우주 지도와는 전혀 다른, 불규칙적인 형태의 에너지 패턴이 번쩍이고 있다. 그 패턴은 일반적인 천체 현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이지민]:** 신호원은… 이 미지의 성운 깊은 곳입니다. 일반적인 천체 활동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감마선 폭발도, 중성자별도, 심지어 블랙홀의 중력 렌즈 현상도 아니에요.

**[박준영]:** (홀로그램을 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데이터가 깨지는 것 같군. 측정치가 너무 불규칙해. 시스템 오류인가?

**[이지민]:** (단호하게) 아니요, 박 항해사. 센서는 정상 작동합니다. 오히려 너무 ‘정상적으로’ 이 비정상적인 데이터를 잡아내고 있어요. 에너지 출력은… 측정 불가 수준입니다. 너무 압도적이라서 수치가 계속 튀어요.

**[패널 #3]**
강하준이 총을 든 채 자세를 잡고 브릿지 전면 창밖을 응시한다. 그의 눈은 예리하게 빛나며 어둠 속의 모든 움직임을 포착하려는 듯하다. 주변에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강하준]:** 공격인가? 외계 종족일 가능성은?

**[이지민]:** (고개를 젓는다) 신호가 너무 특이해서 판별이 불가능합니다. 마치… 물리 법칙 자체를 거부하는 듯한 형태예요. 그 어떤 문명권의 에너지 패턴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김시우]:** (잠시 침묵하다가) 박 항해사, 현재 위치에서 최대 추진으로 신호원까지 최단 거리를 계산해. 강 팀장, 전 함선 비상 태세 발령. 모든 무기 시스템 대기 상태로 전환해.

**[박준영/강하준]:** 예, 캡틴!

**[패널 #4]**
엔지니어 최유진이 통신 채널을 통해 김시우에게 급하게 보고한다. 그녀는 자신의 엔지니어링 룸에서 다양한 계기판을 확인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최유진]:** (통신음, 약간 불안한 목소리) 캡틴! 최유진입니다. 방금 전에 함선 전체에 미세한 전자기파 교란이 감지되었습니다! 통신은 정상 작동하지만, 동력계와 보조 시스템에 일시적인 부하가 걸렸습니다. 저… 혹시… 지금 뭐 발견된 건가요?

**[김시우]:** (단호하게) 그래. 미지의 물체를 탐지했다. 최 엔지니어는 함선 시스템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여.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시 보고해.

**[최유진]:** 알겠습니다… 캡틴. (작게 한숨 쉬는 소리)

**[패널 #5]**
김시우가 홀로그램 화면을 손가락으로 확대한다. 불규칙한 에너지 패턴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의 눈에는 호기심과 함께 깊은 경계심이 스쳐 지나간다.

**[김시우]:** (나지막이) 드디어… 올 것이 왔나.

**[내레이션]**
수십 년간 이어진 인류의 마지막 여정. 끝없이 펼쳐진 암흑 속에서 우리는 간절히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그것이 설령 파멸의 씨앗일지라도, 우리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었다.

**[장면 #3] 심연의 조각**

**[장면 설명]**
아틀라스 호가 알 수 없는 존재를 향해 서서히 접근한다. 우주의 고요함 속에서 묵직한 엔진음이 울려 퍼지고, 승무원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패널 #1]**
박준영이 능숙하게 조이스틱과 키보드를 조작하며 아틀라스 호를 조종한다. 대형 창밖으로 펼쳐진 성운의 모습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 성운 안쪽은 마치 거대한 폭풍처럼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는 에너지가 보이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 정적만이 흐른다.

**[박준영]:** 신호원까지 5000km. 주변 시공간 왜곡이 심합니다. 항해 컴퓨터가 계속 경로를 수정하고 있어요.

**[이지민]:** 에너지 패턴은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닌 것 같아요. 뭔가 ‘구조물’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물질로 이루어졌는지 전혀 파악이 안 돼요.

**[패널 #2]**
브릿지의 모든 승무원이 전면 창을 통해 성운을 응시한다. 성운의 중심부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인다. 불안정한 기운이 브릿지를 덮친다.

**[강하준]:** (레이더 화면을 보며) 아무것도 없습니다. 적함은 아니라는 말입니까?

**[이지민]:** (고개를 젓는다) 아마도요. 이런 에너지를 뿜어내는 문명은… 저희가 아는 어떤 분류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김시우]:** (숨을 고르며) 접근 속도를 최저로 낮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박준영]:** 알겠습니다, 캡틴. (조심스럽게 스로틀을 내린다)

**[패널 #3]**
아틀라스 호가 마침내 성운의 중심부에 도달한다. 전면 창 너머로 보이는 것은, 그 어떤 상상도 초월하는 기이한 형태의 물체였다. 거대한 검은색 다면체. 그 크기는 소행성만 했으며, 주변의 빛을 모두 흡수하는 듯 칠흑 같았다. 하지만 그 표면에는 희미하고 불규칙적인 빛의 패턴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충격음]**

**[이지민]:** (경악하며) 저게… 대체…

**[박준영]:** (숨을 들이켠다) 믿을 수가 없군…

**[강하준]:** (총을 꽉 쥐며) …위험합니다.

**[패널 #4]**
클로즈업된 검은 다면체. 표면의 무수히 많은 면들이 불규칙하게 깎여 있으며, 그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희미한 보랏빛과 초록빛이 끊임없이 일렁인다. 어떤 인공적인 구조물 같으면서도, 동시에 오랜 세월 자연적으로 생성된 바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체불명의 문양이 희미하게 새겨진 듯한 착각마저 든다.

**[내레이션]**
어둠 속에서 영겁의 세월을 견딘 존재. 그것은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상을 초월했다. 침묵 속에 깃든 위대함이자, 동시에 감히 가늠할 수 없는 두려움이었다.

**[패널 #5]**
이지민이 급하게 스캔 데이터를 확인한다. 그녀의 눈은 경악과 전율로 번뜩인다.

**[이지민]:** (떨리는 목소리) 캡틴… 스캔 결과가… 말이 안 됩니다. 질량은… 일반적인 소행성의 수십 배인데, 동시에 물질 구성은… 저희가 아는 어떤 원소도 아닙니다. 아니, 아예 존재하지 않는 원소예요. 게다가… 표면 온도는 절대 영도에 가깝지만, 내부에서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어요.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동시에, 우주를 창조할 만한 힘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김시우]:** (눈을 가늘게 뜨며 다면체를 응시한다) 움직임은?

**[이지민]:** 없습니다. 하지만 에너지는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어요. 마치… 잠들어 있는 것처럼.

**[패널 #6]**
최유진이 다시 통신 채널을 통해 다급하게 외친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공포가 섞여 있다.

**[최유진]:** 캡틴! 비상입니다! 함선 전력 계통에 심각한 과부하가 걸리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 서지가 들어오고 있어요! 실드도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삐이이이익- 콰아앙!]** (전력 폭주음과 함께 함선이 흔들리는 소리)

**[패널 #7]**
갑자기 아틀라스 호의 브릿지 전체가 흔들리며 전등이 깜빡인다. 몇몇 모니터가 지지직거리며 꺼졌다가 다시 켜진다. 승무원들이 자세를 잡기 위해 애쓴다.

**[박준영]:** (조종간을 꽉 쥐며) 젠장! 중력 안정기가 버티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부 자기장이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어요!

**[강하준]:** (벽을 짚고 버티며) 실드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함선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

**[김시우]:** (흔들리는 몸을 바로잡으며) 이지민 장교! 저 물체… 저게 원인인가?!

**[이지민]:** (데이터 패드를 든 손이 떨린다) 네… 캡틴! 저것 때문에… 저것이 내뿜는 에너지 때문에… 함선 시스템이…!

**[패널 #8]**
거대한 검은 다면체에서 뿜어져 나오던 희미한 빛이 갑자기 폭발하듯 강렬해진다. 보랏빛과 초록빛이 교차하며 마치 살아 숨 쉬는 심장처럼 강하게 요동친다. 그 빛은 아틀라스 호의 전면 창을 압도할 듯이 비춘다.

**[김시우]:** (이를 악물고 소리친다) 뭐든 좋아! 저 물체에서 떨어져! 박 항해사, 즉시 후퇴! 최대 추진으로!

**[박준영]:** (필사적으로 조종간을 당기며) 이미 늦었습니다, 캡틴! 함선 제어 시스템이… 먹통입니다!

**[우우웅-! 찌이이이이잉-!]** (압도적인 에너지의 공명음)

**[패널 #9]**
마지막 패널.
검은 다면체의 한 면이 마치 거대한 눈꺼풀이 열리듯이 천천히, 그리고 묵직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틈새에서 순수한 어둠과 함께 형용할 수 없는 고대의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아틀라스 호는 그 앞에서 마치 장난감처럼 무력하게 고정되어 있다. 모든 승무원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절망, 그리고 미지의 경외감이 뒤섞인 표정이 어렸다.

**[내레이션]**
우리는 미지의 심연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것이 인류의 끝일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일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단지, 모든 것이 변할 것이라는 섬뜩한 예감만이 공간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에피소드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