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 (VRMMO)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콰아앙!”

육중한 강철 문이 안으로 쓰러지며 엄청난 굉음을 냈다. 퀘스트 경고창이 터져나가는 섬광처럼 순식간에 시야를 뒤덮었지만, 누구도 그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뿌옇게 피어오른 먼지가 걷히자, 드러난 방 안의 광경은 비명을 삼킨 채 얼어붙은 이들을 더욱 경악시켰다.

최고급 비단으로 장식된 호화로운 길드장 집무실 중앙. 핏빛처럼 붉은 융단 위에는 ‘절대자’ 길드의 길드장, 카이젤의 시신이 엎드려 있었다. 등에는 검은 피가 흥건하게 배어 나왔고, 그 한가운데에는 붉은 보석이 박힌 단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시신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그 주위의 공기는 싸늘한 침묵으로 가득했다.

“젠장…!”

길드 부길드장 한결이 욕설을 내뱉으며 카이젤의 시신을 향해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그의 앞에 한 사내가 번개같이 나타나 길을 가로막았다. ‘베르나’ 경위. 이 세계의 치안을 담당하는 시스템 NPC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함께 깊은 절망이 드리워져 있었다.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한결 님! 현장 보존이 우선입니다.”

베르나 경위의 목소리는 평소의 단호함을 잃고 떨리고 있었다. 그는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을 향해 황망한 시선을 던졌다.

“분명합니다. 방은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방 안을 처음 확인했던 이들의 얼굴에 공포가 다시 떠올랐다.

“창문은 모두 마법으로 봉인된 강화 유리였습니다. 성벽 외곽 쪽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지어진 곳이라 창문을 통한 침입은 불가능합니다. 환기구는 성인 남자가 드나들기엔 턱없이 작았고요. 이 방에 침입할 수 있는 경로는, 오직 이 문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은 안에서 빗장이 걸려 있었죠. 아무도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밀실입니다.”

베르나 경위의 설명은 완벽했다. 이 방은 완벽한 밀실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어떻게 카이젤을 죽이고 이 방을 빠져나갔다는 말인가? 아니, 빠져나가지 못했다면, 살인자는 아직 이 방 안에 있다는 말인가?

그때였다. 시신 주위를 맴돌며 날카로운 눈으로 바닥과 벽, 천장까지 훑던 한 남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작은 흔적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그에게 들리지 않는 잡음일 뿐이었다.

그는 이 세계 최고의 탐정 중 한 명으로 불리는 ‘류진’이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문을 부수기 전, 문손잡이를 돌려보셨습니까?”

류진의 질문은 베르나 경위의 혼란을 단숨에 가라앉히고 오직 사건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베르나 경위는 심호흡을 하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예, 물론입니다.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길드원들과 함께 문을 부수기로 결정했습니다. 빗장이 걸려 있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선을 문틀에 박혀 뒹구는 부러진 빗장 조각으로 돌렸다. 육중한 강철 빗장 조각은 문짝이 부서지면서 함께 박살이 난 모양이었다.

“카이젤 님!”

한결은 다시 한번 경위의 제지를 뿌리치려 애썼다. 그의 얼굴에는 충격과 함께 알 수 없는 욕망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가 카이젤의 뒤를 이어 길드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은 파다했다.

“누가 이런 짓을… 대체 누가!”

세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카이젤 길드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다른 길드의 실세였다. 카이젤과의 악감정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밀실 살인이라는 상황은 그녀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녀의 눈은 카이젤의 시신이 아닌, 한결의 등 뒤를 힐끗거렸다.

가장자리에 서 있던 민준은 두 손을 깍지 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는 카이젤의 개인 비서로, 늘 그림자처럼 카이젤을 따랐던 인물이었다.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류진은 그들 모두를 스쳐 지나듯 훑어본 후, 다시 빗장 조각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 빗장은… 단순한 금속 빗장이 아니군요.”

류진이 부러진 빗장의 단면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그는 장갑 낀 손으로 부러진 단면을 조심스럽게 쓸어보았다. 베르나 경위가 다가와 류진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빗장 내부에는 미세한 홈이 파여 있었고, 그 홈 안에는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얇고 투명한 섬유 조각이 박혀 있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그냥 빗장이 부러진 자국 아닙니까?”

베르나 경위의 의문 어린 시선에 류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이 홈은 단순히 파손된 것이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흔적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박혀 있는 이 섬유 조각은 일반적인 실이 아닙니다. 이 세계의 일부 고급 연금술사들이나 차원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극도로 정제된 마력 섬유의 잔해로 보입니다.”

정교하고 치밀한 분석에 모두의 시선이 류진에게 집중됐다. 그의 말은 곧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마력 섬유… 그것이 이 살인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한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류진은 길게 설명하는 대신, 빗장 조각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차가운 칼날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 잔해는… 차원 간섭 흔적입니다.”

정적이 흘렀다. 차원 간섭. 그것은 이 세계에서 극히 드문, 공간을 일그러뜨리거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마법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고유한 에너지의 흔적이었다.

“범인은 카이젤을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안에서 빗장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그는 평범한 방법으로는 이 방을 나갈 수 없었을 겁니다.”

류진의 말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주었다.

“범인은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마력 섬유의 잔해는 그가 닫힌 문을 뚫고, 혹은 다른 차원으로 잠시 이동하여 이 방을 탈출했을 때 남긴 흔적입니다. 이 빗장의 홈은 그 마법의 초점을 맞추기 위해, 혹은 마법 에너지를 증폭시키기 위해 가공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제야 모두의 얼굴에 희미한 빛이 떠올랐다. 밀실의 비밀이 풀릴 실마리였다. 살인자는 문을 걸어 잠근 뒤, 차원 간섭 마법을 이용해 빠져나갔다는 설명은 완벽하게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누가… 누가 그런 마법을 쓸 수 있단 말입니까? 이 세계에서 차원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베르나 경위가 말을 흐렸다. 그의 시선은 다시 한결, 세린, 민준에게로 향했다. 그들 중 누군가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이 사건은 또 다른 차원으로 접어들 터였다.

류진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카이젤의 시신을 돌아봤다. 그의 시선은 단검이 박힌 등에 멈추지 않고, 카이젤의 굳어버린 표정, 그리고 그의 손가락 끝에 아주 미세하게 쥐어져 있는 무언가를 향했다.

다른 이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주 작은 금속 조각. 흡사 얇은 칼날의 파편 같기도 하고, 무언가 부서진 부품 같기도 한 그것.

류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

“살인자는 문을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통과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무엇을* 남겼는가, 그리고 *무엇을* 가져갔는가 입니다.”

그의 시선이 다시 빗장 조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안의 마력 섬유 흔적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류진은 나직이 읊조렸다.

“살인자는 그가 탈출하는 방식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하지만 착각입니다. 오히려 그 탈출 방식이, *누가* 그를 죽였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류진은 손가락 끝으로 카이젤의 시신 옆에 떨어져 있던 작은 금속 파편을 가리켰다. 그리고 모두에게 들릴 만큼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범인은 분명 이 방을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의 흔적*은… 살인자의 정체를 완벽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사용한 방식은… 한 가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금속 파편과 류진의 얼굴 사이를 오갔다. 그의 마지막 말이 던진 새로운 의문은, 밀실 살인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과연 류진이 발견한 결정적인 증거는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범인을 지목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살인자의 탈출 방식에 숨겨진 치명적인 문제점은 또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