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맹세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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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1**
**장소:** 성 스텔라 대강당, 밤.
**시간:**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시상식.
(수천 명의 환호성으로 가득 찬 대강당. 샹들리에의 불빛이 뿜어내는 황금빛 아래, 강 지윤이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무대 중앙에 서 있다. 그녀의 뒤로는 ‘수호자 강 지윤’이라 새겨진 거대한 황금 트로피가 빛나고 있다. 옆에는 시장, 주요 인사들이 환한 얼굴로 박수를 치고 있다. 지윤은 한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우아하게 웃고 있다.)
**나레이션 (강 지윤):**
언제나 빛이 가득했던 세린아. 네가 사라진 후, 세상은 나를 선택했어. 네가 가졌던 모든 것을, 이제 내가 가졌어. 이곳은… 완벽해.
**강 지윤:**
(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동료 수호자 여러분. 저에게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허락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제가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분의 믿음과 염원이 저를 움직이는 힘이었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고, 지윤은 감동에 젖은 듯 한 손으로 가슴을 살짝 쓸어내린다. 강당의 스크린에는 그녀가 어둠의 괴물들을 물리치는 영상이 화려하게 재생된다. 모두가 그녀의 눈부신 활약에 감탄한다.)
**시장:**
(힘찬 목소리로)
강 지윤 수호자님은 우리 도시의 등불이자 희망입니다! 어둠에 잠식될 뻔한 우리를 구원해주신 은혜를, 저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군중:**
(우레와 같은 함성)
강 지윤! 강 지윤!
**강 지윤:**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든다. 속마음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것이야. 이제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어. 세린, 너도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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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2**
**장소:** 성 스텔라 대강당, 무대 위.
(환호성이 절정에 달했을 때, 갑자기 강당의 조명들이 일제히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웅성거림이 퍼지고, 지윤의 미소에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군중 1:**
어? 무슨 일이야?
**군중 2:**
정전인가?
(조명은 이내 완전히 꺼지고, 강당은 암흑에 휩싸인다. 순간적인 정적이 흐른 뒤, 다시 혼란스러운 소음이 터져 나온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시장:**
(당황하며)
경비! 경비는 뭐 하는 거야! 어서 조명을…!
(그때, 무대 중앙에서부터 차가운 푸른빛이 서서히 피어오른다. 마치 심연에서 솟아난 듯, 날카롭고 섬뜩한 기운이 강당 전체를 감싸 안는다. 그 푸른빛은 강 지윤의 황금 트로피에 닿자, 트로피가 사그라지듯 검은 재로 변하며 바스라진다.)
**강 지윤:**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계한다. 더 이상 미소 짓지 않는다.)
누구지? 감히 이 자리에서…!
(푸른빛이 점차 응축되더니, 어둠 속에서 한 인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검은 장포를 걸친 듯한 실루엣, 그리고 그 위에 떠오른 섬뜩한 붉은 눈동자.)
**???:**
(차가운, 그러나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 마치 얼음처럼 심장을 꿰뚫는.)
감히? 네가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던가, 지윤아.
(지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다. 그녀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뜨인다.)
**강 지윤:**
그 목소리는…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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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3**
**장소:** 성 스텔라 대강당, 무대 위.
(어둠 속에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류 세린. 그녀는 예전의 눈부신 ‘빛의 마법소녀’가 아니다. 검은색을 기조로 한 의상은 마치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자수와 날카로운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녀의 긴 흑발은 어둠 속에서도 윤기 나게 빛나고, 두 눈은 섬뜩할 정도로 붉게 빛난다. 한 손에는 어둠의 기운이 감도는 검은 수정 지팡이를 들고 있다. 세린의 어깨 위에는 그림자처럼 검은 고양이, 레온이 앉아 있다.)
**레온:**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
재회 축하해, 세린. 꽤나 오랜만이지?
**류 세린:**
(지윤을 향해 싸늘하게 웃는다. 그 미소는 어떤 빛도 품고 있지 않다.)
오랜만이지, 강 지윤. 아니, ‘수호자’ 강 지윤이라고 불러줘야 하나?
**강 지윤:**
(온몸이 굳어버린 듯 경직된다. 주변의 군중들은 이미 세린의 압도적인 기운에 짓눌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세… 세린? 거짓말… 네가… 네가 어떻게…! 그날 분명히…!
**류 세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지윤에게 다가간다. 발걸음마다 바닥에 검은 그림자 꽃잎이 흩날린다.)
분명히? 네가 내 등에 칼을 꽂고, 내 모든 것을 빼앗아 어둠 속에 던져버렸을 때? 내가 죽었을 거라고 확신했겠지.
**강 지윤:**
(얼굴이 창백해지고, 뒷걸음질 치려고 하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세린의 눈빛에 꿰뚫리는 듯한 공포를 느낀다.)
아니야! 오해야! 나는… 나는 그저 도시를 구하려 했을 뿐이야! 네가… 네가 어둠에 잠식되어가는 줄 알았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류 세린:**
(코웃음 친다. 그녀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얼어붙는다.)
거짓말. 네 눈은 그때도 지금처럼 탐욕으로 번들거렸어. 내가 가진 빛의 힘을 질투했고, 나의 자리를 탐냈지. 넌 내가 어둠의 존재를 감싸 안았다고 거짓을 꾸며, 모두가 나를 배신자로 낙인찍게 만들었어. 그리고, 마지막까지 나를 믿었던 내 심장의 조각마저 네 더러운 손으로 파괴했지.
(세린의 손에 들린 지팡이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강당의 샹들리에들이 하나둘씩 검은 얼음처럼 변하며 부서져 내린다.)
**류 세린:**
그래. 나는 죽었었어. 네가 만들었던 함정 속에서, 차가운 배신감에 얼어붙어 죽어가고 있었지. 하지만…
(세린은 멈춰 선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지윤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류 세린:**
하지만 죽음조차 나를 완전히 삼키지 못했어. 네가 망가뜨린 조각난 내 맹세가, 내 심장의 파편들이, 어둠 속에서 다시 나를 불러냈거든. 네가 나를 부른 거야, 지윤아. 이 비참하고 처절한 모습으로.
**강 지윤:**
(고개를 격렬하게 흔든다. 그녀의 얼굴은 절망과 공포로 일그러진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넌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네 힘은… 네 빛은 사라졌어!
**류 세린:**
(미소 짓는다. 이번엔 섬뜩한 비웃음이다.)
빛? 누가 너처럼 천박한 빛 따위를 원한다고 했지? 나는 이제 어둠 그 자체야. 네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심연의 힘을 품고 돌아왔어.
(세린의 지팡이가 번쩍인다. 강당 전체를 감싸고 있던 어둠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더니, 지윤이 서 있는 무대 바닥을 순식간에 검은 덩굴로 뒤덮는다. 덩굴들은 지윤의 발목을 묶고, 그녀가 섰던 무대 바닥을 부수며 지윤을 공중에 매단다.)
**강 지윤:**
(비명 지른다)
크아아악! 이건 뭐야! 놓아줘!
**류 세린:**
(싸늘한 시선으로 공중에 매달려 버둥거리는 지윤을 올려다본다.)
놓아달라고? 네가 나를 어둠 속에 던져 넣었을 때, 나도 너에게 간절히 애원했었지. 놓아달라고. 친구로서, 단 한 번만이라도 나를 믿어달라고.
(세린은 지팡이를 가볍게 휘두른다. 덩굴은 지윤의 몸을 더욱 강하게 옥죄고, 지윤의 순백 드레스가 찢어진다. 그녀의 마법소녀 브로치가 힘없이 땅에 떨어진다.)
**류 세린:**
네가 나에게서 빼앗아 간 모든 것. 이 자리, 이 영광, 심지어 내 이름까지. 이제 그 모든 것을 돌려받을 시간이야. 하나도 빠짐없이. 그리고… 네가 나에게 준 고통은, 백 배, 천 배로 갚아줄게.
(세린의 붉은 눈동자가 더욱 강렬하게 빛나고, 강당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검은 기운이 휘몰아친다. 공중에 매달린 지윤의 눈빛은 절규와 공포로 가득 차 있다. 그녀는 이전의 오만했던 ‘수호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한없이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류 세린:**
(낮게 읊조린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지윤아. 네가 맛볼 지옥은… 아직 멀었어.
(검은 기운이 지윤을 완전히 뒤덮으며, 강당은 심연의 어둠 속으로 잠긴다. 마지막으로 지윤의 비명만이 찢어질 듯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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