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철골과 콘크리트의 비명이 멎은 지 수십 년. 잿빛 하늘 아래, 무너진 고층 빌딩들은 거인의 앙상한 갈비뼈처럼 솟아 있었다. 그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 바람은 썩어가는 금속의 악취와 눅눅한 흙먼지를 흩뿌렸다. 이곳은 제7구역, 과거 ‘환영의 낙원’이라 불렸던 최첨단 상업지구였지만, 지금은 그저 거대한 고철 더미이자 망자들의 데이터 무덤일 뿐이었다.

나는 낡은 정찰 드론의 잔해를 발로 툭 차며 좁은 통로를 가로질렀다. 내 생체 시계는 이미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보급품은 이틀 전 바닥을 보였고, 내 사이버네틱 팔은 삐걱거리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었다. 에너지 셀이 간당간당하다는 신호였다. 이런 상황에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이 폐쇄 구역으로 다시 기어들어온 건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그 ‘핵’이 필요했다. 젠장, 너무나도.

“카이, 아직 멀었나? 내 인공 귀가 네놈의 망할 한숨 소리에 과부하 걸릴 지경이야.”
내 귀에 박힌 임플란트에서 론의 거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위로 대신 닥달, 격려 대신 짜증. 하지만 그게 론이었다. 그리고 난 그의 정보 없이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하루도 버티지 못했을 거다.

“알아서 뭐하게, 론. 네가 여기까지 와서 나 대신 이걸 뽑아 줄 것도 아니면서.”
나는 굳게 닫힌 강철문을 손으로 더듬었다. 수십 년간 묵은 먼지가 손끝에 묻어났다.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 구역은 거의 모든 전력이 끊긴 상태였다. 내 사이버 눈이 내뿜는 푸른 빛만이 칠흑 같은 어둠을 찢고 나아갔다.

“내가 네 똥 기저귀를 갈아 줄 의무는 없지만, 정보 제공자의 의무는 있어. 제7구역 외곽에서 ‘검은 송곳니’ 놈들이 기웃거리는 게 포착됐다. 너만 노리는 건지, 그저 구역 전체를 훑는 건지는 불분명해. 하지만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그 놈들은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지.”
검은 송곳니. 용병 집단이었다. 자원이라면 뭐든 뜯어내고, 사람이든 드로이드든 방해되면 가차 없이 파괴하는. 론의 경고에 등골이 오싹했다. 서둘러야 했다.

나는 문틈에 휴대용 전력 인가기를 꽂았다. 찌릿, 하는 소리와 함께 낡은 강철문에 스파크가 튀었다. 수십 년 만에 깨어난 기계가 투덜거리듯 움직였다. 끼이이익- 끔찍한 쇳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혹시라도 근처에 있을지 모를 ‘검은 송곳니’ 놈들의 귀에 이 소리가 닿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문이 열리자, 습하고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거대한 공간이 드러났다. 이곳은 한때 기업들의 기밀 데이터를 보관하던 아카이브, 일명 ‘데이터 납골당’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케이블들은 거대한 뱀처럼 얽혀 있었고, 부서진 서버 랙들은 녹슨 비석처럼 줄지어 서 있었다.

“목표 지점은 최하층, 중앙 섹션이다. 네가 찾는 ‘아크 코어’는 거기 있을 거야. 썩어가는 시스템이 혹시나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말이지.” 론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나는 무너진 잔해들을 피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고인 끈적한 액체가 내 부츠에 철벅거렸다. 이건 아마도 냉각수였을 테고, 지금은 맹독성 폐수로 변했을 것이다.

갑자기, 시야가 흔들렸다. 내 사이버 눈의 시야 필터에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다.
“젠장, 또야?”
이 빌어먹을 전력 부족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내 신체에 연결된 장치들이 하나둘 먹통이 되어갔다. 시야가 흐려지고, 청각이 저하되고, 사이버 팔의 감각이 무뎌졌다. 이러다간 제대로 된 전투는커녕, 장애물 하나도 피하지 못할 판이었다.

그때였다. 찌이익-
어둠 속에서 섬뜩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내 사이버 귀가 겨우 포착한 소리였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 무언가가 빠르게 기어오는 소리.
나는 즉시 몸을 낮췄다. 망가진 서버 랙 뒤로 몸을 숨기고, 팔에 장착된 소형 플라즈마 커터를 움켜쥐었다.

“론, 뭔가 있어.” 내가 속삭였다.
“뭐? 네놈이 뭘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네 센서에 아무것도 안 잡히는데? 설마 환청이라도 들리는 거야? 농담할 기분 아니야, 카이.”
론은 내 상황을 알 리 없었다. 내 개인 센서들은 이미 작동 불능 상태였다. 지금은 오직 내 본능과 망가져 가는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서 녹슨 금속 팔이 불쑥 튀어나왔다. 낡은 작업용 드로이드였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결코 낡지 않았다. 표면에 붙은 거미줄과 먼지 아래로, 붉게 빛나는 광학 센서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저 놈은 시스템 오작동이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쿠쾅! 드로이드의 거대한 금속 주먹이 내가 숨어 있던 서버 랙을 강타했다. 굉음과 함께 랙이 무너지며 파편들이 튀었다. 나는 간발의 차이로 옆으로 굴러 몸을 피했다.

“젠장!”
내 등 뒤로 뿜어진 열기가 느껴졌다. 드로이드가 다시 한 번 팔을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나는 망설일 틈도 없이 플라즈마 커터의 출력을 최대로 올렸다. 푸른 빛이 칼날처럼 번쩍였다.

드로이드의 몸통을 향해 커터를 휘둘렀다. 낡은 금속 외장이 종잇장처럼 잘려나갔다. 스파크가 폭죽처럼 터지고, 기름 냄새와 함께 고철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드로이드가 고통스러운 기계음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붉은 센서의 빛이 깜빡거리더니, 이내 완전히 꺼졌다.

겨우 한 놈을 처리했지만, 내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날뛰었다. 이 망할 전력 부족이 날 죽일 작정이었다. 나는 쓰러진 드로이드의 잔해를 뒤져 쓸만한 부품이라도 없는지 확인했다.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껍데기뿐인 고철 덩어리였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나는 최하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통로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론은 여전히 내게 검은 송곳니의 동향을 알리고 있었다.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어, 카이. 서쪽 구역에서 강력한 전자기 신호가 감지됐다. 최소 다섯 명 이상이야. 중화기로 무장했을 가능성도 있어. 네가 거기서 뭘 하든 간에, 시간이 얼마 없어.”

론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긴박함은 피할 수 없었다. 다섯 명 이상. 그리고 중화기. 이 망할 ‘아크 코어’가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는 더 차갑고 습해졌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는 오직 내 사이버 눈과 본능에 의존해 나아갔다. 수십 층을 내려갔을까. 마침내 내 앞에 거대한 강철문이 나타났다. 그 문에는 낡은 기업 로고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전력을 끌어모아 문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시스템 해킹을 시도했지만, 문은 요지부동이었다. 이건 일반적인 해킹으로 뚫을 수 있는 문이 아니었다. 분명 물리적인 잠금장치가 있을 터였다.

나는 문 주변을 더듬기 시작했다. 손이 닿은 곳은 모두 차가운 강철뿐이었다. 그러다 문 아래쪽, 바닥과 거의 맞닿아 있는 곳에 희미한 틈을 발견했다. 낡은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지만, 틈새 너머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게 보였다.

그 안에는, 손바닥만 한 오래된 패널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패널 중앙에는, 낯선 문양이 그려진 버튼이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버튼을 눌렀다.

클릭.
작은 기계음과 함께, 문이 묵직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안쪽에서부터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오래된 냉각 시스템이 아직도 작동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 공기는 바깥보다 훨씬 더 차가웠다. 눈앞에는 거대한 원형 격납고가 펼쳐져 있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원통형 장치가 우뚝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장치의 가장 높은 곳에, 푸른빛을 내뿜는 물체가 박혀 있었다.

아크 코어. 내가 찾아 헤매던 에너지의 정수.
그 순간, 내 귀에 박힌 론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울렸다.
“카이! 서쪽 구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검은 송곳니 놈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들이 네 위치를 특정하고 접근하고 있다! 젠장, 엄청난 속도야!”

나는 아크 코어를 향해 뛰었다. 코어를 감싸고 있는 투명한 보호막을 깨야 했다. 내 플라즈마 커터의 남은 에너지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코어 바로 옆, 바닥에 떨어져 있는 녹슨 쇠지렛대.

나는 쇠지렛대를 움켜쥐고 보호막 틈새를 향해 전력을 다해 휘둘렀다.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가 거대한 격납고에 울려 퍼졌다. 보호막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한번, 있는 힘껏 쇠지렛대를 내리쳤다.

파창! 보호막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나는 망설일 틈도 없이 아크 코어를 붙잡았다. 차갑고 단단한 감촉. 손에 쥐어지는 순간, 내 몸의 모든 임플란트에 에너지가 다시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망가졌던 사이버 눈의 시야가 선명하게 돌아왔다.

“젠장, 드디어…!”
그러나 기쁨도 잠시, 뒤에서 찢어지는 듯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내 사이버 눈에 포착된 것은 거대한 그림자였다. 그것은 이 구역의 경비 드로이드였다. 하지만 내가 조금 전 쓰러뜨렸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거대한 몸체, 무수히 많은 팔과 다리, 그리고 붉게 타오르는 여러 개의 광학 센서. 온몸에 난 흉터와 땜질 자국들이, 이 놈이 수십 년간 이 어둠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목표, 확인. 제거.”
기계음이 격납고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드로이드의 수많은 팔들이 나를 향해 뻗어 나왔다.
젠장, 끝까지 이런 식인가!
나는 아크 코어를 꽉 움켜쥐고 드로이드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때였다. 문득, 내 귀에 새로운 소리가 들렸다. 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그러나 명확한 음성.
**”도망쳐봤자, 소용없어. 네 안의 심장까지, 우리가 지켜보고 있으니.”**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론에게도 들리지 않는, 오직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였다.
몸을 날려 구른 나는 아크 코어를 단단히 품에 안은 채, 거대한 드로이드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피했다. 등 뒤에서는 여전히 그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내 몸은 죽음의 그림자에 갇힌 것 같았다. 드로이드,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목소리.

나는 살기 위해, 그저 앞만 보고 달릴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도대체 누구에게서 달아나는 것인지, 이 도시의 그림자 속에 숨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모든 것이 위협적이었다.

이 거대한 무덤 속에서, 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더라도, 이 알 수 없는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등 뒤에서 드로이드의 굉음과 함께, 금속 팔이 내 발 바로 옆을 강타했다. 격납고 바닥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나는 멈추지 않고, 어둠 속으로, 미친 듯이 질주했다.
살아야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