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장. 천명(天命)을 가리는 서막

천 년의 역사를 품은 창천국의 심장, 그 웅장한 백령산맥의 가장 깊숙한 골짜기에 자리한 천하비무령(天下比武嶺). 태고의 기운을 머금은 듯한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둘러섰고, 그 한가운데에 드넓은 비무대가 천명석(天命石)을 중심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오늘, 바로 이곳에서 창천국, 아니 어쩌면 천하의 운명을 가릴 무림대회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새벽녘, 아직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시간부터 비무령으로 향하는 좁은 산길은 인파로 가득했다. 각 문파의 기치를 휘날리는 무인들, 저마다의 사연과 욕망을 품고 온 강호의 고수들, 그리고 이 역사적인 순간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는 수많은 백성들까지. 그들의 발걸음이 돌계단을 닳게 하고,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산골짜기를 가득 메웠다.

“젠장, 벌써 이렇게나 많다니!”

류운은 길가에 늘어선 낡은 주막의 처마 밑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밤새워 산을 오르느라 땀으로 축축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산길을 막아선 인파였다. 서둘러 비무대에 도착해야 했다. 류운은 짧게 깎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허리춤의 낡은 보검을 고쳐 맸다. 그의 검은 겉보기엔 평범했지만, 검집 속에 감춰진 날은 싸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이, 길 좀 비켜주시오!”

류운이 조심스럽게 인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 했지만, 사람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덩치 큰 사내가 류운의 앞을 가로막으며 으르렁거렸다.

“어딜 새파랗게 어린 놈이 감히! 줄 서서 기다려야지!”

류운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만, 저에게는 꼭 일찍 도착해야 할 이유가 있어서요.”

“개뿔! 너만 중요한 줄 아냐? 다들 천하비무를 보러 온 귀한 몸들이라고!”

사내의 목소리가 커지자 주변의 시선이 류운에게로 쏠렸다. 류운은 난처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그의 스승님, 단 한 번도 그의 곁을 떠난 적 없던 그분이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멀리 떠났다. 그리고 류운은 스승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다.

류운은 사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사내는 류운의 눈빛에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코웃음을 쳤다.

“뭘 봐, 꼬맹이! 싸움이라도 걸 참이냐?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그 순간, 류운의 몸이 마치 흐르는 물처럼 사내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내가 휘청거리며 옆 사람에게 부딪혔다. 류운은 이미 몇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 있었다. 사내는 당황한 표정으로 뒤늦게 소리쳤다.

“야, 저 자식!”

하지만 류운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바람처럼 빨라져 인파를 가르고 나아갔다.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젊은이의 움직임에 놀라 길을 터주었고, 류운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비무령의 정상으로 향했다.

천하비무령에 가까워질수록 공기는 더욱 팽팽해졌다. 무림 고수들의 내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마치 거대한 압력처럼 주위를 짓눌렀다. 저마다의 명성과 실력을 과시하듯 어깨를 펴고 서 있는 강호의 영웅들 사이로, 류운은 초라한 행색의 일개 무명 무인에 불과했다.

비무대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창천국의 정파 무림을 이끄는 삼대 문파의 자리였다.

장엄한 기세의 벽력검문(霹靂劍門) 문주, 벽력검성(霹靂劍聖) 백무진. 그의 주변에는 번개처럼 날카로운 검기가 서려 있어 누구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었다. 그 맞은편에는 고아한 학자의 풍모를 지닌 채 서 있는 신비로운 운하문(雲河門)의 문주, 묵운선사(墨雲禪師)가 좌정해 있었다. 그의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 같았고, 그의 주위에는 부드러우면서도 굳건한 기운이 맴돌았다. 그리고 강호의 가장 거대한 세력, 무당파의 장문인 현무도장(玄武道長)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칠성진을 이룬 무당파의 고수들이 굳건히 서서 위압감을 뿜어냈다.

그 외에도 각지의 기인, 은둔 고수, 심지어는 이국의 무인들까지. 저마다의 목적과 사연을 안고 이 자리에 모여 있었다. 류운은 그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가 먼지 한 톨처럼 느껴졌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스승님… 이곳이 천하의 운명을 가리는 장이군요.’

류운의 시선은 거대한 천명석에 닿았다. 천명석은 태고의 기운을 품고 있는 듯 검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이 돌은 창천국의 건국 시조가 하늘의 계시를 받은 곳에 세워진 것으로, 오직 천명을 받은 자만이 그 진정한 힘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이 비무대회의 최종 승자가 그 천명을 이어받아 창천국의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 알려져 있었다.

그때였다. 웅장한 북소리가 천하비무령을 뒤흔들었다. 쿵! 쿵! 쿵!
여덟 번의 북소리가 끝나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비무대 중앙으로 쏠렸다.

거대한 인물이 천명석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창천국의 무림을 총괄하는 무림맹주, 천하오결(天下五傑) 중 한 명인 맹룡(盟龍)이었다. 그의 위엄 있는 모습에 좌중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맹룡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강호의 영웅들이여, 그리고 창천국의 백성들이여! 오늘 우리는 창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비무대회의 서막을 올린다!”

그의 목소리가 산맥에 울려 퍼졌다.

“알다시피, 북방의 오랑캐들은 우리의 국경을 끊임없이 침범하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오랫동안 잊혀 있던 사악한 기운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창천국은 지금, 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맹룡의 얼굴에 깊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에, 무림맹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오직 가장 강하고, 가장 지혜롭고, 가장 정의로운 자만이 천명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정된 천명자는 무림맹의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창천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림맹의 모든 권한이라니! 그것은 실질적으로 창천국의 정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이었다. 단순히 무림의 패자를 가리는 대회가 아니었다. 이 나선형의 운명을 이끌어갈 단 한 사람을 뽑는 대업이었다.

“규칙은 간명하다. 단 하나! 오직 승리만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각자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워라!”

맹룡의 손짓과 함께, 비무대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결계가 투명한 막을 드러냈다. 이는 고수들의 기운이 관중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게 하는 보호막이자, 대회 기간 동안 누구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성역임을 알리는 표식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천하의 운명을 가릴 비무대회, 그 첫 번째 승부를 시작한다!”

맹룡의 선언과 함께, 비무대의 바닥에서 거대한 명패가 솟아올랐다. 그 위에는 첫 번째 경기에 나설 두 사람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류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손은 이미 허리춤의 보검을 향하고 있었다.
스승님이 가르쳐주신 마지막 말, ‘네가 가진 운명을 받아들이거라.’
그 운명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류운은 그 운명의 실마리가 바로 이 비무대회에 있음을 직감했다.

그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조용히 관중들 사이에서 한 걸음 내딛었다. 아직 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비무대를 향해 타오르고 있었다. 천명석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가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