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에피소드 1: 칠흑의 그림자 아래

**[장면 전환]**

**장면 1: 아즈카 광산 – 땅거미 진 저녁**

**[컷 1]**
어둠이 짙게 깔린 광산촌. 먼지가 자욱하고, 낡고 기우뚱한 판잣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멀리서 불빛 하나 없는, 거대한 바위산의 실루엣이 음침하게 솟아있다. 광산 입구에서는 제국 병사들이 횃불을 들고 서성인다.

**[컷 2]**
허물어져가는 판잣집 내부.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땀 냄새가 뒤섞여 있다. 초라한 침상에 노인이 헐떡이며 누워 있고, 그의 옆에 **카이(30대 중반)**가 무릎을 꿇고 앉아 축축한 천으로 이마를 닦아주고 있다. 카이의 얼굴은 먼지로 얼룩져 있지만, 그의 눈빛은 지칠 대로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노인:** (가느다란 목소리) 콜록… 콜록… 카이… 너는… 나가야 한다… 여긴… 더 이상… 희망이 없어…
**카이:** (낮고 단호하게) 할아버지는 무슨 말씀을… 아직 제가 있지 않습니까. 약은 제가 어떻게든 구해오겠습니다.
**노인:** (고개를 젓는다) 약… 약이 무슨 소용이냐… 이 망할 병은… 별의 눈물… 그 저주받은 광물을 캐는 자들을 따라붙는 그림자 같은 것… 흐읍…

**[컷 3]**
노인의 손목에 돋아난 검푸른 반점들을 클로즈업. 핏줄이 도드라지고, 피부 아래로 무언가 움직이는 듯한 징그러운 기운이 감돈다. 카이가 그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본다. 그의 얼굴에 고통과 분노가 스친다.

**카이:** (독백) 젠장… 또다시… 벌써 이번 달에만 세 번째다. 제국의 피를 빠는 탐욕이… 결국 우리를 모두 죽일 셈인가.
**SFX:** (노인의 거친 숨소리) 흐읍… 흐읍…

**[컷 4]**
판잣집 문이 거칠게 열리고, 우락부락한 체격의 **강(40대 초반)**이 들어선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다. 등에는 곡괭이를 메고 있다.

**강:** 카이! 들었나? 미친놈들! 또다시 공고가 내려왔다!
**카이:** (눈을 들어 강을 본다) 무슨 일이오, 강 형님?
**강:** (침상 옆으로 다가와 주먹으로 벽을 내려친다) 수확의 밤! 이번엔 ‘대규모 수확의 밤’이라고 하더군! 평소보다 두 배의 공물과… 젠장, 아이들도 끌고 간다고 한다!

**[컷 5]**
카이의 눈이 크게 뜨인다. 노인이 희미하게 눈을 뜨려 하지만, 고통에 겨워 다시 감는다.
카이의 독백: (분노에 찬) 아이들까지… 제국은 끝없이 바치라고만 하는군. 도대체 무엇을 위해… 무엇에게 바치려고!

**[컷 6]**
광산촌 한복판. 제국 병사들이 북을 두드리고 징을 울리며 새로운 공고를 외치고 있다. 병사들의 검은 제복은 밤의 어둠에 묻혀 더욱 음침해 보인다. 겁에 질린 광산 주민들이 병사들 주위에 모여 웅성거린다. 아이를 품에 안은 여인들이 오열한다.

**제국 병사:** (고압적인 목소리) 들어라, 어리석은 광부들이여! 심연 제국의 영원한 번영을 위해, 칠흑의 도시 나하쉬의 위대한 의식을 위해, 이번 ‘대규모 수확의 밤’에는 ‘별의 눈물’ 두 배와 더불어… 열 살 미만의 공물 열 명을 바쳐야 할 것이다! 거역하는 자는… 반역으로 간주하여 일족을 멸할 것이다!

**[컷 7]**
공포에 질린 주민들의 얼굴들. 핏기 없는 입술, 떨리는 눈동자들. 카이와 강이 군중 속에 서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카이의 표정은 차분하지만, 그의 눈 속에서는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강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강:** (낮게 으르렁거린다) 미친놈들… 정말 미친놈들이야! 차라리 죽여라, 죽여!
**카이:** (강의 팔을 잡으며) 진정해요, 형님.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컷 8]**
군중의 그림자 속에서, 한 여인이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엘라(20대 중반)**. 왜소한 체구에 늘 후드를 깊게 눌러쓴 그녀는 창백한 얼굴과 묘하게 빛나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그녀의 시선은 제국 병사들을 넘어, 그 너머의 허공을 응시하는 듯하다.

**엘라:** (작게 중얼거린다) 어리석은 자들… 그들은 피로 심연을 달래고 있다. 그들이 섬기는 것은 진정 무엇인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저주를…

**[장면 전환]**

**장면 2: 카이의 은신처 – 같은 날 밤**

**[컷 9]**
카이와 강이 카이의 판잣집 안, 구석진 곳에 숨겨진 작은 틈새로 들어가고 있다. 틈새 안쪽은 비좁고 어둡지만, 작은 램프가 놓여 있어 희미한 빛을 발한다. 몇 권의 낡은 책과 무기들이 쌓여 있다.

**카이:** (램프에 불을 붙이며) 도대체 이 제국은 얼마나 더 우리의 피를 빨아먹어야 만족할 작정이지?
**강:** 만족 같은 걸 알 리가 있나. 저 위대한 나하쉬의 귀족 놈들은 우리의 피와 땀으로 황금 옷을 입고, 우리의 공물로 추악한 의식을 벌이고… 제길, 더는 못 참겠어! 당장이라도 곡괭이 들고 저 병사 놈들 머리통을 깨부수고 싶다!

**[컷 10]**
강이 손에 든 곡괭이를 쥔 채 거친 숨을 내쉰다. 카이는 낡은 지도를 펼쳐 벽에 붙인다. 지도에는 광산과 인근 마을, 그리고 멀리 칠흑의 도시 나하쉬의 대략적인 윤곽이 그려져 있다.

**카이:** 무모한 짓은 안 됩니다, 형님. 우리는 숫적으로도, 무기로도 제국의 상대가 안 돼요.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번에는 아이들까지…
**강:**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손 놓고 있다가 모두 죽는 꼴을 보란 말이냐?!

**[컷 11]**
카이가 지도를 손가락으로 짚는다. 광산과 나하쉬 사이의 험준한 산맥을 가리키며 생각에 잠긴다.

**카이:** 수확의 밤은 대정화 의식과 동시에 진행됩니다. 나하쉬의 중앙 신전에서 벌어진다고 들었소. 아이들이 끌려가는 곳은… 분명 그 신전일 겁니다.
**강:** 그럼 그 신전으로 쳐들어가자는 건가? 말도 안 돼! 거긴 제국의 심장이야!

**[컷 12]**
바로 그때, 은신처의 낡은 문이 조용히 열린다. 그림자 속에서 엘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엘라:** (나지막하게) 너희들이 섬기지 않는 것에 맞설 때가 왔다.
**강:** (깜짝 놀라 곡괭이를 든 채 뒤돌아본다) 끄악! 너는… 어, 언제부터 거기에…
**카이:** (엘라를 응시한다) 엘라… 어째서 이곳에?

**[컷 13]**
엘라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의 손에는 낡고 해진 가죽 주머니가 들려 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탁자에 놓는다.

**엘라:** 너희가 맞서 싸우려는 것은… 제국의 탐욕만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해.
**카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게 무슨 소리요?
**엘라:** (꺼낸 것을 카이에게 내민다) 이것을 보아라.

**[컷 14]**
엘라가 내민 것은 뼈 조각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뼈가 아니었다. 뼈의 표면에는 짙푸른 색의 섬세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희미하게 맥동하는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카이가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 든 순간, 싸늘한 한기가 손끝으로 스며들며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간다. 심연… 무한한 어둠… 비명…

**카이:** (손에 든 뼈 조각을 떨군다) 이건… 대체…
**강:**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친다) 저, 저게 뭐야… 저 징그러운 건…

**[컷 15]**
엘라가 떨어진 뼈 조각을 다시 주워든다. 그녀의 표정은 차분하다 못해 무덤덤하기까지 하다.

**엘라:** 이 뼈는 수백 년 전, 나하쉬 제국이 건설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고대 존재의 일부다. 우리의 조상들은 그들을 ‘심연의 끝없는 존재’라 불렀지. 그들은 꿈속에 스며들어 사람들의 이성을 갉아먹고, 절망과 고통을 먹이로 삼아 성장한다.
**카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심연의… 끝없는 존재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제국이 숭배하는 것은 그저 옛 신들 아닌가?
**엘라:** (비웃듯이) 신? 그들은 신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공허의 심장을 가진 파편들일 뿐. 제국은 그 파편들에게 우리의 ‘별의 눈물’을 바치고, 우리의 생명을 바쳐 그들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 대가로… 그들은 제국에게 덧없는 힘과 번영을 약속받았지.

**[컷 16]**
엘라가 벽에 걸린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나하쉬의 중앙 신전 위치를 짚는다.

**엘라:** 나하쉬의 신전은 단순한 신전이 아니다. 그곳은 ‘별의 눈물’을 정화하여 심연의 존재들에게 바치는 거대한 제단이자… 그들의 현신이 강림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대규모 수확의 밤’… 그날 밤은 그 통로가 가장 활짝 열리는 밤이다.
**강:**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말도 안 돼… 그럼 그 아이들은… 그 괴물들한테 바쳐진다는 말인가?!

**[컷 17]**
카이는 잠시 눈을 감는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는 지금껏 제국의 탐욕과 압제에만 분노했다. 하지만 엘라의 말은 그 너머의, 훨씬 더 거대하고 알 수 없는 공포를 암시하고 있었다. 노인의 몸을 갉아먹던 검푸른 반점, ‘별의 눈물’을 캘 때마다 느껴지던 섬뜩한 기운…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듯했다.

**카이:** (독백) 이럴 수가…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적은… 고작 인간의 군대가 아니었단 말인가. 우리를 짓누르는 이 그림자는… 별에서 온 것이었나.

**[컷 18]**
카이가 천천히 눈을 뜬다. 그의 눈빛은 이전보다 더 깊은 결의로 빛나고 있었다.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는다.

**카이:** 엘라…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아는 거요?
**엘라:** (슬픈 미소를 짓는다) 나의 가문은 대대로 이 심연의 존재들을 기록하고 경고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제국은 우리를 이단으로 몰아 탄압했고… 나 홀로 남았지.
**카이:** (강을 돌아본다) 강 형님…

**[컷 19]**
강은 엘라와 카이를 번갈아 본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했지만, 아이들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가 그 혼란을 압도하고 있었다.

**강:** (이를 악물며) 제국이 괴물이든, 진짜 괴물이든… 내 손으로 저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면… 난 망설이지 않을 거다. 그 빌어먹을 신전이 불타버린다면 더 좋고!

**[컷 20]**
카이는 엘라를 다시 마주 본다.

**카이:**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냥 이대로 앉아서 그들이 아이들을 끌고 가게 둘 수 없어. 우리는… 그 신전에 가야 해.
**엘라:** (고개를 끄덕인다) 혼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나하쉬의 신전은 철통같은 경비가 지키고 있으니… 그리고 그 안에는 너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공포가 숨어있다.

**[컷 21]**
카이가 램프 빛에 비친 자신의 손을 꽉 쥔다. 그의 주먹은 단단하다.

**카이:** 혼자는 안 되겠지. 하지만…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일 겁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심연 제국이든, 그 뒤에 숨은 괴물이든… 우리는 맞서 싸울 겁니다.
**SFX:** (카이의 주먹 쥐는 소리) 꽉!

**[컷 22]**
카이가 벽에 걸린 지도를 다시 한번 노려본다. 이제 그의 목표는 단순히 제국의 압제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미지의 존재와 맞서 싸워야 할 운명에 처했다. 지도의 나하쉬 신전 부근이 붉은색으로 섬뜩하게 빛나는 듯하다.

**카이:** (독백) 이 미지의 공포 앞에서… 우리는 한 줌 먼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에 그 어떤 존재도… 우리의 아이들을 함부로 가져갈 수는 없어. 우리는 싸울 것이다. 미약하나마… 이 절망 속에서 마지막 희망의 불꽃을 피울 것이다.

**[컷 23]**
엘라가 카이의 결의를 지켜본다.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친다. 그것은 안도감인지, 혹은 또 다른 비극의 서막을 지켜보는 듯한 체념인지 알 수 없었다.

**엘라:** (작게) 그래… 너희가 원한다면… 내가 길을 안내하겠다. 심연의 문이 열리기 전에…

**[컷 24]**
광산촌을 감싼 밤의 어둠이 더욱 짙어진다. 멀리 칠흑의 도시 나하쉬에서부터 희미한 울림이 들려오는 듯하다. 그것은 제국의 북소리인지, 아니면 심연의 존재들이 땅속에서 내는 불길한 고동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카이와 강, 엘라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며, 그들의 눈빛만이 강렬하게 타오른다.

**[장면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