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 기관의 황금기, 거대한 강철과 황동이 숨 쉬는 도시, 메트로폴리스 에테르나의 하늘은 언제나 자욱한 증기 연기로 희뿌연 장막을 드리웠다. 거대한 증기 비행선들이 하늘을 가르고, 기어와 톱니바퀴의 맞물리는 소리가 도시의 심장 박동처럼 울려 퍼지는 이곳에서, 인간의 광기 어린 천재성은 늘 비극과 맞닿아 있었다.
오늘 아침, 그 비극의 무대는 도시 제일의 발명가이자 거부(巨富)인 바론 폰 아르노의 저택이었다. 그의 서재는 마치 시계공의 꿈처럼 정교한 기계장치와 미완성 자동인형들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곳은 피로 물든 악몽의 현장이었다.
“류세인 씨, 이쪽입니다.”
김경감의 다급한 목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운 고요를 깼다. 경감은 터질 듯한 얼굴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거대한 황동 문을 가리켰다. 문 앞에는 이미 증기 경찰 소속의 기술자 몇 명이 애를 쓰고 있었으나, 굳게 닫힌 문은 미동도 없었다.
“상황은?” 류세인은 늘 그랬듯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그의 눈은 반짝이는 강철빛이었다.
“바론 폰 아르노 경이 서재 안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머리를 강하게 가격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밀실이라는 겁니다.” 김경감의 목소리에는 좌절감이 묻어났다.
류세인은 황동 문을 훑어보았다. 육중한 강철과 황동으로 제작된 문은 복잡한 자물쇠와 내부에서 잠근 것으로 보이는 튼튼한 볼트로 이중 잠금 되어 있었다. 문틈 하나조차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는 손에 든 소형 증기 동력 확대경을 들어 문 표면을 자세히 살폈다. 톱니바퀴 문양의 장식과 이음새들이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었다.
“창문은 어떻습니까?” 류세인의 시선은 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서재의 모든 창문은 두께 5cm의 강화 유리로, 안쪽에서 육중한 강철 볼트로 단단히 잠겨 있었습니다. 게다가 바론 경이 직접 설계한 증기 압력 감지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서,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즉시 경보가 울리고 창문은 강철 셔터로 이중 봉쇄됩니다. 침입 흔적은 없습니다.” 김경감은 한숨을 쉬었다. “연통이나 환기구도 너무 좁아서 사람이 통과할 수 없습니다. 완벽한 밀실입니다.”
류세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푸른색 코트 자락이 바닥에 끌렸다. 그는 잠시 문 앞에 멈춰 서서 가만히 문을 어루만졌다. 차가운 황동의 감촉,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증기 압력의 진동.
“문을 열죠.” 그의 명령에 기술자들이 조심스럽게 문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육중한 문이 마침내 내부 잠금장치와 함께 열리자, 서재 내부의 풍경이 드러났다.
서재는 거대한 황동 시계와 정교한 기계장치들로 가득했다. 벽면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톱니바퀴와 증기 파이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중앙에는 태엽 장치로 움직이는 자동인형들이 멈춘 채 서 있었다. 그 모든 것의 중심, 거대한 작업대 위에는 바론 폰 아르노 경이 엎드려 있었다. 그의 머리맡에는 정교하게 세공된 황동 자동인형의 팔이 굴러떨어져 있었다. 팔 전체가 붉은 액체로 얼룩져 있었다.
“이게 살해 도구인 것 같습니다.” 김경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바론 경의 신형 정밀 작업용 자동인형의 팔입니다. 엄청난 무게와 견고함으로, 충분히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류세인은 바론의 시신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피해자의 옷깃, 작업대 위의 흩어진 나사, 그리고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았다. 바론의 손가락은 힘없이 펴져 있었고, 그 옆에는 얇은 설계 도면이 피에 젖어 있었다.
“경감님, 바론 경의 사망 시각은 대략 언제로 추정됩니까?”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동인형의 작동 기록을 분석 중입니다만, 특이점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류세인은 서재의 내부를 천천히 걸었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 증기 파이프를 흐르는 증기의 미약한 소음, 그리고 멈춰선 자동인형들의 금속성 광택이 왠지 모르게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의 시선은 벽에 설치된 거대한 증기 환기 시스템의 황동 그릴에 멈췄다. 보통의 환기구와 달리, 이 그릴은 예술 작품처럼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고, 그 뒤로는 꽤 넓어 보이는 통풍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환기구는 사람이 통과하기 불가능하다 말씀하셨죠?” 류세인이 물었다.
“네, 보시다시피 그릴은 볼트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고, 그 뒤의 통풍구도 어른이 드나들기에는 턱없이 좁습니다. 내부에도 별다른 장치나 통로는 없습니다.” 김경감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류세인은 그 그릴에 더욱 집중했다. 그는 소형 확대경을 다시 꺼내 들고 그릴의 모서리와 볼트 구멍을 샅샅이 살폈다. 그의 눈에 미세한, 거의 보이지 않는 긁힘 자국이 포착되었다. 마치 얇은 금속 도구가 그릴을 다시 고정하기 위해 사용된 듯한 흔적이었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응축된 증기의 잔향이 느껴졌다.
“이 방에는 바론 경의 특별한 자동 잠금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류세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아, 네. 바론 경이 자랑하던 최신 발명품입니다.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서재 문이 내부에서 자동으로 잠기는 시스템인데, 아직 실험 단계라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방 안의 기압이 급격히 변하거나, 특정 주파수의 소리가 감지되면… 뭐 그런 식입니다.” 김경감은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지금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작동했다면 이 정도로 밀실이 유지되지는 못했겠죠.”
류세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작동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김경감과 기술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문은 외부에서 강제로 연 것이지 않습니까?”
“물론이죠. 하지만 범인은 이 문이 ‘내부에서 잠긴 상태’를 연출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류세인은 다시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문에 설치된 복잡한 내부 볼트 잠금장치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이 잠금장치는 바론 경의 자동 잠금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이 육중한 황동 볼트가 스스로 움직여 문을 잠그는 거죠.”
“그렇다면 범인은 어떻게 나갔다는 겁니까? 잠금장치가 활성화되기 전에?” 김경감은 혼란스러워했다.
류세인은 미소 지었다. 그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범인은 나가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이 문으로는요.”
그는 다시 환기구 황동 그릴 앞으로 돌아섰다.
“이곳입니다. 이 환기구.” 류세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이 그릴은 분명 내부에서 열렸고, 범인은 이 넓은 통풍구를 통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범인이 나간 뒤, 문은 여전히 열린 상태였을 겁니다. 완벽한 밀실을 연출하기 위해, 범인은 한 가지 장치를 더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황동 그릴의 윗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론 경의 자동 잠금 시스템은 특정 기압 변화나 소리 주파수에 반응한다고 했죠? 범인은 바론 경의 발명품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설마… 환기구를 통해 빠져나가면서 문을 잠갔다는 말입니까?” 김경감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확합니다.” 류세인의 눈이 빛났다. “범인은 바론 경을 살해한 뒤, 그릴을 열고 환기구로 몸을 숨겼습니다. 그리고 그릴을 다시 외부에서 조심스럽게 닫고 나서, 아주 작은… 손바닥만 한 증기 압력 발생 장치를 환기구 내부에 설치했습니다. 이 장치는 원격으로 조작이 가능했을 겁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 장치에서 발생한 강력한 증기 압력은, 환기구를 통해 서재 내부로 뿜어져 나왔고, 바론 경의 자동 잠금 시스템은 이를 급격한 기압 변화로 인식했습니다. 그 순간, 서재의 문은 내부에서 ‘자동’으로 잠긴 겁니다. 범인은 이미 환기구 안에 안전하게 몸을 숨긴 채, 그저 그 작은 장치를 원격으로 작동시킨 것뿐이죠.”
“말도 안 돼…!” 한 기술자가 경악했다.
“그 미세한 긁힘 자국, 응축된 증기의 잔향, 그리고 바론 경의 자동 잠금 시스템에 대한 지식. 이 모든 것이 범인의 수법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류세인은 냉철하게 말했다. “범인은 환기구 내부를 이용해 완벽한 ‘밀실’이라는 착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증기 압력 발생 장치는… 이제쯤 환기구 내부의 어딘가에 숨겨져 있거나, 혹은 이미 회수되었겠죠.”
김경감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도대체 누가 그런 정교한… 바론 경의 발명품을 그렇게 잘 알고 있는 자가…!”
“가장 가까이 있던 자일 가능성이 높죠.” 류세인의 시선은 바론의 피 묻은 설계 도면에 머물렀다. “바론 경의 연구실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고, 그의 발명품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 바론 경의 죽음으로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자.”
그때, 저택의 관리인이 허둥지둥 서재 문 앞으로 달려왔다. “경감님! 알렉스 도련님입니다! 바론 경의 조카 알렉스 도련님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아침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김경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알렉스라고? 하지만 그는 어젯밤 파티에서 가장 먼저 나갔다고…?”
류세인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시선은 창밖의 희뿌연 증기 도시를 향했다. 거대한 증기 비행선들이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알렉스는 지금쯤 또 다른 환기구를 찾아 달아나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류세인의 눈에는, 그 모든 복잡한 기계장치와 뒤섞인 인간의 탐욕은 언제나 너무나도 단순하고 명확한 하나의 해답으로 귀결될 뿐이었다.
“추격대를 보내세요. 도망치기 위해 사용한 증기 압력 발생 장치는 아마도 아직 그의 손에 있거나, 혹은 그가 도망친 경로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겁니다. 아니면 그가 제작한 또 다른 기계장치일 수도 있고요.”
류세인의 말에 김경감은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지시를 내렸다. 도시를 뒤덮은 증기 연기 속으로, 또 하나의 기계 장치와 인간의 욕망이 얽힌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류세인은 고요히 서서, 또 다른 사건을 예감하는 듯 멀리 있는 증기 기관의 웅장한 소리에 귀 기울였다. 세상의 모든 비밀은 결국, 그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아는 단 하나의 시선 앞에서 무릎 꿇는 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