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천하무림대회, 그 거대한 역사에 새겨질 대결이 펼쳐지는 천상비무대. 수만 관중의 열기가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보다 뜨겁게 아레나를 달구고 있었다. 먼지 섞인 함성은 거대한 파도처럼 비무대를 덮쳤고, 그 한가운데 두 사내가 그림자처럼 마주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혈룡검제, 그의 포효와 함께 온몸의 혈기가 끓어오르며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 올랐다. 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마치 수천 마리의 굶주린 용이 울부짖는 듯 처절하고 맹렬했다. 비무대 바닥의 굳건한 암석들이 그의 기세에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는 붉은 검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빛 검강은 하늘의 구름마저 찢을 듯 날카로웠다.

“혈룡무진검(血龍無盡劍)!”

그의 외침과 동시에 핏빛 검강이 천지를 뒤흔들 듯 아래로 쏟아졌다. 그것은 단순한 검기가 아니었다. 수천, 수만 개의 검영이 겹쳐지며 거대한 피의 용을 형상화했고, 그 용은 이현을 향해 머리부터 꼬리까지 집어삼킬 듯 달려들었다. 땅이 찢어지고, 공기가 갈라지는 엄청난 위력이었다. 관중석에서는 비명과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끝이로군….”

어떤 이는 중얼거렸고, 어떤 이는 눈을 감았다. 혈룡검제의 ‘혈룡무진검’은 이름 그대로 무진(無盡), 끝없이 몰아치는 검이었다. 한 번 휘둘러지면 비무대 전체를 휩쓸어 버리는 살기 어린 파괴력에 감히 맞설 자가 없다고들 했다.

하지만 이현은 여전히 그 자리, 태풍의 눈처럼 고요히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의 동요도 읽히지 않았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핏빛 검영 속에서도 그의 눈은 깊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그는 검을 뽑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였을 뿐이었다.

‘오는군. 피로 물든 힘. 과거와 현재의 증오가 얽힌 검.’

이현의 뇌리에는 혈룡검제의 검술에 담긴 역사가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의 문파가 수천 년간 쌓아 올린 투쟁과 복수의 염원. 그것이 검에 그대로 응축되어 있었다. 순수한 힘으로만 따진다면 감히 대적하기 어려운 경지였다. 하지만 이현은 달랐다. 그는 이 세계의 무(武)를 이해했지만, 그의 근원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푸른 섬광이 그의 눈동자 속에서 찰나처럼 빛났다 사라졌다. 이현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미미하여 육안으로는 거의 포착할 수 없었다. 핏빛 용이 그를 덮치는 바로 그 순간, 그의 손가락 끝에서 보이지 않는 기운이 실타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형태도, 색깔도, 소리도 없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허공에 스며드는 그림자 같았다.

콰아아앙!

핏빛 용의 머리가 이현이 서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비무대의 단단한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거대한 파편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흙먼지가 용암처럼 솟아오르며 시야를 가렸다. 엄청난 폭발음이 귓청을 때렸고, 관중들은 모두 혼비백산하여 소란스러웠다.

“끝났다…!”

“설마 저 정도로…?”

여기저기서 불안과 경악이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혈룡검제는 비무대 한가운데서 숨을 헐떡였다. 그의 얼굴에는 만족감과 함께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강렬했던 재능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며 그는 일말의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였다.

먼지가 자욱한 비무대 한가운데서, 아주 희미한 기운이 느껴졌다. 살아있는 기척. 그것도 너무나도 평온하고, 흔들림 없는.

“…설마.”

혈룡검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피어 오르던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놀랍게도 이현이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옷깃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그의 발치에는 방금 전까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하던 혈룡무진검의 잔해가 마치 거대한 그림자에 부딪혀 산산조각 난 것처럼 흩어져 있었다.

이현은 가만히 손을 내렸다. 그의 손끝에서는 아직도 푸른 기운이 연기처럼 피어 오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잔잔했지만, 그 안에는 핏빛 용을 집어삼키고도 남을 정도의 깊이를 담고 있었다.

“이게… 대체…?”

혈룡검제는 경악으로 할 말을 잃었다. 그의 필살기가, 그의 문파의 오랜 염원이 담긴 혼신의 일격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막히다니. 아니, 막힌 것이 아니었다. 소멸된 것이었다. 핏빛 용이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미지의 힘에 의해 한순간에 증발해 버린 것이다.

이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당신의 검은 강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파도처럼 잔잔했지만, 그 울림은 비무대 전체를 흔들었다.

“이제… 제 차례군요.”

이현은 마침내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를 가볍게 쥐었다. 금속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적막한 비무대에 울려 퍼졌다.

혈룡검제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는 직감했다. 방금 전까지 이현은 자신의 모든 힘을 감추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비로소 그의 진정한 힘이 드러나려 한다는 것을. 비무대에 불어오는 바람이 더욱 차가워진 듯 느껴졌다. 천하의 운명을 건 대결의 진정한 서막이 이제 막 오르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