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메아리치는 배신

**[제 XX화] 심연의 추적자**

강혁의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녹슨 철골과 끈적한 습기, 그리고 끊임없이 명멸하는 저전압등의 희미한 빛이었다. 넥서스 코퍼레이션의 중앙 데이터 저장소 지하, 그 누구도 접근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심층부. 이곳은 도시의 가장 깊은 곳, 버려진 구(舊) 지하수로와 연결된 구역이었다. 그의 심장 박동은 고요했지만, 온몸의 신경망은 최고조로 곤두서 있었다. 방금 해킹한 보안 시스템의 잔류 전파가 그의 신경 임플란트를 통해 지직거렸다.

“젠장, 예상보다 끈질기군.”

낮게 읊조린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졌다. 어깨에 부착된 초소형 센서가 벽 너머의 열원을 감지했다. 세 명의 순찰조. 그들의 동선은 이미 파악했지만,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정우, 그 빌어먹을 천재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심어두는 것을 즐겼다.

강혁은 몸을 낮춰 폐쇄된 환풍구 통로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녹슨 금속이 그의 사이버네틱 의수와 스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그의 푸른색 안광이 번뜩였다. 그의 눈은 나노 광학 렌즈가 탑재되어 있었고, 어둠 속에서도 모든 것을 선명하게 보았다. 환풍구 내부에는 끈적한 먼지와 함께 알 수 없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러나 강혁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의 감각은 오직 임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좁은 통로를 기어가던 강혁은 마침내 목표 지점의 천장에 도달했다. 그의 안광이 아래를 훑었다. 거대한 원형 공간. 수많은 서버 랙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중앙에는 거대한 원통형 장치가 푸른빛을 내뿜고 있었다. ‘오메가 코어’. 그와 정우, 단 둘이서 모든 것을 바쳐 개발했던 시스템의 심장이었다. 이제는 정우의 손에 들어가 넥서스 코퍼레이션의 모든 것을 움직이는 엔진이 되어 있었다.

“그 시스템은 인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을 거야… 네놈이 탐욕에 눈이 멀지만 않았다면.”

강혁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고작 3년 전, 그들은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불면의 밤을 함께 보내며 코드를 짜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하지만 정우는 다른 길을 택했다. 시스템의 완벽을 눈앞에 둔 순간, 그는 강혁의 모든 연구 데이터를 훔치고, 그를 해킹 혐의로 몰아 지하 감옥에 가뒀다. 강혁은 죽음 직전, 한때 자신이 구축했던 탈옥 시스템의 맹점을 이용해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의 몸은 너덜너덜해졌고,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억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노의 불길은 강혁의 의식 깊은 곳에서 타올랐다. 그는 환풍구의 약한 부분을 찾아냈다. 의수의 손가락 끝에서 고주파 드릴이 튀어나왔다. 텅-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철판이 원형으로 잘려나갔다. 강혁은 천천히 몸을 내렸다.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그의 몸은 미동도 없이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서버 랙 사이를 유령처럼 움직이며, 강혁은 목표로 지정된 보조 데이터 뱅크에 접근했다. 이 뱅크에는 ‘오메가 코어’의 초기 설계 데이터와 함께, 그가 갇히기 직전 백업해두었던 비공개 모듈의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정우가 감쪽같이 지웠다고 생각했지만, 강혁은 정우의 습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우는 언제나 ‘모든 데이터는 미래를 위한 자산’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신념이 지금 정우의 목을 조르는 칼날이 될 것이다.

그의 손가락이 키패드를 스치자, 홀로그램 인터페이스가 공중에 떠올랐다. 강혁의 뇌에서 신경 신호가 흘러나왔고, 인터페이스는 순식간에 복잡한 명령들을 처리했다. 수십 개의 보안 프로토콜이 그의 앞에서 허물어졌다. 마치 그가 이 시스템의 창조자임을 증명하려는 듯, 시스템은 그의 침입을 허용했다.

‘제기랄, 아직도 내 코드가 박혀있군.’

강혁은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기 시작했다. 암호화된 파일들이 그의 휴대용 데이터칩으로 전송되는 동안, 그는 주위를 경계했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이토록 깊숙한 곳에서, 과거의 그림자와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감정의 격랑을 일으켰다.

“이게 다 무슨 짓이냐, 강혁.”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강혁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섬뜩한 감각. 그는 천천히 돌아섰다.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깔끔하게 정돈된 슈트, 예리한 눈빛, 그리고 차가운 미소. 정우였다. 그의 얼굴은 예전과 다름없이 완벽했지만, 그 눈빛은 이제 오만함과 냉혹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알고 있었군.” 강혁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는 데이터칩 전송을 멈추지 않았다.

정우는 비웃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감히 내 영역에 발을 들여놓을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아니, 죽었어야 했는데.”

“네가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이 실수였지. 아니, 애초에 그런 배신을 한 것이 실수였다, 정우.”

“실수? 나는 인류의 진보를 위한 선택을 했을 뿐이야.” 정우는 손에 들린 개인 단말기를 들어 올렸다. 화면에는 강혁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네가 너무 순진했던 거지. 거대한 시스템은 단 한 명의 이상주의자가 아닌, 강력한 리더의 손에서 완성되는 법이니까.”

강혁은 피식 웃었다. “그게 훔치고, 기만하고, 친구를 배신하는 정당한 이유가 되나? 네 손에서 ‘오메가’는 그저 탐욕스러운 괴물이 되었을 뿐이야.”

“괴물? 괴물은 네놈이야, 강혁. 그림자 속에 숨어 복수심에 타오르는 망령.” 정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이쯤에서 순순히 포기해라. 더 이상 뭘 할 수 있겠어? 너는 혼자고, 나는 모든 것을 가졌다.”

바로 그때, 데이터칩으로의 전송이 100%를 알리는 푸른빛을 냈다. 강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모든 것을 가졌다고? 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만 빼고 말이야.” 강혁은 손안에 든 칩을 정우에게 흔들어 보였다. “네놈이 초기 ‘오메가’에서 지워버린 데이터. 네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모듈들. 그리고… 네가 날 가두고 빼앗아 간 ‘오메가 코어’의 원본 소스 코드. 모두 여기 있다.”

정우의 얼굴에서 냉소가 사라졌다. 그의 눈빛에 당혹감이 스쳤다. “네가… 그걸 어떻게?”

“나는 네놈의 모든 것을 아니까. 네가 어떤 식으로 흔적을 남기는지, 어떤 방식으로 숨기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자만하는지.” 강혁은 칩을 꽉 쥐었다. “이제부터다, 정우. 네가 이뤄놓은 모든 것을, 내가 하나씩 부숴줄게. 네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처절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정우는 피식거리며 웃었지만, 그 웃음에는 명백한 불안감이 스며 있었다. “흥. 그래봤자 쥐새끼일 뿐이다. 이제 널 내보낼 것 같아? 보안 시스템 전체를 가동했다. 넌 여기서 단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어.”

천장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거대한 강철 문들이 굉음을 내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강혁이 들어왔던 환풍구 통로도 완전히 봉쇄되었다. 사방이 거대한 감옥으로 변했다. 동시에, 서버 랙 사이에서 수십 개의 전투 드론이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강혁을 조준했다.

“겨우 이 정도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강혁은 씨익 웃었다. 그의 눈에 분노와 함께 섬뜩한 확신이 깃들었다. 그는 팔목에 숨겨진 소형 장치를 꺼내들었다. 엄지손가락만 한 검은색 장치였다.

“이게 뭔데?” 정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강혁은 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그의 눈빛이 푸른색에서 강렬한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의 몸에서 전류가 흐르는 듯한 섬광이 일렁였다.

“이건… 네놈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 네가 봉인했다고 생각했던 것.”

정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순간적으로 섬뜩한 기억과 마주한 듯, 뒷걸음질 쳤다.

“설마… ‘버서커 프로토콜’?”

강혁의 몸 주변의 공기가 왜곡되기 시작했다. 사이버네틱 의수에서 칼날이 튀어나왔고, 그의 근육은 비정상적으로 팽창했다. 이제 그의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다는 살육만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 병기에 가까웠다.

“네가 내 모든 것을 앗아갔을 때, 난 죽었다고 생각했다.” 강혁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하지만 죽음은… 새로운 시작일 뿐이었다.”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전투 드론들이 일제히 사격 개시 명령을 받았다. 붉은 레이저 광선이 강혁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강혁은 거대한 포효를 내지르며 그림자처럼 돌진했다. 그의 눈빛은 붉은 심연을 품고 있었다.

“이게… 진짜 복수의 시작이다.”

정우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강혁의 광포한 움직임을 지켜봤다. 그의 얼굴에는 이제 오만함 대신, 깊은 공포가 어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강혁의 칼날이 첫 번째 드론의 몸체를 정확히 꿰뚫고 폭발시키는 것을 보며, 정우는 무의식적으로 ‘설마…’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가 알던 강혁은, 이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존재는, 그의 모든 것을 파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