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심연의 메아리 14화: 기원의 상자

아스트라 호의 메인 연구실은 싸늘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중심에는 유리와 특수 합금으로 제작된 봉인장에 갇힌 유물이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불규칙하게 명멸하는 푸른빛은 마치 심해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그 안에 담긴 미지의 생명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주변에 설치된 모든 측정 장비는 미쳐 날뛰는 숫자들을 뱉어내고 있었다.

“박사님, 수치들이 너무 불안정합니다. 지금 당장 봉인 강도를 최대로 올리고, 저희는 대피해야 합니다.”

보안팀원 한 명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김서연 박사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유물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의 얼굴은 연구자 특유의 광기 어린 집념으로 번득였다.

“대피? 지금이 무슨 대피할 때라고! 이건… 이건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했던 그 어떤 것과도 달라요! 보세요, 이 에너지 파동… 이건 단순한 광물이나 기계적 장치가 아니에요. 마치 살아있는… 살아있는 무언가 같아요.”

박사의 말에 봉인장 너머의 유물이 섬뜩하게 반응하듯, 한층 더 강렬한 푸른빛을 토해냈다. 연구실 내부의 조명들이 일순간 깜빡이다 완전히 나갔다. 비상등이 붉은빛을 깜빡이며 공간을 불길하게 물들였다. 경고음이 낮게 울리기 시작했다.

“젠장! 메인 전력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함장님께 보고하세요! 지금 당장 봉인장을 재가동해야… 으윽!”

보안팀원의 말이 끊겼다.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 휘청거렸다. 그의 눈동자에 혼란스러운 그림자가 깃들었다. 다른 팀원들도 하나둘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모두 괜찮습니까?!” 김서연 박사가 외쳤지만, 그녀 자신도 미간을 찌푸렸다. 유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동이 뇌리를 긁어내는 듯한 불쾌한 감각을 유발했다. 환각… 아니,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았다. 수천, 수만 년을 건너온 존재의 속삭임이랄까.

바로 그때, 연구실 문이 열리며 이하늘 함장과 강미라 보안팀장이 들어섰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굳건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김 박사! 당장 유물에서 떨어져요!” 이하늘 함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전 함선에 이상 현상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승무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일부는 정체불명의 환각 증세를 보이고 있어요.”

“함장님, 이건 단순한 현상이 아니에요. 유물이… 외부와 소통하려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내부로… 우리의 의식 속으로 침투하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김 박사가 흥분해서 말했다.

강미라 팀장이 유물을 노려보며 팔의 통신 장치를 두드렸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특수 봉인 프로토콜 ‘오벨리스크’를 가동해야 합니다. 함장님, 무인 메카닉 부대를 파견해서 유물을 강제로 격리해야 합니다.”

“무인으로 충분하겠어?” 이하늘 함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저것이 메카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자칫하면 우리가 통제력을 잃을 수도 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승무원들의 정신 상태가 온전치 못합니다. 유인 부대는 더 위험해요. 게다가, 함선 외부에서 정체불명의 에너지 신호가 포착됐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더 큰 문제에 직면할 겁니다.”

강미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봉인장 내부의 유물이 기이하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푸른빛은 이제 희미한 보랏빛으로 변하며, 연구실 전체를 압도하는 섬뜩한 기운을 내뿜었다. 유리 봉인장 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맙소사… 봉인장이 버티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서연 박사가 비명을 질렀다.

“전원, 즉시 철수! 강 팀장, 오벨리스크 프로토콜 즉각 가동! 지금 당장 ‘글라디우스’ 메카닉을 투입해 유물을 재격리해!” 이하늘 함장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

아스트라 호의 격납고. 여섯 대의 ‘글라디우스’ 전투 메카닉이 엔진음을 내며 전원을 올렸다. 날렵하면서도 강력한 인상을 주는 육중한 강철 거인들이었다. 파일럿들은 조종석에 앉아 복잡한 시스템을 점검했다.

“알파 팀, 브라보 팀. 목표는 연구실 내부의 미확인 유물. 모든 전술은 강미라 팀장님의 지시에 따릅니다. 경고: 유물에서 발산되는 에너지 파동은 파일럿의 정신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집중력을 잃지 마십시오.”

통신망을 통해 강미라 팀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강철 같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선봉에 선 ‘글라디우스-01’의 파일럿 이진 중위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헬멧 내부 디스플레이에 연구실의 실시간 영상이 송출되었다. 보랏빛 섬광에 휩싸인 유물의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악몽 같았다.

“알파 팀, 격납고 문 개방. 전진.”

육중한 격납고 문이 열리고, 글라디우스 메카닉들은 웅장한 발걸음으로 복도를 따라 움직였다. 그들의 발소리가 복도 전체를 울렸다. 연구실에 가까워질수록 기묘한 떨림이 메카닉 조종석까지 전해졌다. 정신을 긁어대는 듯한 압력이 점점 강해졌다.

“젠장, 벌써부터 머리가 울리는 것 같습니다!” 브라보 팀의 파일럿이 통신으로 불평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훈련받은 대로 움직여!” 강미라 팀장이 칼 같은 목소리로 일갈했다.

연구실 문이 메카닉의 강력한 힘에 의해 강제로 개방되었다. 보랏빛 섬광이 쏟아져 나오며 메카닉의 센서들을 교란했다.

“시야 확보 불량! 센서 이상!”

“내부 전력은요?” 이하늘 함장이 통신으로 물었다.

“완전히 정전입니다, 함장님! 메카닉 자체 동력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이진 중위는 조심스럽게 글라디우스-01을 전진시켰다. 연구실 내부에는 유물이 봉인장을 완전히 파괴하고 공중에 부유하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형용할 수 없는 에너지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유물은 이제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우주의 태동을 담은 씨앗처럼 보였다.

“목표 확인. 거리 20미터. 무장 장전.” 이진 중위가 침착하게 보고했다.

“접근하여 격리 대상에 특수 에너지 억제 필드를 전개한다. 발포 대기.” 강미라 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글라디우스-01이 유물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메카닉의 그림자가 보랏빛 유물을 덮으려는 순간… 유물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부유하던 유물이 섬광과 함께 팽창하며, 마치 블랙홀처럼 주변의 모든 빛과 공간을 빨아들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안에서, 칠흑 같은 어둠이 일렁였다.

“이게… 무슨…” 이진 중위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메카닉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기괴하고 유기적인 실루엣이었다. 뼈와 금속이 뒤섞인 듯한, 마치 우주의 심연에서 기어 나온 악몽 같은 존재였다.

“신원 미확인 개체 출현! 메카닉에 대한 강력한 에너지 간섭 감지!”

“대체… 저게 뭐야?!”

이진 중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단순히 에너지 억제 필드로 제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움직였다. 유기적인 동시에 기계적인 관절들이 삐걱이며, 비현실적인 속도로 글라디우스-01을 향해 쇄도했다.

“알파 팀, 전원 공격! 격리 대상이 변형되었습니다!” 강미라 팀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글라디우스 메카닉들의 어깨에서 장착된 플라스마 캐논이 불을 뿜었다. 거대한 에너지탄들이 어둠 속의 존재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그 존재는 놀랍도록 빠른 움직임으로 플라스마 공격을 회피하거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파동으로 상쇄시켰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칠흑 같은 그림자가 글라디우스-01의 어깨를 강타했다. 금속이 찢어지는 굉음과 함께 메카닉의 팔 한쪽이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크아악!” 이진 중위의 비명이 통신망을 통해 울렸다. “좌측 팔 제어 상실! 기체 손상 심각!”

“이진! 버텨! 브라보 팀, 엄호 사격!”

그러나 어둠의 존재는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찢겨나간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파크를 무시하고, 글라디우스-01의 조종석을 향해 촉수 같은 팔을 뻗었다.

그 순간, 이진 중위의 눈앞에서 섬광이 터졌다. 유물의 보랏빛 섬광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과거가 스쳐 지나가는 듯한, 이상한 기시감이었다. 그리고 섬광 너머로, 수억 년 전의 우주가, 별들이 태어나고 죽는 장엄한 풍경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기원이 담긴 듯한 거대한 존재의 눈동자가 보였다.

그 눈동자 속에는…

“이진 중위! 정신 차려! 공격해!” 강미라 팀장의 절박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이진 중위는 꼼짝할 수 없었다. 그의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어둠의 존재의 그림자, 그리고 그 심연 속에서 일렁이는, 이해할 수 없는 무한의 광경이었다.

기체의 경고음이 미친 듯이 울렸다. 조종석 유리가 깨져나가며 외부의 냉기가 덮쳐왔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한 줄기 음성이 울렸다.

*‘너는… 준비되었는가?’*

그것은 명령이자, 초대이자, 저주였다.
다음 순간, 어둠의 존재가 조종석을 꿰뚫으려는 찰나, 글라디우스-01의 심장이었던 코어 엔진에서 섬뜩한 보랏빛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은… 유물의 그것과 완벽하게 똑같았다.

메카닉의 모든 시스템이 정지했다. 이진 중위의 의식도 함께 암전되었다.

오직, 유물에서 뿜어져 나온 어둠의 존재만이, 그곳에 서서 미지의 에너지를 계속해서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또 다른 형체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스트라 호는 이제, 심연의 문이 열린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대체 무엇을 깨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