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애니메이션 대본 & 스토리보드]
**제목: 망자의 아파트 (Apartment of the Decea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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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잿빛 도시, 고요한 아파트 – 낮**
**[화면]**
폐허가 된 도시의 전경. 거대한 고층 빌딩들이 시커먼 시체처럼 솟아 있고, 그 사이로 뿌연 잿빛 안개가 자욱하다. 건물 외벽은 균열이 가고, 유리창은 대부분 깨져나가 흉물스러운 구멍들만 남았다. 화면이 천천히 낮게 깔린 안개를 뚫고 한 아파트 단지로 이동한다. 낡고 바랜 콘크리트 외벽, 군데군데 무너져 내린 발코니. 그중 한 동의 중간층 창문이 클로즈업된다. 깨진 창문 틈으로 빛 한 줄기가 비스듬히 들어오는 내부가 보인다.
**[내레이션]**
어떤 기록은 사라지고, 어떤 기억은 뒤틀렸다. 세상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그저 숨 쉬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존재가 되었다. 나는… 그 ‘살아남은 자’ 중 하나였다. 이 빌어먹을 도시에 갇힌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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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아파트 702호 거실 – 낮**
빛바랜 벽지, 먼지 쌓인 가구들. 한때는 온기로 가득했을 공간이 차가운 정적에 갇혀 있다. 거실 한가운데에는 낡은 소파가 놓여 있고, 그 옆에는 간이 테이블에 놓인 캠핑용 가스 버너와 냄비가 보인다.
남루한 옷차림의 **지혁(20대 후반)**이 창가에 쪼그리고 앉아 밖을 응시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피곤하고 핼쑥하지만, 눈빛만은 날카롭게 살아있다. 손에는 낡은 쌍안경이 들려 있다.
**[지혁]**
(나지막이 혼잣말)
오늘도… 아무것도 없어.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군.
**[화면]**
지혁의 시선을 따라 쌍안경으로 비춰진 외부. 멀리 다른 아파트 동의 깨진 창문들, 앙상한 가로수, 그리고 멈춰선 채 녹슬어가는 자동차들의 잔해. 아무런 움직임도, 생명의 흔적도 없다.
**[SFX]**
바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소리 (휘이잉), 건물 외벽에서 작은 파편이 떨어지는 소리 (타닥).
**[화면]**
지혁이 쌍안경을 내리고 한숨을 쉬며 일어선다. 그의 움직임은 조심스럽고 절제되어 있다. 신발 밑창이 닳은 운동화를 끌며 부엌으로 향한다.
**[화면]**
**아파트 702호 부엌 – 낮**
정리되지 않은 채 버려진 찬장과 식기류. 지혁은 익숙하게 한쪽 구석에 쌓여 있는 통조림 더미를 뒤진다. 깡통 하나를 집어 들고 유통기한을 확인한다.
**[지혁]**
(씁쓸하게 웃음)
이젠 의미 없지. 어차피 다 지난 것들 뿐인데.
**[SFX]**
통조림 캔을 따는 둔탁한 소리 (칙- 깡!).
**[화면]**
지혁이 녹슨 깡통에 든 정체불명의 내용물을 접시에 덜어낸다. 숟가락으로 툭툭 건드려본다. 식탁 위에는 오래된 유리컵 하나가 놓여 있다.
**[지혁]**
(중얼거림)
오늘도… 이 녀석이구나.
지혁이 숟가락을 들고 내용물을 한입 먹으려던 순간,
**화면이 흔들리는 것을 감지한 듯 유리컵이 ‘미세하게’ 옆으로 스르륵 밀린다.**
**[SFX]**
유리컵이 식탁에 부딪히며 나는 미세한 마찰음 (스윽).
**[화면]**
지혁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리컵을 쳐다본다.
**[지혁]**
(피곤한 목소리로)
젠장… 피곤하긴 한가 보군. 환각이 다 보이네.
지혁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시 숟가락을 든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잠시 유리컵에 머물렀다. 컵은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
**[내레이션]**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내가 지쳐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의 무게가 내 정신을 갉아먹는 것이라고. 이 황량한 아파트의 정적 속에서 찾아온 작은 이상은… 그저 착각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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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2. 어둠 속의 불협화음 – 밤**
**[화면]**
**아파트 702호 거실 – 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린 아파트. 정전된 도시답게 창밖은 완전히 암흑이다. 거실 한가운데 켜진 캠핑용 램프 불빛이 유일한 광원이다. 그마저도 희미하게 깜빡인다.
지혁은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낡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다. 옆에는 손질된 식칼이 놓여 있다. 그는 잠을 청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듯 뒤척인다.
**[SFX]**
바람 소리 (휘이잉), 멀리서 들리는 정체불명의 낮은 울음소리 (그르르륵), 지혁의 거친 숨소리.
**[화면]**
어둠 속에서 지혁의 눈이 번쩍 뜨인다. 무언가를 감지한 듯하다.
**[SFX]**
**부엌 쪽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 그릇이 깨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
**[화면]**
지혁이 벌떡 일어난다. 손에 식칼을 꽉 쥐고 경계 태세를 취한다. 그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역력하다.
**[지혁]**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누구냐…?
지혁은 조심스럽게 부엌으로 향한다. 램프 불빛이 흔들리며 벽에 지혁의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화면]**
**아파트 702호 부엌 – 밤**
부엌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다. 깨진 그릇 조각도, 떨어진 물건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듯하다.
**[지혁]**
(미간을 찌푸리며)
뭐지…? 잘못 들었나?
지혁이 램프를 들어 구석구석 살핀다. 그의 눈이 냉장고 문에 잠시 멈춘다. 냉장고 문이 아주 ‘살짝’ 열려 있다. 지혁은 평소 냉장고 문을 항상 닫아두는 습관이 있다.
**[SFX]**
지혁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소리 (쿵, 쿵, 쿵).
**[화면]**
지혁이 식칼을 든 채 조심스럽게 냉장고 문을 닫는다. 손잡이를 잡으려던 순간, 냉장고 문 안쪽에서 **손가락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SFX]**
(스르륵, 득득…) 아주 작게, 냉장고 안쪽에서 나는 마찰음.
**[화면]**
지혁의 손이 멈칫한다. 그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지혁은 고개를 젓고 냉장고 문을 닫는다.
**[지혁]**
(자신을 타이르듯)
아냐… 아냐. 이건 그냥 낡은 거다. 낡아서 나는 소리일 뿐이야.
**[화면]**
지혁이 부엌을 나와 다시 거실로 향한다. 복도에 다다랐을 때, **아파트 복도 끝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린다.
**[SFX]**
(또각, 또각…) 아주 작게, 맨발이 바닥을 걷는 듯한 소리.
**[화면]**
지혁의 온몸이 얼어붙는다. 그는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복도 끝, 어둠 속을 응시한다. 램프 불빛이 닿지 않는 깊은 어둠. 발소리는 아주 느리게, 마치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들린다.
**[지혁]**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누… 누구야…?
발소리가 멈춘다. 복도 전체가 다시 소름 끼치는 정적에 휩싸인다. 지혁은 식은땀을 흘리며 식칼을 더욱 꽉 쥔다. 그의 눈이 어둠 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 빛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레이션]**
그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내가 정말로 미쳐버린 건지, 아니면 이 아파트에 나 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지. 그 해답을 찾을 용기가 없었다. 아니, 찾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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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3. 보이지 않는 손 – 낮/밤**
**[화면]**
**아파트 702호 서재 – 낮**
오래된 책들이 가득한 서재. 지혁이 어지럽혀진 책장 앞에서 무언가를 정리하려 애쓰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잠 못 이룬 피곤함과 함께 신경질적인 기색이 역력하다.
**[지혁]**
(혼잣말)
이젠 하다하다 별… 이런 쓸모없는 짓에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니.
어젯밤부터 이상 현상은 잦아들기는커녕 더 빈번해졌다. 열어둔 적 없는 창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거나, 분명 잠가둔 문이 스르륵 열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지혁은 잠시 정신이라도 차리려 책들을 정리하던 참이었다.
**[SFX]**
책장 위에서 책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소리 (부스럭).
**[화면]**
지혁의 시선이 책장 위로 향한다.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가장 높은 칸, 낡은 시집 한 권이 **갑자기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SFX]**
책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툭!).
**[화면]**
지혁이 놀라 몸을 움찔한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떨어진 책을, 그리고 책장 위를 번갈아 쳐다본다. 책장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지혁]**
(이를 악물고)
하… 장난하나.
지혁은 떨어진 책을 주워 들고 거칠게 책장으로 던져 넣는다.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서재 문을 닫고 잠가버린다.
**[화면]**
**아파트 702호 거실 – 밤**
밤이 되자 지혁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다. 그는 거실 한가운데에 앉아 낡은 지도에 아파트 도면을 그려 넣고 있다. 각 방의 위치, 문과 창문의 방향을 표시하고, 자신이 설치한 조악한 함정이나 경계선을 표시한다.
**[지혁]**
(계획을 세우듯 중얼거림)
여긴 철사를 깔고… 여긴 캔을 쌓아둬야 해. 소리가 나면 바로…
**[SFX]**
**아주 작게, 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에코 효과): “지혁아…”**
**[화면]**
지혁의 손이 멈춘다.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생생하고, 너무나도 익숙했다. 오래전 죽은 자신의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지혁]**
(경련하듯 숨을 들이쉬며)
아… 아니야… 환청이야…
**[SFX]**
**조금 더 크게, 이번에는 어린아이의 목소리: “아빠… 아빠아…”**
**[화면]**
지혁의 눈이 공포에 질려 흔들린다. 그의 어린 딸, 재앙이 닥치던 날 자신과 헤어진 딸의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거실 공기 중에 맴도는 듯, 여러 방향에서 들려온다.
**[지혁]**
(머리를 감싸 쥐고 절규하듯)
닥쳐!!! 닥치라고!!!
**[SFX]**
아파트 전체에서 메아리치는 듯한 웃음소리. 어린아이의 낄낄거리는 웃음, 그리고 여성의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뒤섞인다.
**[화면]**
지혁이 고통스러운 듯 귀를 막고 바닥에 웅크린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내레이션]**
가장 약한 곳을 파고들었다. 가장 아픈 곳을 건드렸다. 보이지 않는 존재는 나를 조롱하듯 내 가장 소중했던 기억들을 끄집어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 아파트에… 나 말고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아니,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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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4. 갇힌 그림자 – 밤 (클라이맥스)**
**[화면]**
**아파트 702호 침실 – 밤**
간이 침대에 웅크려 겨우 잠이 든 지혁. 그의 얼굴은 여전히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침실은 어둡고, 창문 틈으로 희미한 달빛이 새어 들어와 기괴한 그림자를 만든다.
**[SFX]**
나직한 흐느낌 소리 (흐으윽…).
**[화면]**
지혁의 눈이 번쩍 뜨인다. 흐느낌 소리는 침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SFX]**
**갑자기 침대 주변의 작은 물건들 (책, 컵, 옷가지 등)이 ‘붕’ 하고 공중으로 떠오른다.**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듯, 천천히, 그리고 흔들리며.
**[화면]**
지혁이 경악한 얼굴로 떠오른 물건들을 쳐다본다. 그의 눈이 공포에 질려 동공이 확장된다.
**[지혁]**
(온몸을 떨며)
이… 이건… 뭐야…?
**[SFX]**
물건들이 공중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침대 주변을 휙휙 날아다니는 소리 (쉬이이잉!), 바람을 가르는 소리 (휘익!).
**[화면]**
**물건들이 지혁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한다!** 컵이 지혁의 머리맡 벽에 ‘쨍그랑’ 하고 부딪혀 깨진다. 책이 그의 어깨를 강타하고 떨어진다.
**[SFX]**
(쨍그랑!) (퍽!) 물건들이 부딪히고 깨지는 소리. 지혁의 짧은 비명.
**[화면]**
지혁이 필사적으로 몸을 피한다. 하지만 그는 침대 위에 갇힌 상태다. **갑자기 침대가 ‘쿵’ 하고 뒤집히는 듯한 격렬한 흔들림이 시작된다.** 지혁이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다.
**[SFX]**
(쿠콰쾅!) 침대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뒤집히는 소리. 지혁의 고통스러운 신음.
**[화면]**
지혁이 바닥에 쓰러져 흐느끼며 몸을 웅크린다. 그의 눈앞에서 **벽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마치 공간 자체가 왜곡되는 것처럼, 벽지가 파도치고, 콘크리트 균열 사이에서 **붉은 액체(피?)가 스멀스멀 스며 나오는 듯한 환상**이 보인다.
**[SFX]**
벽에서 액체가 흘러내리는 듯한 끈적한 소리 (스멀스멀…). 지혁의 공포에 질린 숨소리 (흐읍, 흐읍!).
**[화면]**
지혁은 비명을 지르며 침실 문을 향해 기어간다. 문고리를 잡고 필사적으로 돌리지만, **문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 마치 안에서 잠긴 것처럼.
**[지혁]**
(쉰 목소리로)
열려! 열라고!
지혁이 문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내리친다. 하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창문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창문은 이미 외부에서 굳게 봉쇄된 상태였다.
**[화면]**
**복도 끝, 어둠 속에서 희미한 ‘형체’가 나타난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작은 키에 흐릿한 윤곽을 가진 존재. 그 존재가 지혁을 향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오는 듯하다.
**[SFX]**
(또각, 또각…) 발소리가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고 가깝게 들린다. 그 존재의 낮은 흐느낌 소리 (흐으윽…).
**[화면]**
지혁의 눈이 그 형체에 고정된다. 공포와 함께, 그는 그 형체가 마치… **어린아이**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은 어둠 속에서 차갑게 빛나는 듯하다.
**[지혁]**
(완전히 절망에 빠진 목소리로)
안 돼… 제발…
형체가 더욱 가까워진다. 지혁의 눈앞에서 아파트의 모든 불빛이 꺼진다. **암흑. 지혁의 비명소리만이 아파트 전체에 울려 퍼진다.**
**[SFX]**
(지혁의 비명소리) (콰앙! – 모든 소리가 멎는 듯한 충격음)
**MUSIC:** (갑작스럽게 고조되는 공포 음악,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며 정점을 찍고 날카롭게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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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5. 숨 막히는 진실 – 새벽**
**[화면]**
**아파트 702호 침실 – 새벽**
모든 것이 멈췄다. 방은 난장판이 되어 있다. 뒤집힌 침대, 깨진 유리 파편들, 바닥에 흩어진 물건들. 지혁은 침대 옆 바닥에 주저앉아 헐떡거리고 있다. 그의 몸은 식은땀으로 축축하고, 얼굴은 완전히 질려 있다. 눈은 충혈되었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텅 비어 있다.
**[SFX]**
지혁의 거친 숨소리 (흐읍, 흐읍), 그의 심장이 느리게, 그러나 힘겹게 뛰는 소리 (쿵… 쿵…).
**[화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지혁이 겨우 몸을 일으킨다. 그의 움직임은 기계적이고 느리다. 그는 텅 빈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모든 것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지혁]**
(쉰 목소리로)
끝난… 건가…?
지혁의 시선이 바닥에 고정된다. 그가 내동댕이쳐졌던 침대 옆, 벽과 바닥이 만나는 모서리.
**그곳에 긁힌 듯한 희미한 글씨가 보인다.** 먼지와 부서진 파편들 사이에서.
**[화면]**
지혁이 그 글씨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손으로 먼지를 닦아내자, 어린아이가 긁은 듯한 서툰 글씨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화면]**
**클로즈업: 바닥에 긁힌 글씨**
`엄마… 아빠… 무서워…`
`배고파… 집에 가고 싶어…`
그리고 그 글씨 아래, 아주 작게 그려진 **어린아이의 서툰 자화상과 함께, 빗금이 그어진 듯한 그림.** 마치 죽음을 의미하는 듯.
**[SFX]**
지혁의 억눌린 흐느낌 소리.
**[화면]**
지혁의 얼굴이 글씨 위로 떨어진다. 그의 눈물방울이 글씨 위에 툭, 하고 떨어져 먼지를 씻어낸다. 그의 눈에 공포와 함께, 깊은 슬픔과 연민이 스쳐 지나간다.
**[내레이션]**
재앙이 덮치던 그날 밤. 아마도 이 아파트에도, 홀로 남겨진 아이가 있었을 것이다. 공포에 질린 채, 엄마 아빠를 부르며… 결국에는 이 차가운 방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 그 아이의 절규는… 이 아파트에 영원히 갇혀 버린 잔향이 되어, 나를 옥죄고 있었다.
**[화면]**
지혁이 무릎 꿇은 채 바닥에 이마를 댄다.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린다. 창문 틈으로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이 스며들어온다. 텅 빈 아파트, 잔혹한 진실,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끝나지 않는 고독.
**[SFX]**
바람 소리 (휘이잉), 그리고 아주 작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듯한 어린아이의 흐느낌 소리.
**[화면]**
지혁의 등 뒤로, 방 안의 문이 **아주 천천히, 소리 없이 닫힌다.** (CLOSET DOOR, 또는 MAIN DOOR)
**[내레이션]**
나는 이 아파트를 떠날 수 있을까. 아니, 과연 떠날 용기가 생길까. 어쩌면 나는 이 아이의 그림자와 함께, 이 끔찍한 아파트에 영원히 갇히게 될지도 모른다. 이 끝나지 않는 악몽 속에서…
**[화면]**
어둠이 다시 지혁을 감싸는 듯한 연출. 카메라가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난장판이 된 침실을 비춘다. 그리고 이내 아파트 전체를 감싸는 고요와 잿빛 새벽.
**[MUSIC]**
(잔잔하면서도 음산한 배경 음악이 서서히 깔리며 fade out)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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