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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57화: 끓어오르는 강철, 비상하는 번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증기 연무대(蒸氣演武臺)를 가득 메웠다.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는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이고 위압적이었다. 연무대는 천 개의 강철 사슬에 매달려 허공에 떠 있었고, 그 아래로는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끓어오르는 증기가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수많은 관중의 눈빛만큼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선명했다. 이곳은 천하제일 무공대회의 준결승, 역사의 심장이 쿵쾅거리는 격전지였다.

무대 위에는 두 그림자가 마주 서 있었다.

한 명은 ‘천뢰비궁(天雷飛弓)’ 청운(靑雲). 낡았지만 기품 있는 비단 도포 자락이 증기 바람에 흩날렸다. 그의 손에는 오랜 세월 함께한 ‘천뢰궁(天雷弓)’이 들려 있었다. 은은한 놋쇠 빛깔의 조각들이 활의 곡선에 스며들어 있었고, 활시위 끝에는 작은 증기 배출구가 섬세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등 뒤로는 자동 장전식 화살통이 기계음과 함께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그의 눈빛은 맑은 호수 같았으나, 그 속에는 폭풍우가 숨어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철권(鐵拳) 기관사’ 강철(鋼鐵). 그는 육중한 증기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특히 그의 양팔을 뒤덮은 ‘증기철권(蒸氣鐵拳)’은 거대한 톱니바퀴와 압력 게이지가 박혀 있어 보기만 해도 위압적이었다. 투박한 증기기관 모자와 작업용 고글은 그의 거친 인상과 어우러져 한 폭의 기계화된 투사 그림 같았다. 그의 발아래에서는 간헐적으로 증기가 뿜어져 나와, 언제든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렸다.

강철의 육중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연무대 바닥의 놋쇠 판을 달구는 듯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천뢰비궁이라. 활 같은 고풍스러운 무기가 이 증기의 시대에 통할 것 같으냐? 끽해야 비둘기나 맞출 활로는 이 강철을 꿰뚫을 수 없을 거다.”

청운은 미동도 없었다. 그는 천뢰궁의 시위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고요히 응수했다.
“강철이 아무리 단단하다 한들, 쉼 없이 쏘아지는 번개 앞에서는 부서질 뿐. 하물며 그 강철이 움직이는 기관(機關)이라면, 약점은 더욱 명확하겠지.”

“하하하! 건방진 소리!” 강철이 큰 소리로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증기기관의 굉음처럼 거칠었다. “이 증기철권은 무려 오천 기압의 증기 에너지를 담고 있다! 네 놈의 조악한 화살로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할 거다! 받아라!”

강철이 외침과 동시에 연무대 바닥을 박차고 나섰다. 그의 육중한 몸이 짓쳐 오는데도 불구하고, 발바닥에 장착된 소형 증기 분사구가 뿜어내는 흰 연기 덕분에 속도는 놀랍도록 빨랐다. 흡사 강철로 만들어진 멧돼지가 돌진하는 듯했다. 그는 오른팔의 증기철권을 앞으로 내밀었고, 거대한 톱니바퀴가 으르렁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청운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천뢰궁을 치켜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화살통에서 화살 한 발을 꺼내는 순간, 그 화살은 이미 푸른 내공(內功)으로 휘감겨 있었다. 쉬익!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공기를 찢으며 강철에게로 날아갔다. 단순한 화살이 아니었다. 청운의 내공이 응집된 ‘청뢰시(靑雷矢)’였다.

쾅!

강철은 날아오는 화살을 굳이 피하지 않고, 증기철권으로 쳐냈다. 금속성 마찰음과 함께 푸른 불꽃이 튀었지만, 화살은 강철의 팔뚝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

“어떠냐! 이 강철은 너의 조잡한 내공 따위로는 뚫을 수 없어!” 강철은 더욱 기세등등하게 외치며 거리를 좁혔다. 그의 왼팔 증기철권에서도 둔탁한 기계음과 함께 증기가 격렬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양팔을 번갈아 휘두르며 청운을 압박했다.

청운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풍영경공(風影輕功)’으로 몸을 놀려 강철의 주먹을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그가 스쳐 지나간 자리에서 증기철권이 연무대 바닥을 찍었고, 거대한 놋쇠 판이 쩌렁 하는 소리와 함께 움푹 패였다. 그의 공격 하나하나에 지축을 뒤흔드는 힘이 실려 있었다.

청운은 강철과의 거리를 벌리며 연달아 세 발의 화살을 쏘았다. 이번 화살들은 각각 강철의 왼쪽 어깨, 오른쪽 무릎, 그리고 허리 부근을 노렸다.
강철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몸을 비틀어 화살을 피했다. 하지만 세 번째 화살이 그의 허리춤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청운의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걸렸다.

파앗!

세 번째 화살이 강철의 허리춤에 박혀 있던 작은 증기 조절 밸브를 정확히 명중했다. 조절 밸브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버렸고, 그곳에서 강렬한 증기 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강철의 몸이 순간적으로 휘청였다.
“크윽! 이런 조잡한 수작을!” 강철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균형을 잃은 그의 증기 분사 장치가 순간적으로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청운이 몸을 날렸다. 그가 공중으로 솟구치며 천뢰궁을 활짝 당겼다. 이번에는 화살통에서 여섯 발의 화살이 동시에 튀어나와 시위에 걸렸다. 각각의 화살 끝에는 푸른 내공의 빛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육합비뢰(六合飛雷)!’
화살들은 마치 살아있는 번개처럼 강철의 몸에 박힌 증기 갑옷의 연결 부위와 압력 게이지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쾅! 쾅! 쾅! 쾅! 쾅! 쾅!

연달아 터지는 폭음과 함께, 강철의 육중한 증기 갑옷 곳곳에서 스파크와 함께 증기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압력 게이지는 터져나가고, 강철 사슬은 끊어졌다. 그의 온몸에서 마치 수많은 작은 증기기관이 동시에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아아악!” 강철의 거친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갑옷의 손상으로 인해 제어력을 잃은 증기 분사 장치들이 무작위로 폭발하며, 그를 마치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려댔다. 그는 그대로 연무대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관중석에서는 일제히 숨죽이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철의 강력함은 이미 여러 번 증명된 바였다. 그런 그가 청운의 한 방에 이토록 무력하게 당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강철의 육중한 몸이 연무대 가장자리의 놋쇠 난간에 부딪혔다. 쨍그랑! 난간이 크게 휘어졌지만, 그의 기계 갑옷은 다행히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다. 그는 겨우 몸의 균형을 되찾았지만, 그의 증기 갑옷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굉음을 내며 터져 나오는 증기 때문에 그의 시야는 완전히 가려졌다.

청운은 착지하자마자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강철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지막 일격으로 승부를 끝낼 생각이었다.
“여기서 끝이다, 기관사!”

바로 그때, 강철의 몸을 감싸던 증기 연기 속에서 섬뜩한 굉음과 함께 붉은 섬광이 번뜩였다.
“끝? 어림없는 소리!”
강철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낮고 거칠었다. 그는 망가진 증기철권을 내던지고, 자신의 가슴에 달린 거대한 원형 압력 게이지를 부쉈다. 그러자 그 속에서 붉은색의 섬광이 터져 나오며 그의 전신을 감쌌다.
“이것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힘! ‘핵심 증기 기관(核芯蒸氣機關)’의 개방이다!”

강철의 몸을 감싸던 붉은 증기가 폭발하듯 흩어지고, 그 자리에 선 것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강철이었다. 그의 피부는 붉게 달아올랐고, 팔과 다리, 그리고 가슴팍에는 거대한 증기기관의 핏줄과도 같은 붉은 강철관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의 눈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입에서는 뜨거운 증기 섞인 숨이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주변의 공기를 뒤틀리게 할 정도였다.

청운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핵심 증기 기관? 저것은… 자신의 육체에 증기기관을 연결한 것인가?’
그것은 단순히 갑옷을 강화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스스로를 기계와 융합시킨, 광기에 가까운 개조였다.

강철은 연무대 바닥에 박힌 놋쇠 판을 발로 짓밟았다. 콰드득! 견고했던 놋쇠 판이 마치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는 몸을 낮추더니,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청운에게로 쇄도했다. 이번에는 발바닥의 증기 분사구가 아닌, 그의 온몸에 박힌 붉은 강철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증기압이 그를 추진시켰다.

“네 놈의 번개 따위는! 나의 뜨거운 강철을 뚫을 수 없다!”
강철이 외치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에서는 붉은 증기가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증기가 아니었다. 압력과 열기로 응축된, 그야말로 ‘강철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괴적인 에너지였다.

청운은 활시위를 놓으려던 손을 멈췄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날아가는 화살로는 저 끓어오르는 강철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는 활을 등 뒤로 돌려매고, 고요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빛은 그 어떤 무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른 듯 깊고 아득했다. 그의 몸에서 푸른 내공이 폭포수처럼 솟아올랐고, 증기 연무대의 모든 톱니바퀴의 회전이 순간적으로 느려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강철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양손을 모았다. “받아라! ‘핵심 기관포(核芯機關砲)’!”
그의 양손에서 붉게 끓어오르던 증기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뭉쳐졌다. 거대한 불덩이가 청운을 향해 날아오는 순간, 연무대 전체가 진동했다.

청운은 고요했다. 그는 두 팔을 가슴 앞에서 모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작은 푸른 기운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작은 태양처럼 빛났다.
“천공만상(天空萬象), 허공만뢰(虛空萬雷)!”

청운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기운이 강철의 붉은 불덩이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꽈아아아앙!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이 허공을 갈랐다. 붉은 증기와 푸른 번개가 뒤섞이며 연무대 전체를 집어삼키는 듯했다. 거대한 충격파가 관중석으로 들이닥쳤고, 수많은 관중들이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강철 사슬에 매달려 있던 연무대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모든 것이 증기와 연기에 휩싸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승패는? 두 고수의 운명은?
천하의 명운을 건 이 싸움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정적만이 남은 연무대 위로, 고요한 증기 바람이 흩날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두 개의 그림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