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심우주의 미지, 혹은 심장의 오작동

“선장님! 센서에 이상 반응 포착! 좌표 X-723, Y+451, Z-998 지점입니다!”

별무리호의 함교에 통신 담당 이수진 중위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칠흑 같은 우주를 유영하던 별무리호의 함교에는 늘 그렇듯 나른한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서하준 선장은 팔짱을 낀 채 메인 홀로그램 스크린에 띄워진 은하 지도를 훑고 있었다. 그의 옆에서는 한지아 수석 과학자가 또 무언가 발견할 기미라도 보이는 양, 흥분으로 빛나는 눈으로 데이터 패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상 반응? 구체적으로 어떤?” 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평소 같으면 이수진 중위의 과장된 말투에 한마디 잔소리를 했을 테지만, 수백 광년 떨어진 심우주에서 ‘이상 반응’이란 말은 언제나 그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에너지 패턴이… 비정형적입니다. 기존에 알려진 어떤 우주 물질과도 달라요. 그리고… 상당히 강력해요!” 수진의 목소리에 기대감과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지아는 벌써 데이터 패드를 하준의 눈앞까지 들이밀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선장님! 이거 보세요! 스펙트럼 분석 결과, 완전히 새로운 구성 물질입니다! 혹시 우리가 찾던 고대 문명의 흔적일까요? 드디어… 드디어 인류의 지평을 넓힐 대발견의 순간인가요?!”

지아의 눈은 마치 사탕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반짝였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다. 미지의 것을 향한 탐구열로 가득 찬, 가끔은 너무 지나쳐서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천재 과학자. 하준은 그런 지아를 말없이 쳐다봤다. 저 맑은 눈을 보면 화를 낼 수도 없고… 하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탐사 규정은? 미지의 에너지원에 무작정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고 배웠을 텐데, 한 박사.” 하준이 짐짓 엄한 목소리를 냈다.

지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씨익 웃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위대한 발견도 없는 법이죠! 선장님도 아시잖아요, 이 우주가 얼마나 미스터리로 가득한지! 게다가, 이 정도 에너지는… 뭔가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는 의도로는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부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조종석에 앉아있던 박선우 항해사가 씨익 웃으며 끼어들었다. “한 박사님 말에 한 표 던집니다! 게다가… 저 지점에 어마어마한 보물이라도 숨겨져 있다면? 심우주 해적들에게 선빵 날릴 기회 아니겠습니까?”

하준은 선우의 능글맞은 농담에 고개를 저었다. “박 항해사, 농담할 상황 아니야.”

하지만 지아의 설득과 데이터가 제시하는 미지의 매력은 하준의 이성을 조금씩 흔들고 있었다. 결국 그는 결정을 내렸다.

“좋아, 최대 안전 거리 유지하고 접근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위험 징후가 보이면 즉시 이탈. 박 항해사, 기동 준비해. 김민준 보안 팀장, 전투 태세 준비하고 지아 박사는 계속 에너지 패턴 분석해.”

“엣헴, 콜록. 누가 보면 제가 전투에 나서는 줄 알겠습니다.” 김민준 보안 팀장이 뒤늦게 함교로 들어서며 헛기침했다. 그는 늘 시크하고 무뚝뚝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침착하고 정확했다. “별일 없으면 좋겠군.”

별무리호는 느릿하게 방향을 틀어 미지의 신호가 오는 좌표를 향해 나아갔다. 함교의 메인 스크린에는 별무리 사이로 점점 선명해지는 거대한 실루엣이 잡혔다.

“와… 뭐야 저거?” 선우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스크린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우주선 잔해였다. 하지만 평범한 잔해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우주를 떠돌았음에도 불구하고 훼손되지 않은 듯한 유기적인 형태, 그리고 표면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문양들은 인류의 기술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교함을 자랑했다.

“맙소사… 이건… 정말 고대 문명의 유적이야.” 지아는 숨을 헐떡이며 스크린에 코를 박을 기세였다. 그녀의 눈은 이미 흥분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하준은 잔해의 규모를 계산했다. “거주용 함선으로 보이는데… 꽤 오래된 것 같군. 생명 반응은?”

“전혀 없습니다. 완벽한 고철 덩어리예요. 하지만 그 안에서 아까 그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습니다.” 수진이 보고했다.

“내부에 진입한다. 김 팀장, 박 항해사, 한 박사. 나와 함께 가자. 이수진 중위, 여기 남아서 함선 통제해.”

하준의 명령에 따라 소규모 탐사팀이 꾸려졌다. 지아는 이미 익숙한 듯 개인 장비 점검을 마쳤고, 민준 팀장은 과묵하게 자신의 무기를 확인했다. 선우는 장난스럽게 지아의 어깨를 툭 쳤다. “한 박사님, 너무 신나서 달려들다가 미스터리 외계 물질에 키스라도 하는 건 아니겠죠?”

“흥! 그런 비과학적인 망상은 박 항해사나 하는 겁니다!” 지아가 발끈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고 있었다.

별무리호에서 분리된 소형 셔틀이 잔해의 거대한 입구를 통해 내부로 진입했다. 잔해 내부는 암흑 그 자체였다. 셔틀의 서치라이트가 어둠을 가르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홀, 기이한 형태로 뻗어 나간 통로, 그리고 그 중심에 떠 있는 것.

“선장님, 저겁니다! 에너지원이 저기서 나오고 있어요!” 지아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수정 조각이었다. 마치 수억 개의 별을 갈아 넣어 만든 듯 영롱하게 빛나는, 주먹만 한 크기의 투명한 구체였다. 구체 내부에서는 섬세한 빛의 줄기들이 끊임없이 춤을 추고 있었고, 묘한 파동이 느껴졌다.

“이게… 그 외계 유물인가.” 하준이 경계하며 말했다. 그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오른손으로 허리의 권총 손잡이를 쥐었다.

지아는 이미 안전거리를 무시하고 구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에… 아름다워… 이 기술력은… 인류의 상식을 뛰어넘어요!”

민준이 재빨리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한 박사, 진정해. 너무 가깝잖아. 위험할 수도 있어.”

하지만 지아는 이미 구체에 홀린 듯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민준의 손을 뿌리치고 구체 바로 앞까지 다가섰다. 구체의 빛이 그녀의 얼굴에 반사되어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아… 이런 걸 직접 보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 지아는 거의 구체에 손을 댈 듯이 몸을 기울였다.

그 순간, 구체 내부에서 춤추던 빛의 줄기들이 일순간 격렬하게 요동쳤다.

**파아앗-!**

마치 심장이 박동하듯, 구체가 강렬한 빛을 한번 터뜨렸다. 그 빛은 짧았지만, 탐사팀 전원을 감쌌다.

“으윽!”

하준은 눈을 가렸고, 민준은 허리를 숙였다. 선우는 순간적으로 비틀거렸다. 빛이 사라지자, 그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방금… 뭐였죠?” 수진이 통신으로 다급하게 물었다.

“괜찮아, 이 중위. 단순한 에너지 방출인 것 같아.” 하준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거칠게 들렸다.

그때였다. 지아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하준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묘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뭔가 평소와 다른 뜨거움이 담겨 있었다.

“서… 선장님…” 지아가 나긋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평소의 그녀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말투였다. 그녀는 하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그의 팔을 덥석 잡았다.

“으음… 한 박사?” 하준은 당황했다. 지아는 그의 팔을 잡은 채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선장님은… 정말이지, 이 우주에서 가장 멋진 남자 같아요.” 지아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그 미소는 평소의 쾌활함이 아닌, 묘하게 농염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준은 순간 얼어붙었다.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한지아 박사가? 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자신에게? 게다가 저런 느끼한 칭찬을?

“한 박사,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정신 차려.” 하준이 당황해서 팔을 빼려 했지만, 지아의 손아귀는 끈질기게 그를 붙들었다.

“선장님은 제가 우주선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부터… 저의 은하를 밝히는 별 같았어요.” 지아는 더욱더 다가섰다. 그녀의 눈은 하준을 집어삼킬 듯이 뜨거웠다.

하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의 심장이 난데없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은 대체 뭐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의 뇌리에는 ‘한 박사가 날…?’ 이라는 생각만이 맴돌았다.

그때, 또 다른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어이쿠… 한 박사님, 선장님에게만 너무 칭찬이 과한 거 아니오? 이 박선우 대장님도 여기 있소만?” 선우가 비장한 표정으로 셔틀 입구를 지키고 있던 민준에게 다가갔다.

민준은 한심하다는 듯 선우를 쳐다봤다. “박 항해사,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저 유물의 영향일 수도 있으니.”

하지만 선우는 민준의 말을 끊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 김 팀장님. 제가 말은 안 했지만… 사실… 당신의 그 굳건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늘 감명받았소. 우리, 오늘부터… 친구 할까?”

선우의 눈빛은 진지하다 못해 처절했다. 그가 민준의 손을 덥석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민준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놔라, 박 항해사.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야.”

“장난이 아니오! 이 마음은 진심이라오! 당신의 그… 칼날 같은 카리스마에 내 심장이 춤을 추고 있단 말이오!”

민준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졌다. 평소라면 단칼에 잘라냈을 선우의 개드립이었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간지러웠다. 그에게도 난데없는 심장 박동이 시작되었다. 선우의 손길이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셔틀에 남아있던 이수진 중위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들려왔다.

“선장님! 박 팀장님! 뭔가 이상해요! 함선 내부에서 이상한 에너지 반응이 감지되고 있어요! 그리고… 저도 이상해요! 김민준 팀장님… 어쩜 그렇게 멋있을 수가 있죠? 제 이상형에 딱 맞아요…!”

수진의 목소리는 평소의 쾌활함이 아닌, 묘한 떨림과 함께 고백조로 변해 있었다.

하준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아를, 그리고 선우와 민준을, 마지막으로 통신기를 붙들고 자신에게 고백(?)하고 있는 수진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게… 대체… 무슨…?!”

심우주에서 발견한 외계 유물은 그들의 감정을 뒤흔드는, 미지의 사랑의 촉매제였던 걸까? 아니면, 단순한 오작동? 별무리호의 평화는, 방금 그 빛과 함께 산산조각 나버린 것 같았다. 하준은 혼란스러웠지만, 지아가 자신에게 더욱더 밀착하는 느낌에, 난생 처음 느껴보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었다. 심우주의 미스터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심장이 오작동하기 시작한 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