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시계태엽의 비명

강진우는 숨죽인 채 테이블 위의 정교한 회중시계를 응시했다. 초침은 째깍이는 소리조차 아깝다는 듯이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돋보기 너머로 보이는 미세한 톱니바퀴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돌아가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경이로웠다. 도시의 소음이 아득히 멀어진 자정 무렵, 이 낡은 아파트의 13층 작업실은 그에게 완벽한 은신처였다.

그러나 오늘은 어딘가 달랐다.

벽난로 옆에 놓인 거대한 황동제 증기압력계의 바늘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을 때, 진우는 눈썹을 찌푸렸다. 난방은 꺼져 있었고, 증기 파이프는 오래전에 현대식으로 교체되었다. 저 압력계는 그저 장식품일 뿐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시계로 시선을 돌렸지만, 왠지 모르게 싸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피곤한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요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헛것이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 헛것이 아니라 헛것처럼 느껴지는 미세한 이상 현상일지도.

그 순간이었다.
작업실 문이 삐걱, 하고 아주 작게 열리는 소리가 났다.
진우는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문은 분명 닫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아파트는 바람 한 점 들어올 틈 없는 밀폐 구조였다.
“누구… 없어요?”

식은땀이 등에 맺혔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거실 쪽에서, 아주 미세하게, 낡은 태엽이 풀리는 듯한 *끄으으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녹슨 기계가 서서히 움직임을 시작하는 것처럼.

진우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년간 수많은 고물 시계와 증기기관 장치들을 만져왔던 그였지만, 이런 소리는 처음이었다. 금속이 갈리는 소리도 아니었고, 나무가 뒤틀리는 소리도 아니었다. 어떤 질량체가 아주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움직이며 마찰을 일으키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

거실로 향하는 복도는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는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찾았다. *딸깍.* 불이 켜졌다. 거실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오래된 가죽 소파, 앤티크한 서랍장, 그리고 그가 수집한 수십 개의 태엽 장치 인형들이 제자리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내가 너무 예민해졌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소파 옆 작은 협탁 위에 놓인 구형 증기기관 모형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손때가 잔뜩 묻어 반질거리는 황동제 모형이었다. 그 모형의 작은 굴뚝에서, 하얀 김이 *푸쉬익* 하고 한 줄기 뿜어져 나오는 것을 진우는 똑똑히 보았다.

“젠장!”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그 모형은 전기가 연결된 적도, 증기를 발생시킨 적도 없었다. 순전히 장식용이었다. 놀란 진우의 발이 저절로 뒷걸음질 쳤다.

이번에는 창가였다. 그의 취미를 아는 친구가 선물해준, 복잡한 톱니바퀴 장식으로 이루어진 벽시계. 시계는 멈춰 있었다. 배터리를 넣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 멈춰 있던 톱니바퀴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돌려지는 것처럼, *끼이익,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 이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이봐, 거기 누구야!?”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정적. 그리고 다시, 째깍거림. 이번에는 시계태엽의 소리가 아니라, 아주 가느다란 금속 조각들이 부딪치며 내는 것 같은, 불규칙하고 섬뜩한 *따각, 따각* 거리는 소리였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자,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그가 아끼던 낡은 테이블 램프가 공중으로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황동으로 된 받침대와 주름진 천 갓,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정교한 관절들이, 마치 무중력 공간에 있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상승했다.

그리고 램프 아래, 희미하게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형체가 보였다.
그것은 연기 같기도 했고, 뜨거운 공기의 왜곡 같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윤곽이 있었다. 그것은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얽히고설켜 끊임없이 회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투명한 황동색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공간을 비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안에서, 아주 작고 둔탁한 *드르르륵* 하는 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공중에 뜬 램프가 *끼이익* 하고 소리를 내며 한 바퀴 빙글 돌더니, 갑자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콰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램프는 산산조각 났다. 유리 조각과 황동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진우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팔로 얼굴을 가렸다.

파편들이 바닥에 부딪히며 *쨍그랑* 거리는 소리가 잦아들었을 때, 진우는 조심스럽게 팔을 내렸다.
거실 중앙, 램프가 깨진 자리.
그곳에는 여전히 아지랑이 같은 형체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형체 안에서, 톱니바퀴들이 쉼 없이 돌아가는 환영이 더욱 선명해졌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시계의 내부처럼 보였다.
시간이 조립되고, 분해되고, 다시 움직임을 시작하는 혼돈의 중심.
그리고 그 중심에서, 진우는 섬뜩한 시선이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보이지 않는 눈, 그러나 존재를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압도적인 시선.

갑자기, 그의 아파트 안에 있는 모든 시계들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작업실의 낡은 벽시계는 정각을 알리는 종을 쉬지 않고 *댕그랑, 댕그랑* 울려댔고, 거실의 뻐꾸기시계는 *뻐꾹, 뻐꾹* 하며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했다. 그의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는 초침이 광속으로 돌아가며 기괴한 *휘이이잉* 소리를 냈다.

모든 시계들이 각기 다른 박자로 울부짖으며, 아파트는 거대한 금속성 비명으로 가득 찼다.
진우는 귀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소리는 뼈를 타고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모든 소음 속에서,
톱니바퀴 형체가 있는 자리에서,
아주 낮고 음산한 *흐으으으으음…* 하는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거대한 증기기관이 숨을 쉬기 시작하는 것처럼.
아니, 증기가 아니라,
오래된 시간 자체가, 숨을 쉬기 시작하는 것처럼.

진우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서서히 구체적인 형상으로 응집되어가는 그림자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의 아파트에,
아니, 그의 시간 속에,
침투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 존재는, 분명히 미소 짓고 있었다.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 사이에서, 그는 그 미소를 선명하게 느꼈다.
광기에 찬, 기계적인, 그리고 지독하게 오싹한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