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잿더미 지구의 하루는 언제나 똑같은 칙칙한 회색빛으로 시작하고 끝났다. 스러져가는 건물들 사이로 뚫린 좁고 어두운 골목길은 햇빛 한 조각 제대로 허락하지 않았고, 그곳에서 나는 매일 먼지와 퀴퀴한 곰팡이 냄새를 맡으며 살았다. 이름은 카인. 스물하고도 몇 해를 더 살았지만, 내 존재는 골목길의 부유먼지처럼 보잘것없었다. 나의 직업은… 글쎄, 직업이라고 할 만한 건 없었다. 그저 ‘살아남는 자’. 폐허가 된 도시의 가장자리, 과거의 영광은 고사하고 그 흔적조차 희미해진 ‘망각의 전당’에서 쓸만한 것을 찾아 헤매는 것이 내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금이 가고 무너져 내린 석조 기둥들 사이를 헤집으며 녹슨 캔 조각이나 썩지 않은 천 조각이라도 찾아내려 애썼다. 잿빛 먼지가 폐 깊숙이 파고들어 잦은 기침을 유발했지만, 익숙한 고통이었다. 망각의 전당은 과거 이 도시의 심장이었으나, 수백 년 전 ‘대균열’ 이후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죽은 자들의 무덤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저주받은 땅’이라 불렀고, 어둠이 짙게 깔리는 밤에는 괴이한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나의 일터이자 감옥이었다.

“젠장, 오늘도 망했군.”

썩어 문드러진 책장 뒤편을 뒤지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설 때, 발밑에서 무언가 ‘덜컥’하는 소리가 났다. 낡은 마루판이 꺼진 것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나를 빨아들이듯 입을 벌리고 있었다. 순간적인 공포에 몸이 굳었지만, 이내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런 식으로 미처 발견되지 않은 공간을 찾아내는 일은 드물게 벌어지는 행운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낡은 램프에 불을 붙여 아래를 비췄다. 퀴퀴한 먼지 냄새 아래로 서늘하고 낯선 공기가 올라왔다. 꽤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듯했다. 낡은 목재 사다리를 조심스럽게 밟고 내려가자, 발밑에 닿는 것은 차가운 석판이었다. 이곳은 망각의 전당의 다른 어떤 곳과도 달랐다. 거미줄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깨끗하게 유지된 원형의 공간. 그리고 그 중앙에는…

숨이 멎었다.

공간의 정중앙에 자리한 것은 투박하지만 기이한 문양으로 가득 새겨진 검은 제단이었다. 그리고 제단 위에는, 마치 어둠을 깎아 만든 듯한 검고 날카로운 조각이 놓여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 마치 흑요석 같았지만, 빛을 비추자 섬뜩하게도 빛을 흡수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의 램프 빛이 희미해지는 착각마저 들게 하는, 불길하면서도 매혹적인 광경이었다.

“이게… 대체 뭐지?”

나는 본능적으로 경계했다. 이런 곳에서 발견되는 것은 대개 위험하거나, 아니면 가치 없는 고철 덩어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조각은 달랐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미미하게 떨리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 살아있는 것 같기도, 죽은 것 같기도 한 모순적인 존재감.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지만, 손은 이미 검은 조각을 향해 뻗어 있었다. 잿더미 지구의 비참한 삶이 지겨웠다. 한 번쯤은, 이런 비정상적인 발견이 나의 삶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에 매달리고 싶었다. 손가락 끝이 닿자, 순간 얼음물에 담근 듯한 격렬한 한기가 온몸을 꿰뚫었다. 동시에 뇌리에는 수천 개의 목소리가 쏟아져 들어왔다. 알아들을 수 없는 고대의 언어들이 뒤섞여 비명처럼 울부짖었다.

*이것은 망각 속에 잠든 힘.*
*이것은 존재의 심연에서 솟아난 그림자.*
*이것은… 너의 것이 될 것이다.*

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손은 조각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조각 자체가 내 살갗을 파고드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끔찍한 고통과 함께,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가는 듯한 기묘한 감각에 휩싸였다.

그때였다. 제단 주변의 검은 문양들이 붉은빛으로 번뜩였다. 차가운 어둠이 바닥에서부터 솟아올라 공간을 뒤덮었다. 램프의 불꽃은 순간적으로 ‘파스스’ 소리를 내며 꺼져버렸고, 나는 완전한 암흑 속에 갇혔다.

그러나 암흑은 잠시뿐이었다. 내 손에 쥐인 검은 조각에서 섬뜩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빛이라기보다는 어둠의 응축에 가까웠다.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검은 파동이 ‘콰아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견고했던 석판 벽들이 산산조각 났고, 거대한 기둥들이 ‘우르릉’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나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내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 알 수 없는 힘에 압도당했다. 이것은 내가 알던 마법과는 달랐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이 다루는 불이나 바람 같은 원소의 힘이 아니었다. 존재 그 자체를 비틀어버리는, 형언할 수 없는 공허의 힘이었다. 내 안에서 무언가 차갑고 거대한 것이 깨어나 웅크리고 앉아 있는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손에 쥐인 조각은 이미 내 손목과 한 몸이 된 것처럼 보였다. 시커멓게 변색된 손목에서는 맥동하는 듯한 기이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안에서, 수천 개의 목소리 중 하나가 명확하게 들려왔다.

*‘일어나라, 숙주여. 이제 네게 새로운 운명이 주어질지니.’*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현기증 속에서도, 나는 본능적으로 이 공간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은 조각은 이미 내 일부가 되어버렸고, 그와 함께 깨어난 힘은 통제 불가능했다. 마치 내 주변의 모든 생명을 빨아들일 듯한 기운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무너지는 잔해들을 피해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등 뒤에서는 망각의 전당이 완전히 붕괴되는 ‘쿠르르릉!’ 하는 거대한 소리가 울렸다. 간신히 지상으로 다시 기어 올라왔을 때, 나는 땀과 먼지, 그리고 알 수 없는 끈적한 액체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밤은 이미 잿더미 지구를 삼키고 있었다. 텅 빈 골목길에서, 나는 떨리는 숨을 들이쉬며 손목을 내려다봤다. 시커멓게 변한 피부, 그 아래로 맥동하는 불길한 기운.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나의 것이 아닌 힘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내 목소리는 낯설게 떨렸다. 잿빛 도시의 밤공기가 싸늘하게 살갗을 스쳤지만, 내 안에서는 얼음보다 더 차가운 무언가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나의 비참한 삶은 끝났다. 이제부터 시작될 새로운 운명은…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는 맹수처럼, 잔혹하고도 불확실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