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에피소드 제목: 붉은 달의 속삭임

**[SCENE START]**

**배경:** 오래된 도시 외곽, 낡았지만 아늑한 다락방 작업실. 창밖으로는 늦은 밤 가을비가 으스스하게 내리고 있다. 작업실 안은 캔버스들과 그림 도구들, 그리고 은은한 스탠드 불빛으로 가득하다. 차가운 공기가 감돈다.

**#컷1**
**장면:** 이슬(20대 중반, 여)이 캔버스 앞에 앉아 스케치북에 연필을 놀리고 있다. 집중한 표정. 그녀의 손에서 스케치북 속 남자의 얼굴이 점차 또렷해진다. 선명한 은빛 눈동자가 압도적이다.

**이슬 (내레이션):**
그를 처음 만난 밤은, 붉은 달이 떴었다.

**#컷2**
**장면:** 이슬의 스케치북 클로즈업. 남자의 얼굴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그의 눈동자에서 희미하게 빛이 나는 듯한 묘사가 돋보인다. 어딘가 인간의 것이 아닌 듯한, 신비롭고 서늘한 아름다움.

**이슬 (내레이션):**
평생 캔버스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이 내 일이었지만, 그 얼굴만큼은 아무리 그려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었다. 마치… 그림 밖으로 존재 자체가 넘쳐흐르는 듯한.

**#컷3**
**장면:** (회상) 안개가 자욱한 숲 속,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고 달빛조차 잘 스며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두 개의 은색 눈동자가 이슬을 응시하고 있다. 이슬은 두려움보다 경외심에 사로잡힌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다.

**이슬 (내레이션):**
그 밤, 나는 길을 잃었다. 아니, 어쩌면… 길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컷4**
**장면:** (회상) 안개 속에서 한 손이 뻗어 나온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창백한 피부. 그 손이 이슬의 뺨을 부드럽게 스친다. 이슬은 숨을 멈춘다. 공기 중에는 젖은 흙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꽃향기가 희미하게 맴돈다.

**이슬 (내레이션):**
그의 손길은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나의 세상과 다른, 완벽한 이질감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

**#컷5**
**장면:** (현재) 다시 다락방 작업실. 이슬은 스케치북에서 시선을 떼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거칠다. 창문 모서리에 뭔가 빛나는 것이 눈에 띈다.

**이슬:**
…응?

**#컷6**
**장면:** 창문 유리에 그려진, 난생 처음 보는 기묘한 문양 클로즈업. 마치 넝쿨이 얽힌 듯한 형태인데, 어딘가 고대적이고 위협적인 느낌을 준다.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맥동하는 듯하다. 이슬의 눈이 불안하게 커진다.

**이슬:**
이게… 언제부터 있었지? 내가 그린 적은… 없어.

**#컷7**
**장면:** 이슬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간다. 손가락으로 문양을 조심스럽게 건드려 보려던 찰나, 등 뒤에서 섬뜩하리만치 조용한 소리가 들린다. ‘슥-‘ 하는, 옷깃 스치는 듯한 아주 미미한 소리.

**효과음:** (정적 속, 아주 미미한 옷깃 스치는 소리)

**#컷8**
**장면:** 이슬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어둠이 드리운 작업실 한켠, 캔버스들 사이에서 현(남, 20대 후반 추정)이 그림처럼 서 있다. 그의 눈은 스케치북 속 모습 그대로, 섬뜩하도록 아름다운 은빛이다. 빗줄기 소리마저 멎은 듯한 순간의 정적.

**현:**
…이슬.

**#컷9**
**장면:** 이슬의 얼굴 클로즈업. 놀라움, 반가움, 그리고 동시에 밀려드는 알 수 없는 공포가 뒤섞인 복잡한 표정. 그녀는 현의 존재 자체가 ‘비밀’이자 ‘위험’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슬:**
현…! 어떻게… 또 이렇게…

**#컷10**
**장면:** 현이 창가에 서 있는 이슬에게로 한 걸음 다가선다. 그의 발걸음은 소리도 없이 부드럽다.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욱 굳어있고, 그의 은빛 눈동자는 깊은 경고를 담고 있다.

**현:**
위험해. 누군가… 널 지켜보고 있어.

**#컷11**
**장면:** 현의 시선이 창문의 문양으로 향한다.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문양이 희미하게 맥동하는 것을 현은 놓치지 않는다.

**현:**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컷12**
**장면:** 이슬이 불안하게 현을 올려다본다. 그녀는 그의 말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표정에서 묻어나는 심각함을 느낀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슬:**
그들? 현, 도대체 누구야? 당신은… 정말 누구야?

**#컷13**
**장면:** 현이 이슬의 어깨를 붙잡는다. 그의 손길은 애틋하면서도 단호하다. 그의 표정에는 깊은 고뇌가 서려 있다.

**현:**
우리가 함께하는 이 시간은, 그 자체로 금기를 깨는 일이야. 이슬, 넌… 나를 몰라야만 해.

**#컷14**
**장면:** 이슬이 현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두려움 속에서도 그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끌림이 그녀의 눈빛에 비친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댄다. 그의 차가운 온기가 그녀의 불안한 심장을 진정시키는 듯하다.

**이슬 (내레이션):**
그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위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이미 깊어진 마음은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었다.

**#컷15**
**장면:** 그때, 창밖에서 빗소리 사이로 무언가 긁히는 듯한, 짐승의 낮은 울음소리 같은 것이 희미하게 들려온다. ‘끄르르릉…’ 빗소리가 더욱 거세지며 불길한 소리를 감춘다. 창문 유리의 문양이 더욱 선명한 푸른빛을 발하며 깜빡인다.

**효과음:** (멀리서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빗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들림)

**#컷16**
**장면:** 현의 은빛 눈동자가 번뜩인다. 그는 즉각적으로 이슬을 뒤로 잡아끌며 작업실 한쪽에 놓인 가장 큰 캔버스 뒤로 숨긴다. 그의 움직임은 인간의 것이라기엔 너무나 빠르고 정확하다.

**현:**
시간이 없어.

**#컷17**
**장면:** 캔버스 뒤에 몸을 숨긴 채, 현이 이슬을 품에 안고 그녀의 입을 부드럽게 막는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는 것이 느껴진다. 창밖으로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작업실 안이 순간적으로 더욱 어두워진다. 스쳐 지나간 그림자에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슬 (내레이션):**
차가운 그의 손길, 하지만 그 어떤 온기보다 따뜻했다. 나는 그의 품에서 숨을 죽였다. 이 모든 것이 마치… 꿈 같았다. 악몽과도 같은.

**#컷18**
**장면:** 그림자가 지나가고 다시 빛이 들어온다. 현은 천천히 이슬을 놓아주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창밖을 주시하고 있다. 그의 표정은 고통과 안타까움으로 일그러져 있다.

**현:**
이슬… 잊지 마. 넌 소중해. 이 모든 것보다…

**#컷19**
**장면:** 현이 이슬의 뺨에 손을 얹고 이별을 고하듯 쓰다듬는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다가, 마치 연기처럼 사라진다. 순식간에 그의 몸이 희미해지더니, 작업실 안의 어둠 속으로 완전히 녹아내린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젖은 흙과 꽃향기가 섞인 그의 희미한 잔향뿐이다.

**이슬 (작게):**
가지 마…

**현 (메아리처럼, 희미하게):**
다시… 붉은 달이 뜨면.

**#컷20**
**장면:** 텅 빈 작업실. 이슬은 현이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창문 유리의 푸른 문양을 다시 응시한다. 문양은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그녀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맺힌다.

**이슬 (내레이션):**
그의 종족과 나의 종족. 절대 섞여서는 안 될 두 세계.

**#컷21**
**장면:** 이슬의 스케치북 클로즈업. 현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그림에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한 방울이 떨어진다. 그림 속 현의 은빛 눈동자가 이슬의 슬픔을 담은 듯 빛난다.

**이슬 (내레이션):**
하지만 나는 이미 그 금지된 경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이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컷22**
**장면:** 다락방 작업실 전체를 보여주는 넓은 컷. 이슬은 홀로 서서 창밖의 빗줄기와 창문의 문양을 바라보고 있다. 스탠드 불빛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작업실 전체는 알 수 없는 어둠과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곧 붉은 달이 뜰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감돈다.

**이슬 (내레이션):**
나는… 무엇을 시작한 걸까.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