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첫 번째 균열

엘레시아 마법 학원의 새벽은 언제나 별가루처럼 영롱했다. 첨탑 끝에 걸린 푸른빛 마법석이 어둠을 밀어내며 서서히 주변을 밝히는 동안, 나는 이미 도서관 낡은 원형 테이블에 앉아 어제 배운 ‘원소 결속 마법’ 주문을 곱씹고 있었다. ‘대지의 숨결이여, 바람의 날개여, 불꽃의 심장이여, 물의 눈물이여… 하나 되어 굳건한 벽을 이루라.’ 몇 번을 되뇌어도 마지막 ‘결속’ 단계에서 자꾸 마나가 흩어졌다.

“아리아, 또 일찍 나왔네?”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머금은 루나가 커다란 마법서적을 옆구리에 낀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은발은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눈부셨다.

“응, 마법 실습이 잘 안 돼서.” 내가 중얼거렸다.

“괜찮아, 아리아. 넌 언제나 꾸준하잖아.” 루나는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 꾸준함이 언젠가 빛을 발할 거야. 아, 참! 세린은 아직도 고대 문자 번역에 매달려 있더라. 오늘은 일찍 나오려나 모르겠네.”

세린은 우리 셋 중 가장 학구적인 아이였다. 그녀에게 엘레시아의 거대한 역사는 풀어야 할 숙제이자 즐거움이었다. 가끔은 너무 파고들어서 걱정이 될 정도였지만.

우리가 다니는 엘레시아 마법 학원은 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마법 교육 기관이었다. 거대한 성채와도 같은 본관은 수백 년의 역사를 품고 있었고, 그 벽돌 하나하나에도 고대 마법의 흔적이 서려 있는 듯했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이곳을 거쳐 갔고, 졸업생들은 왕국의 핵심 인재가 되거나 세계를 수호하는 위대한 마법사가 되었다.

오늘 아침 첫 수업은 고대 마법사들의 유산에 대한 교양 수업이었다. 이그니스 교수님은 매번 똑같은 내용의 강의를 하시면서도, 마치 자신이 그 시대를 살았던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엘레시아 학원의 역사는 곧 이 세계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초대 학원장이자 위대한 마법사, ‘성자 에테리우스’께서 어둠의 시대를 끝내고 빛의 시대를 열기 위해 이곳에 학원을 세우셨지. 그의 지혜와 힘은 학원 곳곳에, 심지어 이 강당의 마나석 기둥에도 깃들어 있다.”

교수님은 낡은 교단 지팡이로 강의실 중앙에 우뚝 솟은 거대한 마나석 기둥을 가리켰다. 은은한 빛을 뿜는 기둥은 마치 학원의 심장처럼 보였다.

“하지만 학원의 역사가 마냥 영광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전설에 따르면, 학원 지하 깊은 곳에는 어둠의 시대에 봉인된 ‘어떤 것’이 잠들어 있다고 한다. 학원 설립과 동시에 봉인되었으며, 그 어떤 학생도, 심지어 교수진조차도 접근해서는 안 되는 금기 중의 금기지. 물론 그저 낡은 미신일 뿐이지만….”

교수님은 특유의 유머러스한 말투로 말을 흐렸지만, 순간 그의 눈빛에는 묘한 경고의 빛이 스쳤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수업을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지하 깊은 곳’이라는 말에 마음이 멈칫했다. 학원 지하에는 오래된 도서관 서고나 마나 정제실 같은 시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점심시간, 루나는 베이컨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먹으며 말했다. “금기? 풉, 이그니스 교수님은 맨날 저런 얘기 하시더라. 사실은 고대 마법사들의 창고 아닐까? 아니면 아주 낡은 와인 저장고라던가?”

“그렇게 단순한 건 아닐 거야.” 세린이 안경을 고쳐 쓰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녀는 고대 역사 서적을 뒤적이다가 막 식당에 도착한 참이었다. “엘레시아 학원에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기록들이 많아. 특히 초기 설립에 관한 부분은 모호한 부분이 많지. ‘어둠의 시대’의 잔재를 완전히 없앤 게 아니라, 봉인하는 데 급급했다는 기록도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봉인이라니, 무슨 엄청난 괴물이라도 있다는 거야?” 루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단순한 괴물은 아닐걸. 어쩌면 마법 그 자체의 변질된 형태일 수도 있고….” 세린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는 그저 조용히 듣기만 했다. 솔직히 나는 그런 전설 같은 이야기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나에게는 당장 내일 있을 마법 실습 평가가 더 중요했다. ‘원소 결속 마법’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재수강 각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늦은 시간까지 마나를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대지의 숨결이여, 바람의 날개여, 불꽃의 심장이여, 물의 눈물이여….’ 주문이 입에서 맴돌았다. 마나를 모으고, 형태를 만들고, 마지막 ‘결속’ 단계에 다다르는 순간… 여지없이 마나가 흩어지며 팔다리가 저릿하게 아파왔다.

“젠장….”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는 안 된다. 어딘가 마나의 흐름이 막히는 곳이 있는 걸까? 아니면 집중력이 부족한가?

나는 잠시 의자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이 너른 도서관은 학생들이 사라진 밤이 되면 묘한 정적에 잠긴다. 삐걱거리는 마루 소리, 책장이 숨 쉬는 듯한 작은 소음만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불현듯, 고대 마법 관련 서적이 가득한 제2 서고 쪽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을 보았다. 늦게까지 남아 공부하는 학생인가? 하지만 불빛치고는 너무 약하고, 색깔도 묘하게 푸르스름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빛은 제2 서고의 가장 안쪽, 거의 창고처럼 쓰이는 구석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오래된 책들이 가득 쌓인 벽 뒤쪽에서 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이건 단순한 독서등이 아니었다.

벽을 따라 손을 짚자, 차가운 돌벽 사이에서 미세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손이 닿은 특정 지점에서, 벽돌이 살짝 안으로 밀려 들어가는 감각이 전해졌다.

덜컥!

작은 기계음과 함께 책장 벽의 일부가 스르륵 옆으로 밀려났다. 그 뒤로는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좁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퀴퀴한 먼지 냄새와 함께 싸늘한 한기가 몰려왔다. 통로 너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엘레시아 학원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이그니스 교수님의 ‘지하 깊은 곳에 봉인된 금기’라는 말이 뇌리를 스쳤다. 설마 이곳이?

머릿속에서는 ‘돌아가야 해!’라는 경고음이 울렸지만, 내 발걸음은 이미 어둠 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 마나를 끌어올려 손바닥에 작은 빛 구슬을 만들어 냈다. 희미하게 주위를 밝히는 푸른빛 구슬을 앞세워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통로를 나아갔다.

통로는 생각보다 길었다. 이따금씩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를 밟으면 찰박이는 소리가 고요를 깨뜨렸다. 벽에는 오래된 이끼와 습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점차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기가 무거워지고 끈적한 기운이 피부에 달라붙는 듯했다.

수십 걸음을 더 내려갔을까. 통로가 넓어지면서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공간 중앙에는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는 듯한 검은 돌덩이가 우뚝 서 있었다. 돌덩이는 마치 거대한 제단처럼 보였는데, 그 표면에는 알 수 없는 문양들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었다.

나는 빛 구슬을 더 가까이 가져갔다. 문양들은 엘레시아 학원에서 가르치는 어떤 문자나 상징과도 달랐다. 차라리… 어둠의 마법 문양에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그 검은 돌 제단 위에는, 마치 무언가를 담아두었던 흔적처럼 움푹 파인 자리가 있었다.

어둠의 마법… 금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곳은 단순한 창고가 아니었다. 이곳은 분명 이그니스 교수님이 말했던 ‘금기’와 관련된 장소였다.

그때였다. 돌 제단에서 아주 희미하게, 귀에 거슬리는 낮은 ‘웅—’ 하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내 마나를 통해 그것을 느꼈다. 제단 아래, 이 공간의 깊은 곳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마나의 흐름. 그것은 내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차갑고 어둡고, 무엇보다… **끔찍하게 뒤틀린** 마나였다.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가 고통스럽게 숨 쉬는 듯한 불길한 기운이 나를 덮쳤다.

머릿속에 섬뜩한 경고음이 울렸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던 찰나, 어둠 속에서 스산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 *오랜만이다… 빛의 아이여….*

소리는 내 귓속을 파고들어 뇌를 흔드는 듯했다. 동시에 검은 돌 제단의 문양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칠흑 같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몸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가 나를 덮쳤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훨씬 더 크고 날카로운,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숨을 멈췄다.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누군가 이 금지된 통로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나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 이대로 들키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공포와 함께 알 수 없는 예감이 엄습했다. 내가 방금 발을 들인 곳은, 엘레시아 학원의 평화로운 일상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무언가 거대하고 끔찍한 진실의 가장자리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