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차가운 대리석 복도를 가로지르는 학생들의 발소리는 늘 일정했다. 시리우스 마법학원. 이 이름만 들어도 온 대륙의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명문 중의 명문. 뾰족한 탑들이 하늘을 찌르고, 고풍스러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햇빛을 받아 무지개색으로 부서지는, 그야말로 마법의 성채였다.

하지만 강하준에게 이곳은 그저 견고한 감옥과 다름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감옥을 지탱하는 바닥 아래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불길한 진동 때문에.

“하준아, 또 딴생각해? 연금술 실험 중에 멍 때리면 이번엔 진짜 F학점이야.”

오유리의 목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늘 완벽하게 빗어 넘긴 흑단 같은 머리카락, 교칙에 맞는 단정한 교복 차림의 그녀는 오늘도 시험관 속 포션을 정확한 비율로 섞고 있었다. 금빛 안경 너머로 빛나는 눈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반면 하준의 시험관은 이미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미안, 유리야. 근데 못 느끼겠어?”

하준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동자는 창백한 라벤더색으로, 평범한 학생들보다 훨씬 민감하게 마나의 흐름을 읽어냈다. 그리고 지금, 그 흐름은 명백히 ‘삐걱거리고’ 있었다.

“뭘?” 유리는 눈썹을 찡그렸다.

“이 학교, 뭔가 이상하잖아. 지하에서 말이야. 늘 울리는 저 소리.”

‘소리’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다. 하준에게 그것은 소리라기보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대지 깊은 곳에서부터 심장을 쥐어짜듯 올라오는 둔탁한 진동, 그리고 그 진동에 실려오는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분노. 다른 학생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어쩌면 아예 인지조차 못 하는 미세한 파동이었다.

유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 소리는 그냥 마나 노심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인 에너지 파동이야. 몇 번이나 말해줘? 네가 유독 예민해서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라고.”

시리우스 학원의 마나 노심은 전설이었다. 도시 전체를 밝히고, 학원 내 모든 마법 시설을 구동하며, 심지어 고위 마법사들의 연구에 필요한 무한한 마나를 제공하는, 그야말로 학원의 심장이었다.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그것은 고대 마법사들이 자연 마나를 응축시켜 만든 완벽한 인공 노심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준은 그 ‘완벽함’이 늘 거슬렸다. 완벽한 것은 때때로 가장 큰 비밀을 숨기는 법이니까.

“아니, 이건 노심이 내는 ‘안정적인’ 파동이 아니야. 이건… 고통스러워. 마치 뭔가가 짓눌려 울부짖는 것 같달까.”

그의 말에 유리는 작게 몸을 떨었다. 평소의 냉철한 그녀답지 않게, 그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미약한 불안감이 스쳤다. 하준의 육감은 기이할 정도로 정확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듣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그 때문에 기인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덕분에 몇 번이나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오늘 야간 자율 학습 때, 내가 마나 흐름을 역추적해볼 거야. 좀 더 정확하게.” 하준은 결심했다는 듯 말했다.

유리는 눈을 크게 떴다. “뭐? 하준아, 미쳤어? 마나 노심 주변은 보안 등급이 최고야. 접근하는 순간 경보가 울리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거라고!”

“알아.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어. 저 파동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밤마다 악몽을 꿀 정도라고.”

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억압된 존재의 비명 같은 그 파동은 그의 신경을 갉아먹는 것 같았다.

밤이 찾아오고, 학원 복도는 적막감에 잠겼다. 하준과 유리는 어둠 속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유리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었지만, 하준의 결의에 찬 눈빛에 결국 동행하기로 했다.

“이런 짓은 정말… 너 아니면 안 했을 거야.” 유리가 투덜거렸다. 그녀의 손에는 작게 빛나는 마나 램프가 들려 있었다.

“걱정 마. 딱 어디서 파동이 시작되는지 정도만 확인하고 올게.”

하준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학원 지하로 향하는 통로를 찾았다. 마나 노심은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들은 학생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오래된 관리 통로로 향했다. 낡은 철문은 녹슨 쇳내를 풍기며 삐걱거렸고, 그 안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는 차갑고 습해졌다. 학원 건물 특유의 고풍스러운 마나 흐름은 사라지고, 대신 하준의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묵직하고 원시적인 마나압이 느껴졌다. 불안한 예감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점점… 더 강해져.” 하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무 깊이 들어가는 거 아니야? 슬슬 경비 마법에 걸릴 것 같은데.” 유리는 주위를 경계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이상하게도 이 오래된 통로에는 어떤 경비 마법도 감지되지 않았다. 마치 이 공간만 학원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는 듯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그들은 막다른 벽에 다다랐다. 낡고 짓무른 석회암 벽이었다. 하지만 하준의 눈에는 그 벽이 평범하게 보이지 않았다. 희미하게 잔류 마나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그 흔적은 마치 지워진 그림처럼 벽 속에 숨겨진 무언가를 암시했다.

“여기야.” 하준이 손을 뻗어 벽을 더듬었다. 그의 손끝에서 라벤더색 빛이 아른거렸다. 그는 자신의 마나를 벽 속으로 흘려보냈다.

순간, 벽에 숨겨져 있던 고대 마법진이 섬광처럼 번쩍였다. 마법진은 비명처럼 벽을 갈랐고, 묵직한 돌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밀려들어갔다. 먼지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문 안쪽은 또 다른 공간이었다. 거대한 돔형의 동굴. 천장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았고, 바닥은 거친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동굴 한가운데, 하준의 심장을 얼어붙게 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검은 수정.

그것은 단순히 돌덩이가 아니었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미세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표면은 핏빛으로 번뜩였고, 그 안에는 형언할 수 없는 어둠이 갇혀 있었다. 수십 개의 굵은 마나 도관들이 그 검은 수정에서 뻗어 나와, 동굴 천장으로, 그리고 위쪽 학원 건물로 사라져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거미가 중심에서 촉수를 뻗어 먹잇감을 빨아들이는 모습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하준은 깨달았다.

이것이 마나 노심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포박된 존재였다.

검은 수정에서 흘러나오는 마나 파동은 더 이상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명백한 ‘생각’이었고, ‘감정’이었다. 끔찍한 고통과 함께 끊임없이 외치는 절규.

—*풀어줘. 이 고통에서… 날… 풀어줘…*—

그 외침은 하준의 머릿속에 직접 박혔다. 그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건 학원의 마나 노심이 아니었다. 학원은 살아있는 존재를 붙잡아 그 마나를 착취하고 있었다.

“하준아… 이게… 뭐야?” 유리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녀도 하준만큼 선명하게 느끼지는 못했을지언정, 이 공간의 불길한 기운과 검은 수정의 끔찍한 존재감에 압도당한 것이 분명했다.

그때, 검은 수정의 표면에서 미세한 균열이 생겨나는 것을 하준은 보았다. 핏빛 광채가 더욱 강렬하게 번뜩였다. 그리고 그 균열 속에서, 마치 눈꺼풀처럼 생긴 섬뜩한 틈이 열리며, 붉은 빛이 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동굴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바닥에 깔려있던 낡은 돌들이 부서지며 솟아올랐다. 그 돌들은 순식간에 불규칙한 형태의 골렘으로 변하며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젠장! 들켰어!” 하준은 급히 유리의 손목을 붙잡고 뒤로 뛰었다. 고대 마법으로 봉인된 존재를 건드린 대가였다. 그들의 뒤에서 육중한 골렘들이 쿵, 쿵 발소리를 내며 쫓아왔다.

동시에, 하준의 머릿속에서 절규하던 목소리가 훨씬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마치 오랜 시간 억압받던 존재가, 자신에게 다가온 ‘이질적인’ 마나에 반응해 깨어나는 듯한…

—*너희도… 이 학원의 종복인가… 아니… 너는… 달라…*—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하준은 달렸다. 거대한 비밀의 문이 열렸다. 이제 그들은 알게 된 이상, 다시는 평범한 시리우스 마법학원 학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될 것이다. 지하에서 울려 퍼지는 존재의 고통과 분노는 이제 그들의 어깨에 얹힌 끔찍한 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