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어수선한 로맨스 (Messy Romance)

**장르:** 로맨틱 코미디
**핵심 줄거리:** 현대 도시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외로운 디자이너와 무심한 이웃을 엮어주며 사랑을 싹틔우는 이야기.

**등장인물:**

* **한가을 (20대 후반):** 프리랜서 웹툰 배경 디자이너. 깔끔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지만, 약간의 허당미와 엉뚱한 상상력을 가졌다. 평범한 일상을 꿈꾸지만, 뜻밖의 기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상한 현상을 겪으면서도 긍정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 사랑스러운 캐릭터.
* **정우진 (20대 후반):** 프리랜서 사운드 엔지니어. 시크하고 무덤덤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세심하고 관찰력이 뛰어나다. 비과학적인 현상에 회의적이지만, 가을의 이상한 경험에 점차 흥미를 느끼고, 그녀를 지켜주려는 본능적인 마음이 발동한다.
* **(명칭 없음) 아파트의 장난꾸러기 기운:** 정확히는 유령이 아니라, 아파트 어딘가에 깃든 장난기 가득한 에너지. 주변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받아 활성화되며, 특히 가을의 밝고 엉뚱한 에너지를 좋아한다. 이들에게 연애 감정을 주입(?)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사랑스러운 촉매제 역할을 한다.

###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SCENE 1. 가을의 아파트 거실 – 낮**

**[가을의 아파트 거실. 채광 좋은 창가에는 아담한 작업용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는 태블릿, 스케치북, 그리고 각종 디자인 도구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놓여있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지만, 창의적인 영감이 넘치는 디자이너의 공간답게 곳곳에 소소한 작업 자료들이 시선을 끈다.]**

**[클로즈업: 테이블 위에 놓인 깔끔하게 정돈된 연필꽂이. 가을의 섬세한 손이 화면 안으로 들어와 연필 하나를 집어 들고는 사용한 뒤 다시 제자리에 놓는다. 연필꽂이가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정돈된다.]**

**가을 (N):** 나는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내 공간만큼은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었다. 특히 이 작업실은 나의 세상과도 같았으니까. 세상의 모든 먼지와 불규칙함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나만의 아늑한 성.

**[가을, 태블릿으로 웹툰 배경을 그리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화면 상단에 알람이 뜨는 태블릿 화면. 쨍한 글씨로 ‘점심 시간입니다!’라고 알린다.]**

**가을:** (혼잣말) 벌써?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

**[가을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부엌으로 향한다. 그녀의 시선이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순간, 작업 테이블 위 연필꽂이에서 연필 하나가 스르륵- 아주 자연스럽게 굴러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쿵!]**

**가을:** 응? 뭐지?

**[가을이 퍼뜩 뒤를 돌아보자, 아까 분명히 꽂아두었던 연필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가을:** (미간을 찌푸리며) 내가 떨어뜨렸나? 이상하다…

**[가을이 허리를 숙여 연필을 주워 다시 연필꽂이에 꽂는다. 이번에는 더 깊숙이, 누가 봐도 안정적으로 꽂는다.]**

**가을:** 됐다. (씨익,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완벽해.

**[가을이 다시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의 등이 화면 밖으로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연필꽂이에서 연필이 또다시 스르륵- 굴러 떨어져 바닥에 *쨍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쨍그랑!]**

**[가을, 경악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다. 그녀의 눈은 동그랗게 커지고, 입은 살짝 벌어져 있다.]**

**가을:** !!!

**[클로즈업: 바닥에 떨어진 연필. 가을의 발이 화면 안으로 성큼 들어온다. 그녀의 표정은 당혹감과 짜증이 뒤섞여 있다.]**

**가을:** (낮게 으르렁거린다) 야! 너 왜 자꾸 그래! 일부러 그러는 거지?!

**[가을이 연필을 주워 들고는, 이번에는 아예 거실장 서랍을 열어 가장 구석진 곳에 넣어버린다.]**

**가을:** 이제 됐지? 절대 못 나와! 흥!

**[가을, 팔짱을 끼고 잠시 노려보듯 서랍을 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안심한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부엌으로 간다.]**

**[컷 전환: 부엌. 가을이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낸다. 그때, 거실 쪽에서 스르륵- 하는 아주 미세한 소리가 들려온다.]**

**[스르륵-]**

**가을:** (눈썹을 찌푸리며) 설마…?

**[가을이 후다닥 거실로 달려간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은 바로 아까 연필을 넣어둔 거실장 서랍이었다.]**

**[클로즈업: 서랍이 아주 살짝 열려 있다. 그 틈새로 연필 끝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마치 ‘까꿍!’ 하고 인사하는 듯하다.]**

**가을:** (동공 지진, 경악) 말도 안 돼…

**[가을이 서랍을 확 열어젖힌다. 연필은 서랍 안, 가장 구석진 곳에 평범하게 놓여있다. 서랍은 누가 건드린 적 없는 듯 조용하다. 방금 열렸던 흔적도 없다.]**

**가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내가 너무 피곤한가 봐…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가 들려…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쓴다)

**[가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부엌으로 돌아간다. 화면 밖으로 가을의 등이 사라지자마자, 열려 있던 서랍이 *스르륵* 소리를 내며 다시 닫힌다.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서랍 안에서 *피식* 하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SCENE 2. 가을의 아파트 거실/현관 – 밤**

**[가을의 아파트 거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스탠드 조명 하나가 은은하게 거실을 비춘다. 가을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태블릿으로 스릴러 영화를 보고 있다.]**

**가을:** (영화에 집중하며 팝콘을 집어 먹는다) 으음~ 스릴러는 역시 불 끄고 밤에 봐야 제맛이지. (팝콘을 오도독 씹는 소리)

**[클로즈업: 소파 테이블 위 팝콘 바구니. 팝콘 한 조각이 바구니 밖으로 튀어나와 공중에 멈춰 서 있는 듯하더니, 갑자기 스르륵 움직여 가을의 어깨 위로 떨어진다.]**

**가을:** 읏차! (어깨를 살짝 털어 팝콘을 떨어뜨린다)

**[가을이 어깨를 털어 팝콘을 떨어뜨린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다시 영화에 집중한다. 이런 사소한 일에는 이미 익숙해진 듯하다.]**

**[갑자기 TV 화면이 ‘지지직’거리기 시작한다. 화면에는 괴기스러운 얼굴들이 번쩍인다. 스릴러 영화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배경 음악이 더욱 증폭된다.]**

**가을:** 으악! 뭐야! 또 전파 방해야? 이러다 깜짝 놀라 쓰러진다고!

**[가을이 리모컨을 들어 TV를 끄려고 하지만, 리모컨이 먹통이다. 그녀는 리모컨을 톡톡 두드려보고, 배터리 칸을 열었다 닫아본다.]**

**가을:** 야! 왜 말을 안 들어! (답답한 표정)

**[갑자기 TV 화면이 핑크색 하트와 함께 로맨틱 코미디 채널로 바뀐다. 화면 속 남녀 주인공은 빗속에서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있다. 배경 음악은 스릴러에서 로코 OST로 급변한다.]**

**가을:** (황당한 표정) 아니, 이게 무슨… (화면 속 키스신을 보고 당황한다) 로코?! 내가 로코를 볼 리가 없잖아!

**[가을이 벌떡 일어선다. 리모컨은 여전히 먹통이다. 그녀는 TV 전원 버튼을 찾아 헤매지만, TV는 그녀를 비웃기라도 하듯 로코 배경 음악을 최대로 틀어댄다.]**

**[배경 음악: 로맨틱하고 달달한, 경쾌한 멜로디 (SCENE 3에서도 사용될 것)]**

**가을:** (소리 지른다) 꺼! 당장 꺼! (버튼을 퍽퍽 누른다)

**[그때, 현관문이 *덜컥*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가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녀의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가을:**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작게 속삭인다) 누구세요…?

**[현관문이 천천히 열리며 복도의 어둠을 보여준다. 가을은 들고 있던 리모컨을 방어 태세로 잡는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효과음으로 크게 깔린다.]**

**[덜컥! 현관문이 갑자기 확 닫힌다. 그리고 곧이어, 문이 안에서 잠기는 찰칵 소리가 들린다.]**

**가을:** (입을 틀어막는다) 꺄아악!!!

**[가을이 현관문으로 달려간다. 손잡이를 잡고 흔들어보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다.]**

**가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미쳤어… 미쳤어… 폴터가이스트야! 내가 미쳐가는 거야!

**[가을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때, 현관문 잠금쇠가 다시 *덜컥*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가을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문고리에 작은 쪽지 하나가 걸려 있다.]**

**[클로즈업: 쪽지. 깔끔한 글씨체로 쓰여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1004호로. – 윗집 남자’]**

**가을:** (얼굴이 새빨개진다. 부끄러움과 혼란스러움이 뒤섞인 표정) 윗집… 남자…?

**[그녀는 황급히 쪽지를 꾸겨 주머니에 넣는다. TV에서는 여전히 로코 음악이 크게 흘러나오고, 그녀의 아파트는 방금 전의 공포가 무색하게 달콤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가을의 얼굴은 여전히 붉다.]**

**SCENE 3. 가을의 아파트 현관 / 윗집 현관 – 다음 날 아침**

**[다음 날 아침. 가을은 잔뜩 피곤한 얼굴로 현관문 앞에 서 있다. 어제 밤새도록 계속된 이상 현상 때문인지 그녀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깊게 내려와 있다. 그녀는 거의 좀비 같은 몰골이다.]**

**가을 (N):** 잠 한숨 못 잤다. 어제 밤새도록 TV에서는 의미 없는 로코 영화가 돌아갔고, 내 옆에서는 팝콘 튀는 소리가 자꾸 들렸으니까. 게다가 문까지 잠그고 열고… 덕분에 아파트 층간 소음 규정을 어기는 악몽까지 꿨다.

**[가을은 주머니에서 꾸겨진 쪽지를 꺼낸다. 쪽지에는 여전히 ‘1004호’라는 숫자가 선명하다.]**

**가을:** 윗집… 1004호… 도움… (깊은 한숨) 에라 모르겠다! 이러다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

**[가을이 용기를 내어 현관문을 열고 나온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1003호인 자신의 집 바로 위 층, 1004호의 문이 보인다.]**

**[가을이 조심스럽게 1004호 문 앞으로 다가간다. 문 옆에는 작은 화분 몇 개가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고, 문패 대신 깔끔한 나무 명패에 ‘Jung’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가을:** (작게 중얼거린다) 정 씨구나…

**[가을이 망설이다가 초인종 버튼에 손을 댄다. 누르려는 순간, 갑자기 1004호 현관문이 *스르륵* 안으로 열린다. 문이 열리자마자 어제 가을의 아파트에서 흘러나오던 로맨틱 코미디 OST가 크게 들려온다.]**

**[배경음악: SCENE 2에서 나왔던 로코 OST. 이제는 1004호에서 흘러나온다.]**

**[문 안쪽에는 어제 쪽지를 남긴 장본인, 정우진이 서 있다. 그는 막 샤워를 마쳤는지 머리카락이 살짝 젖어 있고, 편안한 회색 티셔츠 차림이다. 한 손에는 커피 머그잔을 들고 있다. 그의 표정은 무심하지만, 잘생긴 얼굴이다. 묘한 퇴폐미마저 느껴진다.]**

**우진:** (의외로 나지막하고 차분한 목소리) 아, 안녕하세요. 내려오시는 길인 줄 알았는데.

**[가을은 그의 무심한 시선과, 갑자기 터져 나오는 로코 OST 때문에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한다. 그녀의 얼굴은 삽시간에 새빨개진다.]**

**가을:** (더듬거리며) 아… 저… 그게… 혹시… 정… 정 씨세요?

**우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네. 정우진입니다. 904호 사시죠?

**가을:** (더욱 당황하며) 네, 904호… 한가을입니다. 어… 그, 그 쪽지… 혹시…

**[우진은 가을의 손에 들린 꾸겨진 쪽지를 흘긋 본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친다.]**

**우진:** 아, 그거요. 밤늦게까지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서요. 혹시 혼자서 힘드신가 해서요. (그의 시선이 가을의 피곤한 얼굴을 훑는다.)

**가을:** (눈이 휘둥그레진다) 쿵쾅거리는 소리요? 제… 제가 쿵쾅거렸나요?

**우진:** 네. 그리고… 어제 밤새도록 로맨틱 코미디 OST가 반복재생되던데. 설마 904호에서 들려온 건 아니겠죠? (그의 눈빛에 장난기가 깃든다.)

**[우진은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가을을 바라본다. 가을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흘러나오는 로코 OST 때문에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진다. 그녀의 귀까지 빨개진다.]**

**가을:**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그거 이상한 현상 때문에… 제 집도 지금 난리예요!

**[그때, 1004호 안쪽에서 *뿅!* 하는 효과음과 함께, 우진의 작업실에서 작은 LED 무드등이 켜진다. 색깔은 핑크색이다. 무드등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며 마치 그들을 비웃는 듯 춤을 춘다.]**

**우진:** (무드등을 쳐다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또 시작이네.

**가을:** (눈을 깜빡이며) 저… 저건 또 뭔가요…?

**우진:** (한숨을 쉬며) 글쎄요. 아마… 저도 도움이 필요한 것 같네요.

**[우진은 가을을 빤히 쳐다본다. 그의 무덤덤한 표정 속에 장난기 어린 빛이 스친다. 가을은 그의 시선에 숨을 들이킨다. 아침 햇살이 그들을 비추고, 1004호에서는 여전히 로코 OST가 흘러나온다.]**

**[클로즈업: 가을의 얼굴. 어색함, 당황스러움, 그리고 묘한 설렘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다.]**

**가을 (N):** 그렇게 우리는, 아파트의 미스터리한 장난꾸러기 기운 덕분에 엮이게 되었다. 이 모든 기괴한 현상들이 어쩌면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상하고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SCENE 4. 가을의 아파트 거실 – 낮 (며칠 후)**

**[며칠 후. 가을의 아파트 거실. 작업 테이블에는 여전히 태블릿과 스케치북이 놓여 있지만, 이제는 그 옆에 ‘폴터가이스트 대처법’이라고 쓰인 두꺼운 책과 ‘염력 방어용’이라고 적힌 작은 부적(?)이 놓여있다. 부적은 누가 봐도 허술한 손글씨로 쓴 것처럼 보인다.]**

**[가을은 방금 현관으로 들어선 참이다. 그녀의 손에는 슈퍼마켓 봉투가 들려있다.]**

**가을:** (봉투를 내려놓으며) 휴, 그래도 우진 씨 덕분에 좀 나아졌어. (혼잣말) 그 로코 OST도 줄어들었고…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냉장고에 식재료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냉장고 문이 *스르륵* 스스로 열리더니, 안에 있던 우유팩이 데구르르 굴러 떨어져 가을의 발등에 부딪힌다.]**

**[툭!]**

**가을:** 앗! (작게 비명을 지른다)

**[가을이 우유팩을 주워 다시 냉장고에 넣으려는데, 이번에는 우유팩이 그녀의 손에서 스르륵 미끄러져 떨어지며 바닥에 우유를 시원하게 쏟는다.]**

**[철푸덕!]**

**가을:** 으악! 안 돼! 내 우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는다.)

**[가을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에 쏟아진 우유를 바라본다. 그때, 딩동- 하고 현관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가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누구세요! 지금 바빠요! 제가 지금 우유를 쏟아서 아주 난리통이라고요!

**[현관문이 *스르륵* 스스로 열린다. 문 밖에는 우진이 서 있다. 그는 손에 작은 공구 상자를 들고 있다. 가을은 우유가 묻은 발로 서 있는 모습 그대로 얼어붙는다. 그녀의 얼굴은 새빨개진다.]**

**우진:** (가을의 발과 바닥에 쏟아진 우유를 번갈아 보며) 쿵 소리가 나던데요. 괜찮으세요? (그의 눈빛에 약간의 당황스러움과 흥미로움이 섞여 있다.)

**[우진은 가을의 허둥지둥하는 모습과 바닥에 쏟아진 우유를 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우진:** (웃음을 참으며)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가을:** (얼굴이 빨개진다) 아니, 그게… 우진 씨가 오신다고 해서 미리 청소… 를 하려다가… (얼굴을 가린다)

**[가을의 말은 점점 작아지고, 결국 얼버무려진다. 우진은 그런 가을을 물끄러미 보다가, 공구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부엌으로 들어온다.]**

**우진:** 걸레는 어디 있어요? 제가 치울게요.

**가을:** (깜짝 놀라며) 아,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손님한테 이런 걸 시킬 순 없죠! (우유 묻은 발로 허둥지둥 움직인다.)

**[가을이 걸레를 찾으러 허둥지둥 움직인다. 그때, 부엌 찬장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그 안에서 깨끗한 행주 한 장이 튀어나와 가을의 손에 쏙 안착한다.]**

**가을:** (눈을 깜빡이며 행주를 본다) …?

**우진:** (신기한 듯 행주와 가을을 번갈아 본다) 이거… 편리하네요. 우리 집에도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우진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가을의 손에서 행주를 받아들고 바닥의 우유를 능숙하게 닦기 시작한다. 가을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본다. 그의 손길은 능숙하고 침착하다.]**

**[클로즈업: 우진의 손이 바닥을 닦는 모습. 그리고 그 옆에서 쭈뼛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가을의 발.]**

**가을 (N):** 폴터가이스트는 여전히 장난을 치고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녀석 덕분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엉망진창인 내 세상에, 그가 불쑥 들어왔다.

**[우진이 바닥을 거의 다 닦고 일어선다. 가을은 그의 얼굴을 보다가, 그만 쿵 하고 우진의 어깨에 부딪힌다.]**

**가을:** 앗, 죄송합니다! (뒤로 물러서려 한다.)

**[가을이 뒤로 휘청거린다. 우진이 반사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 부축한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코끝이 스칠 듯 가깝다. 가을은 심장이 쿵쾅거린다. 공기 중에 달콤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 순간, 거실의 스피커에서 갑자기 감미로운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치 두 사람의 어색하고 설레는 순간을 위한 배경 음악처럼, 완벽한 타이밍에.]**

**[재즈 음악: 부드럽고 로맨틱한 선율]**

**[우진은 가을의 허리를 잡은 채, 가을의 붉어진 얼굴을 내려다본다. 그의 눈빛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가을은 숨을 멈춘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것을 본다.]**

**가을 (N):** 아파트의 장난꾸러기 기운은, 이제 우리 둘의 연애를 진심으로 응원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얼굴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듯하다가, 우진이 헛기침하며 가을을 놓아준다.]**

**우진:** (어색하게) 으흠… 이제 바닥은 다 닦았어요. 뭐 다른 곳에 이상 있는 데는 없구요?

**가을:** (여전히 붉어진 얼굴로) 아… 네… (재즈 음악을 가리키며) 저, 저 음악은…

**우진:** (어깨를 으쓱하며) 글쎄요. 아마… 아파트의 취향인가 보죠.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오른다.)

**[우진은 다시금 피식 웃는다. 가을은 그 웃음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들의 등 뒤에서는 여전히 로맨틱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SCENE 5. 가을의 아파트 베란다 – 밤 (몇 주 후)**

**[몇 주 후. 가을의 아파트 베란다.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도시의 불빛과 어우러져 더욱 반짝인다. 가을은 작은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그녀의 표정은 예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밝아 보인다.]**

**[우진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는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서서, 가을이 심은 식물들을 감상하고 있다. 그의 손에는 따뜻한 차 한 잔이 들려있다. 이제 그는 가을의 아파트에 자연스럽게 드나들며, 마치 자신의 집처럼 편안해 보인다.]**

**가을:** (식물에게 물을 주며) 요즘은 그래도 조용하네요. 혹시 우진 씨가 옆에 있어서 그런가? 귀신도 잘생긴 남자 앞에서는 얌전해지나 봐요. (장난스럽게 웃는다.)

**우진:** (피식 웃으며) 글쎄요. 제가 옆에 있으면 장난을 못 치는 건지, 아니면 더 심해지는 건지… 전 후자 쪽에 한 표입니다만. (그의 시선이 가을에게 향한다.)

**[가을이 고개를 돌려 우진을 바라본다. 그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다. 그들의 시선이 마주친다. 공기 중에는 묘한 설렘이 감돈다.]**

**가을:** 그래도… 예전엔 무섭기만 했는데, 요즘은 괜찮아요. (활짝 웃음) 우진 씨 덕분인가 봐요. 혼자 있는 것보단 둘이 있는 게 훨씬 좋다는 걸 알았어요.

**[우진의 눈빛이 부드러워진다. 그는 가을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에 들린 물뿌리개를 조심스럽게 받아든다.]**

**우진:** 혼자 있으면 무서운 것도, 둘이 있으면 별거 아니게 느껴지는 법이죠. 특히… 그 대상이 말썽꾸러기라면 더더욱.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그때, 베란다의 작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두 개의 와인잔이 *스르륵* 스스로 움직여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는 작은 촛불 하나가 *뿅!* 하고 켜지며 테이블 위를 은은하게 밝힌다. 마치 정교하게 준비된 로맨틱 이벤트처럼.]**

**[클로즈업: 서로 맞닿은 와인잔과 그 옆에서 일렁이는 촛불.]**

**[가을과 우진은 동시에 이 현상을 목격하고 서로를 마주 본다. 두 사람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이제는 익숙하고 사랑스러운 장난으로 받아들인다.]**

**가을:** (웃으며) 이런 건… 누가 시키는 건가요? 아주 적극적이네요.

**우진:**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글쎄요. 아마 아파트의 요정이 우리 둘의 진전을 축하해주고 싶은 모양이죠? (그의 시선이 가을의 눈에 고정된다.)

**[우진은 가을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는다. 가을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든든했다.]**

**우진:** 가을 씨.

**가을:** 네…?

**우진:** 그… 아파트의 요정 말인데요. 저도 이제 혼자 말고, 둘이서 같이 축하받고 싶어졌어요.

**[가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우진의 눈빛은 진지하면서도 따뜻하다. 그는 가을의 손을 깍지 낀다. 베란다 공기마저 달콤해진다.]**

**[그 순간, 베란다 창문 밖으로 불꽃놀이 소리가 *펑! 펑!* 하고 터져 나온다. (물론 현실에서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불꽃놀이가 터지진 않겠지만, 애니메이션적인 환상적인 연출이다.)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불꽃놀이 소리: 펑! 펑! 팡팡! 휘이익~ 펑!]**

**[가을과 우진은 동시에 창밖을 바라본다. 하늘에서 화려한 불꽃이 터지고 있다. 마치 아파트의 장난꾸러기 기운이 마지막으로 선사하는 성대한 축하 이벤트처럼, 절묘한 타이밍이다.]**

**가을:** (황홀한 표정으로) 와… 정말…

**[우진은 불꽃놀이에 시선을 빼앗긴 가을의 뺨을 잡고,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춘다. 짧고 부드러운 입맞춤.]**

**[클로즈업: 두 사람의 키스. 배경에는 불꽃놀이의 찬란한 빛이 반짝인다. 촛불과 와인잔이 더욱 빛난다.]**

**[키스가 끝나고, 가을은 놀란 눈으로 우진을 바라본다. 우진은 그녀에게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무심하지 않고, 따뜻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우진:** (부드럽게 속삭인다) 이제 이 아파트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겠네요.

**[클로즈업: 베란다의 테이블. 촛불은 더욱 밝게 타오르고, 와인잔은 더욱 가까이 붙어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들 뒤편으로 불꽃놀이가 화려하게 밤하늘을 수놓는다.]**

**가을 (N):** 우리의 로맨스는 엉망진창 폴터가이스트 덕분에 시작되었지만, 어쩌면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보다도 달콤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채워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 기묘한 아파트에서, 우리는 서로를 발견했다. 우리의 장난꾸러기 큐피드와 함께.

**[화면은 불꽃놀이가 터지는 밤하늘과, 그 아래 베란다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환하게 미소 짓는 가을과 우진을 비추며 서서히 어두워진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