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일상의 균열

밤은 깊고, 서울의 거리는 여전히 잠들지 못했다. 빌딩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공적인 불빛들이 희미하게나마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고, 그 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차량의 행렬은 도시의 멈추지 않는 심장 박동 같았다. 김지훈은 익숙한 편의점의 파란색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텁텁한 입맛을 다셨다. 시급 9,620원에 열두 시간을 매달려 있었으니, 온몸의 에너지가 바닥을 기는 기분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훈 씨!”

점장님의 건조한 인사가 뒤통수에 박혔지만, 지훈은 그저 고개만 까닥할 뿐이었다. 대답할 힘도 없었다. 그는 축 늘어진 어깨로 편의점 문을 밀고 나와 싸늘한 밤공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고시원처럼 작은 원룸으로 향하는 길은 늘 똑같았다. 낡은 상가 건물들, 취객들의 시끄러운 노랫소리, 그리고 어딘가 퀘퀘한 음식물 쓰레기 냄새. 이 모든 것들이 그의 삶을 대변하는 듯했다. 평범하고, 고달프고, 특별할 것 없는.

오늘은 왠지 모르게 평소와 다른 길로 가고 싶었다. 늘 다니던 큰길 대신, 으슥하고 좁은 골목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지 오래인 이 골목은 드문드문 빈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서 있었고, 공사가 중단된 듯한 현장에는 철근과 건축 폐기물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위험 표지판마저 색이 바래져 흐릿했다.

“젠장,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지훈은 투덜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 폐기물 더미 사이에서 톡 하고 터져 나오는 듯한 빛깔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언뜻 반짝이는 무언가. 호기심이 발끝을 잡아끌었다. 그는 낡은 신발로 축축한 땅을 밟으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낡은 시멘트 조각과 녹슨 철근들, 버려진 플라스틱 사이에 박혀 있는 것은 예상외로 작은 돌멩이였다.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 희미한 빛깔은 여전히 시선을 잡아끌었다. 지훈은 무릎을 굽혀 돌멩이를 주웠다. 손바닥에 얹으니 생각보다 매끄럽고 차가웠다. 손가락으로 흙을 털어내자, 돌멩이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났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머금은 듯한 짙은 회색의 돌. 언뜻 보면 평범한 강돌 같았지만, 표면에는 기묘하고 복잡한 문양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현대적인 도형 같기도 하고, 고대 문자의 잔해 같기도 한 알 수 없는 형상들이 조밀하게 얽혀 있었다. 너무나 정교해서 마치 살아있는 문신처럼 보였다. 어디서 본 적 없는 문양이었다.

“이게 뭐야? 진짜 돌멩이야?”

지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난감 돌인가? 아니면 누가 예술 작품이랍시고 버려둔 건가? 특별한 가치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버리기 아까웠다. 묘한 끌림이었다. 지훈은 돌멩이를 셔츠 주머니에 넣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주머니 속에서 돌멩이가 차갑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좁고 비좁은 그의 원룸은 언제나처럼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광등 불빛이 침침하게 방을 밝혔다. 지훈은 대충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하루 종일 시달린 몸은 당장이라도 잠에 빠져들 것 같았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쌓여가는 학자금 대출, 불안한 미래, 끝없이 밀려오는 자기혐오. 숨 막히는 현실이 그의 목을 조르는 듯했다.

‘휴학이라도 해야 하나… 그냥 다 포기할까.’

그는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이었다.

**지이잉—**

침대 옆에 놓인 그의 낡은 스마트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알림이 온 것도 아닌데, 액정 화면이 느닷없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고장 난 것처럼 화면이 지지직거렸다.

“뭐야, 왜 이래?”

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다시 평소처럼 멀쩡해져 있었다. 순간적인 오류였나 싶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나 잠시 후, 이번엔 방 한가운데 놓인 작은 스탠드 조명이 불안하게 깜빡거렸다. 마치 정전이 오는 것처럼 빛이 약해졌다 강해지기를 반복했다.

“설마…”

지훈은 문득 낮에 주워 온 돌멩이를 떠올렸다. 아까부터 주머니 속에서 미묘하게 열을 띠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돌멩이를 꺼냈다. 짙은 회색 돌멩이는 손바닥 위에서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치 돌멩이 자체가 작은 광원이 된 것처럼.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지훈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두근거렸다. 돌멩이를 응시하는 그의 눈빛에 혼란과 함께 묘한 기대감이 스쳤다. 이건 그냥 돌멩이가 아니었다. 단순한 우연도 아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이 작은 조약돌은, 분명 어떤 특별한 힘을 품고 있었다.

그가 돌멩이를 쥔 손에 힘을 주자, 방 안의 전등이 다시 한번 깜빡였다. 벽에 걸린 낡은 달력의 한 귀퉁이가 바람도 없이 살짝 들썩였다. 그리고 돌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빛은 더욱 선명해졌다. 어둠 속에서 푸른 기운을 머금은 회색빛이 그의 손을 감쌌다.

지훈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돌멩이를 바라봤다. 그의 일상은 방금 전까지도 고되고 무료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손 안에서 빛나고 있는 이 돌멩이는 그의 세계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작은 돌멩이가 가져올 변화의 소용돌이를 아직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지, 그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울릴 뿐이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의 평범했던 삶은, 돌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대의 힘에 의해 송두리째 뒤바뀔 참이었다.